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핑퐁 (Balls of Fury)
한국 영화에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 있다면, 외국 영화에는 "분노의 핑퐁" 있겠다.
그만큼 분노의 핑퐁은 스포츠에 대한 남다른 인식을 가져온 영화라고나 할까.
<당췌 이해가 쉽사리 안되는 포스터>
포스터를 보는 순간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예 2008 베이징올림픽 비공식 코미디라는 타이틀을 걸어 가공할만한 위력에 기대를 걸게 만든다.
대충 보면 3류 저질 코미디로 치부될 수 있으나, 등장인물을 보면 1류 영화 못지 않은 캐스팅을 자랑한다.
아시아에서 세계 스타로 발돋움한 매기 큐,
배트맨 2, 슬리피 할로우 등에서 두루 악역을 소화한 크리스토퍼 월켄.
드래곤에서 이소룡 역으로 분한 중국인 배우(이름이 생각 안남)까지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쎈세이션!!
이 정도만 해도 벌써 이블데드에 버금가는 레벨은 도달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 이번 작에서 처음 주연을 맡은 신인 애덤 밥로우는
지저분한 외모와 엉뚱한 몸개그로 나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 랜디 역을 맡은 애덤 밥로우>
#1. 스토리 - 탁구 천재의 파란만장 황당 스토리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88서울 올림픽 때 금메달을 조국에 안겨주리라 기대했던 탁구신동 랜디는
결승전에서 만난 독일 선수와의 대결에서 어처구니없게도 패배하고 만다.
아들이 이기리라 믿으며 배팅을 했던 아버지는 아들의 패배에 죽임을 당하고,
이에 충격받는 랜디는 두번다시 탁구와 인연을 쌓지 않는다.
그로부터 수년 후 청년이 된 랜디는 어느 날 찾아온 FBI 요원에 의하여
세계 평화를 위해 탁구를 쳐 줄 것을 권유받는다.
황당한 제안에도 불구 랜디는 다시 한번 탁구채를 잡지만,
실력은 이미 과거가 된지 오래. 동네 탁구대회에서 보기좋게 망신당한 랜디는
FBI요원의 도움으로 전설의 탁구선생을 찾아가서 탁구를 배우게 된다.
동양적인 신비로 가득한 전설의 탁구선생은 랜디를 거부하지만,
탁구장에서 알바로 뛰는 매기 큐의 미모에 반해 열정을 쏟는 랜디에게 진정으로 탁구를 가르치게 된다.
랜디와 탁구스승의 공통 목적은 단 하나.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탁구귀재이자 악당 팽을 물리치는 것.
이를 위해 끝없는 노력 끝에 마침내 팽의 본거지에 들어간 랜디와 일행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계속해서 사고를 몰고 다닌다.
그러던 중 과거에 자신을 농락했던 독일 선수를 다시 만난 랜디는
탁구에 대한 열정과 분노를 폭발시키며 팽과의 최후의 대결을 펼친다.
대결 방법은 데쓰매치. 탁구공을 놓치게 되면 감전이 일어나고
3번 이상 실패하면 고압전류에 의하며 목숨을 잃는 위험한 대결.
하지만 늘 그렇듯 선의 편인 주인공이 이기고 악당 팽의 몰락과 함께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뻔한 스토리.
<럭셔리 퓨전 빠숑 악당팽 역을 소화한 크리스토퍼 월켄. 악당의 모습이 이따구다>
#2. 그나마 웃을 거리가 있는 유머 코드
이 영화의 재미는 탁구라는 스포츠 소재를매우 엽기적이고도 지저분한 개그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미국식 쓰레기 개그와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 설정은 그야말로어쨌든 웃음짓게 만드는 가장 큰요인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유독 한국의 영화애호가들에게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영화 시작부터 친숙하게 울려퍼지는 한글 음성 때문이리라.
재미있게도,영화 도입부의 설정은 88 서울 올림픽이다.
그래서 엑스트라를 비롯해서세트의 설정이 모두 한국식으로 되어 있다.
한글 신문도 등장하는데, 꼼꼼히 따져보았더니 한글 구성의 퀄리티도 꽤 높았다.
어쩌면 이 영화에 한국인의 영향력이 과시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건데, 유독 동양인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인지라
사실 그들 중 대부분이 한국인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재미있게도 악당 팽의 측근으로 등장하는 북한군 캐릭터가 있는데,
아주 능수능란하게 북한 말을 쓰는 것이었다!!!!
대사인 즉슨 "여기 화장실이 어데요? 오줌마려 죽갔시요" 대략 이렇다.
정말 한국인이 아니고서는 웃음을 금치 않을 수 없는 대목이겠다.
이게 끝이 아니다. 영화 막판에 팽의 궁전이 무너지기 직전 도망치는 군중 들 속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FBI 요원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야 이 병신들아. 폭탄이 설치된거 안보여? 빨리 도망치란 말야!" 대략 이렇다.
정말 데끼리 아닐 수 없다.
정말이지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던 저질 미국 코미디 영화에서 한국인의 저력이 드러날 줄이야.
어쨌거나 간만에 킬링타임 무비를 건지게 되어 내 인생의 아주 짧은 순간을 웃음으로 보낼 수 있었다.
<섹시함으로 승부하려 했으나 빈약한 몸으로 인해 실패하고 만 매기 큐>
마지막으로, 왜 이런 쓰레기 영화에 매기 큐가 출연했는지 도통 이해가 안 간다.
나름 섹시하면서도 강인한 컨셉으로 배역을 이끌어가지만,
아무리 봐도 섹시함보다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신체조건으로 인하여 눈물만 글썽일 뿐이다.
덧붙여, 최근에 "삼국지 - 용의 부활"에 출연한 매기 큐의 한 마디가 심금을 울린다.
"태어나서 삼국지를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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