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미까 2008. 5. 19. 13:37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Shoot 'Em Up)

다이나믹울트라하드보일드무차별코믹액션영화.

이 영화의 장르를 표현하자면 이렇다.

억수로 긴 수식어이긴 하지만, 결국 이런 짬뽕영화는 컬트의 범주에 들어가기 마련.

필자가 엄청 좋아라하는 컬트식 액션 영화가 한편 있으니.

바로 슛뎀업! 되겠다.

<별로 정성이 안 담겨 보이는 포스터. 원래 이런 영화는 정성이 별로 안 담겨있다>

#1.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 - 알짜배기 B급 영화

포스터만 보고는 그저 그런 액션영화겠거니 생각되는 영화.

하지만, 캐스팅에 있어서는 나름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무차별총기난사의 주범 스미스 역의 클라이브 오웬.

스미스를 도와 요상한 돈벌이까지 하는 A급 창녀 퀸타나역의 모니카 벨루치.

후덕한 옆집 아저씨처럼 보이지만 명석하고 냉철한 추격자 헤르츠 역의 폴 지아매티.

클라이브 오웬은 골든에이지까지는 멋드러지는 고전 스타일 액션남으로 괜찮았는데,

신 시티 이후 독특한 캐릭터의 총잡이 역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것 같아 조금은 서운했지만

그나마 무표정한 얼굴로 코믹한 연출을 보여준 이번 작품에서는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모니카 벨루치는 워낙 그렇게 생긴 미모답게 맨날 야시스런 캐릭터로만 나오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주름잡힌 얼굴을 애써 감추며 만족할만한 애로틱연기를 선보였다.

폴 지아매티는 사실 잘 몰랐는데, 알고보니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다리를 절며 주인공들을 잠깐 도우는 미군 장교로 나오는 아저씨였다.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여유있고 재미가 넘치는 타입인데,

이런 영화에서 냉철한 악당이라니. 대머리 똥자루 악당이라.....


<시작부터 끝까지 총싸움질로 도배를 해버리는 영화. 이 모든 총질의 중심에 저 아기가 있슙니다~~>

#2. 스토리 -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나이의 이유 불문 총기난사액션


이 영화의 스토리와 설정은 그야말로 황당.

하지만 나름 사회비판적 메시지도 담겨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적한 도시의 밤거리.

홀로 당근을 씹어먹고 계시는 아저씨가 있다.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아저씨 앞을 지나가는 만삭의 여인과 그를 쫓는 여러 무리의 가죽잠바 사내들.

처음에는 무시해버리지만 여자의 비명소리와 총을 꺼내드는 가죽잠바 사내들의 짓거리에

눈썹 꿈틀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들에게 다가간다.

씹던 당근으로 가볍게 사내들을 물리치는 신공을 보여준 아저씨는

또다시 쫓아오는 무리들을 피해 만삭의 여인을 데리고 도망가던 도중,

여인의 배에서 아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그대로 산파로 변신,

총질과 산파질을 동시에 해보이는 멀티프로세서의 위력을 선보이며,

마침내 아기를 무사히 받아내지만, 안타깝게도 산모는 피탄에 맞아 숨지고 만다.

이후 아기를 안고 거리를 걷게 된 아저씨의 이름은 스미스.

그것도 분명치 않은 이름이다.

스미스가 찾아가서 공갈사기를 통해 아기를 떠넘기려 했던 A급 창녀 퀸타나가 들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퀸타나는 스미스의 부탁을 거절하지만, 스미스의 뒤를 쫓은 무리들의 행동대장 대머리 헤르츠가

퀸타를 습격하게 되고, 스미스는 또다시 놀라운 실력으로 헤르츠를 비롯하여 일당을 소탕한다.

졸지에 무차별총기살인의 중심에 서게 된퀸타나와 스미스.

둘은 이 모든 것이 아기때문에 비롯되었음을 알고, 왜 아기를 죽이려하는지를 파헤치게 된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헤르츠는 다시 부하들을 모아 스미스를 노리고,

스미스는헤르츠의 뒤를 캐그의 배후에 해머슨 총기회사의 사장이 있음을 안다.

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었으니. 왜 총기회사 사장이 아기를 죽이려 할까?

조사 도중아기가 태어난 곳을 어처구니없는 직감으로 알게 되고 그곳을 찾아가지만,

이미 다른 조직의 일원이 현장을 박살내버리고 떠난다.

결국 한 쪽은 아기를 빼앗으려 하고, 다른 한 쪽은 아기를 죽이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미스.

그러던 중, 렛러지 상원의원이 총기규제를 공약으로 내세워 경선에 출마한다는 것을 알고,

이것이 상원의원과 이를 반대하려는 총기회사 사장간의 다툼이라는 것 까지 파악.

더욱이 아기는 상원의원의 건강 때문에 골수를 이식하기로 한 일종의 실험체.

이에 분노한 스미스는 정의실현을 꿈꾸지만, 상원의원과 헤르츠가 한 패인 것을 안 직후

상원의원 제거에는 성공하지만 이내 헤르츠에게 잡히고 만다.

오른손가락이 모두 부러지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자존심을 지킨 스미스는,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으로 적들을 무찌르고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총을 쏠 수도 없는 상태의 스미스 앞에

최후의 적 헤르츠가 등장한다.

총을 들 수 없는 스미스는 자신에게 총구를 겨냥한 헤르츠에게 비장의 기술

손가락으로 직접 총알 터뜨리기의 신공을 보여주며

황당한 기술에 넋을 잃은 헤르츠를 고이 저세상으로 보내주고,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다.

어디로 도망갔는지도 모를 퀸타나와 아기 올리버를 찾던 스미스는

열손가락 모두 석고깁스를 한 상태로 이곳 저곳을 누비던 중

시골 어느 식당에서 그 둘을 발견하고 기쁨의 격렬한 키스를 나눈다.

그런데 갑자기 식당으로 들어선 거지출신 무장강도들.

손가락 하나 제대로 못쓰는 스미스는 또다시 당근으로 총을 쏴대는 초절정 필살기를 보여주며

엔딩 크레딧의 서막을 울린다.


<주인공의 초강력 신공, 당근 찌르기>

#3. 황당 액션의 진수 - 당근 액션

이 영화가 매력적인 점은 단순히 하드보일드 액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천수만발의 총알이 날라다니고 시뻘건 피가 홍수를 이루지만,

정작 이 영화는 컬트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할 정도로 우습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아기에게 방탄조끼를 입히지를 않나, 내내 씹어먹는 당근으로 사람을 죽이기까지를 않나,

게다가 자신의 손가을 태워 총알을 날리고는 불붙은 손가락을 입바람으로 끄는 설정이란.

이러한 유머와 재치는 엔딩 크레딧 내내 이어져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에도

배경 화면을 보면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더더욱 우스운 한 가지 장면.

주인공이 계속 씹어대는 당근. 이 당근을 총질 도중에도 습득하는데,

거리의 노점상에서 당근을 습득하게 되는 장면에서,

우리는 뚜렷하게 적혀 있는 글귀를 보게 된다.

"포도", "당근".

그렇다. 주인공이 먹은 당근은 아마도 한국산일 가능성이 높다.

역시 좋은 건 알아보는 주인공. 눈에도 좋다는 의학적 해석까지 놓치질 않는 쎈쓰!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근을 사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매트릭스 이후 이런 황당발칙한 총기난사 액션은 없다>


클라이브 오웬이 보여준 연기는 그야말로 퍼펙트.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당근을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화가 나든 재미가 있든 늘 그 표정 그대로 악당들을 썰어버리는 주인공 스미스.

클라이브 오웬의 연기는 여기에 아주 잘 녹아들어서, 이 시대 최고의 엽기 킬러 캐릭터 전문 배우로

군림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비슷한 컬러를 보여준 신 시티에서도 오웬은 내내 무표정하지만 침착하고 냉정한 총잡이로 분했는데,

어쩌면 오웬은 오히려 웃거나 울거나 하는 표정연기가 약한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본 골든에이지, 그리고 카리스마 백배의 킹 아더와 같은 고전작에서조차도

오웬은 시종일관 그 표정 그대로....그야말로 로보트같다고나 할까.

어쨌든 슛뎀업 2탄이 나온다 해도 오웬의 색깔은 변함이 없으리라.


<악당의 고정관념을 철저히 뭉게버린 헤르츠 역의 폴 지아매티>

#4. 푸근한 뱃살의 악당 - 폴 지아매티의 열연

흔히 하드보일드 액션에서의 악당이라 함은 주인공 못지않게 총질도 잘하고 잔인하고 냉철하고,

그만큼 생긴것도 어느정도 먹어줘야 하는 것이 정설이거늘.

이 작품의 악당 헤르츠는 그와는 약간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언뜻 보면 배나온 대머리의 후덕한 옆집 아저씨.

설정상 아주 명석하고 냉철한, 전직 특수범죄수사단 출신의 헤르츠는

총질 중에도 전화온 아내에게 다정하게 수다를 떠는

엉뚱한 악당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악당 치고는 별로 밉지도 않고, 오히려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고나 할까?


어쨌든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도 걸려온 아내의 전화를 받으며,

아내가 이혼하자고 하는 말에 나름 눈물을 자아내게 만드는 밉지 않은 악당 헤르츠.

폴 지아매티였기에 가능한 역활이었으리라.

전반적으로 모니카 벨루치가 보여준 역할은 작아서

그저 아기 들고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신세 정도?

많이 늙었다는 생각에 세월을 원망하게 된다.

너무나도 독특한 컬러와 재미로 나의 심금을 울린 슛뎀업.

2탄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적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그의 당근질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