posted by 미까 2008. 9. 22. 19:47

헬라이드 (Hell Ride)

엽기 로드 로망 영화의 대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최신 B급 영화가 나왔다.

웬만한 매니아 아니고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그가

이번에는 초저예산 초무감각 영화를 들고 바이크라는 싸나이들만의 주제로

매니아들의 심금을 울리고자 한다.

<요새 영화라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감각적 아날로그 포스터.

웬만한 등장인물들은 전부 포스터에 처박아두었다.>

#1. 전형적인 양키 마인드와 캐릭터,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심금을 울리는 서곡에 불과한 포스터를 보자.

제목만 봐서는 공포영화같고, 그림만 봐서는 애니메이션같다.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는 우리의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데 일가견이 있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래리 비샵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는 것이다.

래리 비샵, 이 친구가 누구인가?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름 헐리우드에서는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연기력도 나름 되시는지 가끔 작품에 직접 출연하기도 하신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직접!!! 주연을 맡았다.

그것도 엄청난 카리스마를 풍기는 간지작살남으로.


<간지작살 아저씨들의 향연. 가운데 리더가 바로 래리 비샵이다.

절대로 알 파치노와 혼동하지 말 것.>

이 영화는 의외로 단순하다.

딱 3가지 테마로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오토바이, 복수, 그리고 낭자한 피.

킬빌에서 보여준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엽기잔혹복수극이 그대로 살아있고,

멕시코와 서부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색깔도 살아있다.

무대는 분명 미국이지만, 도저히 미국같다는 느낌은 없다.

그나마 온 몸을 나체로 등장하는 여럿 매력적인 여자들을 볼 때 비로소

아~ 미국이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2. 스토리 - 도무지 이해안되는 껀덕지로 서로 죽여대는 양아치 액션

어쨌든 뻔한 주제와 테마같은 영화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오토바이족의 하나인 빅터파를 이끄는 두목 피스톨레로(래리 비샵)는

오래전부터 체로키 키섬(줄리아 존스)이라는 인디언 여자로부터 했던 약속 하나만을

굳게 맹세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쾌남아이다.

그러던 어느날 빅터파에 대항하는 식스식스식서스파는

빅터파의 무리를 하나 둘씩 제거하며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피스톨레로는 그의 오른팔 젠트(마이클 매드슨),

그리고 조직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믿음직한 부하 코만치(에릭 벌퍼)와 함께

빌리 윙스(비니 존스)가 이끄는 식스식스식서스에 제거당한

조직의 일원들을 위해 서서히 복수극을 준비한다.

한편 피스톨레로는 과거에 식스식스식서스에 의해 무참히 불에 타 죽은

체로키 키섬으로부터 한 약속 "자기 아들을 위해 보물을 지켜달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는 의리의 사나이.

갈수록 빌리 윙스의 횡포에 빅터파는 와해되어 가고,

피스톨레로와 젠트, 코만치는 과거 빅터파의 우상이었던

에디 제로(데니스 호퍼)의 합류와 함께

소수 정예멤버로 식스식스식서스와 최후의 대결을 계획한다.

한편 피스톨레로는 과거 식스식스식서스의 우두머리이자

체로키 키섬을 죽인 장본인, 듀스를 찾아서 가둬버리고,

사라진줄로만 알았던 체로키 키섬의 아들을 등장시켜 어머니의 복수를 이루게 한다.

그 아들은 다름아닌 코만치.

정체를 숨기고 있던 코만치를 일찌감치 체로키 키섬의 아들로 파악했던 피스톨레로가

일부러 복수의 끝을 맺어주기 위해 자신의 왼팔로 두었던 것.

듀스를 처단하고, 마침내 빌리 윙스와 마주친 빅터파는

코만치의 회심의 일격으로 빌리 윙스를 무찌르고

빌리 윙스가 그렇게도 찾고자 했던 보물의 행방을

보물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코만치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젠트의 반항으로

빅터파는 일시 내분이 발생하지만

피스톨레로의 의리와 카리스마 때문이었을까?

젠트는 끝내 포기하고 보물의 열쇠는 코만치에게 주어진다.

드디어 보물상자를 연 코만치.

그는 묘한 웃음을 띄면서 보물상자를 들고 자리를 뜬다.

세 갈래 길에서 각자의 인생을 정해야 하는 빅터파의 삼인방.

결정은 스스로 한다는 피스톨레로의 말에 따라

세 명은 각기 다른 길로 멀어져 간다.

<빅터파를 이끄는 피스톨레로와 젠트. 완전 동네 양아치 아저씨 수준이다.>

#3. 이래뵈도 간지 나는 B급 영화

스토리는 보면 볼수록 단순함의 극치를 달린다.

연출도 단순하고 유치하기까지 할 정도이다.

어찌보면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따위 영화를 다 만들었을까?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그의 절친한 친구 래리 비샵이 초저예산으로 만든 B급 영화임을 감안하면

나름 독특한 매력이 없지만도 않다.

우선 예산은 그야말로 오토바이 기름값으로만 들어갔을 정도이다.

살인을 하거나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B급 영화의 매력으로는 충분할 정도이다.

총알 값이 아까웠는지 총 몇 발만 쏴도 적들은 알아서 고이 죽어버린다.

특수효과가 형편없는 대신, 거기에 쓰일 예산을

전부 몸매 죽이는 여성들 캐스팅에 쏟아부었나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하나같이 눈부신 몸매의 소유자들이다.

게다가 또한 엄청 섹시하고 야하기까지 하다.

가슴 노출은 기본에, 중요한 부분까지 슬쩍 보여주는 쎈쓰라니.

B급 영화니까 이 정도는 보여줄 수 있다는 건가??

아무튼 오토바이로 대변되는 남자들의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이

이 영화에서는 격투와 여자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리고, B급 영화인 만큼 다양한 시도가 또 빠질 수 없을텐데

피스톨레로가 환각상태에 빠져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의 연출은 그야말로 독특하고 절묘하다.

사람이 환각상태에 빠졌을 때 과연 어떤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사실 체험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런데 래리 비샵은 그러한 느낌을 절실하게 느껴보았는 지

그것을 영상에 그대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알록달록한 형광색으로 비추는 세상,

그리고 시공간을 초월한 시츄에이션.

마치 한 편의 비주얼 아트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그 장면은

필자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가장 독특하고 가치있는 장면이라고 뽑고 싶다.

<B급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무차별적인 피의 잔치 되겠다. 장면은 빌리 윙스의 최후>

#4. 아직까지는 불편한 양키식 마인드

나름 독특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도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상황에 대한 설명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약간 킬빌 식의 액자식 구성을 따온 것 같으나,

쿠엔틴이 아닌 래리였기에 여기에 대해서는 엄청난 실패.

도무지 용납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 시츄에이션의 연속이기에

쟤는 뭐고 쟤는 또 왜저래? 하는 의문밖에 안생긴다.

피스톨레로가 어떻게 체로키 키섬과 연결되었는지도 설명이 안되고,

코만치가 뜬금없이 체로키 키섬의 아들이었다는 것도 어거지 수준이다.

더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그렇게도 모두가 찾고자 했던 보물, 대체 그 보물이 무엇일까?

영화는 끝내 보물상자 속의 내용물은 보여주지 않은 채 끝을 낸다.

차라리 보물의 내용이라도 보여줬더라면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왜 그렇게 다들 찾으려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름 설득력있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아이디어의 부재인지, 연출력의 부재인지

아니면 얼토당토않은 호기심을 관객에게 부여하여 나름 카타르시스를 연출하려고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부분까지 미흡한 연출을 보여준 것은이 영화 최대의 단점이면서 동시에

래리 비샵에 대한 큰 실망감으로 연결된다.

아무리 래리 비샵이 키작은 아저씨였더라도 그건 용서가 되었지만,

연출력 부분에서는 빵점.....

<악당 전문 배우로 급 부상한 빌리 윙스 역의 비니 존스>

#5. 그저 래리 비샵의 소꿉 장난으로 보이는 영화

이 영화를 각본, 감독, 주연한 래리 비샵은

"이 영화는 최고의 오토바이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극찬했는데,

아무래도 그 것은 자화자찬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정말 순수한 반어법이었을까?

어쨌든 오토바이만큼은 실컷 나오는 영화 헬라이드.

필자는 오토바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선그라스 끼고 검은색 가죽 점퍼를 입고 긴 머리 휘날리며 타는

오토바이의 낭만은 한번쯤 느껴봤으면 하는 바이다.

그나저나, 이 영화로 인해

동네 오토바이 양아치들이 더 설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히려 오토바이 리스나 판매가 증가한다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posted by 미까 2008. 8. 29. 13:06

엑스파일 : 나는 믿고 싶다 (The X-Files: I Want to Believe)

#1. X-파일의 기원과 테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대뇌피질에 가공할만한 지식이 축적되어 갈 무렵에

세상 모든 것은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시대적 통찰을 깨우쳐 준 작품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미드 계의 살아있는 전설, 바로 X-파일이다.

별로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의 입장에서도 X-파일은

그 어린 나이에 그토록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것은 외계인, 초능력, 심령, 초자연 현상 등의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신비한 요소들을 과학적인 수사와 절묘히 조화시켰다는 것이다.

게다가 멀더와 스컬리로 대변되는 사건 해결계의 무적 커플의 모습은

너무나도 극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두 주인공이

서로를 납득하지 못하면서도 결국 사건을 풀어나가고

끝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계속해서 작품을 보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 1998년 X-파일이 처음으로 영화화되는데,

오랜 시즌을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멀더를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혀 오던 바로 그 외계인의 존재를,

그동안 존재를 부인해 오던 스컬리를 비롯한 X-파일 팬들에게 증명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아예 스컬리를 인디펜던스 데이에서나 나올 법한 대형 UFO에 납치하는 수준까지 다다르는,

그야말로 더이상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지 말라는 항명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그 작품을 계기로 X-파일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으며 새로운 시즌으로 접어들었으나,

안타깝게도 이야기는 또 베베 꼬이고 왜곡되어서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고,

기어이 멀더와 스컬리가 쌩쇼를 하다가 FBI에서 짤리고 은퇴하는 사태까지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이들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져가던 현재

그 새 10년이나 늙어버린 멀더와 스컬리가 다시 괴상한 주제를 가지고 우리 곁에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또 외계인일까?


<영화 포스터. 예전만큼 신비롭지는 않다>

#2. 스토리 - 나는 이 영화의 허무한 결말을 결코 믿고 싶지 않았다.

이번 작품의 부제는 "나는 믿고 싶다"이다. 대체 뭘 믿고 싶다는 거지?

멀더는 늘 외계인이 자신의 여동생을 납치했다고 믿고 싶어 했다.

언뜻 유추해 보면 혹시 이러한 사실과 연계되어 여전히 멀더의 히스테리가 판을 치는 것이

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영화는 전혀 엉뚱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무엇을 믿고 싶어했고, 누가 믿고 싶어했는지를 내용을 통해 살펴보자.

멀더와 스컬리가 은퇴한 이후 나름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던 FBI.

하지만 어느 날 미모의 젊은 여성 요원이 원인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FBI는 행방불명된 요원을 찾는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이는

황당하게도 자신이 환상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늙은 천주교 신부.

어쨌든 묘하게도 시체나 사건 발생 장소를 때려맞추는 조 신부의 능력에

FBI는 어쩔 수 없이 그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가지만,

문제는 과연 이 늙은이를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

그래서 FBI가 초자연 현상의 매니아 멀더의 협조를 요청하기로 하였다.

FBI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멀더의 환심을 사기 위해

FBI는 현재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스컬리를 찾아가서 부탁을 하게 된다.

가뜩이나 불치병에 걸린 남자아이를 살리는 데 스트레스 받고 있는 스컬리에게

FBI의 요청은 그야말로 왕 짜증.

그래도 옛 정을 생각해서 멀더를 설득하여 다시 FBI와 한 팀이 되어 사건에 협조한다.

조 신부의 신통한 재주에 관심을 가진 멀더는

계속해서 조 신부의 환상을 통해 사건에 다가가게 되고,

갈수록 그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게 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 진짜라고 믿는 스컬리의 완고한 고집은 여전하여

멀더와 조 신부를 신뢰하지 않게 되고,

실적에만 급급한 FBI도 초능력으로 사건 해결했다고 하면 자기네들 위신이 말이 아닌지라

조 신부를 달갑게 보지는 않는다.

그러던 와중 또 다른 여인이 납치되면서 사건은 더욱 미궁으로 빠지고,

조 신부가 과거에 성 범죄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멀더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조 신부를 사기꾼으로 몰아 세운다.

그러던 중 얼음덩어리에서 찾아 낸 시체 쪼가리들을 통해

이것이 장기 밀매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단서를 찾아 용의자를 좁혀 나가던 중,

결정적으로 걸려 든 범인을 쫒아 멀더는 추격전을 벌인다.

하지만 유유히 사라진 범인. 그리고 불치병으로 쓰러진 조 신부.

병상에서도 환상을 보았다는 조 신부였지만, FBI가 수집한 자료와 다르다는 이유로

멀더도 결국 조 신부를 믿지 않게 된다.

하지만, 쓰러지기 직전 스컬리에게 <포기하지 말라>는 묘한 말을 남긴 조 신부의 말에 대해

스컬리는 그것이 자신에게 걸린 남자아이 환자의 수술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조 신부를 다시 보게 된다.

조 신부가 정말로 신의 뜻에 따라 환상을 보는 것이라면

앞으로 다가올 일도 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어쨌든 아직 납치된 FBI 요원이 살아있다는 확신 아래 멀더는 범인을 추격하던 중,

범인과의 어설픈 드라이빙 격투 끝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멀더.

하여간 혼자 나서서 잘 되는 꼴을 못 보이는 멀더이다.

여전한 멀더를 걱정하는 여전한 스컬리.

결국 멀더는 스스로의 힘으로 범인의 사건 현장에 뛰어들고,

이 모든 사건이 죽어가는 범인의 애인을 살리기 위한 괴상한 수술과 관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마치 나뭇가지를 서로 교접하면 나무가 살아나는 것처럼

사람의 머리를 떼어다가 다른 사람의 몸에 붙이면 최소 1주일은 생존한다는 실험에 근거로 한 수술.

그리고 납치된 FBI 요원은 새 몸을 기증하기로 되어 있는 일종의 희생양이었던 셈.

어쨌든 결정적 순간에우리에게 대머리로 친숙한FBI 부국장과 함께 등장하여

범인을 때려눕히고 멀더를 구출하면서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스컬리.

스컬리는 사건 해결의 중심에 조 신부의 조언이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마침내 깨닫고 만다.

하지만 사건은 늘 그래왔듯이 FBI에 의해 왜곡되어 공개되고,

초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한 조 신부는공범이라는 누명을 쓴 채 병원에서 숨을 거둔다.

그리고 다시 환멸을 느낀 멀더는 두 번 다시 무료봉사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며

스컬리와 진한 키스를 나눈다.


<늙어서도 여전히 티격태격하는 멀더와 스컬리. 그런데 어느 덧 연인으로 발전했다!!>

#3. TV판과 영화판의 차이점 - 역시 TV가 낫다?

영화는 큰 기대와 달리 그저 TV 시리즈의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법한 이야기를

러닝 타임만 조금 늘려 할애한 수준이다.

외계인과의 좀 더 끈적한 관계를 원했다면 급 실망.

그래도 10년 동안 침묵을 지켜 온 멀더와 스컬리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나름 가치는 있을 듯 하다.

이 영화의 특징을 살펴보자면,

우선 멀더와 스컬리가 그토록 오래 일하면서도 연인사이로 발전하지 않았으나,

영화에서는 버젓이 연인 사이로 나온다는 점이다.

게다가 둘의 대화로 유추해보면 둘 사이에 자식도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게 된 것 같은데, TV 시리즈의 후반부를 보지 못한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신선한 컨셉.

이제 둘의 키스는 그야말로 세간의 화제 거리가 아니게 되었다는 것이다.

스컬리가 동성애자협회의 넘버 2 정도 된다는 사실은 다들 알 것이다.

이와 연계되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범인의 범행 동기가 너무 괴상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야말로 엽기적인 수술을 행한 것인데,

그렇게까지 해서도 살리고 싶었던 그 사랑의 대상... 그것이 바로 남자라니.

범인은 동성애자였고, 동성애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까지 발전한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아마도 스컬리는 이런 스토리를 은근 반겼을런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능력없고 융통성 제로인 FBI>

10년이 지난 현재임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TV 시리즈와 동일한 컨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일 것이다.

멀더는 여전히 초자연 현상에 목숨걸며 자신의 여동생에 대한 복수심에 자글자글 끓고 있고,

스컬리는 여전히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는 없다며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철저한 객관주의자.

거기에 여전히 무능력하고 개념없는 FBI 요원들의 행태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발전 없는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TV시리즈에서 주름잡았던 몇몇 미스테리한 인물들, 예를 들면 꼴초아저씨 라던지

이런 캐릭터들은 다들 늙어 죽었는지 아니면 외계인이 데리고 갔는지

소식조차 알 수 없게 나온다.

그래도 늘 뒤치닥거리하던 대머리 아저씨가 간만에 등장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감탄과 더불어 동정심이 물씬 부풀어오른다고나 할까.



<환상을 보는 조 신부. 이해가 쉽게 안 되는 캐릭터들간의 고리로 묶여 있다>

#4. 이제 직장을 잃게될 것 같은멀더와 스컬리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 대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이제 소재의 고갈이라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외계인이 가장 적절했을 터이나, 얼마 전 인디애나 존스에서 이미 차용해 버린 탓에

소재의 신선함도 무척 떨어졌을 법한 상황.

결국 초능력과 엽기적인 실험을 아이템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약간 부족하다 싶었는지 범인과 범인의 애인, 그리고 조 신부의 괴상한 연결고리를 추가하였다.

조 신부가 젊었을 적 성범죄자로 명성을 떨칠 때

아동 성범죄의 피해자 중 한명이 바로 범인이 그토록 살리려는 애인이었던 것.


조 신부는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이 신의 뜻에 따라 그 피해자와 연결이 되었다고 하는데,

당췌 그 연결이 어떤 의미로 되어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피해자의 용서를 빈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피해자가 못 살게끔

사건을 해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조 신부.

우습게도 조 신부는 대가리만 남은 피해자가 숨을 거둘 때와 동시에

그 역시 숨을 거둔다는 설정이다.

결국 조 신부가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신은 있다"라는 엉뚱한 결론.

그렇다면 결국 외계인은 있다고 믿는 멀더의 말도 신빙성이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대체 무엇을 믿어야 한다는 말일까?

멀더의 방 한켠에는 커다란 외계인 사진과 함께 "Want to believe"라고 쓰여 있는데,

여전히 멀더의 고집이 스컬리의 냉철한 논리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영화의 부제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미까 2008. 5. 19. 13:37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Shoot 'Em Up)

다이나믹울트라하드보일드무차별코믹액션영화.

이 영화의 장르를 표현하자면 이렇다.

억수로 긴 수식어이긴 하지만, 결국 이런 짬뽕영화는 컬트의 범주에 들어가기 마련.

필자가 엄청 좋아라하는 컬트식 액션 영화가 한편 있으니.

바로 슛뎀업! 되겠다.

<별로 정성이 안 담겨 보이는 포스터. 원래 이런 영화는 정성이 별로 안 담겨있다>

#1.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 알짜배기 B급 영화

포스터만 보고는 그저 그런 액션영화겠거니 생각되는 영화.

하지만, 캐스팅에 있어서는 나름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무차별총기난사의 주범 스미스 역의 클라이브 오웬.

스미스를 도와 요상한 돈벌이까지 하는 A급 창녀 퀸타나역의 모니카 벨루치.

후덕한 옆집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명석하고 냉철한 추격자 헤르츠 역의 폴 지아매티.

클라이브 오웬은 골든에이지까지는 멋드러지는 고전 스타일 액션남으로 괜찮았는데,

신 시티 이후 독특한 캐릭터의 총잡이 역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것 같아 조금은 서운했지만

그나마 무표정한 얼굴로 코믹한 연출을 보여준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모니카 벨루치는 워낙 그렇게 생긴 미모답게 맨날 야시스런 캐릭터로만 나오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주름잡힌 얼굴을 애써 감추며 만족할만한 애로틱연기를 선보였다.

폴 지아매티는 사실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다리를 절며 주인공들을 잠깐 도우는 미군 장교로 나오는 아저씨였다.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여유있고 재미가 넘치는 타입인데,

이런 영화에서 냉철한 악당이라니. 대머리 똥자루 악당이라.....


<시작부터 끝까지 총싸움질로 도배를 해버리는 영화. 이 모든 총질의 중심에 저 아기가 있슙니다~~>

#2. 스토리 -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나이의 이유 불문 총기난사액션


이 영화의 스토리와 설정은 그야말로 황당.

하지만 나름 사회비판적 메시지도 담겨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적한 도시의 밤거리.

홀로 당근을 씹어먹고 계시는 아저씨가 있다.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아저씨 앞을 지나가는 만삭의 여인과 그를 쫓는 여러 무리의 가죽잠바 사내들.

처음에는 무시해버리지만 여자의 비명소리와 총을 꺼내드는 가죽잠바 사내들의 짓거리에

눈썹 꿈틀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들에게 다가간다.

씹던 당근으로 가볍게 사내들을 물리치는 신공을 보여준 아저씨는

또다시 쫓아오는 무리들을 피해 만삭의 여인을 데리고 도망가던 도중,

여인의 배에서 아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대로 산파로 변신,

총질과 산파질을 동시에 해보이는 멀티프로세서의 위력을 선보이며,

마침내 아기를 무사히 받아내지만, 안타깝게도 산모는 피탄에 맞아 숨지고 만다.

이후 아기를 안고 거리를 걷게 된 아저씨의 이름은 스미스.

그것도 분명치 않은 이름이다.

스미스가 찾아가서 공갈사기를 통해 아기를 떠넘기려 했던 A급 창녀 퀸타나가 들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퀸타나는 스미스의 부탁을 거절하지만, 스미스의 뒤를 쫓은 무리들의 행동대장 대머리 헤르츠가

퀸타를 습격하게 되고, 스미스는 또다시 놀라운 실력으로 헤르츠를 비롯하여 일당을 소탕한다.

졸지에 무차별총기살인의 중심에 서게 된퀸타나와 스미스.

둘은 이 모든 것이 아기때문에 비롯되었음을 알고, 왜 아기를 죽이려하는지를 파헤치게 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헤르츠는 다시 부하들을 모아 스미스를 노리고,

스미스는헤르츠의 뒤를 캐그의 배후에 해머슨 총기회사의 사장이 있음을 안다.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었으니. 왜 총기회사 사장이 아기를 죽이려 할까?

조사 도중아기가 태어난 곳을 어처구니없는 직감으로 알게 되고 그곳을 찾아가지만,

이미 다른 조직의 일원이 현장을 박살내버리고 떠난다.

결국 한 쪽은 아기를 빼앗으려 하고, 다른 한 쪽은 아기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미스.

그러던 중, 렛러지 상원의원이 총기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워 경선에 출마한다는 것을 알고,

이것이 상원의원과 이를 반대하려는 총기회사 사장간의 다툼이라는 것 까지 파악.

더욱이 아기는 상원의원의 건강 때문에 골수를 이식하기로 한 일종의 실험체.

이에 분노한 스미스는 정의실현을 꿈꾸지만, 상원의원과 헤르츠가 한 패인 것을 안 직후

상원의원 제거에는 성공하지만 이내 헤르츠에게 잡히고 만다.

오른손가락이 모두 부러지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자존심을 지킨 스미스는,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적들을 무찌르고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총을 쏠 수도 없는 상태의 스미스 앞에

최후의 적 헤르츠가 등장한다.

총을 들 수 없는 스미스는 자신에게 총구를 겨냥한 헤르츠에게 비장의 기술

손가락으로 직접 총알 터뜨리기의 신공을 보여주며

황당한 기술에 넋을 잃은 헤르츠를 고이 저세상으로 보내주고,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다.

어디로 도망갔는지도 모를 퀸타나와 아기 올리버를 찾던 스미스는

열손가락 모두 석고깁스를 한 상태로 이곳 저곳을 누비던 중

시골 어느 식당에서 그 둘을 발견하고 기쁨의 격렬한 키스를 나눈다.

그런데 갑자기 식당으로 들어선 거지출신 무장강도들.

손가락 하나 제대로 못쓰는 스미스는 또다시 당근으로 총을 쏴대는 초절정 필살기를 보여주며

엔딩 크레딧의 서막을 울린다.


<주인공의 초강력 신공, 당근 찌르기>

#3. 황당 액션의 진수 - 당근 액션

이 영화가 매력적인 점은 단순히 하드보일드 액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천수만발의 총알이 날라다니고 시뻘건 피가 홍수를 이루지만,

정작 이 영화는 컬트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할 정도로 우습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아기에게 방탄조끼를 입히지를 않나, 내내 씹어먹는 당근으로 사람을 죽이기까지를 않나,

게다가 자신의 손가을 태워 총알을 날리고는 불붙은 손가락을 입바람으로 끄는 설정이란.

이러한 유머와 재치는 엔딩 크레딧 내내 이어져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배경 화면을 보면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더더욱 우스운 한 가지 장면.

주인공이 계속 씹어대는 당근. 이 당근을 총질 도중에도 습득하는데,

거리의 노점상에서 당근을 습득하게 되는 장면에서,

우리는 뚜렷하게 적혀 있는 글귀를 보게 된다.

"포도", "당근".

그렇다. 주인공이 먹은 당근은 아마도 한국산일 가능성이 높다.

역시 좋은 건 알아보는 주인공. 눈에도 좋다는 의학적 해석까지 놓치질 않는 쎈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근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매트릭스 이후 이런 황당발칙한 총기난사 액션은 없다>


클라이브 오웬이 보여준 연기는 그야말로 퍼펙트.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당근을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화가 나든 재미가 있든 늘 그 표정 그대로 악당들을 썰어버리는 주인공 스미스.

클라이브 오웬의 연기는 여기에 아주 잘 녹아들어서, 이 시대 최고의 엽기 킬러 캐릭터 전문 배우로

군림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비슷한 컬러를 보여준 신 시티에서도 오웬은 내내 무표정하지만 침착하고 냉정한 총잡이로 분했는데,

어쩌면 오웬은 오히려 웃거나 울거나 하는 표정연기가 약한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본 골든에이지, 그리고 카리스마 백배의 킹 아더와 같은 고전작에서조차도

오웬은 시종일관 그 표정 그대로....그야말로 로보트같다고나 할까.

어쨌든 슛뎀업 2탄이 나온다 해도 오웬의 색깔은 변함이 없으리라.


<악당의 고정관념을 철저히 뭉게버린 헤르츠 역의 폴 지아매티>

#4. 푸근한 뱃살의 악당 - 폴 지아매티의 열연

흔히 하드보일드 액션에서의 악당이라 함은 주인공 못지않게 총질도 잘하고 잔인하고 냉철하고,

그만큼 생긴것도 어느정도 먹어줘야 하는 것이 정설이거늘.

이 작품의 악당 헤르츠는 그와는 약간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언뜻 보면 배나온 대머리의 후덕한 옆집 아저씨.

설정상 아주 명석하고 냉철한, 전직 특수범죄수사단 출신의 헤르츠는

총질 중에도 전화온 아내에게 다정하게 수다를 떠는

엉뚱한 악당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악당 치고는 별로 밉지도 않고, 오히려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도 걸려온 아내의 전화를 받으며,

아내가 이혼하자고 하는 말에 나름 눈물을 자아내게 만드는 밉지 않은 악당 헤르츠.

폴 지아매티였기에 가능한 역활이었으리라.

전반적으로 모니카 벨루치가 보여준 역할은 작아서

그저 아기 들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신세 정도?

많이 늙었다는 생각에 세월을 원망하게 된다.

너무나도 독특한 컬러와 재미로 나의 심금을 울린 슛뎀업.

2탄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그의 당근질을 기대해본다.


posted by 미까 2008. 5. 16. 13:07

삼국지 - 용의 부활 (三國志 - 見龍卸甲)

중국 고전 사상 최고의 작품을 꼽는다면 그것은 단연 삼국지일 것이다.

위, 촉, 오 삼국이 정립하는 난세의 전장 속에서 이름을 떨친 수많은 영웅 호걸들.

약 50년에 걸친 짧은 역사의 한 순간이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수많은 교훈과 영웅담이 존재한다.

그러한 삼국지의 거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영화화하려는 작품이 바로 유덕화의 "삼국지-용의 부활" 되겠다.


<국내판 포스터와 해외판 포스터. 분위기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 작품은 유명 배우를 등장시켜 삼국지를 멋드러지게 영화화했다는 점에 의의가 크겠지만,

아쉽게도 삼국지의 장대한 이야기를 기대한 팬들에게는 실망스런 작품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부제 "용의부활"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용, 즉 조자룡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지의 원래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를 비롯하여 제갈량, 조조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벌렁한 인물들이 이 작품에서는 엑스트라급에 가까울 뿐이다.

그나마 조자룡이라는 무패장군의 영웅담을 중심으로 인간사에 대한 나름의 철학을 꽃피우려 했던

어찌보면 액션영화라기 보다는 철학영화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액션장면은 많지 않고, 요상한 편집기법을 이용해 재빠르게 넘어가는 특성이 다분하다.


<영화의 두 주인공, 조운과 조영. 같은 조씨끼리 싸운다. 물론 한자는 다르다>

#1. 스토리 - 조자룡의 TV 인생극장

스토리는 조운이 세상에 이름을 날리기 전의 모습부터 출발한다.

유비의 의용군 모집 포스터를 보고 "저 꼭 가고 싶습니다!"를 외치며 의용군에 자원입대한 조운.

당시 입영담당관인 나평안은 조운이 상산 출신임을 알고, 자신과 동향인 조운과 가까워지게 된다.

이후 유비가 난세의 통일을 위해 세력을 확장해 가면서 조운도 일개 군사로 싸워나가게 된다.

유비가 천하의 기재 제갈량을 얻은 직후 일어나게 되는 역사적 사건, 박망파 전투에서

조운과 나평안은 이미 쫄따구로 박망파 사수를 맡고 있었다.

하후돈이 이끄는 초강력 기갑부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속수무책에 빠진 유비군.

이 때 한가롭게 밥이나 퍼먹고 있던 후줄그레한 선비가 유비군에게 쫄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에 유비군은 그 선비를 겁대가리가 가출한 놈이라고 놀리는 가운데,

"조조군은 유비군 중한 명을 두려워하므로, 이기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과 함께,

나이트 웨이터라도 되는 마냥 "제갈량"이라 적힌 명함을 보이며 자신을 소개한다.


조운과 나평안이 중심이 된 상산출신 병사들이 적의 한가운데를 돌파하는 별동대가 되어

한 밤중 제갈량의 계책에 따라 적의 진지를 습격하고,

이에 우왕자왕하는 조조군에 좌, 우에서 유비군이 가세하여 개떡을 만들게 된다.

박망파 전투에서의 승리를 뒤로 하고, 뚜껑열린 조조가 직접 진두하여 진격하는 대군세에 밀려

난민들을 이끌고 느릿느릿 도망가는 유비군.

박망파 전투에서의 공로를 치하받아 유비군의 핵심 보디가드가 된 상산출신 별동대원은,

조운의 출세를 시기하는 나평안의 띨뻥한 짓거리때문에 유비의 두 와이프를 잃고 만다.

와이프의 생사보다도 민생이 더 중요한 유비에게 조운이 달려가 와이프를 구해올 것을 자청하고,

어디서 굴러먹던 개뼉다구냐는 둥 싱겁게 쳐다본 관우와 장비가 조운보고 꺼지라고 하였으나,

조운은 이들과의 무력 대결로 실력을 인정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유비의 전갑을 하사받는다.

관우와 장비의 도움으로 전장까지 달려나간 조운은, 이후 홀홀단신하며 유비의 두 와이프와 아두를 찾고,

그 전쟁통 속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아두만을 전갑으로 질끈 동여맨 채 조조군과 맞닥뜨리게 된다.

조운의 전설이 되어버린 장판파 전투에서, 조운은 수많은 조조군을 무찌르며 오히려 조조앞으로 돌진

조조의 보물 중 하나인 청홍검을 빼앗으며 그를 조롱하고,

또다시 뚜껑열린 조조 앞에서 껄껄껄 웃어대며 탈출을 하는 조운.

자신의 할아버지가 적의 일개 장수에게 테러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조조의 손녀 조영은

그때부터 복수심을 불태우게 되었다.

이후 전장에서 단 한차례도 패하지 않으며 수많은 공로를 쌓은 조운은

관우, 장비, 황충, 마초와 함께 5호대장군에 임명되고,

수많은 세월이 흐른 가운데, 선제 유비가 죽고 5호대장군도 모두 전사한 가운데,

제갈량의 북벌 출사와 함께 최후의 전투를 치르러 나간다.

아버지의 복수심에 불타는 열혈청년 관흥과 장포, 그리고 자신의 심복인 등지를 거느리고

진정한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하여 조조군을 향해 진군하는 조운.

제갈량의 계책에 따라 두 패로 갈라진 조운군은, 등지와 함께 봉명산으로 향한다.

봉명산은 조운이 의용군 자원입대를 하였던 추억의 장소.

그 곳에서 일생일대 최후의 적, 어느덧 시집갈 나이가 되어버린 조조의 손녀 조영과 만난다.

할아버지를 대신해 조운을 사로잡겠다는 조영의 끈질긴 복수심과,

자신이 북벌의 선봉이 아니고 미끼가 되었음을 알게 된 조운의 비장함 속에서

조운은 다른 쪽으로 돌아간 아군이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봉명산을 사수한다.

하지만 조영의 두뇌가 뛰어나서였을까?

아니면 제갈량의 아무도 모르는 다른 계책이 있었던 것이었을까?

기다리던 관흥, 장포군은 이미 조조군에게 갈기갈기찢긴 상태였고,

결국 수세에 몰려 포위된 채 최후의 전투가 남아있음을 직감한 조운은

일평생 그와 함께 하였으나 항상 그의 그림자에 밀려 출세도 못했던 나평안에게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애초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말을 꺼내며,

일생동안 전장에선 단 한번도 벗지 않았던 유니크아이템 유비's 전갑을 벗으며,

조영군 앞으로 홀로 달려나간다.


<백발이 성성한 조운. 유일하게 생존한 5호대장군으로서 북벌에 참가한다>

#2. 역사의 왜곡 - 조자룡 띄어주기

이 영화의 스토리는 실제 역사와 상당부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조운이 유비군에 가담하게 된 경로가 다르다.

역사에서는 조운이 공손찬 휘하에서 카우보이 노릇을 하다가, 공손찬이 원소군에 패한 후

자신이 평소 흠모하던 유비에게 달려가 유비의 장수가 될 것을 자청한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애초부터 일개 병사로 자원입대하여 성실히 군복무를 행하다가

박망파 전투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특진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두 번째로, 장판파 전투에서의 활약상이 조금 다르다.

청홍검을 빼앗는 부분이 역사에서는 하후은을 죽이면서 얻게 되는데,

영화에서는 조조가 직접 들고 조운에게 대들다가 조운이 되려 빼앗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역사에서는 장판파때 이미 조운이 유비에게 중용되고 있었으나,

영화에서는 무명의 병사였다가 자청하여 발탁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세 번째로, 봉명산 전투의 내용이 다르다.

봉명산 전투는 제갈량의 북벌 당시 위군과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전투인데,

사실 이 전투에서 조영이라는 인물은 나타나지 않는다.

조영은 영화에서 만들어낸 가상인물로, 실제로는 조운군이 한덕군과 맞서 싸우게 된다.

이 전투에서 물론 제갈량과 조운의 파워에 촉군이 승승장구하게 되지만,

조운은 실제로 전투 중에 전사한 것이 아니라 노환으로 진중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논란거리가 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실제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북벌군을 편성할 당시 제갈공명은

조자룡의 나이를 염두에 두어 그에게 임무를 맡기지 않았다.

하지만 촉의 오호장군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제갈량과 함께 남만정벌에 큰 공을 세우기도 했던 조운은

출전을 요청하고 공명도 그의 뜻을 받아들여 등지를 부장에 두고 5천 군사를 주어

그에게 선봉의 임무를 맡긴다.

이에 위의 대장을 맡은 하후무는 자신의 네 아들과 함께 한덕을 선봉으로 삼아 조운에 맞서게 했다.

하지만 결국 영화에서와 같이 한덕의 네 아들은 조운에 의해 제압당했는데

영화와 달리 둘째인 한요는 사로잡았고, 나머지 세 아들인

한영, 한경, 한기는 모두 조운에 의해 죽음을 면치 못했다.

또한 한덕 역시 하후무의 질책에 부끄럼을 참지 못하고

조운과 교합을 벌이지만 결국 그도 창에 찔려 죽었다.

한편, 그 뒤로 봉명산에 진을 친 하후무의 참군 정욱의 아들 정무가 세운 계책에 빠진 조운은

위군의 매복군에 둘러싸여 고립되는 위기에 처했지만

관우와 장비의 아들인 관흥과 장포로부터 구출되었고,

그 뒤로 전투에 앞장서며 혁혁한 공을 세우다 후에 제갈량의 명을 어긴 마속으로 인해

중요한 고지였던 가정(街亭)을 위의 사마의에게 뺏긴 후, 결국 제갈량은 한중으로 귀환했다.

이때 조운은 마지막까지 후방을 사수했으며 후에 제갈량이 직접 이 공을 치하했다.

또한 그 후, 명을 어긴 마속을 문책한 제갈량이 결국 그를 처형하라 명한 뒤, 통곡했으며

이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유래가 되기도 했다.

그 후, 한중에서 북벌을 위해 제갈량이 군대를 조직하는 중에 조운은 천수를 다했고,

그가 죽던 날 제갈량의 집 앞뜰 소나무 가지가 부러졌다고 한다.

그 후로 북벌을 거듭하는 제갈량과 그에 맞서는 사마의의 전투가 거듭된다.

한편, 1차 북벌 당시 제갈량은 마속을 잃은 대신

강유를 얻었으며 강유는 훗날 제갈량의 뒤를 잇는다.

그리고,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조운과 함께 하는 나평안이라는 인물도

실제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삼국지에서 등장하는 인물은 아니며,

영화에서 조운과 함께 최후를 마치는 등지의 경우에도

실제로는 무장이라기 보다는 문관에 가까운 인물로, 제갈량이 중용하였다.


<봉명산에서 최후의 전투를 기다리는 조운과 나평안, 그리고 등지>


영화에서 장수들이 입고 나오는 투구와 전포를 보면 알겠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삼국시대의 것들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투구는 1차 대전 영국군의 투구처럼 접시를 뒤집어 엎은 것처럼 생겼는데,

원래 삽화나 이미지에서 나오는 삼국 시대의 투구는 그리스/로마 타입이 아니었던가?

모양이 저렇다보니, 사자투구로 유명한 마초의 투구도 결국 사자대가리는 보이지도 않고 접시에 불과한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 역사적 고증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은 7월에 개봉될 <삼국지-적벽대전>을 보면 확인될 수 있으리라.


<전투 중 한가롭게 비파나 뚜들기고 있는 조영>

#3.삼국지를 모른다는 매기 큐는 왜 출연한거지?


조조의 손녀 조영 역할을 한 매기 큐는,

사실 이 영화를 찍기 전에 삼국지를 한번도 못읽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만들기도 하였다.

어쨌거나, 가상의 인물이었던 만큼 조영 역은 아무렇게나 연기해도 되었으리라.

그렇기에 조영의 모습은 삼국지에서 가뜩이나 등장안하는 여성장수에 대해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고 할 수 있겠다.

모습이 귀부인타입이라고 해서 결코 가볍게 볼 인물이 아닌 조영.

누구의 자식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조조의 손녀인 이상 지력도 뛰어나고,

무력도 조운과 막상막하일 정도로 뛰어난 여장수이다.

영화에서의 직위는 도독으로, 오군의 마스코트였던 주유와 대등한 직위를 가진 것을 보면,

그만큼 걸출한 인물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듯 하다.

영화에서 조영과 조운이 일기토를 벌이는데, 의외로 이 장면은 연출이 뛰어나다.

언월도를 든 매기큐의 연기가 일품인데, 카리스마 짱! 포스 짱! 그야말로 멋지다.

조운도 창을 들고 폼잡는 모습 또한 일품인지라,

일기토 장면만큼은 이 영화의 베스트 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처음에는 냉철하고 침착하며 명석한 모습의 조영도,

일기토에서의 패배와, 청홍검을 돌려주는 조운의 조롱에 분개하여

결국 자신의 부하장수 한덕까지 매몰차게 죽이는 가미가제 전법을 보이는 조영.

역시 조조의 손녀답다는 생각이 든다.


<조운은 뛰어난 창술로 유명하지만, 정작 자신이 애용한 창의 이름은 없다>

#4. 들러리가 된 삼국지의 주인공들

항상 삼국지를 생각할 때 마다 떠오르는 생각은,

관우, 장비, 유비, 제갈량 등의 인물이 실제로는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사로 만들어지는 영화에서는 과연 어떻게 표현되었을까도 큰 관심사인데,

이 작품은 그런 기대에서 조금은 벗어난 면이 없지 않다.

잠깐 등장하는 관우와 장비, 유비는 그야말로 안습.

유비는 대사는 별로 없지만 그나마 근엄한 군주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장비는 털이 숭숭하지는 않지만 강렬한 인상으로 역시 연인장비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하지만 문제는 관우인데, 관우의 키가 9척에 가깝고 얼굴이 붉으며, 수염이 허리까지 닿았다고 하나

영화에서는 술취한 노숙자로 밖에는 보이지가 않는다.

관우 역을 맡은 배우가 한 때 무술영화에서 이름 날렸다는 적룡인데,

이제는 그도 늙어서 그다지 뽀대가 나질 않는다.

관우가 이정도인데, 여포가 등장하였다면 얼마나 더 안습이었을까.

제갈량은 첫 등장장면에서 특유의 여유와 입담을 보여주어 나름 기대에 찼는데,

문제는 북벌 출사를 거행할 때 보여준 모습이 너무도 초라했다는 것이다.

조운에게 북벌에서 나서지 말라고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대사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계책이 관흥과 장포군의 전멸로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부분에서는

제갈량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도 없네~라는 탄식을 만들어버릴 정도이다.

개인적으로 제갈량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필자로서는

분개하지 아니할 수 없는 설정이지만,

어쨌거나 영화 자체가 처음부터 배배 꼬인 허구적 설정이다 보니

그냥 참고 넘어가기로 하겠다.


<촉의 5호대장군으로 임명받는 조운. 흰색 전포가 압권이다>

#5. 조운에 대한 고찰

실제로 조운의 능력은 어땠을까?

삼국지를 게임화한 코에이의 대표작 삼국지 시리즈를 보면

초창기 조운의 능력치는 대략 다음과 같다.

지력 : 83, 무력 : 99, 매력 : 88

그야말로 3박자가 고루 갖춰진 엘리트 장수라고 할 수 있겠는데,

무력의 경우도 관우, 장비와 동급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조운에게 있어 출중한 무력은 가장 큰 장점이고,

그에 못지않게 높은 학문과 사람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조운을 가장 완벽한 장수로 묘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삼국지 시리즈가 후대로 오면서

조운의 능력에 대해 재평가하는 부분이 많았고,

조운이 분명 장판파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기는 하였으나,

다른 5호대장군들과 달리 쟁쟁한 적장수와 일기토를 벌인 일이 많지 않기에

무력에 대한 능력은 다소 평가절하되어가는 듯하다.

어찌되었건, 게임에서의 수치는 그야말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100% 확실한 자료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게임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지만,

5호대장군 중 가장 오래 생존하였고, 가장 많은 공을 세웠으며,

가장 멀쩡하게 최후를 마쳤다는 점에서도

조운은 그야말로 촉군의 장수 중 가장 모범스런 장수의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천하의 제갈량도 조운이 숨을 거두었을 때,

"이제 나의 오른팔이 떨어졌으니 그 누구를 믿는단 말인가"라고 탄식을 했겠는가.


<의외로 강렬한 카리스마와 비장한 모습으로 똘똘 뭉친 등지. 이정도 깡다구가 있었기에 손권 앞에서도 꿀리지 않았던가>

#6. 조연 등지의 주연급 활약


영화 후반부에서 상당한 비중을 보여주는 등지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자면,

실제 역사에서 등지가 처음 부각되는 것은 제갈량이 오와 협정을 맺기 위한 사절로 간택하면서부터이다.

선제 유비가 죽은 후 위의 사마의는 무려 5개 진군로를 통해 촉을 공격하게 되는데,

이 때 위와 손잡은 오의 군대를 막기 위해 제갈량은 오와 화촉을 맺기를 결정하나,

당시의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 만한 뛰어난 사절을 찾지 못해 고뇌했다고 한다.

이 때 손권의 마음을 바꾸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쉽다는 등지의 달변에,

제갈량은 "등지라면 능히 해낼 것이다"는 말과 함께 등지를 파견하여 결국 오와의 협정을 채결하게 된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등지는 문관에 가까운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문관이라고 해서 무력이 약하거나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실제 북벌때도 제갈량은 등지를 조운의 부장으로 삼아 보내기도 한다.

그만큼 등지는 촉의 후반부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장수이며,

제갈량에게 인정받은 몇 안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조영에게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맹세하는 한덕>

#7. 캐릭터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시도한 실험적 작품

삼국지를 영화화하는 것은 양날의 검과도 같이,

그 소재 자체는 방대하고 웅장함에도 불구, 잘못된 고증과 스크린화는 오히려 졸작으로 치부받을 수 있다.

삼국지-용의부활은 그런 점에서 팬들의 기대에 못미친 졸작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어쨌든 조운이라는 걸출한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인생의 진리에 대한 철학적 주제를 관철하려고 하였다는 점에서는

나름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액션영화로서는 빵점이지만,

깊은 주제의식을 가진 철학영화로서는 50점 정도 되겠다.

진정한 액션대하서사극으로서의 삼국지를 원한다면

곧 개봉할 "삼국지-적벽대전"을 기대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상산 조자룡의 진정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사진으로, 그의 위대함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