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라이드 (Hell Ride)
엽기 로드 로망 영화의 대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최신 B급 영화가 나왔다.
웬만한 매니아 아니고서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그가
이번에는 초저예산 초무감각 영화를 들고 바이크라는 싸나이들만의 주제로
매니아들의 심금을 울리고자 한다.
<요새 영화라고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감각적 아날로그 포스터.
웬만한 등장인물들은 전부 포스터에 처박아두었다.>
#1. 전형적인 양키 마인드와 캐릭터,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심금을 울리는 서곡에 불과한 포스터를 보자.
제목만 봐서는 공포영화같고, 그림만 봐서는 애니메이션같다.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는 우리의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는데 일가견이 있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래리 비샵이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는 것이다.
래리 비샵, 이 친구가 누구인가?
모르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름 헐리우드에서는 독특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감독이다.
연기력도 나름 되시는지 가끔 작품에 직접 출연하기도 하신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직접!!! 주연을 맡았다.
그것도 엄청난 카리스마를 풍기는 간지작살남으로.
<간지작살 아저씨들의 향연. 가운데 리더가 바로 래리 비샵이다.
절대로 알 파치노와 혼동하지 말 것.>
이 영화는 의외로 단순하다.
딱 3가지 테마로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오토바이, 복수, 그리고 낭자한 피.
킬빌에서 보여준 쿠엔틴 타란티노 특유의 엽기잔혹복수극이 그대로 살아있고,
멕시코와 서부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색깔도 살아있다.
무대는 분명 미국이지만, 도저히 미국같다는 느낌은 없다.
그나마 온 몸을 나체로 등장하는 여럿 매력적인 여자들을 볼 때 비로소
아~ 미국이구나~하는 느낌이 든다.
#2. 스토리 - 도무지 이해안되는 껀덕지로 서로 죽여대는 양아치 액션
어쨌든 뻔한 주제와 테마같은 영화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오토바이족의 하나인 빅터파를 이끄는 두목 피스톨레로(래리 비샵)는
오래전부터 체로키 키섬(줄리아 존스)이라는 인디언 여자로부터 했던 약속 하나만을
굳게 맹세하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쾌남아이다.
그러던 어느날 빅터파에 대항하는 식스식스식서스파는
빅터파의 무리를 하나 둘씩 제거하며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피스톨레로는 그의 오른팔 젠트(마이클 매드슨),
그리고 조직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믿음직한 부하 코만치(에릭 벌퍼)와 함께
빌리 윙스(비니 존스)가 이끄는 식스식스식서스에 제거당한
조직의 일원들을 위해 서서히 복수극을 준비한다.
한편 피스톨레로는 과거에 식스식스식서스에 의해 무참히 불에 타 죽은
체로키 키섬으로부터 한 약속 "자기 아들을 위해 보물을 지켜달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는 의리의 사나이.
갈수록 빌리 윙스의 횡포에 빅터파는 와해되어 가고,
피스톨레로와 젠트, 코만치는 과거 빅터파의 우상이었던
에디 제로(데니스 호퍼)의 합류와 함께
소수 정예멤버로 식스식스식서스와 최후의 대결을 계획한다.
한편 피스톨레로는 과거 식스식스식서스의 우두머리이자
체로키 키섬을 죽인 장본인, 듀스를 찾아서 가둬버리고,
사라진줄로만 알았던 체로키 키섬의 아들을 등장시켜 어머니의 복수를 이루게 한다.
그 아들은 다름아닌 코만치.
정체를 숨기고 있던 코만치를 일찌감치 체로키 키섬의 아들로 파악했던 피스톨레로가
일부러 복수의 끝을 맺어주기 위해 자신의 왼팔로 두었던 것.
듀스를 처단하고, 마침내 빌리 윙스와 마주친 빅터파는
코만치의 회심의 일격으로 빌리 윙스를 무찌르고
빌리 윙스가 그렇게도 찾고자 했던 보물의 행방을
보물의 주인이 되어야 하는 코만치에게 알려준다.
하지만,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젠트의 반항으로
빅터파는 일시 내분이 발생하지만
피스톨레로의 의리와 카리스마 때문이었을까?
젠트는 끝내 포기하고 보물의 열쇠는 코만치에게 주어진다.
드디어 보물상자를 연 코만치.
그는 묘한 웃음을 띄면서 보물상자를 들고 자리를 뜬다.
세 갈래 길에서 각자의 인생을 정해야 하는 빅터파의 삼인방.
결정은 스스로 한다는 피스톨레로의 말에 따라
세 명은 각기 다른 길로 멀어져 간다.
<빅터파를 이끄는 피스톨레로와 젠트. 완전 동네 양아치 아저씨 수준이다.>
#3. 이래뵈도 간지 나는 B급 영화
스토리는 보면 볼수록 단순함의 극치를 달린다.
연출도 단순하고 유치하기까지 할 정도이다.
어찌보면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따위 영화를 다 만들었을까?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그의 절친한 친구 래리 비샵이 초저예산으로 만든 B급 영화임을 감안하면
나름 독특한 매력이 없지만도 않다.
우선 예산은 그야말로 오토바이 기름값으로만 들어갔을 정도이다.
살인을 하거나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B급 영화의 매력으로는 충분할 정도이다.
총알 값이 아까웠는지 총 몇 발만 쏴도 적들은 알아서 고이 죽어버린다.
특수효과가 형편없는 대신, 거기에 쓰일 예산을
전부 몸매 죽이는 여성들 캐스팅에 쏟아부었나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하나같이 눈부신 몸매의 소유자들이다.
게다가 또한 엄청 섹시하고 야하기까지 하다.
가슴 노출은 기본에, 중요한 부분까지 슬쩍 보여주는 쎈쓰라니.
B급 영화니까 이 정도는 보여줄 수 있다는 건가??
아무튼 오토바이로 대변되는 남자들의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이
이 영화에서는 격투와 여자로 표현되는 것 같다.
그리고, B급 영화인 만큼 다양한 시도가 또 빠질 수 없을텐데
피스톨레로가 환각상태에 빠져서 여러 가지 상상을 하면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의 연출은 그야말로 독특하고 절묘하다.
사람이 환각상태에 빠졌을 때 과연 어떤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사실 체험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그런데 래리 비샵은 그러한 느낌을 절실하게 느껴보았는 지
그것을 영상에 그대로 표현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알록달록한 형광색으로 비추는 세상,
그리고 시공간을 초월한 시츄에이션.
마치 한 편의 비주얼 아트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그 장면은
필자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가장 독특하고 가치있는 장면이라고 뽑고 싶다.
<B급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무차별적인 피의 잔치 되겠다. 장면은 빌리 윙스의 최후>
#4. 아직까지는 불편한 양키식 마인드
나름 독특한 가치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점도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선 상황에 대한 설명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약간 킬빌 식의 액자식 구성을 따온 것 같으나,
쿠엔틴이 아닌 래리였기에 여기에 대해서는 엄청난 실패.
도무지 용납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 시츄에이션의 연속이기에
쟤는 뭐고 쟤는 또 왜저래? 하는 의문밖에 안생긴다.
피스톨레로가 어떻게 체로키 키섬과 연결되었는지도 설명이 안되고,
코만치가 뜬금없이 체로키 키섬의 아들이었다는 것도 어거지 수준이다.
더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그렇게도 모두가 찾고자 했던 보물, 대체 그 보물이 무엇일까?
영화는 끝내 보물상자 속의 내용물은 보여주지 않은 채 끝을 낸다.
차라리 보물의 내용이라도 보여줬더라면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왜 그렇게 다들 찾으려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름 설득력있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아이디어의 부재인지, 연출력의 부재인지
아니면 얼토당토않은 호기심을 관객에게 부여하여 나름 카타르시스를 연출하려고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부분까지 미흡한 연출을 보여준 것은이 영화 최대의 단점이면서 동시에
래리 비샵에 대한 큰 실망감으로 연결된다.
아무리 래리 비샵이 키작은 아저씨였더라도 그건 용서가 되었지만,
연출력 부분에서는 빵점.....
<악당 전문 배우로 급 부상한 빌리 윙스 역의 비니 존스>
#5. 그저 래리 비샵의 소꿉 장난으로 보이는 영화
이 영화를 각본, 감독, 주연한 래리 비샵은
"이 영화는 최고의 오토바이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극찬했는데,
아무래도 그 것은 자화자찬이 아니었을까?
아니면 정말 순수한 반어법이었을까?
어쨌든 오토바이만큼은 실컷 나오는 영화 헬라이드.
필자는 오토바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선그라스 끼고 검은색 가죽 점퍼를 입고 긴 머리 휘날리며 타는
오토바이의 낭만은 한번쯤 느껴봤으면 하는 바이다.
그나저나, 이 영화로 인해
동네 오토바이 양아치들이 더 설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히려 오토바이 리스나 판매가 증가한다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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