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미까 2009. 5. 29. 10:40

엑스맨 탄생 : 울버린 (X-Men Origins : Wolverine)

<엑스맨의 초막강 캐릭터 울버린을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

#1. 울버린, 그는 원초적으로 고뇌로 가득한 인물이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 카프카의 변신

카프카의 대표작 변신을 보면

주인공 고르고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면서

자신의 몸에 변화가 생겼음을 깨닫게 된다.

하루 사이에 바퀴벌레가 되어 버린 고르고.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게 되는 고통스러운 삶의 이면.

주인공에게 닥친 일련의 신체적 변화가 가져오는

비극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늘 새롭고 신선할 것만 같은 변화가

과연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기도 한다.

미국에서 연재된 마블의 대표적인 만화 엑스맨의 주인공들도

바로 이러한 고르고의 모순을 간직한 인물들이다.

갑작스레 진행된 인류의 유전자 변이.

그로 인해 탄생한 돌연변이 생명체들.

모두가 보통 인간을 뛰어 넘는 특수한 능력을 지녔지만,

사회로부터 차별당하고 소외 당해야 하는 아픔을 지닌 존재들.

결코 화려하지만 않은 돌연변이 초능력자들의 얘기를 다룬 엑스맨은

우리가 결코 가볍게 보고 넘어가야 할 작품은 아니다.

<형보다 나은 동생 없다지만, 이 두 형제는 동생이 더 낫다>

수 많은 엑스맨의 등장 인물들 중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이중적인 가치를 지니는 인물이 바로 울버린 되겠다.

원작에서는 촌티나는 코스튬과 물불안가리는 성질 머리로

나름 까다로운 캐릭터신세였으나,

울버린이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갈등에 나름 삘을 받았던지,

영화에서는 덜커덕 주인공 자리를 꿰차게 되었다.

그러면서 더욱 강화된 인간적 갈등의 면모와 외모.

특히나 휴 잭맨의 섹시한 매력까지 200% 싱크로된 완벽한 캐릭터 울버린.

그의 영화속 숨은 이야기가 모두 파헤쳐진 작품

<엑스맨탄생 : 울버린>을 살펴보겠다.

#2. 울버린에 대한 고찰

일단 원작의 울버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고찰을 해보겠다.

원작을 접하기 어려운 한국 팬이라면 영화의 울버린만 보고

원작과 동일하다고 오해할 여지가 상당히 크다.

하지만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축소하고,

게다가 원작의 여러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존재를

영화에서는 오직 하나의 메인 캐릭터로 가져오다 보니

설정 상의 변화가 꽤 존재한다.

<역시 목욕은 반신욕이 최고여!!>

울버린은 원작에서 처음부터 등장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최초 등장은 엑스맨이 아닌 전혀 엉뚱한 작품이었으니,

그것이 바로 인크레더블 헐크였다.

헐크 만화판 181회에서 악당으로 등장하였는데,

정말 쌩뚱맞지 않은가?

늑대같이 난폭한 돌연변이 악당 울버린에 맞서 싸우는 녹색 아저씨 헐크.

(참고로 헐크는 회색이 원래 색깔이나 인쇄상의 어려움으로 녹색이 되어버렸다)

그러다가 나름 매력을 느꼈던지 원작자인 스탠 리 할아버지가

덜커덕 엑스맨에 등장을 시켜버렸다.

그래서 졸지에 대머리 자비에 교수님의

똘마니들로 구성된 엑스맨의 멤버가 된 것.

우습게도 악당으로 등장했다가 선한 편으로 재등장하게 된 것은

그만큼 울버린의 잠재된 캐릭터적 가치가 컸다는 것일지도.

이후 매그니토를 중심으로 한 브라더후드에 대항하는

선한 세력 엑스맨의 일원으로 대활약하는 울버린은,

때로는 가차없이 난폭한 늑대본성의 사나이로,

때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뇌하는

인간으로 그려지며 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3. 영화 엑스맨 시리즈 되새김질

어쨌든 원작에서도 꽤나 껌 좀 씹어주었다는 울버린이

영화에서는 대체 어떻게 업그레이드된 것일까?

일단 이미 개봉된 엑스맨 1, 2, 3편을 대충 훑어보자.

여기서는 주인공 울버린의 관점으로 핵심만 짚고 넘어가겠다.

<영원한 라이벌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의 오리지널 일러스트. 둘 다 괴물이다>

1편에서 세상은 갑작스레 늘어나는 돌연변이들에 의해

시끄러운 상황이 되었고, 인간을 증오하는 매그니토에 의해

돌연변이들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집단이 결성된다.

이에 대항하고자 형성된 또 다른 돌연변이 집단 엑스맨은

매그니토가 울버린에게 접근하자 울버린을 구출하고

액스멘의 일원으로 참여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깡다구 있는 울버린은 계속 안티하게 행동하지만,

나름 매력적인 여성 돌연변이 학자 진의 매력에 푹 빠져

자기도 모르게 엑스맨의 한 축이 되어버린다.

엑스맨 일당은 매그니토가 왜 울버린에 집착하는가에 대해 다같이 고민하지만,

정작 매그니토는 울버린이 아닌 로그에 관심이 있었던 것.

결국 뒤통수 제대로 얻어맞은 울버린은 개분노하고

마침내 매그니토의 음모를 괴멸시키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울버린의 과거는 무엇?

2편에서는 울버린의 과거를 추적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돌연변이라면 닥치는 대로 잡아 없애려고 하는 스트라이커 대령이 등장하면서,

엑스맨과 브라더후드는 공통된 위험에 빠지게 되고,

이를 타계하고자 일시적인 연합 전선을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울버린 앞에 등장한 스트라이커 대령은

울버린의 과거를 알고 있는 듯이 말하고,

울버린은 이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스트라이커의 돌연변이 말살 정책이 밝혀지고,

이에 맞서는 용감한 깡다구 사나이 울버린.

결국 자신이 스트라이커 대령의 모종의 비밀 실험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울버린은 자신의 과거를 증오하면서

닥치는대로 박살내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쓰라린 과거에 종지부를 찍으려던 찰나,

엑스맨들을 구하고 숭고하게 희생하는 진을 향해 울부짖는 울버린.

대충 재밌게 흘러가던 시리즈물이 3편에서는

어떻게든 종지부를 찍어야 했기에 극단적인 설정을 가져오고야 말았다.

인류가 드디어 돌연변이 치료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이에 위험을 느낀 브라더후드는 치료약을 없애고

인류를 작살내기 위해 최후의 대결을 벌이게 된다.

밥줄 끊기기 두려운 엑스맨들이기에 역시 브라더후드에 대항하여

인류의 공존과 평화를 선택하게 되고, 악의 화신 피닉스로 부활한 진을

사랑의 힘으로 달래며 최후의 결전에 종지부를 찍게 되는

울버린의 대 활약. 그리고 어이없게도 치료약을 맞아버린 매그니토는

그 이후 파고다공원에서 체스나 두는 신세로 전락하고,

세상은 다시 인간과 인간을 지키는 선한 돌연변이들의 세계가 되고 만다.

하지만 사랑했던 여인 진을 잃은 슬픔에 울버린은 다시 여행을 훌쩍 떠난다.

(막판에 매그니토의 능력이 부활했음직한 암시를 던져 4부를 예고하기도 한다.)

<밤송이를 까라면 까란 말이다!! 군대가서 개념없다고 줘터지는 두 형제>

, 이렇게 전개된 3부작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원작과 많이 틀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2편에서 매우 흥미롭게 다뤄진 울버린의 과거에 대해

많은 팬들의 기대가 한층 커진 것은 사실이다.

실제 원작에서도 울버린이 스트라이커 대령의

실험체였다는 과거가 있었던 만큼,

울버린의 과거에 대한 추가적인 내용이

더 다뤄지기를 필자 역시 간절히 바랬었다.

그러한 기대가 너무나도 컸던 것일까?

마침내 스핀오프격인 이번 작품이 만들어졌으니,

필자를 비롯해 또 얼마나 많은 팬들이 광분했겠는가?

#4. 스토리 - 울버린에 대한 뼈아픈 과거의 폭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 들어가보자.

일단 스토리부터 살짝 살펴보자.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설정이니

읽는 분들은 알아서 조심스레 읽어주시길.

<그 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는 아다만티움 최초 탑재인간이 바로 울버린 되시겠다>

때는 바야흐로 1880년대.

나름 막장드라마틱한 분위기의 가정에 불어닥친 괴이한 사건.

그것은 바로 늘 병약하기만 하던 소년 제임스(트로예 시반/훗날의 울버린)

욱하는 성질에 그만 손에서 삐져나오는 가시로

자신의 의붓 아버지를 살해한 것.

자신의 돌연변이 성질을 들킨 제임스는 자신의 형

도그(마이클-제임스 올슨/훗날의 빅터)와 함께 줄행랑을 친다.

형제가 모두 돌연변이의 능력을 갖게 된 그들은

이후 30세에서 성장을 멈춘 듯 영원불사로 삶을 살게 된다.

형제이기에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자고 굳게 맹세한 두 사나이는

이후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면서 전장 속에서 맹활약을 하게 된다.

하지만 돌연변이는 결국 인간으로부터 두려움을 사게 되고

소외당하게 되는 것이 진리. 그러던 와중 돌연변이들로만

구성된 특수부대를 편성하고자 하는 스트라이커(대니 휴스턴)

권유에 두 형제도 힘을 합하게 된다.

하지만 작전을 수행하면서 스트라이커의 분별없는

무차별 작전에 크게 실망한 제임스는,

갈수록 살인의 희열에 빠져드는 형 빅터(리브 슈라이버)의 모습에

반감을 가지고 결국 생이별을 하게 된다.

세월은 흐르고 이름을 제임스에서 로건(휴 잭맨)으로 바꾼 후

어느덧 애인도 만들어 버젓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도끼청년 로건.

하지만 과거 돌연변이 특수부대 멤버들이

하나둘씩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그 마수가 마침내 로건에게까지 뻗쳐지게 된다.

마수의 정체는 다름아닌 빅터.

로건의 애인 카일라(릴 콜린스)는 빅터에 의해 살해당하고

이에 분개하는 로건.

오로지 복수심에 불타 빅터와 한판 대결을 펼치지만

빅터에 패하고 결국 자신의 팔뚝 이쑤시개마저 두동강이 나는 굴욕을 당하게 된다.

이 때 굿 타이밍으로 등장하는 스트라이커 대령.

절규하는 로건에게 빅터를 이길 초강력 파워를 주겠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그를 자신의 비밀실험인 웨폰X 실험실로 초대한다.



<네일케어가 절실히 필요한 세이버투스. 코딱지 팔 때 정말 조심해야...>

실험의 목적은 돌연변이를 대상으로 초강력 합금이라는

아다만티움을 주입하여 가장 강력한 돌연변이를 만들어 내는 것.

로건의 특수 능력인 재생능력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 스트라이커 대령의 시도였고,

절망의 분노 속에서 새롭게 눈을 뜬 로건은

울버린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아다만티움으로 튜닝한

초강력 돌연변이 생물체가 되었다.

하지만 동물적 감각이 뛰어난 개코와 고양이 귀로

이 모든 실험이 실은 빅터와 스트라이커가 짜고치는 고스톱을 벌여

자신을 실험체삼아 더 강력한 돌연변이 웨폰 XI를 만들려는

스트라이커의 음모임을 알게 된다. 이후 전개는 뻔할 뻔자.

닥치는대로 박살내고 도망가는 울버린.

그리고 그 뒤를 쫓는 스트라이커의 충실한 쪼수 에이전트 제로(다니엘 헤니).

하지만 다니엘 헤니도 필사의 추적 끝에 울버린의 저항에

황천길로 비명횡사하시고, 울버린은 이후 복수심 하나만으로

웨폰X 실험을 끝장낼 것을 다짐한다.

빅터와 스트라이커를 박살내기 위해 과거의 동료들을 찾은 울버린.

거기에서 빅터가 스트라이커의 명령으로 돌연변이 청소년들을

어떤 섬으로 납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섬에서 유일하게 탈출한 돌연변이 겜빗(테일러 키취)을 만나

피터지게 싸우며 속사정을 듣고 난 후,

겜빗과 함께 정의를 행사하고자 외딴 섬

(비행기로 이동했는데 알고보니 도시 옆에 붙어 있다)으로 향한다.

<울버린의 가슴 속 깊은 사랑 실버폭스. 너무나 깊어 나중에는 기억도 안 난다는..>



섬에 화려하게 준공된 실험실 탐사를 끝마치고

마침내 웨폰 실험실의 중앙에 서게 된 울버린.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죽은 애인 카일라였던 것.

알고보니 카일라도 실버폭스라 불리우는 돌연변이였고,

자신의 동생이 납치당해 어쩔 수 없이

스트라이커의 명령대로 울버린에게 접근하고 쇼를 했던 것이다.

여러 번 뒤통수 맞은 울버린은 결국 속았다는 굴욕을

참지 못하고 닥치는대로 때려부수는데,

이게 웬일? 웨폰 XI라고 불리우는 스트라이커의 초 기대작,

모든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액기스만 쏙쏙 빼먹은

초초초강력 다재능 복합 돌연변이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 스콧 애드킨스)

울버린을 막아서고야 말았다.

이 정도 싸움 되면 일단 반경 2km 이내는 쑥밭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뭐든 초전박살내는 두 돌연변이.

여기에 어이없게 빅터가 끼어들면서 눈물겹지도 않은

나름의 형제애를 과시하며 데드풀과 최후의 결전을 벌인다.

어쨌든 둘의 협공으로 데드풀은 최후의 필살기,

향후 사이클롭스의 주특기가 될 눈망울 레이저 광선을 쏴대다가

대가리가 샥독 잘리면서 세상을 하직하고,

형제는 다시 끝없는 갈등을 예고하며 먼지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에이전트 제로 역의 다니엘 헤니. 초반 반짝하는 감초역>

이제 아이들도 다 구했겠다, 데드풀도 죽였겠다,

실험실도 다 박살냈겠다 싶어 집으로 돌아가려는 울버린 앞에

이미 죽음이 임박한 실버폭스가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고백한다.

또 울부짖는 울버린. 너무 잘 울부짖어서 울버린인가 보다.

아무튼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스트라이커는

아다만티움으로 특수제조한 총알을 울버린의 대가리에 명중시키고,

그 충격으로 울버린은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스트라이커는 실버폭스의 최후의 노력으로

국토대장정에 오르게 되고,

결국 기억을 잃은 울버린 앞에서 그렇게 기구했던 팔자를 마감하게 된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울버린은 도대체 뭐가 뭔지 영문도 모른 채

자꾸만 도망가자는 겜빗의 권유로 일단 섬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무사히 구출된 돌연변이 청소년들은 느끼한 웃음을 날리며

기다리고 있던 대머리 자비에르 교수의 마중을 받으며

그렇게 엑스맨 영재교육학교로 단체 반강제적 입학을 하게 된다.

<그노무 주둥아리 때문에 인생 망치는안습의 데드풀>

#5. 전작 시리즈와이번 작품의모호한 연결 고리

스토리만 놓고 보면 전작의 3부작 시리즈와 적절히 연결이 되는 느낌이다.

감독이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조금씩 바뀌기는 하였지만,

영화 본연의 느낌은 그대로 지속되는 느낌이라서 그런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로 기획된 듯한 간결한 느낌이다.

사실 감독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이미 전작에서 충분히

울버린의 과거에 대한 청사진을 전면에 잘 깔아놓았었기 때문에

짜집기만 잘하면 되는 멍석 깔아주기 시츄에이션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울버린 외의 인물들,

즉 울버린의 잃어버린 과거에 한 부분을 차지하는

다른 캐릭터들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이끌어가느냐였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필자의 입장에서 다소 논란의 요소가 있다고 본다.

이번 작품과 전작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는

세이버투스, 사이클롭스, 그리고 막판에 얼굴만 합성해서 비춰주는

막장 쎈쓰의 자비에르 교수 되겠다.

이중 세이버투스는 엑스맨 3부작 중 1편에서 등장하여

정말 원작의 세이버투스다운 면모를 보여주면서

나름의 조연 역할을 잘 했다가,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격으로 격상되는 영광을 맛본 행운의 캐릭터.

하지만 연결고리는 사뭇 이해가 쉽지 않다.

이번 작품에서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의 설정은

바로 피를 나눈 형제지간이라는 것.

둘이 같은 돌연변이 능력을 타고 났고,

10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하다보니 그 형제애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증오도 깊다는 설정인데,

정작 3부작의 1편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세이버투스는 더 띨뻥해진 짐승으로 나오고,

울버린이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해도 세이버투스는

울버린이 자기 동생이라는 것을 기억할텐데도

그런 묘사가 전혀 안 나온다.

그런데 스핀오프에서는 둘이 지겹도록 의지하며 살아오고

배신도 하고 복수심에 불타 치고받고 싸우는 것으로 묘사되고,

더욱이 세이버투스가 너무나도 인간적이지 않은가!!

<완전 시골 촌동네 타짜로 전락한 겜빗. 대리운전까지 하며 먹고사는 팔자..>

실제 원작을 살펴보면 세이버투스는 울버린과 형제 관계가 아니다.

둘은 치열한 라이벌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 앙숙의 관계는 거부할 수 없는

형재라는 운명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서로 치고받고 싸우다가 알게 된 너무나도 서로가 비슷한 느낌,

즉 비슷한 능력에 비슷한 본능을 지니고 있다는 데서

라이벌의식이 싹튼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원작에서도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있다.

세이버투스가 한 때 울버린의 친 형으로 오해를 받은 적도 있으나,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은 나와있지 않은 상태이다.

다만 알려진 사실은 세이버투스가 어떤 미스터리한 부족의 일원이고,

노화방지의 능력이 있으며, 울버린처럼 자연치유의 능력과

동물적인 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작에서는 훗날 세이버투스도 아다만티움을 소유하게 된다!!)

결국 영화에서의 형제라는 설정은 이미 원작에서 살짝

삼천포로 빠져버린 시츄에이션.

아무튼 이렇게나 울버린에게 중요한 존재인 세이버투스가

1편에서는 우둔한 짐승으로 등장하였다가

2편부터 영영 스크린에서 사라진 것을 보면,

작품들간의 개연성에 약간의 괴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원작에서 세이버투스는 울버린과 오랜 기간 끊임없이

충돌하면서도 협력하는 묘한 관계로 등장하여 나름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2편부터 잠적을 감춘 것은 참으로 크나큰 슬픔이 아닐 수 없다.

<겜빗 "아저씨 일단 앉아서 얘기합시다">

여기에 사이클롭스의 등장은 더욱 큰 괴리를 가져온다.

분명 1편에서 사이클롭스와 울버린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고,

진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서로 으르렁거리게 된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우습게도 어린 청년의 사이클롭스가 등장한다는 것.

비록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울버린을 보지는 못했을 테지만

같이 탈출한 동료 중 누군가가 얘기해주지는 않았을까?

사이클롭스의 얼굴을 본 울버린이야 막판에 기억을 잃어버려서

나중에 사이클롭스를 못 알아본다고는 해도

어쨌든 서로 으르렁대기만 하는 설정하고는 괴리가 크다.

이는 원작과도 사뭇 달라서, 원작에서 행동대장인 사이클롭스가

비록 삼각관계라 하더라도 울버린과 대화는 통하는 수준이므로,

영화에서는 울버린을 너무 격한 캐릭터로 그린 느낌이 적지 않다.

울버린에게 운명적인 사랑을 안겨 준 실버폭스의 존재도,

정작 3부작에서는 기억을 되찾아가는 울버린에게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정작 기억을 찾았어도 오로지 진만 생각하는 울버린이라니.

실버폭스와의 사랑은 결국 하룻밤의 불장난이었단 말인가?

실버폭스는 자기 한 목숨 다 바치며 울버린을 살려줬는데.

역시 남자들은 다 늑대?? 하긴 울버린은 여러모로 늑대 컨셉이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실버폭스가 연인으로 나오지만,

영화 3부작에서는 전혀 설명이 안되어있다는 것이 아쉬웠다고나 할까.

(원작에서도 울버린은 여러 여자를 사모하는 바람둥이로 나온다?)

<정말 빠른건지 아니면 공간이동인지 묘한 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레이쓰(오른쪽)>

스트라이커 대령은 3부작의 2편에서는 짜리몽땅 아저씨로 나오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훤칠한 아저씨로 나오는 것은

배우의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자.

그것만 빼고는 스트라이커의 연결고리는 꽤 훌륭하다.

스트라이커 대령이 어떻게 해서 웨폰 X 실험을 진행하였는지

자세한 셜멍이 돋보였고, 이미 2편에서 이러한 실험의 원인이

자신의 돌연변이 아들 때문이었음이 드러났기에

두 작품을 모두 잘 이해한다면 큰 괴리는 없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6. 울버린에 대한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

, 지금까지는 전작의 3부작과 이번 작품간의 연결고리를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주인공 울버린에 대해서 과거가 밝혀진 이상

원작의 설정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단, 이미 세이버투스와 울버린의 관계가 다르다는 것은 얘기를 하였다.

좀 더 추가적인 설명을 위해 아래 내용을 참고하겠다.

울버린(족제비)/ 웨폰X Weapon X (무기 X)

본명: 제임스 하울렛 James Howlett, (가명 로건 Logan)

능력: 보통의 인간보다 월등한 시각과 후각, 청각을 지녔다.

팔뚝에는 격납식의 뼈 손톱들을 갖고 있다.

주먹들 사이에서 이 손톱들을 나오게 할 수 있다.

(이때, 주먹들 사이의 피부는 찢어지고 피가 나지만,

자연치유력에 의해 빨리 멎는다.)

직업: 모험가, (과거에 CIA 요원, 해결사)

소속: X-Men, Avengers

(과거에 Yashida 가문, Weapon X Program, Alpha Flight,

Team X, Devil's Brigade, X-Treme Sanctions Executive)

출신지: 캐나다

가족: 바이퍼(전 아내)

:블루

모발:흑발

첫 등장: INCREDIBLE HULK #181

로건이라는 인물의 개인사는

그가 과거에 배웠던 정보의 많은 것들이 인공적으로 주입되었거나,

함부로 변경되었던 기억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밝혀내기 어렵다.

아직 그가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긴 하지만,

자신이 100년 전에 태어난 제임스 하울렛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주의 병든 아들 제임스는 그의 엄마와

일꾼 로건 사이에서의 태어난 아들일지도 모른다.

로건이 쫓겨났을 때, 그는 복수를 하러 돌아와

하울렛을 죽이고 어린 제임스를 공격했다.

제임스는 자신을 보호하려 뮤턴트의 손톱을 사용하여

로건을 죽이고 도그 Dog라는 로건의 아들을 상처 입혔다.

가정교사는 제임스의 탈출을 돕고, 둘은 앨버타 Alberta의 광산마을에 숨었다.

거기에서 그녀가 제임스에게 로건이라고 불렀고,

제임스는 유년시절을 두려워하는 듯 했다.

도그가 제임스를 추적해왔다. 싸우다가 제임스는 뮤턴트의 손톱이 다시 나왔다.

싸움을 말리려던 가정교사는 제임스의 손톱에 실수로 찔려 죽자,

겁에 질린 제임스는 황야로 도망쳤다.

로건으로서, 그는 실버폭스 Silver Fox와 사귀고,

캐나다의 군인이 된다.

그는 데블스 브리게이드라는 그룹에서 전쟁에 참전했고,

나중에 프리랜서 정보원이 되었다.

그의 정부 비밀요원들인 팀X로서 매버린 Maverick,

세이버투쓰 Sabretooth와 일 했다.

또한 제 2차 세계대전 전에 아시아 국가 마드리푸어에서

중요한 활동을 하고, 심지어 일본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불사의 닌자 오군 Ogun에게 일본어와 무예를 배웠다.

2차 세계대전동안, 로건은 캐나다 군인으로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포함한 많은 전투에 참전했다.

나중에 로건은 뮤턴트와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하는

웨폰X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여기서 로건의 뼈는 아다만티움 adamantium과 결합되었고,

이것이 아마도 일시적으로 그를 미치게 했거나,

그의 야성적인 분노를 높였다고 보인다.

그는 많은 장비들을 파괴하고 탈출했다.

정신을 잃은 그를 황야를 방랑하며 동물이나 다름없게 행동했다.

캐나다 정부의 공식요원들인 알파 플라이트의 리더인

가디언 Guardian과 빈디케이터 Vindicator가 신혼여행 중에

로건의 습격을 받았다.

빈디케이터에 의해 부상당한 로건을 오두막에 감금한 가디언은

로건의 치유능력을 보고, 그를 쓸모있다고 생각했다.

가디언이 스키를 타고 나간 사이에 의식을 찾은 로건은

빈디케이터를 공격하기위해 손톱을 꺼냈다가,

누군가가 바꿔치기 했음을 알고 두려워했다.

(사실 가디언은 아다만티움 연구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곳에서 로건을 만날 것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부부는 로건을 밤낮으로 간호하며 같이 생활했다.

로건은 가디언의 데파트먼트 H 프로그램의 창립멤버가 되었다.

캐나다 특수요원이 된 로건은 미 정보요원인

캐롤 댄버스 Carol Danvers (지금은 워버드 Warbird)와도 일했다.

캐나다 정부공인 히어로팀인 알파 플라이트의 리더가 된 로건은

웨폰X라는 코드명을 얻었다.

웨폰X로서 그는 헐크와 웬디고 Wendigo와 충돌했었다.

새비어는 나중에 로건에게 X맨의 새로운 버전에 가입할 것을 요청했다.

로건은 빈디케이터에게 반했으나,

그녀가 남편을 떠나 일이 없을 것이므로 X맨에 들어왔다.

울버린이란 이름으로 X맨이 된 로건은 사이클롭스의 여자 친구인

진 그레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비록 그가 자신의 모험을 하기 위해 이따금 팀을 나가긴 했지만,

오랜 기간동안 X맨에 남아있다.

(중략)

<출처 : http://superhero.x-y.net/superframe.htm>

<라이언 일병 구하기 표절??>

#7. 후덜덜한 원작 캐릭터들의 몰락 - 하지만 그들의 오리진을 기대하라

본 출처의 원작 내용을 살펴보면,

영화의 설정이 나름 큰 뿌리는 건드리지 않은 채

조금씩 영화에 맞게 각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튼 완전 색다른 일부 설정을 제외한다면,

울버린과 웨폰 X의 실험에 대한 관계는 원작과 큰 괴리는 없다.

다만, 웨폰 X 프로젝트가 나온 이상 걸고넘어갈 캐릭터가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웨폰 XI로 등장하는 데드풀.

영화 초장부터 나불대는 주둥아리로 빈축을 사는

쌍칼잡이 웨이드가 바로 데드풀인데,

원작하고는 달리 완전 인조인간 깡통로봇 개념을 탑재한

악역으로 나와 상당히 아쉽다.

원작에서는 나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괴로워하다

자진해서 웨폰 X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쌍칼잡이 닌자코스튬의 강력한 돌연변이로 탄생했다가

자신의 과거를 되찾으면서 고뇌한다는,

어찌보면 울버린과 비슷한 사연을 품고 사는 강렬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그 나불대는 주둥아리마저 봉인당한

불쌍한 돌연변이로 등장한다니. 웁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재미있는 사실은, 데드풀이라는 캐릭터가 원작에서

너무도 강렬하고 인기도 많았던 탓에 감독이 삘 받아서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한 다른 작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온갖 돌연변이들의 잡스런 능력을 다 부여받고 막판에

사이클롭스의 눈탱이 레이저까지 쏴대다가 대가리가 잘린 데드풀이

어떻게 해서 되살아나는지, 그리고 대체 어떤

캐릭터로 그려질지가 사뭇 궁금하다.

<총질 하나는 예술인 에이전트 제로. 이퀄리브리엄이 연상된다>

기왕에 데드풀을 주인공으로 한 또다른 작품이

나온다고 하였으니 하는 말인데,

감독이 제대로 삘 받긴 받은 모양이다.

이미 매그니토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도 제작한다는 발표가 나왔으니

엑스맨 캐릭터별 종합 세트가 만들어져가는 듯한 느낌이다.

이미 1편 오프닝에서 매그니토가 어렸을 적

나치 수용소에 끌려가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 이상,

매그니토의 2차 대전 시절 활약상과 인간에 대한 증오로

악당이 되어가는 과정은 그만큼 매력적인 스토리일 수 밖에.

이런 판국이라면 나중에는 또 어떤 캐릭터의

스핀오프가 만들어질 지 궁금해진다.

어쩌다보니 얘기가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데,

다시 캐릭터의 얘기로 가 보자.

이번 작품에서도 색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겜빗, 에이전트 제로 등이 나름 비중있는 신규 캐릭터일 것이다.

에이전트 제로는 우리의 자랑스런 대한남아(?)

다니엘 헤니가 연기하여 기대가 컸는데,

초반부터 울버린과의 갈등 구도는 좋았으나

중간에 헬리콥터에 끼어 썩소를 날리며

비명횡사해버려서 나름 웁쓰였다는.

사실 에이전트 제로도 원작에서 인기는 없었지만,

여러가지 능력을 보유한 제대로 된 돌연변이로 등장한다.

영화처럼 총질만 해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운동에너지를 흡수하여 이용하거나 광선을 쏴대는 등의 능력도 있다.

게다가 원작에서는 캐나다인이다!!

나름 닌자스러운 코스튬이 자랑이지만 영화에서는

어엿하게 헤니의 조각 같은 쌩얼을 오픈하고 있다.

겜빗의 경우 원작에서 타짜의 아귀만큼이나 감칠맛 나는

도박쟁이 히어로로 활약하였는데,

이번 영화에서 나름 큰 역할로 나올거라 기대했던 필자에게는

겜빗만큼 굴욕적인 캐릭터도 없었을 듯.

울버린에게 얻어터지고서 마지못해 비행기로

대리운전해주는 설정은 그야말로 안습 캐릭터의 전형적인 모습.

게다가 대리운전만 해주고 사라졌다가 막판에

끝장 다 보니까 등장하여 울버린을 데리고

다시 본업에 충실해 주시는 쎈쓰는 이름값 제대로 못한

대표적 캐릭터의 비운이라 할 수 있겠다.

원작에서는 울버린과 세이버투스와 모두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인물로 나오는데, 여기서는 고작 대리운전이라니.

마침 비행기 대리운전 시퀀스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웨폰 X 프로젝트의 비밀 실험실이 외딴 섬이라는

힌트 하나로 어렵사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바다 한가운데에 울버린을 떨궈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시퀀스만 보면 정말 외딴 비밀 섬인가보다 하는 이해가 드는데,

막상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이건 뭥미?

외딴 섬은커녕 잘 발달된 도시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밤섬과도 같은 섬이 아니었는가!

게다가 육지와 다리로 연결까지 되어 있다니!

그냥 버스나 택시타고 가도 될 곳을 힘들게 밤에 몰래

비행기타고 가서 중간에 헤엄까지 쳐가며 무단침입해야 한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황당 시츄에이션.

참고로, 엑스맨 오리진 시리즈의 남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엑스맨탄생 : 겜빗>도 감독의 머리 속에서 구상 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데드풀, 겜빗, 매그니토에 이어 또 어떤 인물들의 외전이

탄생할 지 참으로 궁금하기가 그지없다..



<청년 시절의 사이클롭스. 눈가리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봤다는 설정>

#8. 감독은 철학적으로, 제작사는 오락적으로

어쨌든 몇 가지 원작과의 괴리를 빼면 나름

훌륭한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엑스맨탄생 : 울버린>.

휴 잭맨은 여전히 강렬한 카리스마를 표출하고 있고,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진 몸매는 많은

여성팬들의 심금을 울렸다는 얘기가 있다.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다니엘 헤니도

훌륭한 연기력을 통해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고 있고,

앞으로 계속될 엑스맨의 전설에 시발점이 될

이번 작품의 연출력도 꽤 수준높은 평을 내리고 싶다.

전작 3부작의 1편과 2편을 맡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놀라운 연출력과,

3편을 맡은 브랫 레트너,

그리고 울버린을 맡은 게빈 후드

3명의 감독 사이에 커다란 괴리 없이

그나마 자연스럽게 통일된 분위기를 이끌어

간 것은 크게 평가할 일이다.

다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 스스로 말했듯이

자신은 처음에 로그를 주인공으로 하여

가장 소외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진정한 가치철학적 문제를 꺼내고 싶었으나

흥행성의 문제로 결국 울버린이 주인공이 되었다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다고 하니,

2편까지 나름 철학적 주제를 건드렸던 느낌은

3편에서 막장을 보여주고,

이번 울버린에서는 아예 순수 액션활극으로

도배질을 해버린 것에 대해서는

무게감있는 주제의식을 좋아라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라면에 김치가 빠진듯한 약간의 아쉬움으로 다가올 뿐이다.

이번 영화의 개봉과 맞물려 게임도 제작되었으니

엑스맨 매니아라면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참고로, 게임의 경우 영화의 스토리는

물론 그 이후의 추가적인 스토리가 공개된다고 하니

게임과 원작과의 비교도 커다란 재미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posted by 미까 2009. 4. 9. 14:05

퍼니셔 2 (The Punisher : War Zone)

#1. 얼굴에 고생의 흔적이 깃든 노력형 히어로

학창시절 하교길에 필수 코스였던 오락실에서 필자가

단짝 친구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게임이 있다.

바로 2인용 횡스크롤 액션 게임 퍼니셔”. 당시 필자로서는 가슴에

해골 마크 달고 터프한 인상으로 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리는

캐릭터에 묘한 매력을 느껴 퍼니셔를 굉장히 좋아했더랬다.

<옛날에는 백골 마크가 하록의 트레이드 마크였으나, 이제는 퍼니셔의 것으로 대체된 듯>

어디서 이렇게 멋진 캐릭터가 나왔을까 하고 궁금증을 실증적 차원에서 접근해 본 결과,

히어로 대량 생산 공장인 마블 코믹스의 제품 중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블 히어로 하면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엑스맨,

데어데블 등 인도의 신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히어로들로 유명하다.

그런 슈퍼 히어로 들 속에서 퍼니셔는 조금 다른 개성과

컨셉을 가지고 있었던 몇 안 되는 히어로.

퍼니셔는 다른 슈퍼 히어로들과는 달리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도 없을 뿐더러,

지구 문화를 이해 못하는 외계인도 아니고, 아이언맨 처럼 초특급 갑부도 아니면서,

남들처럼 가면이나 쓰고 다니면서 상판떼기를 숨기는 이중적인 캐릭터도 아니다.

그저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인간일 뿐인데도 당당히

히어로 리스트에 들어간 후천적 노력형 히어로인 셈이다.

어째서 이렇게 후천적 노력형 엘리트가 되었는가 하면,

그것은 바로 처절할 정도로 비참한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저항 때문이다.

남들은 갑부라서 돈지랄 하기 위해 재미삼아 히어로를 한다지만,

퍼니셔는 억울하게 살해당한 자신의 가족을 위해 복수심 하나로

세상 모든 악당들을 때려잡는다는 파격적이고도

철밥통 같은 독고다이 인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마블코믹스 원작에서의 퍼니셔. 다시한번 말하지만 악당이 아니라 어엿한 히어로 주인공이다>

#2. 퍼니셔 원작에 대한 고찰

그렇담 짤막하게 원작의 퍼니셔를 리마인드 해보자.

재미있게도 원작에서는 퍼니셔에 대한 배경 설명이 거의 없다.

처음부터 묻지마 해결사로 등장하는 컨셉이었기 때문에,

원작 내내 오로지 악당 쓸어버리기에만 전념을 다하는 시퀀스를 보여주었다.

방금 전에 히어로라고 했지만, 사실 원작만 놓고 보면 악당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는 것 외에는 히어로라고 불릴만한 요소가 없다.

왜냐하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죽인다는 이유 때문이다.

악당들도 다 처자식이 있고 소중한 목숨일진데 일단 퍼니셔한테 걸렸다 하면

콘택600..이 아니라 무조건 황천길이기 때문이다.

허구한날 인상만 쓰고 시거 피워대며 다니는 무차별 총지랄 중년남성의 이미지 외에는

이 인간이 왜 이런 잔혹한 청소부가 되었는지, 과거에는 뭐로 먹고 살던 사람이었는지에 대한

해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과 악의 경계도 모호한 인물이다.

무차별 무자비 독고다이 인생이기 때문에 이걸 히어로라 불러야 할 지

살인마로 불러야 할 지 애매한 것이다. 마블코믹스의 전형적인 연출 기법으로,

간혹 각기 다른 히어로들이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작품 속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퍼니셔의 경우에는 스파이더맨과 겨루기도 할 정도로 무언가

개운한 구석은 없어 보인다. 100% 순도높은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눈에는 퍼니셔도

일종의 악당으로 보일 뿐이었고, 퍼니셔는 일단 자기 일에 끼어드는

놈들조차 다 쏴죽이는 버릇이 있어서 스파이더맨을 방해물로 여기고 죽이려 했을 정도이다.

<그나마 가장 완벽한 몸매를 선보여 준 2대 퍼니셔 토마스 제인. 연기도 나름 괜찮았다>

어쨌든 밝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연쇄살인범스러운

아저씨의 일대기는 나름 성공을 거두어 헐리우드의 필수 코스인 실사화를 거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무려 2번의 재탕을 거치는 사골국 신세가 되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람보와 쌍벽을 이루던 돌프 룬드그렌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내세워 최초의 퍼니셔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2004년에 크리스토퍼 램버트랑 비슷한 안면을 자랑하는 토마스 제인이

리메이크 버전의 주인공이 되어 남다른 근육질 몸매를 과시하였다.

그러다가 2008년에 또다시 재탕하기에 이르러 <퍼니셔 : 워존>이라는 작품이 제작되기에 이른다.


<돌프 룬드그렌의 오리지널 퍼니셔. 생각보다 원작과 싱크로율이 꽤 높다>

#3. 스토리 - 은퇴후 노후 설계에 들어간 퍼니셔의 눈물 투혼기

오늘 필자가 평하고자 싶은 작품은 3편의 작품 중 가장 괴이한 결과물을 보여준

<퍼니셔 : 워존>이다. 최신 개봉작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이 작품 대단히

독특한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겠다. 비록 매번 우려먹은 스토리이지만 다시 한번

이번 작품에서 그려진 스토리를 나열해 보겠다.

암흑가를 지배하고 있는 마피아계의 거장 빌리 루소(도미닉 웨스트)

오늘도 어김없이 거만한 자세를 보이며 마피아 모임에 등장한다.

영어를 야매로 배워 영어 발음이 쥐약인 링거 투혼의 대부 앞에 선 빌리는

러시아 마피아가 생물학 무기를 부두를 통해 들여오려고 하고 있으며,

자신이 그 짓을 도와서 돈 좀 만져볼 예정이라고 한다. 신이 난 대부와 빌리,

그리고 똘마니들은 저녁식사를 하려고 식탁 앞에 앉지만,

쥐도 새도 모르게 들어온 불청객 퍼니셔(레이 스티븐슨)에 의해 순식간에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만다.

<지하철 노숙자로 전락한 퍼니셔. 피흘리고 중무장한 괴인이 지하철역을 활보해도

그 누구도 꿈쩍하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냐!!>

나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마피아 일당을 숙청하는 퍼니셔는

잠시 자리를 비우고 있었던 빌리와 그의 똘마니들을 놓치고 만다.

건물을 빠져나오는 퍼니셔 앞에 나타난 것은 계속 퍼니셔를 잡겠다고

나불대고 있던 잠복근무 중인 형사. 일촉즉발의 위기지만, 사실 이 형사는

암묵적으로 퍼니셔를 도와주고 있었던 것. 덕분에 빌리가 도망친 곳을 알게 된 퍼니셔는

빌리를 쫓아 그의 아지트로 간다. 아지트에서는 나름 숨 좀 돌리게 된 빌리가

똘마니들과 함께 다른 작전을 구상하지만, 휴식시간조차 주지 않는 퍼니셔에 의해

또다시 아지트는 쑥대밭이 된다. 그런데 퍼니셔가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당겨

숨지게 한 첫 번째 희생자이자 빌리의 오른팔 격 똘마니가 알고보니

FBI가 빌리를 잡기 위해 심어놓은 비밀요원이었던 것.

후회도 잠시, 결국 모든 똘마니들을 지옥행 급행열차에 태워보내고

빌리마저 유리병 분쇄기계로 던져버린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실수로 FBI 요원을 죽인 죄책감에 끙끙 앓는 퍼니셔.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빌리가 안면리모델링을 성공리(?)에 마치고 현업에

복귀했다는 소식에 자신이 죽인 FBI 요원의 가족인 안젤라(줄리 벤즈)와 그의 딸을

보호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가족을 죽인 살인자를 어느 누가

방긋 웃으며 받아주겠는가? 결국 문전박대당하며 용서를 빌 기회도 얻지 못한 퍼니셔는

그 길로 빌리의 뒤를 밟아 질긴 인연을 끝내려고 한다.

한편 얼굴 개조하고 이름도 직쏘로 바꾼 빌리는 자신의 든든한 서포터즈인

친형 래니 빈 짐을 정신병원에서 탈출시킨다. 이후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형제애를 선사하며 퍼니셔 하나만을 죽이기 위해 온갖 복수의 장치를 마련하는데,

우선 자금 마련을 위해 안젤라의 집에 침입해 안젤라를 인질로 삼고 돈을 챙기려 한다.

<썩소를 날려주고 있는 빌리 루소, 그리고 의외로 심플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똘마니들>

한편 직쏘의 똘마니 중 한명을 처리하고 퇴근하려던 퍼니셔는

그를 체포하기 위해 특파된 FBI 요원 버디안스키(콜린 샐먼)에게 걸려 쇠고랑 신세가 된다.

하지만 안젤라가 잡혀있다는 사실을 알고 버디안스키 요원이 안젤라의 집으로 달려가

영웅 행세를 하려고 시도, 그러나 역시 조연답게 싱겁게 인질이 되고 만다.

퍼니셔의 숨은 조력자였던 FBI 요원 소업은 퍼니셔를 풀어주고,

퍼니셔는 역시나 이름값하며 간단하게 진압을 한다.

퍼니셔의 포스에 홀딱 반한 안젤라와 딸래미는 그 길로 퍼니셔의 아지트인

지하철 보일러실로 몸을 숨기고, 퍼니셔는 슬슬 은퇴 결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쇠고랑 신세였던 직쏘와 래니의 또라이 형제들은

러시아 마피아들이 계획하고 있는 생물학무기 밀반입 사건을 해결하려는 FBI와의 협상으로

사건 해결을 대가로 자유의 몸이 된다. 또라이 형제는 퍼니셔를 죽이기 위해 도시의 모든 갱단을

단합하려는 궐기 대회를 열고, 퍼니셔의 무기공급업자이자 유일한 친구인

마이크로칩(웨인 나이트)를 협박하여 퍼니셔의 소굴로 쳐들어가 안젤라와 딸래미마저 납치해간다.

이후 후줄근한 호텔을 한 채 빌려서 무장 갱단들을 집결시키고

꼭대기층에 안젤라와 마이크로칩을 인질로 두고 최후의 결전을 벌이려는 또라이 형제.

<얼굴 리모델링에 대만족(?)하는 직쏘. 얼굴 바꿨다고 이름까지 바꾸냐?>

나름 정의감에 사로잡혀 신세진 빚을 갚겠다는 버디안스키 요원은

러시아 마피아의 대부를 꼬셔서 직쏘가 모은 갱단 똘마니들을 대신 청소하게 만든다.

그 틈을 타 호텔로 무단 침입한 퍼니셔는 똘마니들 모두 사이좋게 보내주시고,

마침내 인질극 앞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된다. 인질로 잡혀있는

안젤라와 마이크로칩 사이에서 고뇌하는 퍼니셔. 과연 누구를 살려야만 좋을까?

결국 퍼니셔는 자신의 뚱땡이 동료를 희생하는 대신 여자는 살리고

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고, 아주 싱겁게 끝나버리는 최후의 결전.

그렇게 모든 사건이 종결되고 환영받지 못하는 어둠의 히어로 퍼니셔는

그렇게 또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나름 흠잡을 데 없는 스토리라인이다.

하지만 왜 이 영화를 필자가 괴이한 작품이라고 칭했는 지에 대해 이제부터 파헤쳐 보겠다.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는 주름살 투성이 퍼니셔. 설정상 은퇴를 고려한 시점으로 보인다>

#4. 원작의 분위기를 말아먹은 미스 캐스팅

우선 등장인물들에 대해 한 마디 하겠다.

주인공인 퍼니셔부터 건드려보자.

2004년작 퍼니셔와 동일선상에서 이해하자면 초장부터 실수이다.

2004년작 퍼니셔는 이제 막 퍼니셔로 각성한 전직 FBI 특수요원 프랭크 캐슬을 보여주고 있다.

친절하게도 영화 초반부에 가족을 억울하게 잃고 겨우 혼자 살아남아

복수심에 불탄다는 배경 설명을 잘 해주고 있다.

그래서 무엇보다 젊고, 강인하고, 그러면서도 아직 자신의 복수심에 대한

선과 악의 구분을 하지 못하는 내면적 갈등에 시달리는 인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번 퍼니셔는 2004년과 2008년의 4년이라는 공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파삭 늙어버렸다.

퍼니셔 역의 레이 스티븐슨의 실제 나이가 올해 46(65년생)이다.

결국 전작에서 10년 이상 지난 시대적 배경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늙어버린 퍼니셔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하긴, 전작의 토마스 제인이 너무 젊어서 원작의 인상 더러운 아저씨 삘이 전혀 안 살았지만,

레이 스티븐슨은 적절히 그 느낌을 뿜어내주고는 있다.

렇다 하더라도 근육질 하나 없는 중년 아저씨는 좀 아니지 않은가?

리쒤 웨폰에서도 그러했듯이, 세월의 무력함에 굴복해야만 하는 히어로의

현실을 보여주려는 것이었다고 이해한다고 치자면, 것두 좋다.

하지만 캐릭터 문제는 다른 등장인물들에서 더욱 과감하게 나타난다.

<어디서 본 건 참 많아가지고, 별의 별 총지랄을 다 한다. 일명 전등에 거꾸로 매달려 360도 회전풍차샷>

악당이 가장 큰 문제이다.

2004년작의 악당이었던 하워드 세인트(존 트라볼타)는 나름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필연적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프랭크 캐슬이 현직이었을 때 임무 도중 자신의 아들을 죽였던 것.

이에 격분해 세인트 역시 복수의 차원에서 프랭크의 가족을 몰살했던 것이다.

참으로 얄궂게도 복수가 복수를 낳은 운명이었던 셈이고,

그 시작은 바로 프랭크 캐슬 자체에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악당과 주인공 간의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했던 복잡한 연결고리 속에서

아주 끈적하게 풀어나갔던 전작에 비해, 이번 작품의 악당인 직쏘와 비니 또라이 형제는

그야말로 노홍철 저리가라의 돌+아이 정신을 백분 발휘하는 개그 캐릭터로 나오고 있다.

퍼니셔와의 질긴 인연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저 퍼니셔가 그의 본업에 충실하던 중 재수없어서 놓친 악당 중 하나일 뿐이다.

나름 직쏘도 복수라는 컨셉을 들고 나오지만, 그 복수가 세인트의 그것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바로 자신의 쌩얼(잘 생기지도 않았다)을 리모델링하게 했다는 이유 하나.

이름도 직쏘로 바꾸다니, 이건 뭐 지가 쏘우의 매니아라도 된단 말인가?

온갖 똥폼 잡으면서 징그러운 얼굴 비추면서 내뱉는 대사

빌리는 죽었어. 이제부터 나는 직쏘다에서 필자는 그만 대략 정신을 놓아버리고 말았다.

<삼류 B급 엽기호러물을 보는 듯한 시퀀스. 이 또라이 형제들만 나왔다 하면 뿜을 준비 하시라>

또 다른 악당인 직쏘의 형 래니 빈 짐은 더 심각하다.

처음에는 엄청 대단한 악당인 것처럼 나온다.

어찌나 흉악하고 엽기적인 살인마이길래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온 몸이 꽁꽁 묶여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 멍때리는 표정 하며.

그야말로 초반 컨셉은 양들의 침묵의 닥터 한니발에 버금가는 그것이었다.

하지만, 멍때리는 표정이 풀리자마자 또라이 근성이 나타나고,

이후부터는 그저 노홍철 같은 아이 보는구나 하는 심정으로 실소를 터뜨리며 보게 된다.

짝달막한 키에 번쩍이는 대머리, 노홍철스러운 페이스,

그러면서도 온갖 아양과 애교섞인 말투와 표정. 거기에 더해 틈만 나면 악력기를 가지고

손운동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정신상태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는 KTX 열차.

악당이 이 정도인데 다른 떨거지들도 나을 것은 없지 않겠는가.

나름 강렬한 인상과 카리스마로 퍼니셔와 긴장감넘치는

갈등구조를 그려나갈 것만 같았던 버디안스키 요원도 어찌나 퐝당한 자태를 보이던지.

나름 진지하게 경찰차에 올라 퍼니셔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상하던 중

퍼니셔가 옥상에서 떨어뜨린 직쏘의 똘마니를 보고 “Oh~ Shit!!”하는 장면에서

필자는 그만 뿜어버리고 말았다. 이 얼마나 일관성 떨어지는

캐릭터들의 유치찬란한 행각이란 말인가? 나름 범죄적 포스를 뿜어내겠다는

마피아들의 자태도 어찌나 우습던지, 옹박의 목소리 마이크 영감님 이후

이렇게 어설프고 웃긴 마피아 대부는 실로 오랜만이다.

이런 악당들을 상대로 하는 퍼니셔이다 보니, 뭐 어려울 것 하나도 없어 보인다.

<결국 퍼니셔편을 들어주는 띨빵한 FBI 요원들. 오른쪽의 버디안스키는 깨는 캐릭터 중 하나>

#5. 원작의 분위기를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안습유발 액션

이번에는 퍼니셔가 그토록 강조하는 초특급 울트라 다이나믹 하드고어 액션을 살펴보자.

퍼니셔의 컨셉 자체가 무차별 무자비 살인 위주의 액션이다보니

이러한 연출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얼마나 더 하드고어하고 리얼하면서

다이나믹하느냐가 영화의 평가에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겠다.

이미 1988년작 돌프 룬드그렌의 액션에서도 충분히 발휘되었고,

2004년작 토마스 제인도 흠잡을 데 없는 액션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중년 남성이 펼치는 액션 느와르는 어떠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엽기황당이다.

마치 스티븐 시걸의 무뚝뚝한 액션과 쿠웬틴 타란티노의 엽기 하드고어가

짬뽕되어버린 느낌이랄까? 토마스 제인의 액션은 정말이지 리얼하다기 보다는

스티븐 시걸스러운 무언가 딱딱한 느낌이 진부하다.

시걸 아저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어디 한번이라도 신나게 두들겨 맞은 적이 있던가?

시걸한테 걸리기만 하면 초특급 슈퍼 악당도 간난아기가 되고 마는

일방적 개갈굼 액션이 레이 스티븐슨에게로 옮겨진 느낌이다.

게다가 아무리 전직 특수요원이라지만 수십명의 갱단이 총격전에서

1명에게 깔끔하게 쓰러지는 모습은 마치 과거 홍콩느와르의

대표적 총질 액션을 보여주는 듯하다.

주윤발이 쏘는 총은 눈감도 엎드려 쏴도 맞는데, 악당들이 쏘는 총은 서서쏴 정자세로

심호흡을 하고 쏴도 안맞는 황당무계 시츄에이션이 퍼니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게다가 무한 탄창도 빠지지 않는 설정. 대략 4~5개 정도의 무기를 달고

갱단을 처리하는 퍼니셔인데, 권총만 따지면 1개의 탄창당 대략 10발로 계산시

50발 정도 소모가 가능하다. 여기에 예비 탄창을 10개 정도

챙겼다고 해도 100발이 한계이다. 그렇다면 갱단 한 명 죽이는데

2~3발 정도로 해결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영화에서 하는 짓은 그야말로 무차별 난사.

게다가 총맞아 죽어가는 떡실신 상태에도 불구하고 확인사살까지

해주시는 퍼니셔의 애프터 서비스는 그 많은 총알을 대체 어디서 수급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한다. 총기 자체는 아주 리얼하고 레이 스티븐슨도 총기 다루는 모습이

프로처럼 보이지만, 무제한 총알 자체는 게임에서나 가능한 것 아니던가?

<어이, 목이 근질근질한데 내 목에 낀 생선가시좀 빼주겠나 친구?>

총격전도 문제이지만, 그 외의 격투씬은 더욱 퐝당하다.

킬빌 저리가라 할 정도로 엽기 격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목젖에 숟가락 비슷한 것을 관통시키지를 않나,

칼을 그대로 머리통에 쑤셔박지를 않나, 주먹으로 얼굴 치니 얼굴이 폭발하지 않나.

이거 무슨 북두의권도 아니고, 보고있자니 충격적인 액션이라기 보다는

B급 슬래셔 무비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연출 면에서도 많은 문제가 느껴진다.

몇몇 장면을 보다 보면 어라? 저거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맨 처음 퍼니셔가 등장하는 씬. 탁자 위에 올라서서 조명탄을 비추며

해골마크를 드러내는 장면은, 처음에는 와우!! 연출 대박!!”이라며 기뻐했는데,

그 이후의 액션에서 그만 필자는 킬빌의 따사로운 추억을 느낄 수 있었다.

킬빌에서 오렌이 테이블 위로 쪼로록 달려가 칼로 목을 베는 장면이

퍼니셔에서도 똑같이 연출된 것이다. 정말 쪼로로 달려가서 영어발음

잘 안되는 마피아 영감님의 목을 댕강 잘라버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표절의 대표 시퀀스.

이 외에도 야마카시를 패러디한 듯한 악당들의 건물옥상 날아다니기 장면이라던지,

매트릭스를 연상시키는 360도 회전 총질이라던지 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얼마나 참신함이 떨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연출.

이런 패러디도 웃긴데, 여기에 더 안습인 몇몇 장면은

악당들이 죽어나가는 장면이 잔인하다기보다는 너무도 우습다는 것이다.

건물 옥상을 날아다니는 야마카시 타입 악당 중 한명의 사살 장면은

그야말로 대 안습. 공중에서 꾸에르보 3단 틀기를 선보이며 옆 건물로 점핑하여 날아가는 순간,

어디서 난데없이 날아오는 미사일에 맞아 터져죽고 만다는 설정은 그야말로

못말리는 시리즈식 연출이라고 밖에 할 수 없겠다. 게다가 얼굴 잡고 돌리기만 하면

소리없이 인생 하직하시는 연출을 보면 이걸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원작과 달리 빈약한 몸매를 가리고 목숨부지하기 위해 해골마크없는 민무늬 방탄조끼를 입는다>

#6. 이거 웃어야 해? 말아야 해?

퍼니셔의 행동거지에도 퐝당한 요소는 수차례 찾아볼 수 있는데,

격투 중에 한 대 얻어맞아 비뚤어진 코를 제자리로 원상복귀 시키는 장면이 압권이다.

연필을 쑤셔 넣어 뚝!하고 제자리 찾아주시는 쎈쓰는

200% 진지한 표정의 퍼니셔의 얼굴과 도저히 매칭이 안된다.

한 마디로 블랙 코미디의 진수로 재평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조연들의 연기도 어설프다는 데서 안구가 자꾸만 축축해져 온다.

나름 비장한 시퀀스를 보여줘야 하는 장면에서 조연들의 연기가

억지같다는 느낌이 너무 피부로 느껴진다. 순간 이 영화는 저예산 쌈마이 영화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하였다. 하여 감독을 찾아보니 렉시 알렉산더라는 놀랍게도

여성 감독이라는 것. 아무래도 정신상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차세대 B급 쌈마이 영화계의 여성 감독으로 이름을 날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의 시작이었다>

#7.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한번만 더 참아보자

그리고 앞서 설명한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퍼니셔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안 나온다.

즉, 어디서든 퍼니셔의 옛날 이야기는 듣고 와야 이야기가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속편 격으로 내는 것이다 보니 2004년작의 배경 설명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낀 것 같다.

하지만 퍼니셔가 어떻게 해서 FBI의 도움을 받게 되었는지, 마이크로칩하고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쏭달쏭이다.

원작에서 퍼니셔는 말 그대로 독고다이 인생이다. 마이크로칩만이 유일한

동료로서 그를 그림자처럼 도와줄 뿐이다.

FBI나 경찰에서도 퍼니셔는 일개 살인자일 뿐이다.

오죽하면 정의의 사도인 슈퍼 히어로들 조차도 퍼니셔와 대립했을 정도.

여기서 조금 우스운 부분은,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히어로들의 시대 설정이 모두 제각각이라

이를 하나로 묶어서 동시대에 등장시키다 보면 엉뚱한 전개가 나오곤 한다.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퍼니셔만 해도, 시대가 살짝 미래인 만큼 별의 별 첨단기기가 등장하는데,

퍼니셔는 여기서 어떤 비밀단체에 의한 협조를 받기도 한다.

이렇듯 단독 출연이 아닌 이상 뭐든 꼬이기 마련임을 명심하자.

어찌되었던 가슴팍에 새하얀 해골 마크를 보는 것만이라도 가슴 설레게 만드는 퍼니셔.

하지만 정작 가슴팍에 해골 나오는 장면은 단 2번 뿐이라는 데서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찡하게 만드는 영화 퍼니셔.

이제는 늙어버린 중년 퍼니셔의 액기스 쪽쪽 빠진 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후련함 보다는 무언가 씁쓸함이 느껴지는 2번째 리메이크 작품인 이 영화는,

앞으로 전개될 <어벤져스>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퍼니셔를 등장시킬 지에 대한

많은 궁금증과 걱정을 함께 안기고 있는 작품이다.

<진정한 퍼니셔의 가치를 느끼고 싶다면, 영화보다 만화를 보시라>

posted by 미까 2009. 4. 3. 15:56

미러 마스크 (Mirror Mask)

<포스터만으로도 꿈을 꾸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필자는 늘 꿈을 꾸듯 삶을 살아간다.
평범한 일상을 거부하고 고정관념과 상식을 초월하는 색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결코 미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나 자신을 적당히 제어할 줄은 안다.


2005년에 소리소문없이 제작되어 공개된 미러 마스크는

필자의 이러한 가치관을 너무도 잘 투영한 작품이다.
사실 필자는 이 작품이 개봉했는지도 몰랐으나, 우연한 계기로 보게 되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로 필자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모든 것들이 그대로 스크린으로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제목만 보고는 마치 서스펜스 스릴러나 호러물을 연상케 하는 문제의 대작 미러 마스크.
필자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싶거나,

필자와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독자라면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현실에서 갈수록 비행등급이 상승하는 싸가지 제로의 거짓된 자아의 헬레나>


영화의 스토리는 예측과 달리 너무도 평범한 가정드라마 타입이다.
15세의 한 소녀가 겪는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사춘기에 흔히 겪게 되는 자아정체성의 혼란.
하지만 결국 다시 자기 자신의 본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참으로 교훈적인 내용이다.
내용만 놓고 보자면 필자가 정말 지루해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무엇이 필자를 이토록 감동하게 만들었을까?
그 것은 주인공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요소가 바로 꿈이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몽환적인 스토리는 우리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전개해준다.
거기에 더하여 200%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몽환적 비주얼은 지금껏 말로 형용할 수 없었던 바로 그 것.
우리가 꿈을 꾸는 세상이 그대로 투영된 놀라운 비주얼이다.

#1. 스토리 - 비행청소년의 무사 착륙 후기


그럼 대체 그 평범한 스토리는 무엇일지 자세히 알아보자.
이제 막 15살이 된 소녀 헬레나(스테파니 레오니다스)는

가족과 함께 서커스단에서 물건던져받기 묘기를 선보이는 평범한 아이이다.
사춘기를 겪게 되는 나이인 만큼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헬레나는

엄마인 조안(지나 맥키)에게 아무 이유없이 불평만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서커스 도중 조안이 갑자기 쓰러지고 서커스는 결국 중지되어 운영이 불가능하게 된다.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착각하면 오산. 우리의 꿈속 세상을 상상해보자>


조안은 병원에 입원하고 헬레나는 자기때문에

엄마가 아파서 쓰러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걱정하지만,
아버지(롭 브라이든)는 엄마보다도 서커스 운영에 대한 걱정이 더 커서

헬레나는 아버지를 원망하기만 한다.


평소 기괴한 그림을 즐겨 그리던 헬레나는 어느날 밤

집 밖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밖을 나서게 된다.
골목길 한켠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상한 가면을 쓰고

헬레나의 주특기인 물건던져받기를 하고 있던 중.
호기심에 이끌려 그들과 접촉한 헬레나는 갑자기 세상을 감싸는

검은 그림자에 쫒겨 이상한 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요상한 가면을 쓰고 헬레나를 그림자로부터 구해 준 남자의 이름은 발렌타인(제이슨 배리).
남자의 가면 만큼이나 모든 것이 어색하고 신기한 세상으로 들어오게 된 헬레나는

이것이 곧 현실이 아님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 괴상한 세상을 또 하나의 현실이라고 생각하며 발렌타인과 함께 모험을 떠나게 된다.

<불만 가득한 헬레나를 걱정하는 어머니 조안. 그 뒤에는 조롱하는 듯한 자세의 새대가리 가면을 쓴

서커스 단원. 저 가면은 뒤에 꿈에서 등장하는 생명체들을 암시하는 듯>


마치 꿈과도 같은 이 세상은 빛의 세상과 어둠의 세상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빛의 여왕이 영원한 잠에 빠져들면서 어둠의 여왕이 세상을 점점 지배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어둠의 여왕의 최대 고민거리는 가출해버린 자신의 딸이자 어둠세상의 공주.
이미 이 세상은 가출해버린 공주 때문에 붕괴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해주는 발렌타인.


공교롭게도 가출해버린 공주는 헬레나와 똑같이 생겼는데,

어둠의 여왕이 헬레나를 공주로 생각하고 쫓게 된다.
그림자 군단의 추적 속에서 발렌타인과 함께 도망치던 헬레나는
이 세상을 다시 살리는 방법이 특별한 마법에 있다고 듣게 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러마스크.
미러마스크는 소유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특별한 가면으로,

헬레나는 미러마스크를 찾아서 다시 자기 세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런데 헬레나가 이 세상의 붕괴의 원인을 보니, 그것은 다름아닌 현실에서의 자기 자신.
너무도 형편없이 망가져가는 현실의 자아가 바로 이 세상을 붕괴시키고 있던 것이었다.

<필자는 도저히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지경이다. 정말이지 미친듯이 몽환적인 영상이다>


결국 헬레나는 이 세상의 붕괴를 막고 빛의 여왕을 다시 깨워 평화를 되찾고,

동시에 자신도 현실로 돌아가려는 목적을 위해
발렌타인과 함께 미러마스크를 찾으러 모험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발렌타인의 밀고에 의해 헬레나는 어둠의 여왕에게 붙잡히고,

마법에 의해 어둠의 공주로 변신하게 된 헬레나.
하지만 뒤늦게 죄책감으로 고민하던 발렌타인이 다시 헬레나의 눈을 뜨게 하면서,
헬레나는 마침내 진짜 어둠의 공주, 즉 현실에 있는 자신이 숨겨놓은 미러마스크를 찾게 되고
어둠의 여왕으로부터 탈출하여 최후에는 미러마스크를 이용하여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 헬레나는, 어머니의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가족의 사랑을 절실히 깨닫게 되고 다시 착한 딸로 어머니 조안 앞에 서게 된다.

<Close To You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어둠의 공주 튜닝 장면>


그리고 다시 행복을 찾아 새로 시작하게 된 서커스.
오늘도 어김없이 서커스 준비를 위해 연습 중이던 헬레나 앞에 낯익은 청년 한명이 나타난다.
너무나도 친근하게 인사를 건내는 헬레나의 모습에 당혹해 하는 청년은

바로 발렌타인의 가면 벗은 모습이었던 것.

#2. 영화의 철학적 주제 의식 - 가면과 자아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작품은 무척이나 감각적인 비주얼과 시퀀스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과 영상미를 보고 있노라면 한 편의 수채화도 같은 동화 이야기를 보는 것만 같다.
그러면서도 매우 참신하고 독특한 요소들로 관객들을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그야말로 필자가 좋아하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인 것이다.

<역시 꿈나라 답게 공중에 오징어포가 둥둥 떠다닌다. 그런데 아버지 얼굴에 왠 오징어가??>


영화의 이야기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가면이다.
제목에서도 대놓고 마스크를 표출하고 있을 정도로,

작품에서 가면이 의미하는 바는 엄청나게 크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가면을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리기 위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것을 좀더 확대해석해 본다면 가면은 우리의 내면,

즉 속마음을 숨기는 일종의 도구로 받아들일 수 있다.
진심을 숨기고 객관화된 자신을 표출하는 것이 가면을 쓴 자신의 모습으로 대변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습게도 이 영화에서는 가면이 그 반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헬레나가 꿈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면을 쓰고 있다.

(빛의 여왕만 유별나게도 가면을 안 쓰고 있다)
가면을 쓴 사람들은 헬레나에게 모두 이렇게 말한다.
"가면을 쓰지 않고 어떻게 내 기분을 표현할 수 있겠니? 가면을 써야 표현이 되지"
우습지 않은가? 가면의 표정은 늘 한결같은데, 가면을 써야 기분이 표현된다고?
이는 지극히 역설적인 표현이다.
이는 늘 얼굴에 불평불만을 달고 어머니인 조안에게 대들었던 헬레나의 본심을 비꼬는 일종의 장난이다.
헬레나의 본심은 사실 어머니를 너무도 사랑하고 걱정하는 여린 딸의 사랑이건만,
늘 사춘기시절의 우리가 그러했듯이 겉으로는

불만과 불평으로 가득찬 거짓된 표현을 하곤 한다.
즉, 가면을 쓰지 않은 쌩얼이 오히려 거짓된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꿈속의 시민들은 이야기하는 것이다.

<헬레나를 감시하고 억압하는 전형적인 나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어둠의 여왕>


가면 밖의 모습과 가면 안의 모습이 다른 것 처럼,
이 작품에서는 각각 현실의 자아와 꿈속의 자아가 등장한다.
현실의 헬레나는 점점 더 비행청소년의 내공을 쌓아가는 초특급 개날라리로 보여지지만,
꿈속의 헬레나는 갈수록 순진무구해지는 15살 여자아이로 보여진다.
즉, 거짓된 자아와 진실된 자아를 각각 현실과 꿈에 위치시키고,

아직 진실된 자아가 꿈속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현실의 거짓된 자아를 물리치는 것이 올바른 길임을 얘기하고 있다.


헬레나가 거짓된 자아를 바라보는 채널은 바로 창문인 것도 재미있다.
헬레나가 평소에 그렸던 기상천외한 그림들에 표현된 창문이 바로 현실과 꿈을 이어주는 열쇠인 셈.
결국 진실의 헬레나는 자신이 그린 그림속의 세상에 갇히게 된 것이고,
꿈속의 세상이 붕괴되어 간다는 것은, 헬레나의 순수함이 깃든 그림이 현실에서 거짓된 자아에 의해
찢겨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마음의 창"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바로 창문을 통해 자신의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감독의 쎈쓰가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패러디(?)한 빛의 여왕. 헬레나 어머니 이뻐지셨쎄요~>


헬레나가 현실의 거짓된 자아(결국 현실로 도망간 어둠의 공주인 셈)를
다시 원상태로 복귀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미러 마스크를 뒤집어 쓰는 것이었는데,
조금 전에도 언급했듯이, 미러마스크가 자신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자아를 밖으로 끄집어 표현해내는 진정한 도구임을 주장함으로써,

가면이 오히려 진실된 표현의 수단임을 의미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가면과는 달리 가면을 바라보는 자의 얼굴이

그대로 비치는 거울로 된 미러마스크임을 감안하였을 때
거울이라는 창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3. 어른들을 위한 동화 - 교훈적 스토리의 철저한 답습


헬레나가 모험하는 꿈속 세상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도 모두 현실에서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다.
빛의 세계의 시장같은 사람은 바로 헬레나의 아버지이고,

잠들어 쓰려져있는 빛의 여왕은 다름아닌 헬레나의 어머니이다.
그런데, 어둠의 여왕도 사실 헬레나의 어머니와 동일 인물이다.
즉, 헬레나에게는 나쁜 엄마와 좋은 엄마의 2가지가 마음 속에 존재한다는 셈인데,
헬레나가 꿈을 꾸기 전에 마음 속에 가지고 있었던 엄마에 대한 인상,
즉 맨날 들들 볶고 괴롭히기만 하는 짜증나는 엄마의 인상이 어둠의 여왕인 것이고,
반면 아파서 쓰러져버린 너무도 나약하고 그리운 엄마의 인상이 빛의 여왕인 것이다.

<꿈에서나 가능한 새대가리 4발 짐승들. IQ는 새대가리의 수준을 초월한 듯>

빛의 여왕을 깨우는 방법이 바로 미러마스크를 찾아서 현실의 거짓된 자아를

다시 어둠세상으로 보내버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아파서 쓰러져 있는 어머니를 일으켜세울 유일한 방법은

바로 딸의 진심어린 사랑과 걱정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헬레나도 점점 그 사실을 깨닫고 어머니를 깨우기 위해

미러마스크를 필사적으로 찾게 되니 참으로 교훈적이라 할 수 있겠다.


발렌타인을 통해 자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부분도 깊게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선하다.
발렌타인은 헬레나에게 자신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미안하다고 말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당연하다. 가면을 쓰고 있으니 미안할 것이 없지 않은가.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뻔뻔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험 중간에 태연하게 헬레나를 어둠의 여왕에게 밀고할 수 있었을지도.

<이 물건이 썼다 하면 게임 오버라는 미러마스크. 투탕카멘의 황금가면 등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하지만 헬레나의 영향으로 좀 더 인간화(?)되어 가던 발렌타인은,
미래를 알 수 있는 열매를 먹고 나서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된 후 좌절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미러마스크를 자신이 쓰게 된 후 현실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사람들에게 치이고 사고뭉치로만 전락해버린 평범한 웨이터,

그것이 바로 발렌타인이 본 현실의 자아였던 것이다.
결국 발렌타인은 현실화되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자, 이 부분이 암시하는 바는 매우 크고 교훈적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는 헬레나를 통해 거짓된 자아를 버리고 진실된 자아를
밖으로 표출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발렌타인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현실은 그만큼 힘들고 고달플 수도 있다.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일 수도 있다. 실망도 크고 좌절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버리고 자꾸만 거짓된 자아를 통해 일탈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헬레나가 마침내 선택한 길, 바로 진실된 자아를 찾는 것,

그것은 고달픈 현실일 지라도 가족의 사랑을 되찾거나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소중하고 중요한 행동인 것이다.


어쩌다보니 필자가 너무도 심취해서 자꾸만 철학적인 요소로 빠져버리고 만 것 같다.
필자가 워낙 철학적인 사고를 좋아하다보니 이런 작품만 만나면 흠뻑 취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필자는 "공각기동대"나 "블레이드러너"같은 작품은 함부로 감상평을 쓰고 싶지 않다.
한 번 썼다 하면 수백 페이지는 써야할 것만 같은 가공할만한 두려움 때문이다.

<꿈에서 깨어나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헬레나와 아버지. 참으로 교훈적인 결말이다>

#4. 진정한 압권 -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몽환적 영상

아무튼, 이제는 무거운 내용을 떠나 가벼운 내용으로 가보자.
필자가 처음부터 극찬을 아끼지 않은 영상미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사실 우리가 흔히 몽환적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잘 영상화할 수 있을까?
우리는 잠을 자면서 얼마나 기상천외한 꿈을 꾸는지 잘 생각해보라.
꿈속에서는 별의 별 신기한 건물과 장면, 등장인물, 여러가지 들이 등장한다.
도무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오로지 내 자신의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런 것들이다.
현재까지는 애니매이션이 그나마 이러한 몽환적인 영상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검퓨터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좀 더 사실적이고 좀 더 파격적인 영상이 가능해지면서,
이 작품은 바로 대뇌피질 속에서나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기상천외한 이미지들을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강렬한 색감과 과장된 블러 효과, 그리고 시공간이 뒤틀린 듯한 묘한 세상.
상상조차 힘들었던 묘한 생김새의 생물체들,

그리고 기묘한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려주는 몽환적 사운드까지.
이러한 연출을 보여준 것에 대해, 미러마스크가 첫 작품이라고 하는

데이브 맥킨 감독의 능력이 실로 놀랍기 그지 없다.

<이런 괴생물체들을 꿈속에서 만난다면 그거야말로 악몽 아니겠니?>


하늘에 둥둥 떠있는 2마리(?)의 거대한 석상과,

기묘하게 솓구쳐있는 끝이 없어 보이는 계단의 웅장함.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는 새대가리의 4발 달린 동물들의 역동적인 움직임.
헬레나가 어둠의 공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Close To You"음악과 율동.
이 외에도 꿈속에서 보여주는 모든 영상은 하나하나가 정말 예술이다.


그렇다고 꿈속 세상만 감각적이라고 평하면 큰 오산이다.
헬레나가 살고 있는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의 영상미가 압권이다.
한적한 해변가에 자리잡은 오래된 아파트로 보이는데, 단순하게 표현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쓸쓸하고 어둡고 고독한 분위기를 너무도 잘 표출하고 있다.
별것 아닌 것 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이 영상미를 진정으로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필자의 수준과 비슷한 경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겠다. (무슨 경지냐구? 으흐...그건 비밀)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우리네 현실에서 다시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도 같은 감각적 영화 미러마스크.

<15살 소녀의 암흑가 진출기 - 미러마스크!! (어엇..이건 아니자나!)>


신인 감독에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배우들을 포진시켜

제목만으로 호러물을 연상케 하는 숨겨진 대작 미러마스크.
그다지 이쁘지는 않지만 묘하게 매력적인 여주인공

스테파니 레오니다스를 계속 눈여겨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참고로 영화 300의 근육질 수염아저씨 레오니다스 왕하고는 전혀 다른 이미지이니 착오 없기를.

posted by 미까 2009. 1. 29. 10:12



※ 주의 : [영화비틀기]는 원작 스토리를 살짝 비틀어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풀어낸 일종의 패러디 스토리입니다.

본 내용을 원작 스토리로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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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턴트 : 다크 에이지 (Mutant Chronicles)

- 부제 : 무허가 불법 성형 근절 프로젝트 -



인간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아주 먼 옛날

인류는 그 때부터 자신의 얼굴을 뜯어고치는 성형에 눈을 뜨기 시작하였고

끝없는 성형의 부작용으로 인해 오히려 기형 얼굴이 판을 치기 시작하자

이를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몇몇 인물들이

처철한 사투 끝에 성형을 근절하게 되었다.

그들은 비밀 조직을 만들어 고대의 성형기술을 봉인하였고,

수천년 동안 비밀을 간직한 채 세상을 지켜왔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서기 2707년 미래.

인류는 개성과 몰개성의 시대를 왔다리 갔다리 하며

수많은 발전과 퇴화를 반복한 끝에

다시금 개성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던 시대.

1900년대부터 유행하던 성형은 21세기에 들어 황금기를 맞이하였지만,

의학수준이 한계에 다다라 인류가 꿈꾸던 진정한 성형은 결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로부터 약 800년 간 제자리 걸음 상태에서 멈춰있던 성형 기술은

결국 2700년대에 들어 전 세계 4대 병원이 각기 다른 기술을 구사하게 됨으로써

4대 병원의 성형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성형이 가장 빈번하게 이루어진다는 유럽의 한 지역에서

비밀로만 존재해오던 고대의 성형기술이 우연히 발견되게 되고,

이 기술을 습득한 일단의 무리들은

아무런 의학 지식도 없이 무단으로 무허가 불법 성형을 시술하게 된다.

피라미드 식으로 계속 고객을 끌어모으는 불법 성형의 결과물로

사람들의 외형은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고,

그 폐단은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었다.

고대의 성형 기술이 봉인에서 풀렸다는 소식을 들은 비밀 집단은

집단의 우두머리인 사무엘 요원을 중심으로 10명의 기동타격반을 결성하게 된다.

식약청, 보건복지부, 대학병원, 과학수사대 등 다양한 출신으로 이루어진

10명의 기동타격반은 불법 성형이 성행한다는 로스트시티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기동타격반이 출동했다는 소식을 들은 불법 성형업자들은

기동타격반원들을 향해 칼날을 들이대고,

불법을 단절하기 위한 정의의 칼로 맞서며

대원들의 희생을 통해 서서히 불법 성형 현장의 중심으로 다가가게 된다.

마침내 불법 성형 현장에 도착하게 된 주인공들은

거대한 기계 속에서 제멋대로 시술되고 있는 성형의 실체를 보고

성형 기계를 때려부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결국 성형의 힘에 굴복하고 만 사무엘 요원을 비롯해

많은 대원들이 이미 황천길로 간 상황.

자신도 불법 성형 시술대에 올랐다가 뒤늦게 정신차리고 반쪽 성형만 마친 채

탈출에 성공한 헌터 요원은,

사무엘 요원의 계속되는 유혹에도 불구하고 성형 기계에 다가가

과잉전압을 걸어 기계를 폭파시키는데 성공한다.

마침내 불법 성형을 근절한 기동타격반.

하지만 그들의 희생도 너무나도 컸다.

반쪽 성형의 부작용으로 자신의 쌩얼을 그리워하며, 헌터 요원은그렇게 생을 마감한다.

<이런 썩을 놈들, 소독도 안한 이런 무딘 칼로 성형을 했단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