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 (The Accidental Husband)
가끔 미쿡아해들의 연애관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요소들이 많은 듯싶다.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반인륜적 폐륜아적 퍼포먼스일 터인데,
걔네들에게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가 보다.
이번에는 그러한 자태가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미쿡아해들만의
상식초월 이해불가 황당무계 번갯불 콩 볶아먹기식
러브스토리 무비를 한편 소개할까 한다.
<너무나도 불장난스러운 사랑영화. 그래서 남자주인공 직업이 소방수인가?>
제목하여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
원제는 The Accidental Husband로,
해석하면 <우연한 남편> 정도가 되겠다.
한 마디로 전혀 엉뚱한 작명기법으로 한국의 관객들을 우롱하겠다는
배급사의 음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 제목에 낚여서 이 작품을 감미로운 로맨틱 코미디로 기대하였다면,
영화가 끝난 후에는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듯한
껄적지근한 느낌이 들 것이다.
솔직히 출연진만 놓고 본다면 설마 낚이겠어? 하는 심정이다.
최근 헐리우드에서 로맨틱 코미디로 많은 주가를 올린
우마 서먼이 등장하고, 연기력 검증된 콜린 퍼스와
제프리 딘 모건이 더블 타워를 구축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단단히 마음 잡고 만들었나 보다 싶은 기대감이 든다.
제프리 딘 모건이 누구인고 하고 잘 모르시겠다면,
<왓치맨>에서 코미디언으로 나온 그 콧수염 아저씨를 떠올리면 되겠다.
전혀 매칭이 안되겠지만, 이 사람 나름 수염깎고 보면 잘생긴 호남형이다.
느끼하게 보셨을지 몰라도 이 작품에서는
그래도 로맨틱한 남자로 나오니 살짝 기대하시길.
어쨌든 캐스팅도 나름 빠방하고, 연기자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고,
더욱이 연출도 부족한 부분이 없다.
다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들의 연애관이
도무지 우리내 정서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름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표방해 놓고서는 코미디도 아니다!!
보는 내내 필자를 이토록 답답하게 만든 영화는 근래에 없었다.
<요근래 가장 덜떨어져 보이는 역을 맡은 우마 서먼. 살짝 안습이다>
그럼 먼저 그 문제의 스토리를 살펴보자.
라디오 방송연예인인 엠마 로이드(우마 서먼)는
여러 여성 애청자들과 라디오 상담을 통해 사랑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초절정 인기의 연애심리학 박사.
그녀에게는 엄청난 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완벽남친 리처드(콜린 퍼스)가 있었다.
곧 결혼까지 앞두고 있는 완벽커플의 베스트 샘플.
어느 날 엠마는 한 애청자로부터 상담문의를 받게 되고,
여자친구는 내팽개치고 허구한날 축구하며
욱해서 화내고 지 멋대로 하는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라는 말에 엠마는 그런 남자는 과감히 버리라고 조언을 해 준다.
그 말에 덥석 낚여버린 애청자.
결국 애청자는 남자친구를 버리고 돌아서고 만다.
이 비련의 애청자 이름은 소피아(크리스티나 클레베).
그리고 그녀를 상처입힌 무책임 남친은
동네 소방수로 근무 중인 패트릭(제르피 딘 모건).
패트릭은 뒤늦게 잘못을 뉘우치고 소피아에게 달려가지만
이미 마음이 돌아선 그녀이다.
이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패트릭. 그 날로 죽을 맛이 되어 전전긍긍하다가,
여친이 자신을 내친 이유가 바로 엠마의 라디오 전화 상담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침 컴퓨터 크래킹에 능통한 꼬마놈 덕에 엠마의 프로필에
자기를 남편으로 떡 하니 등록시키는 엄청난 장난을 걸게 된다.
이 때까지는 순전히 복수심에 의해 엠마의 인생을 망쳐보려는
패트릭의 심보였던 것.
이 사실도 모른 채 남친 리처드와 함께 혼인신고를 하러 간 엠마는,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서류상 이미 결혼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서류정정을 위한 확인서에 도장을 받기 위해
남편으로 등록되어 있는 패트릭이라는 사람을 찾으러 떠난다.
힘겹게 패트릭을 찾은 엠마는 그 때부터
패트릭의 수에 넘어가게 되는데,
술집에서 진탕 술을 퍼마시고는 그대로 뻗어버렸던 것.
패트릭은 엠마를 자신의 집에서 재우고,
마치 무슨 뜨거운 밤이라도 벌인 것처럼 슬쩍 속여넘긴다.
졸지에 필름 끊기고 대박 사고 친 줄로 아는 엠마.
정신차리고 직빵으로 회사에 출근하지만,
리처드는 이미 화가 난 상태. 일이 자꾸만 꼬여가자
어떻게든 사실을 은폐한 채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엠마.
<이봐 사당에서 신촌까지 학생 2명 얼마냐구!!!>
패트릭은 마치 호의를 베푸는 척 하면서
다시 엠마의 회사까지 찾아와서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엠마는 결혼 준비를 위해 케익 시식회를 가야 했는데,
패트릭이 너무 달라붙어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시식을 하러 가게 된다.
거기에서 패트릭은 분위기상 예비신랑 역할을 해야했는데,
옳거니 싶어 아예 대놓고 오버질을 하기 시작한다.
게걸스럽게 케익을 먹어 식당의 고귀한 품격을 떨어뜨리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며 주변 고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무모한 호탕함이 통한 것일까?
고객들도 그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 서서히 하나된 분위기가 되어 간다.
결국 독일에서 온 모 아주머니가 열렬한 팬이 되었던 것.
패트릭은 도와줄 듯 도와줄 듯 하면서도 질질 끌고
계속 리처드에게 사실을 은폐하고 혼자서 처리하려는 엠마의 고군분투.
어느 날 마침 파티가 열리고, 그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아주머니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지난 케익 시식 때 열렬한 팬이 된 그 독일 아주머니였던 것.
알고보니 그 아주머니가 리처드가 운영하는 출판사를 꿀꺽 삼키려는
모 재벌그룹 회장의 사모님 되셨던 것이다.
엠마의 팬이 된 이 아주머니가 당연히 남편 몰래
엠마에게 미리 귀뜸을 해주게 되고,
아주머니는 자기가 도울 테니 리처드를 불러 남편을 설득시키자고 한다.
그런데, 실제 리처드가 아닌 패트릭을 리처드로 착각하고 있었으니
이 때부터 더 큰 일이 터지는 셈. 이 때 패트릭이 도착하게 되고
패트릭을 리처드로 소개받은 재벌그룹 회장은
처음에는 경계스런 반응이었으나,
축구를 기가 막히게 좋아하는 패트릭과 축구 얘기가 시작되자마자
서로 삘이 통했는지 급격히 친해지기 시작했다.
한편 진짜 리처드는 무슨 일인가 싶어 왔다가 졸지에 엠마로부터
남동생 칼이라고 소개받으며 굴욕을 당하게 된다.
영문도 모르는 리처드에게 엠마는 결국 비밀을 말해 주지만,
리처드가 뚜껑 열리는 것은 당연지사. 아무튼 패트릭의 뛰어난 붙임성 덕분에
그들은 저녁 만찬 약속을 잡게 된다.
저녁 만찬에서 재벌그룹 회장은 리처드에게 회사매각 사실을 알리려던 심산.
그리고 이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패트릭의 1등급 주둥아리.
엠마는 결국 패트릭에게 SOS를 보내고,
재벌그룹 회장과의 저녁 만찬에 참석해서 리처드 역할을 대신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뒤늦게 만찬에 도착한 패트릭. 패트릭은
불편한 럭셔리 저녁 만찬 대신 자기네 동네에 가서
파티를 즐기자고 초대를 한다.
사실 패트릭이 사는 동네는 인도인 주거 지역으로,
집안 구성원이 모두 인도인이었던 것.
마침 컴퓨터 크래킹의 진범인 꼬마놈이 성인식을 치르는 행사가 있었고,
그 행사에 재벌그룹 회장 커플을 모셨던 것이다.
의외로 효과 만점. 이 때문에 재벌그룹 회장은 리처드를 다시 생각하기로 하였다.
<왓치맨의 콧수염을 제거하니 20년은 젊어보인다 오빠~>
한편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엠마를 사랑하게 된 패트릭은,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게 된다.
이에 엠마는 끌리는 듯 하면서도 리처드를 생각하며 뿌리치고 돌아선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하였던가? 흔들리기 시작하는 엠마.
패트릭도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하기로 마음 먹고
다음 날 라디오 방송 중인 엠마의 회사로 가서
전화 상담을 통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쩔꺽!! 떡밥에 제대로 물리는 엠마.
결국 그날로 바로 진짜진짜 뜨거운 밤을 보내는 두 사람.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엠마가 패트릭의 방에서 자신을 복수심으로
접근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증 제시로 할 말이 없어진 패트릭.
엠마는 바로 도망가버리고, 패트릭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가슴 아픈 사연을 얘기해준다.
바로 엠마가 소피아 때문에 자신을 찼던 사실을 알려주고,
처음에는 엠마의 인생도 망치고 싶어 그랬다는 것을.
뭐 이정도 얘기까지 나오면 엠마도 솔직히 기분 안 좋은 것은 사실이다.
결국 엠마는 이별을 고하고 다시 리처드에게 돌아가 미안하다며 받아달라고 한다.
마음씨 넓은 리처드는 그렇게 엠마와 결혼을 약속한다.
드디어 결혼식 날이 다가오고, 아직도 마음을 못 잡고 갈등하는 엠마.
그런 그녀 앞에 일평생을 바람피우는 것에 바치다가
뒤늦게 애인 만든 아버지(샘 섀퍼드)가 나름 조언이랍시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얘기해준다.
마침 리처드가 도착하고 모든 준비가 마무리 된 시점에서
엠마는 갑자기 결혼을 하기 싫다고 충격고백을 한다.
대략 멍한 리처드.
하지만 리처드도 어지간히 눈치는 있어서 나름 간파를 했던 모양.
그래서 혼인정정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그대로 엠마에게 던져주며
패트릭이랑 잘 먹고 잘 살라고 하고 자기는 도망간다.
이쯤 되면 거의 막장 중의 막장.
신이 난 엠마는 결혼식 취소 사태를 비자발적 원인으로 돌려세우기 위해
화재가 난 것처럼 위장하고, 결국 결혼식은 그대로 스톱.
마침 화재신고에 급히 달려온 소방대원 중에 패트릭이 있었고,
둘은 결국 그 날로 소방차 타고 신혼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새로운 연애관으로 애청자들의 연애 상담을 해주는 엠마.
그녀에게는 사랑스런 남자 패트릭이 있었고,
또한 곧 태어날 새로운 생명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 애비에 그 딸래미라더니, 하여간 바람피는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 났다>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어쩌다 보니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되어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로맨틱 영화가 그렇겠지만,
이 영화도 사랑을 연결해 나아가는 주제의식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 사랑을 찾게 되는 과정이 너무 로맨틱하지가 않다는 것.
남자주인공 패트릭이 하는 짓도 그렇고,
여자주인공 엠마가 하는 짓도 그렇지 않은가?
오히려 철없는 것들이 정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만나서
이것 저것 다 무시하고 홀라당 사랑에 빠진다는 듯한 내용 아니겠는가.
현재 결혼을 앞둔 커플들은 절대 이 영화를 봐서는 안될 것이다.
정말 철썩 같은 믿음도 이토록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
영화 내내 답답함을 선사한 주범은 바로 엠마의 행동.
우마 서먼이 어쩌다 그런 캐릭터를 맞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소 강인하면서도 여성스러운 연기를 펼쳐왔던 그녀와는
너무도 다른 배역인 것 같았다.
작품에서의 엠마는 그야말로 줏대도 없고
뭐 하나 똑부러지게 해결하지도 못하는 못난 여성 캐릭터.
같은 여자가 보아도 정말 속이 터져서
카운터 펀치를 날리고 싶은 심정일 정도라면 말 다했을 듯.
<이 영화의 감독이 인도로부터 협찬을 받은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패트릭이 저지르는 짓도 완전 범죄인데도 불구하고
능그렁이같이 넘어가는 꼴이 너무 어이없다.
남의 정보를 크래킹으로 조작하는 사이버범죄를 저지르고,
결혼을 한 것으로 위조하는 사기범죄를 저질렀으며,
지속적으로 사랑한다고 스토킹하고 따라다닌 등의
간접협박을 하는 등의 멀티범죄자 우수등급감 패트릭.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잘못한 것 없다고 배짱 튕기는 것도 대단하고,
거기에 이렇다 할 법적 대응도 하지 못하고
훌러덩 넘어가는 엠마도 참 답이 안 나온다.
흥분하면 단 것만 잔뜩 쳐먹는 리처드는 대체 무슨 죄가 있다고.
돈 많고 능력있어도 단 것만 쳐먹으면 죄인가?
오히려 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본능에
순응하며 사는 패트릭은 죄가 없단 말인가?
리처드도 분명 사람이고 사랑에 대한 갈망도 있고 하지만
결국 사랑을 놓치고, 단지 느끼하게 생긴 마스크로 여심 녹여주시는
패트릭에게 사랑이 꽂히는 이유는 뭐냐구.
이거 완전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라는
요상한 논리만 심어주는 꼴인 것 같다.
#4. 요새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주제는 막장
솔직히 필자는 얼마 전에 이런 비슷한 내용의 영화를 한 편 보고
그 때도 참 어이없어 하며 정신세포를 난도질 당했더랬다.
<댄 인 러브>라고 하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그것도 비슷하게 전자렌지에 닭 튀겨먹는 시츄에이션식
폐륜아적 사랑만들기 스토리를 선보였기에
꽤나 트릿하게 느꼈었는데, 이 작품은 그보다 더 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하여 <댄 인 러브>까지는 리뷰 생각도 안했더랬는데,
이 작품으로 그만 필자가 고통받았던 형이상학적 좌절감을
독자 여러분들께 알리고 싶어졌던 것이다.
<못 먹는 감 찔러나봤다가 훌러덩 한 입에 삼켜버릴 수도 있다는 교훈(?)을 안겨주는 가슴 따뜻한 영화>
미쿡아해들의 연애관은 참으로 자유롭다.
개인주의적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유분방하고
자신만의 삶에 대한 주관이 뚜렷하다.
어찌보면 좋아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내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복구 불능의 가랑이 파열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법.
우리는 오히려 국산 로맨스나 일본 로맨스에 더욱 진한 감동과
친근함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우리내 정서와 어울리기 때문이려니.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막장 드라마 소재로 등장할법한 내용을
나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승화할 수 있는 헐리우드의
“Don’t Worry, Be Happy”식 마인드를 생각해보며,
이런 영화 너무 자주 보다가
우리들 마음만 뭉그러지는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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