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미까 2009. 9. 28. 13:27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포스터부터 여타의 외계물과는 다르다는 포스가 느껴지는 디스트릭트 9>

이 드넓은 우주에 지적생명체는 과연 우리 인간밖에 없는 것일까?

혹자는 외계인으로 불리우는 다른 행성의 지적생명체가 있다고 믿지만,

다른 사람들은 외계인이란 있을 수 없다고도 한다.

경험론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단연 후자의 입장이 설득력이 높다.

하지만, 우리는 신이 존재함을 경험적으로 인지하지 않았더라도

신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외계인이 없다고 치부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모순에 빠지게 만드는 꼴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가 신이라고 칭하는 존재가 외계인일 수도 있다.

그 형태에 대해서는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신은 인간의 형태를 빌어 이 세상에 나타났다고 하는데,

적어도 우리가 아는 외계인의 모습도 인간과 크게 다른 형태는 아님을 감안한다면

외계인이 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결코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어찌되었든, 외계인이 있다고 믿어온 사람들에게 있어 외계인은 늘 미지와 경계의 대상이었다.

모습도 가지각색이고 성격도 가지각색이어서,

어떤 외계인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에도 불구하고 가슴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지구인들의 눈시울을 적셨는가 하면, 어떤 외계인은 흉측한 모습으로

닥치는대로 인간들을 잡아먹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결론적으로는 어떠한 외계인이든 선 또는 악이 극명하게 갈리는 형태였으며,

특히 인간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보여주곤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아주 독특한 외계인 영화가 등장하였다.

지금까지의 외계인은 잊으라는 듯이 매우 오묘한 설정의 외계인들을 등장시켜버린 영화,

바로 <디스트릭트 9> 되시겠다.

미국 본토에서는 오래 전에 개봉하였는데,

한국에서는 엄청 뒷북 때리며 개봉하게 되는 이 영화의 스토리를 먼저 살짝 알아보자.

<우주 최초의 외계인 집단 수용소로 기네스 북에 오른 디스트릭트 9, 믿거나 말거나>

영화의 시작은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그들은 모두 하나의 사건과 인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냐 하면 바로 비커스 반 데르 메르바(샬토 코플리)라는 인물.

MNU로 불리우는 외계인 통제기구에서 근무하는 어리버리 사내이다.

이 친구가 맡은 임무가 무엇이냐 하면, 디스트릭트 9으로 불리우는

외계인 집단거주지에서 거주하는 외계인들을 강제퇴거 시키는 것.

어째서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집단거주하게 되었을까?

이유는 바로 28년 전 지구에 불시착하여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상공에서 멈춰버린 우주선 안에서 대량의 외계인들이 발견되었던 것.

그들은 우주선이 멈춰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하네스버그에서 거주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외계인들이 인간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충돌이 잦아지자

인간은 MNU라는 기구를 창설하여 외계인들을 통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외계인들의 수를 조절하고, 무기들을 회수하여 범죄를 막고,

신분증과 이름을 지어주어 인간처럼 통제하기에 이른다.

게다가 인간들은 외계인을 프론(쓰레기를 좋아해서 쓰레기라는 의미를 부여)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외계인들이 거주하던 디스트릭트 9은 각종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게 되어

더 이상 통제가 어려워지게 된 것.

그래서 보다 강력한 통제를 위해 디스트릭트 10으로 새롭게 이주할 정책을 세우고,

비커스를 총 책임자로 선망한다. 알고보니 MNU의 총수가 바로 비커스의 장인이었던 것.

비커스는 쿠버스 벤터(데이빗 제임스)가 이끄는 경호대원들을 이끌고

디스트릭트 9에 진입하여 외계인들로부터 퇴거명령서에 서명을 받는 업무를 수행한다.

비록 외계인들과 폭력 마찰을 빚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평화롭게 해결하려는 비커스.

<MNU에서 낙하산 인사로 프로젝트 총 책임자가 되어버린 어리버리 비커스>

한편 크리스토퍼라고 불리우는 외계인은 자신의 동료와 함께 모종의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20년 동안 힘겹게 모은 어떤 액체를 테스트하던 것.

하지만 비커스가 몰려오자 비밀을 지키기 위해

크리스토퍼는 몸을 숨기고 동료에게 절대 들키지 말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비커스의 집중 탐문에 동료 외계인은 흥분하게 되고

결국 그 자리에서 쿠버스의 총에 맞아 목숨을 달리 한다.

그리고 집 안을 집중 수색하던 중 비커스는 정체모를 원통을 집어들고 보던 중,

갑자기 뿜어져나온 액체에 흠뻑 젖고 만다.

이후 계속되는 구토와 어지러움증으로 몸을 가눌 수 없어 어리버리대다가

갑작스런 외계인들의 공격에 왼쪽 팔을 크게 다치고 결국 후퇴하게 된 비커스.

비록 한 쪽 팔을 다쳤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일상으로 돌아온 비커스.

하지만 그의 신체에 이상한 변화가 발생한다.

코에서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고 검은 액체를 토해내는가 하면,

눈가의 주름이 이상하게 변해가는 것.

그러다가 결국 병원에 입원한 비커스는, 자신의 다친 팔의 붕대를 풀자

너무도 놀라운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자신의 왼쪽 팔이 그만 외계인의 팔처럼 변해버린 것.

사건이 이 지경이 되자 갑자기 어디론가 강제 이송되는 비커스.

알고봤더니 MNU의 지하에서 모종의 실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계인들을 잡아다가 생체실험을 하는가 하면,

외계인의 DNA로만 작동하는 무기의 작동 테스트를 하고 있었던 것.

결국 MNU는 비커스를 테스트하여 무기를 작동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고

그를 해부하여 인간의 외계인화에 대한 비밀을 파헤칠 궁리를 한다.

그리고 그 명령의 중심에는 바로 비커스의 장인이 있었다.

<당신 외계인특별대출 받고 돈 안갚았지? 당장 돈 내놓으슈, 안그럼 작살나니까>

해부대에 누운 비커스는 결정적 순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도주를 감행하고,

쿠버스의 추적을 뿌리치며 은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외계인과 성관계를 맺어 돌연변이가 되었다는 소문이 쫙 퍼지고

사람들이 비커스를 알아보기 시작하자 이젠 도망칠 곳도 없게 된 비커스.

결국 그는 자신이 그토록 쫓아내려고 했던 디스트릭트 9으로 몸을 숨기게 된다.

이제는 고양이먹이마저 환장할 정도로 좋아하게 된 비커스.

사실 고양이먹이와 쓰레기는 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지구의 산물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아내 타냐(바네사 헤이우드)와 가까스로 통화하여 사랑을 전하는 비커스.

하지만 전파추적으로 인하여 위치가 노출되고, 쿠버스는 디스트릭트 9으로 대원들을 급파한다.

또 쫓기게 되자 부랴부랴 도망치기 바쁜 비커스.

그러던 도중 비커스는 크리스토퍼의 집에 들어서게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 크리스토퍼의 집 안에서 어마어마한 수준의 컴퓨터 장치들을 보게 된 것.

이는 모두 불법인데, 크리스토퍼는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비커스의 팔이 외계인처럼 변해버린 것을 보게 되자

크리스토퍼는 비커스에게 가져간 액체통을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알고봤더니, 비커스를 이렇게 만든 문제의 액체는 바로

28년 동안 움지이지 않고 있는 우주선의 에너지였던 것.

그리고 크리스토퍼는 28년 동안 공을 들여 우주선을 움직일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쳐놓고 있었던 것이다.

크리스토퍼는 비커스에게 우주선이 움직이기만 한다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치료해 주겠다고 제안하고,

비커스는 크리스토퍼를 도와 액체를 되찾아 올 것을 결심한다.

이에 무기를 장만하려고 비커스는 디스트릭트 9 내에 거주하는 갱단을 찾아간다.

그런데 갱단의 두목은 외계인의 무기를 쓰고 싶어서 안달난 친구.

그래서 비커스의 외계인 팔을 잘라서 먹으려는 괴상한 소원을 빈다.

위기의 순간에서 외계인의 무기를 작렬하며 탈출에 성공하는 비커스.

결국 무기를 챙기고 MNU에 쳐들어가 지하 4층의 비밀실험실까지 당도하게 된다.

액체를 다시 회수하게 된 비커스. 그리고 그들을 쫓는 쿠버스.

그런데 크리스토퍼는 실험실에서 그만 자신의 동료였던

외계인의 사체가 심히 훼손된 것을 보고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만다.

비커스의 충격요법으로 겨우 정신을 차린 크리스토퍼는 비커스를 도와 무사히 MNU를 탈출한다.

다시 디스트릭트 9으로 돌아온 두 생명체는 이제 에너지를 꽂아

우주선을 움직이는 절차만 남겨놓게 된다.

<사람 살려!! 사람....아, 아니, 반은 사람, 반은 외계인 살려~!!!!>

이때 비커스가 다시 한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묻는다.

나는 바로 치료가 되는가?’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3년 걸린다는 답변을 하고,

이에 빡돌아버린 비커스는 크리스토퍼를 냅다 후려패고 자신이

직접 우주선으로 날아갈 수 있는 이동형 셔틀에 시동을 건다.

아버지와 함께 작업을 해 오던 크리스토퍼의 아들 외계인은

졸지에 아버지만 놔두고 가는 꼴이 되어 난리를 피지만 이미 늦은 상황.

그런데 밖에서 지켜보던 쿠버스가 요격 미사일을 날리고,

결국 미사일에 맞은 셔틀은 지상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리고 몰려온 쿠버스 일당들에게 잡히고 마는 비커스와 크리스토퍼.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겨질 무렵, 갑작스런 공격으로 주인공들 태운 차량이 뒤집어진다.

알고봤더니 갱단 두목이 비커스를 잡기 위해 갱단을 출동시킨 것.

결국 싸움은 쿠버스의 경호대원들과 갱단들 사이의 싸움으로 전환되고,

이 틈에 낀 비커스는 갱단 두목에 붙잡혀 막 팔을 잘리려 할 찰나이다.

하지만 아직 셔틀 안에 숨어있던 크리스토퍼의 아들이 천재적인 두뇌를 활용하여

우주선의 시동을 거는 것에 성공하고, 그동안 숨죽여 있었던 외계인의 최강병기 로봇이

살아나면서 일단 닥치는대로 인간들을 공중분해시켜 버린다.

겨우 목숨을 건진 비커스는 로봇을 타고 이제 쿠버스에게 대항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는 도망치는 것만이 상책이라고 느끼고 크리스토퍼에게

다시 구하러 와줄 테니 참고 견디라며 아까와는 반대의 입장에서 얘기하는 비커스.

하지만 도망치는 와중에 크리스토퍼가 죽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고 마음을 고쳐먹는 비커스.

결국 다시 발을 돌려 크리스토퍼를 구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돌진한다.

엄청난 공격을 받으며 힘겹게 막아서는 비커스.

그는 크리스토퍼에게 무조건 고향으로 돌아가라며 셔틀까지 호위해준다.

겨우 셔틀까지 도착한 크리스토퍼는 아들과 함께 마침내 성공적으로 우주선에 안착하게 되고,

드디어 출발 워밍업을 하게 된다.

<생명체를 먼지 하나 없이 날려버리는 최첨단 청소기를 들고 활약하는 비커스>

한편 지상에서 끈덕지게 싸우고 있는 비커스.

이제 로봇도 한계에 다다르고, 결국 싸울 힘을 잃고 마는 비커스.

이에 썩소를 날리며 길고 긴 싸움을 끝내려는 쿠버스가 총을 들고 다가서는데.

그동안 코빼기도 안보이던 외계인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결국 쿠버스를 산산조각내고 만다.

이에 겨우 목숨을 건진 비커스.

그리고 마침내 28년 동안 멈춰있었던 거대 우주선은 지구를 떠나게 된다.

이 사건이 있은 후 키버스의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에서는 그를 옹호하는 입장이 많아졌다.

하지만 그가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비커스의 아내 타냐는 그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아직도 비커스를 잊지 못한다며,

그가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유일한 증거는 매일 집 앞에 놓여지는 꽃 한 송이라고 한다.

바로 쓰레기로 만들어진 꽃 한 송이.

다시 평화를 찾은 디스트릭트 9.

그곳의 쓰레기 더미에서 어느 한 마리의 외계인이

오늘도 열심히 쓰레기를 모아 꽃을 만들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를 위해 꽃을 만드는 것처럼.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신념 하나로 살아온 집념의 외계인 크리스토퍼. 빨간 조끼가 압권이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스토리의 외계물이다.

일단 외계인에 대해서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없다.

인간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거나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존재,

즉 갈 곳 없어 수용소에서 난민을 이루어 거주하게 된 외계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주인공은 반 외계인에서

친 외계인으로 변화하는 격동적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그것도 외계인화라는 아주 특별한 케이스를 통해서 말이다.

이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놀라운 발상이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외계인을 통해 보다 철학적이고 시사적인 내용을 투영하는

해학적 요소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 하겠다.

왜 외계인들은 집단 난민을 형성한 채 인간들에게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하필 지역이 요하네스버그일까?

어느 정도 눈치까는 사람들은 이러한 설정이 바로 인종차별과 직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요하네스버그는 남아공의 심장부이다.

남아공은 바로 얼마 전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잔혹한 인종 차별이 이루어진 국가이기도 하다.

아파르트헤이트라고 불리우는 인종분리주의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그 곳에서 이번에는 인간과 외계인이 인종분리노선을 택하고 있다.

그것도 일방적으로 인간들에 의해서. 여기에서 인간은 백인이고, 외계인은 흑인이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그것은 비단 남아공뿐만 아니라 이 지구상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현상이다.

꼭 백인과 흑인 사이의 갈등만도 아니다. 백인과 황인 사이에서도 갈등은 존재한다.

같은 피부색이라고 해도 또한 국가와 핏줄, 종교 등등에 따라

인류는 서로를 차별하고 싸우려 한다.

<외계인을 차별하는 각종 금지판. 영화 내에서는 곳곳에 이런 표식이 붙어 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영화가 보여주는 극단적 해결책은 바로 내가 그들처럼 되어보는 것이다.

외계인을 통제하던 주인공은 우연한 사고에 의해 외계인으로 변화되면서

비로소 외계인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비록 그는 투쟁을 통해 겨우 싸움의 끝을 맺지만, 반드시 투쟁 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내가 남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의 사고가 필요하다.

실연당한 사람의 마음은 실연당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남의 입장이 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다른 두 존재간에 이해와 공존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비커스의 투쟁적 노력은 이후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바꿔놓기 시작한다.

엔딩 부분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그들의 시각이 비커스를 통해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인류는 비커스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역지사지의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확실히 사람들은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이 영화에서는 폭력이라는 수단을 사용했지만,

반드시 폭력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간디도 무저항 비폭력 운동을 설파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인종 차별을 타파하기 위해서 바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얘기하고 싶다.

<같은 인간끼리도 서로의 욕심을 위해 죽고 죽이고 하는 실정이다>

어쩌다보니 이 영화의 철학적 요점부터 집중적으로 얘기하였는데,

이번에는 영화 자체적인 면으로 들어가 보겠다.

일단 제작이 피터 잭슨이다. 이거면 말 다하지 않았을까?

이미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세계 최고의 퐌따지 영화의 대가가 되신 분이시다.

해리 포터 100명이 달려와도 반지의 제왕 멤버들을 꺾기는 힘들 정도이다.

그만큼 볼거리에서 절정의 경지에 오르신 분이다.

그런데 피터 잭슨이 놀랍게도 판타지가 아닌 외계물을 들고 나왔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바로 감독인 닐 블롬캠프에게 있다.

이 사람이 누군가 하니, 그 동안 단편영화로 짭짤한 재미를 보던 남아공 출신의 감독이다.

그런데 피터 잭슨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2006년에 게임을 원작으로 한 <할로>를 함께 해보자고 제의하였었더랬다.

하지만 제작비 문제로 말짱도루묵.

그러다가 닐 감독의 2005년 단편작 <얼라이브 인 요버거>를 보고 삘받은 피터 잭슨이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장편영화를 만들자고 제의를 한다.

그 작품이 바로 디스트릭트 9인 것이다.

고로 디스트릭트 9의 원작은 사실 얼라이브 인 요버거라고 보면 되겠다.

아무튼 이 둘의 합작이 이토록 놀라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스토리도 빠방하고, 철학적 주제의식도 거창하며,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연출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도 특별해서,

초반부터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나열하며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풀어나가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이 제시하는 주제의식이 보다 사실적이고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그리고 결말에서 채택한 약간의 슬픈 결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실 만큼 감동적인 것이 사실이다.

<상공에 저렇게 거대한 우주선이 떠 있다고 생각을 해보라. 실로 경이롭지 않은가?>

미국에서 개봉 당시 엄청난 파장과 흥행을 몰고 온 이 작품은

놀랍게도 출연 배우 전원이 거의 무명에 가깝다는 특징이 있다.

주인공 역을 한 샬토 코플리는 재미있게도 얼라이브 인 요거버를 제작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 외에는 남아공에서나마 좀 유명하지 세계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대박을 쳤으니,

이로써 헐리우드에서 파워가 엄청난 스타급 배우들을 쓰지 않고도 대박을 칠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만큼 감독의 재능과 스토리의 탄탄함, 그리고 놀라운 연출과

상상력의 현실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의 외계인은 기존의 외계인과는 다른 모습도 많다.

일단 인간과 함께 지구상에서 살아간다는 설정도 독특하지만,

맨 인 블랙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너무 황당할 정도로 엉켜 사는 모습도 아닌

지극히 사실적인 모습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외계인들은 자기네들의 언어를 쓴다.

그리고 자기네들의 본능대로 살아간다.

고양이먹이를 좋아하고 쓰레기를 좋아하는 모습은 지극히 외계인스럽다.

물론 여기에서 외계인 언어와 지구인 언어가

서로 아무렇지도 않게 소통된다는 부분은 조금 의아하다.

짐작컨데 주인공이 외계인 통역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인물로 보여지지만,

아무튼 28년 만에 두 생명체가 서로의 언어를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솔직히 좀 어거지 아닌가 싶다.

<와방 재밌는 최첨단 게임에 푹 빠져 있는 비커스...가 아니라! 탈출 시도 중인 모습>

폭력적이고 육식을 좋아하는 외계인의 모습을 봐서는 인간보다 못한 존재인가 싶기도 하지만,

크리스토퍼가 보여주는 외계인의 습성은 오히려 인간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화가 나지만 분노를 참으면서 주먹으로 벽을 치는 장면이라던지,

자신의 종족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고방식,

그리고 눈물을 흘리고 원통해 하고 절망을 느끼고 하는 부분들은

완전 인간과 똑같다고 볼 수 있겠다.

어쩌면 이러한 설정은 외계인도 감정이 있고 지적인 생명체로서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끄집어내기 위해 만든 장치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관객들이야 바보가 될 테니까. 아무래도 이렇게 하는 편이

외계인들에 대한 감정이입이 훨씬 쉬어지는 장점은 있다.

그래도 필자가 보기에는 이러한 장치는 지나친 인간주의적 설정이 아니었다 싶기도 하다.

우리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그 이후의 모습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크리스토퍼는 돌아올 것인가? 비커스는 다시 사랑하는 아내를 볼 수 있을 것인가?

필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여운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무언가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하면서 모호하게 끝이 나는 결말,

바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2탄이 나와서 이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면 좋겠지만, 2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이 자체로 충분한 하나의 완성작이다.

더 이상의 사족은 필요 없다고 본다. 제작자와 감독은

이미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영화 내에 모두 담아두었다.

그들에게 있어 주인공이 나중에 어떻게 되어버린다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니까.

<외계물 사상 가장 감각적이고 감동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걸작 중의 걸작>

우리 주위에도 외계인들이 많음을 잊지 말자.

못생긴 여자에게 지구에 온 목적이 무엇이냐?’고 묻지 말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세상을 바라보자.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그들에 대한 편견은 그 자체가 바로 차별인 것이다.

내가 남들로부터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을 해보자.

그리고 우리의 마음과 태도를 바꿔보자. 어쩌면 우리들에게

그들 중 누군가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수도 있으니까.

posted by 미까 2009. 9. 21. 17:10

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제목은 블랙호크다운인데 포스터에는 왠 기동헬기가???>

인류가 살아오면서 지난 3000년간

세계가 전쟁을 치르지 않은 기간은 단 268년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종결 후 1945년부터는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단지 3주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토록 인류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빼앗아버리는 인류만의 독특한 행위이다.

사람을 죽이면 죄를 받아야 하지만, 전장에서는 사람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법이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어 버리는 전쟁.

필자도 한번도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그 결과만큼은 참혹함의 정도를 잘 느끼고 있는 전쟁.

하지만 많은 영화들이 전쟁을 미화하면서 현실을 왜곡한 채

전쟁을 마치 전우애와 애국심, 그리고 액션의 마당놀이로 생각하게끔 만들어버렸다.

필자는 사실 람보 식의 주인공의 액션에 쾌재를 부르는 전쟁 영화는 정말 싫어한다.

필자는 남들보다 군생활을 좀 더 길게 했을 정도로 군대와 군인이라는 것에

상당한 애착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지만, 전쟁을 결코 동경하지는 않는다.

전쟁은 곧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잔인하고 멍청한 행위라는 것은

필자가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그래서 가끔은 정말 전쟁이 얼마나 허무하고 잔혹한 행위인지를 보여주는

정통리얼 전쟁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보고나면 무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쟁영화를 말이다.

물론 그런 영화는 많지 않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그 신호탄이 되었고,

이후 <밴드 오브 브라더스>가 정점을 찍었으며,

현대전에서는 바로 오늘 소개할 <블랙 호크 다운>

현존하는 최고의 리얼전쟁영화로 추앙받고 있다.

그럼, 그 장엄하고도 웅장한 블랙 호크 다운의 스토리를 살펴보자.

<어디까지나 시작은 좋았다. 하지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면 안되는 법>

때는 1992. 아프리카의 최빈국 중 하나인 소말리아는

몇 년간의 기근으로 인하여 전 세계로부터 구호물품을 받아 겨우겨우 살아가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군부 모하메드 파라 아이디드는 민중들의 구호물품을 빼앗고

이를 무기로 소말리아를 지배하고 있었다.

이에 UN은 세계평화유지를 위해 미해병대를 투입하여 이 사태를 진정시키려 하였다.

하지만 미해병대가 철수한 직후 아이디드는

남아있던 UN평화유지군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이후 파키스탄군을 사살하는 등의 저항행위를 작렬하였다.

1993 10. UN은 결국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다시 미육군 레인저부대와 델타포스를 투입하여

질질 늘어지고 있는 현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특수작전을 펼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바로 수도 모가디슈를 기습하여 아이디드의 오른팔인

오스만 애토와 또 한명의 부관을 납치하는 것.

총 책임자인 윌리엄 개리슨 장군(샘 쉐퍼드)은 이 모든 작전이 단 1시간 만에 끝날 것이라 확신하고

최정예 부대원들을 투입시킬 것을 지시한다.

당시 모가디슈로 파병된 미육군 레인저 소속의 맷 에버스만 2등 중사(조쉬 하트넷)

작전을 앞두고 군기가 빠질대로 빠진 부하들을 챙기며 FM군인으로서의 일장 연설을 내뿜는다.

다들 개소리라고 썩소를 날리고 있을 때,

한편에서 초긴장 상태로 군장을 꾸리는 병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서기관을 담당하던 특수병 존 그림스(이완 맥그리거)였다.

실전이 처음이지만 기대 만빵이라는 그림스에게 하나하나 천천히 설명해주는 FM상관인 에버스만.

하지만 다른 병사들은 군장이 무겁다고 방탄조끼의 메탈패널을 빼내는 둥,

별의 별 뺑끼를 다 치고 있었다.

<블랙호크에서 하강하는 레인저 대원들. 레골라스가 어이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10 3일 오후 3 42. 드디어 작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19대의 무적의 블랙호크에 몸을 싣고 신나는 락 음악을 들으며

작전지역으로 향하는 레인저와 델타포스 대원들.

하지만 민군 행동대장은 이러한 사실을 꼬맹이 스파이를 통해

단박에 알아채고 만반의 대비를 하게 된다.

현지 스파이의 도움으로 오스만 애토의 본거지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한 미군.

드디어 작전이 시작되고, 블랙호크에서 하강한 대원들은

기습적으로 건물을 에워싸 포로들을 포획하는데 성공한다.

다만, 민군의 공격으로 헬기가 움직이면서 하강중이던 토드 브랙 병사(올랜도 블룸)

목을 크게 다치면서 혼수상태에 빠진 것.

지상군을 담당하는 대니 맥나이트 대령(톰 시즈모어)

부상자와 포로들을 태우고 장갑차와 트럭을 이용해 모가디슈를 빠져나가려 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작전지역을 육로로 탈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소말리아 민군의 저항은 생각보다 거셌던 것.

생각지도 못했던 바주카 공격으로 상공에 대기 중이던 블랙호크 슈퍼 61이 추락을 하고 만다.

작전에 차질이 생긴 대원들은 계획을 변경하여 추락한 조종사를 수습하는데 우선 목표를 둔다.

단 한 명의 전우도 남기지 않고 가야 한다는 사명으로 똘똘 뭉친 레인저 대원들.

거센 민군의 저항을 뚫고 어렵사리 블랙호크 슈퍼 61의 추락지점에 도착하여

부상당한 생존자와 사망자를 수습하고 탈출하게 된다.

한편 저항은 육로로 이동중인 지상군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옥상에서 뿜어대는 무개념 막쏴대기 총질에 미군 병사들이 하나둘씩 목숨을 잃게 되고,

결국 지상군은 계속되는 사망자와 부상자를 실은 채

무사히 미군 주둔기지로 탈출하게 된다.

하지만 포로이송트럭을 제외한 장갑차는 잔존 지상병력을 지원하기 위해

계속 작전지역을 이동하며 사투를 벌이게 된다.

<오우씨! 여기 장난이 아니야!! 소말리아애들 모두 스팀팩 먹었나봐!!>

상황이 힘겨워지는 것을 지켜본 개리슨 장군은

상공에서 대기 중이던 블랙호크 슈퍼 64에게 지상군 지원을 명령하고,

슈퍼 64의 조종사 마이크 듀란트는 자신감없는 표정을 지으며 지상으로 하강한다.

작전지역으로 향하던 도중 지상에서 발사된 민군의 바주카에 꼬리날개를 맞고,

결국 슈퍼 64도 거리 한복판에 추락을 하고 만다.

벌써 2대나 추락해버린 블랙 호크. 두 번째로 떨어진 블랙 호크에

생존자가 없다고 판단한 지휘부는 일단 탈출을 중심으로 작전을 계속하게 된다.

헌편 레인저와 델타포스 요원들을 이끌고

계속되는 민군의 저항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레인저 소속 마이클 스틸 대위(제이슨 아이삭스)

계속되는 부상자를 보호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건물에서 주둔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민군의 저항에서 숨어있기만 하면

다 뒈져버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델타포스의 제프 샌더슨 중사(윌리엄 피츠너)

스틸 대위의 명령에 정식으로 저항하고, 자기네들만 따로 추락한 블랙 호크로 가겠다고 한다.

이에 4분대에서 왕따신세였던 그림스가 델타 지원사수로 뽑혀 샌더슨 중사를 따라가게 된다.

뿔뿔이 흩어진 대원들은 사투를 벌이며 각자 집결지로 향하고,

계속되는 병력지원 요청에도 불구하고 개리슨 장군은

더 이상의 희생을 볼 수 없다며 병력지원을 거부한다.

결국 남아있는 대원들은 자력으로 어떻게든 버텨내야 하는 상황.

2번째로 추락한 블랙 호크 쪽에서는 수많은 민군들이 저글링처럼 모여들기 시작하고,

겨우 상반신만 움직일 수 있는 조종사 듀란트는 목숨을 걸고 저항한다.

이에 생존자가 있음을 깨달은 상공의 델타소속 스나이퍼 게리 고든과 랜디 슈거트 중사는

상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를 구출하겠다고 자원해서 하강한다.

듀란트를 헬기에서 무사히 빼낸 두 사람은 헬기를 끝까지 사수하며 저항하지만,

정말 쓰리 해처리에서 뿜어내는 저글링만큼 무서운 속도로 들이대는 민군들에게

결국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두 델타포스 요원의 희생으로 겨우 목숨을 건진 듀란트는

민군들에게 산채로 잡혀 포로로 끌려가고 만다.

<델타포스 요원들의 사망자 수습 작전. 시체 하나 수습하다가 시체가 더 늘어난다>

날이 저물어가면서도 계속해서 공격을 받는 대원들은

건물 안에 몸을 숨긴 채 날이 밝아오기만을 기다린다.

하나둘씩 부상으로 생명을 잃어가는 대원들.

극한의 공포 속에서 대원들은 정신줄을 놓아버리지만.

FM군인 에버스만은 그런 부하들을 다독이며 전열을 가다듬는다.

어두운 밤이 되어서도 민군의 저항이 거세지자,

날이 밝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무장헬기를 동원해 발칸으로 민군들을 싸그리 발라버린다.

그 틈을 타서 델타포스 요원들은 초특급 기습 공격을 펼쳐

민군의 행동대장을 친히 박격포로 날려주시는 쾌거를 이룬다.

겨우 하루를 버틴 대원들. 개리슨 장군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자

파키스탄군에 지원을 요청하여 작전지역으로 대규모 장갑차와 탱크를 투입한다.

지상군도 맥나이트 대령의 부상투혼에 힘입어 전 부대원들의 전우애를 불사르며

작전지역으로 과감히 돌입하여 생존자 구출에 최선을 다한다.

마침내 파키스탄군이 도착하고 탱크와 장갑차에 부상자와 사망자를 실으며

철수의 기회를 맞은 대원들. 하지만 탱크와 장갑차 정원이 시체와 부상자만으로

만땅이라는 황당한 얘기를 듣고, 나머지 대원들은 결국 뜀박질로

작전지역을 빠져나가야 하는 황당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인간의 걸음이 얼마나 빠른들 탱크보다 빠를까?

결국 탱크와 장갑차들은 나몰라라 도망가고,

대원들은 민군들의 총격을 피하며 피똥싸듯이 죽어라 내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안개를 걷으며 도착한 곳은 바로 미군주둔 기지.

<이제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탈출하는 것이 최대목표가 되어버린 레인저 대원들>

작전 개시 후 무려 18시간만에 끝난 작전.

포로 획득이라는 목표에서 생존과 구출이라는 목표로 바뀌어 버린 작전.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바꾸어버린 작전.

모두가 무사히 살아있음을 느끼고 있을 때 델타포스의 일등중사

놈 후트 깁슨(에릭 바나)은 자신이 왜 전쟁을 하는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며,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를 즐겁게 맞이하라고 외친다.

이 작전으로 미군은 18명의 대원을 잃었고,

개리슨 장군은 작전의 실패를 책임지며 퇴역하게 된다.

가장 숭고한 희생정신을 보여준 델타포스의 스나이퍼 고든과 슈거트 중사는

월남전 이후 최초로 전사 후 무공훈장(미 최고 명예훈장)을 수여받게 되었고,

포로로 잡혔던 듀란트 조종사는 열흘 후에 가까스로 풀려났다.

이 작전이 있은 2주 후에 클린턴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레인저와 델타포스 대원들을 모두 철수하기에 이른다.

전쟁의 시작을 가져왔던 악의 근원 아이디드는 1996년 모가디슈에서 피살되었고,

이 전쟁으로 죽은 소말리아인은 무려 1,000여 명에 달한다.

이토록 많은 희생을 낳은 이번 작전은,

미군의 몇 안 되는 대표적 작전실패 사례로 남게 되었다.

<장군 말년이라도 안 통하는 것은 꼭 있는 법이다>

필자가 간만에 스토리는 좀 짧게 쓴 것 같다.

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가 무려 3시간에 달하는 런닝타임을

자랑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짧은 글이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내용이 총알이 날라다니고 피가 튀기는 전장의 모습을 담고 있다.

게다가 어찌나 리얼한지 보고 있노라면 실제로 그 전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이 작품은 1993년에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통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면 조금은 영화에 맞게 바꾸는 구석이 있는데,

이 영화는 철저하게 100% 리얼 고증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상업적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과 다른 단 한가지라면, 바로 이완 맥그리거가 연기한 존 그림스 특수병의 극중 이름 정도?

사실 여기에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존 그림스의 원래 모델은 존 스테빈스인데,

이 친구가 12살 여아 성폭행 혐의로 죄인이 되어버려서,

그의 가족들이 죄인을 미화할 수 없다며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나름 영웅처럼 나오더니, 결국 쓰레기였던 것.

, 이 작품이 실화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극중에서 보여지는 긴박한 순간이 실제로는 얼마나 더 참혹하게 다가올지를 생각해보자.

내가 대원 중의 한 명인데, 어쩌다가 블랙 호크가 추락하면서 일이 꼬이고,

사방에서는 민군들의 총탄이 날아오면서 나는 겨우 건물 기둥 뒤에 숨어서

목숨을 부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실탄은 갈수록 줄어들기만 하고,

밥도 먹지 못한 채 어떻게든 지원병력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 말이다.

끔찍하지 않은가?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그 공포를 느낀 적이 있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는 여러 경험을 통해 이와 유사한 감정을 많이 느꼈었다.

군대에서도 훈련하면서 느끼기는 하지만,

정말로 내가 다치거나 아프다는 것을 죽음이라는 것의 일부분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정말 그 공포는 말로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군인들은 전쟁에 나가는가?

맨 마지막의 깁슨 중사의 말처럼, 그 누구도 이해 못하는 자신만의 주관이 있는 것이다.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옆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쓰려져가는 전우를 바라보는 심정은 어떨까>

아무튼, 전쟁이란 결코 낭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미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오프닝부터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초절정 리얼 시츄에이션을 작렬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참혹함에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람보에서 보여주는 잔인무도함하고는 다른 성격의 것이다.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전쟁이란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라는 경고를 날려주는 시그널로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암시가 상당히 많이 드러나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아예 의도적으로 음악부터 무언가 허무하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버무려 버렸다.

여기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을 얘기하지 않고는 말이 안될 것이다.

이 사람이 누구인가? <에일리언>으로 SF영화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하고,

<블레이드 러너> SF철학영화의 신으로 등극한 명감독 중의 명감독이시다.

이 사람은 작품을 만들면서 결코 가볍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일단, 무게감 팍팍 느껴지는 주제의식으로 작품을 도배질하는 사람이고,

음악과 비주얼에서 특유의 느와르를 펼치는 사람이다.

게다가 리얼에 있어서도 결코 뒤지지않은 뛰어난 작품세계를 드러내는 사람이다.

원래 이 작품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의도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리들리 스콧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특유의 철학을 담고자 하였다.

그것은 바로 전쟁의 본질이 무엇이고,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요소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고 깨달아야 하는가 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군이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부끄러운 역사를 과감히 파헤치며,

모든 전쟁에 있어 승자와 패자는 없다는 전쟁무용론을 펼치고 있다.

음악과 비주얼도 따져보면, 확실히 기존의 전쟁액션영화와는 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전투신에서는 시끄럽고 격렬한 음악을 통해 피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것이 다반사인데,

이 작품은 철저하게 장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극도로 리얼하면서도 장중한 연출로 인하여 전투신이 화끈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비장하고 끔찍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만드는 것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전매특허이기도 한데, <킹덤 오브 헤븐>

<글레디에이터>의 팬이라면 그의 이러한 특징이 얼마나 잘 살아나있는지를

여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쪼록 다른 작품들도 유사하게, 전쟁이란,

인간들의 다툼이란 결국 무용한 것임을 시사하는 블랙 호크 다운.

비록 18명의 미군 병사와 1,000여 명의 소말리아인의 죽음을

똑 같은 무게로 다루는 부분에서는 다소 고개가 갸우뚱하긴 하지만,

어쨌든 소말리아인들의 죽음에서도 나름 비장미를 선사한다는 데서

결코 미국제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멜 깁슨이 주연한 <위 워 솔저스>라던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등의 작품을 보면

상대편의 입장에서도 전쟁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결국 전쟁이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이 최근 전쟁영화의 주류인 듯싶다.

<나름 레인저라고 델타앞에서 깝죽거리다가 개쪽당하는 존 그리스 특수병>

이 작품은 주제의식과 연출, 스토리도 빠방하지만, 주연배우들도 빠방하기 그지없다.

거의 주연역할을 도맡아하는 조쉬 하트넷의 경우

이 당시 아예 드러내놓고 전쟁영화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도 했었더랬다.

특히 <진주만>에서 인기몰이하면서 이번 작품에서도

나름 전쟁에 어울리는 사나이로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헐크로 명성이 높은 에릭 바나도 초특급 베테랑 델타포스 요원으로 등장하여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다. 이 친구는 인상 자체가 아주 그냥 베테랑이다.

그리고 선하게 생긴 윌리엄 피츠너도 델타포스로 나오면서

의외로 너무 잘 어울리는 연기를 선사하였다.

전쟁 전문 배우하면 톰 시즈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친구는 어쩌면 이리도 전쟁영화와 인연이 깊은지,

조연만 맡으면서도 감칠맛나는 역할은 죄다 이 친구 몫이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도 막판까지 투혼을 발휘하는 역할로 나오더니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배짱으로 똘똘 뭉친 맥나이트 대령으로 나와 감칠맛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멜로 연기의 대부 이완 맥그리거는 사실 다소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초짜 실전요원답게 어설프면서도 나름 활약하는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나저나 꽃미남 엘프 올랜드 블룸이 나오자마자 목잡고 뻗어버리는 신병으로 등장하여

초안습 캐스팅을 보여주고 있어서 나름 눈물을 쥐어내고 있다.

<판타스틱 4>의 주인공인 이안 그루퍼드도 존 빌즈 중위로 등장하는데,

그다지 눈에 띄지 않으니 이 또한 안습이라 할 수 있겠다.

<2번째 헬기는 밤이 되어서야 겨우 시체를 수습하게 된다>

이번에는 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필자는 나름 군대에 대해서는 관심도 많고 지식도 조금 있다.

아무래도 남들보다 군대에 오래 짱박혀 있어서 그랬을런지도.

그래서 조금이나마 아는 지식을 풀어보자면,

일단 레인저와 델타포스라는 부대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이게 왜 중요한고 하니, 모르고 보면 마치 우리나라 상록수 부대처럼

어쩌다 착출되어가서 파병근무하는 부대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을텐데,

특수부대들도 당시 작전을 실패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던

초절정 위기였음을 알리고자 하는 차원에서 두 부대의 우수성을 설명하고자 한다.

미육군 75레인저 부대는 미육군 특수전 사령부 소속의 특수부대이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정예보병부대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비록 보통의 병사들에 비해 엄청나게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거쳐 레인저 부대원이 되지만,

다른 특수전 부대들에 비하면 경험이나 실력이 많이 뒤쳐지기 때문이다.

레인저 부대의 특성은 유격대의 것과 동일한데, 쉽게 설명하면 극한 상황에서

디립다 들이대면서 쳐들어가는 것이 유격대의 특징이다.

그래서 레인저 부대는 강행돌파 작전에 많이 투입된다.

이 외에도 델타포스를 도와 그들의 작전을 엄호하는 역할을 주로 한다.

이 작품에서도 그런 상황으로 등장한다.

레인저 코스는 어느 누구나 군인이라면 받을 수 있지만 통과 자체는 결코 쉽지가 않으며,

레인저 과정을 이수하면 어깨의 부대마크 위에 레인저 마크가 추가로 부여된다.

국내에서는 이와 비슷한 것으로 유격코스를 이수하는 자들에게 가슴에 레인저 마크를 달아주지만,

강도나 의미 면에서는 미군의 레인저와는 상상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

참고로 레인저 부대는 미육군 내에서도 군기가 엄청 빡쎈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에서는 당시 보급된 레인저 전용 장비를 차고 등장하는데,

당시 새롭게 지급된 사막3 BDU와 케블라 헬멧,

방풍고글, LC-2 장비와 M16-A2를 기본으로 무장하였다.

델타포스 부대는 미육군의 대표적인 특수부대인 그린베레의 델타 분견대이다.

대대급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특수 중의 특수 요원들로 똘똘 뭉쳤다고 보면 되겠다.

실제 작전 투입시에도 저글링 수준이 아니라 300명 미만의 소규모 요원들로 침투해서

특수작전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며, 미육군은 늘 델타포스를

병기의 첨단화 1순위로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델타포스의 탄생 배경은 놀랍게도 영국의 SAS를 본 따온 것인데,

당시 대테러진압의 최고 실력을 자랑하던 SAS에 삘받아

SAS교육을 받고 온 그린베레 대원이 창설하였다고 한다.

이후 존재 자체가 비밀로 붙여지다가 1980년 테헤란 작전에서 어이없게도

대원을 태운 수송기와 헬기가 충돌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델타포스 대원들은 레인저와는 달리 철저하게 기존의 베테랑 군인들 중에서 착출하여

고된 훈련을 거친 후에 임명한다.

그래서 병사 중심의 레인저와는 달리 델타포스는 부사관과 장교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는 레인저와 달리 당시 첨단 장비를 선보이며 등장하는데,

사막3 BDU를 기본으로, 프로텍 크래쉬 헬멧과 D.O.A.V. 시스템 베스트,

R.A.P.T.O.R 백팩, M733 코만도 소총으로 무장하여 기동성을 극대화하였다.

, 이 정도면 사실 우리나라에서 대출 뺑끼칠 생각이나 하고 있는 일반 병사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군인들임을 알 수 있다.

객관적인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델타포스 정도면

사실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특수부대라고 보면 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세계최상급 특수부대가 존재한다.)

이러한 그들이 고생 바가지로 해가며 생사를 넘나들었던

소말리아 모가디슈 작전이 얼마나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이었는지 느껴보시라.

<캐리어라고 해서 못 때려잡는 것은 아니다. 발키리 개떼의 위력은 마린유저가 잘 안다>

소말리아 민군도 대단한 것이, 이러한 특수부대를 상대로

전혀 쫄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것이 놀랍다.

비록 많은 사망자가 나긴 했지만, 1,000여 명이 전부 민군은 아니고 민간인도 섞여 있다.

정말 깡말라서 총 하나도 줍기 힘들 정도의 한민관스러운 소말리아인들이

총질해대며 미군들을 압박하는 것을 보면 그것도 나름 또 하나의 공포이기도 하다.

소말리아 민군들이 조금만 더 체계적으로 무장하고 교육받았더라면

아프가니스탄 게릴라만큼 무서운 존재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그런걸 보면 오사마 빈라덴이란 인물이 정말 대단한 인물이 아닌가 싶다.

아프가니스탄을 그토록 게릴라 천국으로 만든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6.25라는 끔찍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는 아직도 휴전 중이다.

,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잠시 쉬고 있다는 의미이다.

요즘들어 북한의 서프라이즈 도발도 정도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늘 한편으로는 정말 전쟁이 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혹자들은 그깟 전쟁 나버려라, 그러면 1주일만에 전쟁 끝난다, 그게 속편하다 라고 외치지만,

그것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무개념 사고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장 속에서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총탄에 맞아 죽는다고 생각해보라.

그 누가 전쟁을 겪고 싶을까? 그렇다고 해서 전쟁이 났다고 무조건 도망쳐서도 안 된다.

우리는 깁슨 중사의 말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전쟁이 났다면 그 전쟁을 하루 빨리 멈추게 하는 것이 군인들의 의무이자 사명인 것이다.

그 사명을 잊지 말자. 내 한 목숨이 희생해서라도 전쟁의 종결을 앞당겨

수백, 수천명의 목숨을 건질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가치있는 일인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바로 깁슨이 말한 남들은 이해 못하는 나만의 의미인 것이 아닐까?

필자는 아직도 예비군 훈련을 가면 군복을 깨끗하게 다려입고 제대로 복장갖춰 훈련을 받는다.

나는 늘 언제나 군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미까 2009. 9. 8. 16:06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 (Sweene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는 오래된 교훈이 있다.

맨 처음 당한 놈의 입장에서는 결국 자신이 복수를 해도

다시 복수를 당한다는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말이다.

결국 당하면 참을 수 밖에 없는가라는 묘한 논리를 설파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로서는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나 우리의 착하고 용감한 주인공이

어쩌다 악당에게 당해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 나서

이에 복수하기 위해 들고 일어서 악당들을 쳐죽인다는 내용은 그야말로

유쾌통쾌상쾌 3박자를 고루 갖춘 한여름의 수박화채와도 같은 짭짤한 재미 되시겠다.

그래서 대부분의 외국 영화에서는 일단 착한 놈의 복수는

무조건 당연한 것이고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나름의 법칙이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서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깬 아주 독특하고 기괴한 작품이 존재했었더랬다.

장르는 호러, 연출은 하드고어 엽기 잔혹, 스토리는 피칠갑이 난무하는 비극적인 결말,

도저히 뮤지컬로는 구현조차 어려울 것만 같은 독특한 작품이

엄청난 인기를 끌어왔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가?

그리고 드디어 비싼 돈 주고 브로드웨이로 비행기 타고 가서나 볼 수 있었던 그 작품이

극장가 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엽기로 똘똘 뭉친 작품 <스위니 토드>가 그 것이다.

<팀 버튼이 크리스마스에 유독 집착하는듯한 느낌이 드는 문제적 포스터>

일단, 시작은 무조건 스토리부터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안개가 자욱이 낀 어두운 바다 위 한 척의 배가 런던을 향하고 있다.

음흉한 날씨와는 달리 런던 가서 신난다고 노래를 불러제끼는 한 청년이 있었으니,

넓은 이마빡을 자랑하는 말라깽이 사나이 안소니(제이미 캠벨 보웬)이다.

하지만 음흉한 날씨에 딱 맞는 또 다른 사나이가 등장하니,

15년만에 런던을 오게 되었다는 스위니 토드(죠니 뎁)라는 똥씹은 표정의 사나이 되시겠다.

런던에 도착한 스위니 토드는 갑자기 안소니에게 옛 이발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아내를 노리던 나쁜 놈에 의해 남자는 어디론가 끌려가버렸다는 이야기.

원래 스위니 토드의 옛 이야기이지만 안소니는 누구 얘기일까 하고 궁금해 한다.

그 와중에 스위니 토드는 작별의 인사를 하고 사라진다.

스위니 토드가 플릿 거리를 거닐다가

예전 자신의 이발소가 있었던 집 1층의 빵가게를 들어가게 된다.

겉 모습부터 음침한 그 빵가게는

일대에서 아주 유명한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의 빵가게였던 것.

무엇으로 유명한고 하니, 바로 위생, 청결, 깔끔, 신선과 전쟁을 선포한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문제아적 점포였던 것이다.

결국 바퀴벌레 양념된 빵을 집어드시고 피자판 만들기 직전으로 급행하시는 스위니 토드.

결국 러빗 부인의 배려로 제대로 된 술로 속을 비운 스위니 토드는

러빗 부인에게 텅빈 2층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종일관 인상만 찌푸리고 사는 스위니 토드와 이마반을 자랑하는 안소니>

러빗 부인은 2층이 비게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다가

벤자민 바커라 불리었던 비운의 이발사가 바로 스위니 토드임을 알게 된다.

스위니 토드는 러빗 부인에게 자신의 아내인 루시(로라 미쉘 켈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묻자,

러빗 부인은 그녀가 비소가 든 독을 마시고 죽었다고 얘기해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하나뿐이었던 딸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주범

터핀 판사(알란 릭맨)에 의해 입양되었다는 것.

이에 15년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한 줄기 빛과도 같았던 희망이 사라져버린 스위니 토드는

2층에 숨겨두었던 자신의 은빛 면도칼을 치켜세우며 그야말로 복수의 칼을 간다.

한편 홀로 런던거리에서 똥폼 잡고 간지좀 내고 있던 안소니는

우연히 건물 안에서 창문 밖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게 된다.

둘이 지대로 눈이 맞아버린 청춘남녀.

하지만 누군가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던 여인은 이내 모습을 감추고,

안소니는 지나가던 거리여인에게 미모의 여인에 대해 물어본다.

터핀 판사의 양녀 조안나(제인 와이즈너)라고 알려준 거지여인은

절대로 접근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사라지지만,

개념없이 계속 찝적대다가 터핀 판사에게 딱 걸리고 만다.

결국 죽도록 쳐맞고 쫓겨난 안소니는 계속 조안나를 훔친다는

범죄적 가사를 읊조리며 자리를 떠난다.

러빗 부인과 함께 거리로 나온 스위니 토드는,

광장에서 우연히 터핀 판사의 똘마니인 비들(티모시 스펄)을 보게 된다.

당장이라도 가서 때려죽이고 싶지만 이를 말리는 러빗.

마침 광장에서는 북치고 장구치며 요란스럽게 짝퉁 약을 파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일명 피렐리의 기적의 약이라는 발모제였는데,

짝퉁 티가 확 나다보니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은 바로 때려치우라고 한다.

이 때 이에 발끈하고 등장하는 사내가 있었으니,

바로 피렐리의 기적의 약을 직접 제조하고 판매하는

콧수염 사나이 아돌프 피렐리(사차 아론 코헨)이다.

나름 VIP의 면상만 상대했다는 피렐리에게 급제안을 하는 스위니 토드.

누가 더 깔끔하게 이발을 하는지 내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대충 이 모습만 봐도 "앗! 저 배우!!!"하고 무릎을 탁 칠 수 있겠다. 대체 댁은 뉘기??>

드디어 세기(?)의 대결이 펼쳐지고,

피렐리는 온갖 오도방정을 다 떨면서 특유의 주둥아리를 나불대며 이발을 하지만,

정말로 5초도 안 걸리고 끝나버린 스위니 토드에게 제대로 카운터어택을 당하고,

그 자리에서 내깃돈도 잃고 개망신만 당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졸지에 이발사로서의 능력을 재평가받게 된 스위니 토드.

갑자기 사람들이 이발소가 어디있냐고 물어보고,

비들도 그 능력에 탄복해 조만간 찾아간다고 얘기한다. 이게 왠 굴러들어온 떡!

이제 신장개업을 준비하고 있는 스위니 토드.

그때 안소니가 찾아와서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자기가 조안나라는 가엾은 여자를 데리고 도망을 가려고 하는데,

마차가 올 때까지 잠깐만 이발소에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부탁을 받아들인 스위니 토드. 안소니는 좋아라 하고 달려나가고,

이내 첫 손님이 찾아온다.

첫 손님은 다름아닌 짝퉁 물약의 제조범 피렐리.

친히 쪼수 토비어스(에드 샌더스)까지 데리고 왕림하시어

스위니 토드에게 은근슬쩍 협박을 가한다.

어린 토비어스가 러빗 부인에게 이끌려 맛 드럽게 없는 빵조가리로

습관성복부허탈감을 해결하고 있는 동안,

2층에서는 피렐리와 스위니 토드의 신경전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게 웬일! 피렐리가 스위니 토드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것.

결국 스위니 토드는 더 이상의 위험을 막기 위해 복수의 뜻을 담았던 은빛 면도날을

피렐리의 목에 살포시 테스트해본다. 전격 피렐리 사망.

이 사실을 모르는 토비어스는 엄마처럼 따뜻한 온정을 베푸는

러빗 부인에게 서서히 감화되어 간다.

<맨 얼굴 자체가 가장 호러틱한 인물인 조안나>

한편 법정에서 닥치고 사형만 외치는 개념없는 악질 판사 터핀이

오늘도 어김없이 개념머리 없는 판정을 마치고 돌아가려던 찰나에,

비들의 제안으로 신정개업한 이발소에 들러 이발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뜬금없이 마주치게 된 스위니 토드와 터핀.

스위니 토드는 이 아닌 밤 중의 홍두깨 선생님스러운 시츄에이션에 므흣한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은빛 면도날로 터핀 판사의 목덜미의 털을 베어 나가기 시작한다.

드디어 하이라이트의 순간!!! 하지만, 깜놀 들이닥친 안소니로 인해 복수가 실패하고,

안소니와 스위니 토드가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 터핀 판사는 화를 내며 그대로 돌아가버린다.

다 된 밥에 재뿌린 안소니만 또 죽어라 욕 얻어먹고 쫓겨나게 되고,

열받은 스위니 토드는 이제 본격적으로 복수의 화신이 되기로 결심한다.

이제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고깃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한 스위니 토드.

이발 의자를 개조해서 사형집행대로 만들어 버리고,

찾아오는 손님들마다 모두 지옥행 급행열차를 태워보낸다.

하루 하루 죽어나가는 시체가 만을 수록 희한하게도 1층 빵가게에서는

구수하고 먹음직스러운 빵굽는 냄세가 거리를 가득 메워 사람들을 꼬이게 한다.

거기에 어느 새 러빗 부인의 쪼수로 직장을 옮긴 토비어스가

호객 행위를 해서 런던에서 가장 형편없던 빵 가게는 한 순간에 런던에서 가장 맛있는

빵 가게로 탈바꿈하게 된다.

<신동엽의 러브러브 하우스를 보듯 놀라운 변신을 하게 되는 러빗 부인의 빵 가게>

잘 죽이고, 잘 팔리는 세상이 도래하게 된 두 주인공.

결국 러빗 부인은 스위니 토드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결혼까지 하자고 프로포즈한다.

사태가 점점 러브러브 모드로 흐를 즈음, 갑자기 안소니가 찾아와

터핀이 조안나를 정신병원에 가둬버렸다는 사실을 알린다.

이에 정신병원 잠입 노하우를 전수하는 스위니 토드.

그리고 토비어스를 불러서 터핀에게 한번 보자는 편지를 보낸다.

그런데 토비어스 이 놈도 갑자기 러브러브 모드로 돌변하여 띠동갑을 제곱으로 해도 모자를

연상의 여인 러빗 부인에게 대뜸 사랑 고백을 해버리고 만다.

이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에 일단 러빗 부인이 입을 틀어막고자

토비어스를 며느리도 모른다는 빵 맛의 비밀인 지하 제조실로 데리고 간다.

한편 안소니는 정신병원에 들어가서 조안나를 데리고 나오는데 성공하고,

리들은 빵 맛의 비밀을 캐고 싶어 러빗 부인을 찾아온다.

무언가 의심스런 눈치를 보이는 리들에게 스위니 토드는 마찬가지로

지옥행 1등석 급행열차 티켓을 선물로 주고,

늘 그래왔듯이 바로 지하의 시체처리장으로 보내버린다.

그런데 아차! 지하에 토비어스가 있었던 것.

토비어스는 그 광경을 보고 기똥차게 맛있었던 빵 맛의 비밀이 바로 인육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엄청난 충격에 토비어스는 지하로 몸을 숨기고,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은 입을 틀어막기 위해 토비어스를 쫓아나선다.

이 와중에 무사히 구출된 안소니는 조안나를 텅 빈 이발소에 두고 잠시 마차를 가지러 사라진다.

잠깐 혼자 놀고 있던 조안나. 그런데 밖에서 누군가가 리들을 부르며 접근한다.

일단 박스 안에 몸을 숨기는 조안나.

이발소로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거지 여인이었던 것.

사실 이 거지 여인은 빵가게가 대박날 때부터 무언가 의심을 품고 지켜봐 온 터였다.

뒤늦게 나타난 스위니 토드는 왠지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것만 같은 거지여인을 경계한다.

그런데 그 거지여인이 스위니 토드를 보고 혹시 당신이 나를 알지 않나요?”라는 말을 뱉자,

자신의 정체를 들켰다고 생각하여 이내 면도날로

치명타율 200% 오라를 건 일도양단의 스킬을 구사하며 사뿐히 골로 보낸다.

이에 깜짝 놀란 조안나가 스위니 토드에게 들키고,

스위니 토드는 너도 죽고싶냐며 겁을 주지만, 뜬금없이 터핀 판사가 등장!

<아줌씨. 이 면도날로 따질 것 같으면 머리카락을 가만히 놓아도 둘로 잘리만하다굽쇼>

용서의 편지를 받고 기분이 좋아져 면도나 해야겠다고 찾아온 터핀 판사에게

스위니 토드는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면도를 시작하고,

이내 자신의 아내 루시의 이름과 자신의 본명 벤자민 바커를 외치며

터핀 판사의 목에 은빛 면도날을 작렬한다.

드디어 모든 복수가 끝나고, 스위니 토드는 희열을 느끼며 러빗 부인과 함께 지하실로 향한다.

그런데, 지하실에 널부러져 있던 시체들 중 아까 죽인 거지여인의 시체에서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 스위니 토드.

얼굴을 자세히 보니 바로 자신의 사랑스런 아내였던 루시였던 것.

러빗 부인이 분명 죽었다고 했는데, 멀쩡히 살아있었던 것이다.

이에 러빗 부인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스위니 토드.

결국 스위니 토드는 러빗 부인을 용서해주는 척 하다가

빵굽는 기계로 집어넣어 잿더미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너무나도 허무하게 되어버린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며

자기가 스스로 죽여버리고 만 아내 루시를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는 스위니 토드.

그 때 뒤에서 조심스럽게 하수도 뚜껑을 열고 나타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도망쳤던 토비어스였다.

토비어스는 러빗 부인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러빗 부인을 헤치는

모든 사람을 없애버리겠다는 신념을 불사르며,

스위니 토드의 면도날을 들고 그의 목에 살포시 1자 라인을 그어준다.

결국 자신이 그토록 보고싶어하던 아내 루시를 스스로 죽인 죄를 되돌려 받듯

스위니 토드 역시 자신의 목이 베인 채로 루시와 함께 지하실 어두운 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저렇게 얌전했던 개기름 좔좔 헤어가 어쩌다 폭탄맞은 것처럼 변했지?>

이 영화는 피로 시작해서 피로 끝나는 영화이다.

인트로부터 피가 주룩주룩 흘러서 온 천지를 피칠갑으로 만들더니,

엔딩 장면에서도 피가 줄줄 흐르면서 그 끔찍한 결말을 더욱 비장하게 만든다.

그만큼 이 영화가 추구하는 장르는 엄연히 호러이다.

중간 중간 펼쳐지는 피의 향연은 정말 역겨울 정도로 리얼하고 잔인하다.

사람 목을 그어버릴 때 사방으로 피가 튀고 찢겨진 살이 다 드러나 보이는 장면은

노약자나 임산부, 어린애들, 그리고 심장이 약한 분들은 절대 보지 않을 것을 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무섭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그것은 이 영화가 다른 호러영화와 다른 2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바로 이 영화의 원작이 뮤지컬이라는 것.

그런데 영화도 놀랍게도 뮤지컬 방식으로 만든 것이다.

, 원작의 무대를 단지 스크린으로만 옮겼다고 보면 된다.

이미 뮤지컬을 베이스로 한 여러 명작들이 존재했더랬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카고, 헤어스프레이 등이 그것인데,

이 작품도 그에 결코 뒤지지 않은 정도로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배우들의 노래 실력과 춤, 연기 등등 그야말로 뮤지컬을 보는 그대로이다.

그러면서도 보다 더 웅장하고 완벽한 무대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무섭다는 느낌 보다는 뮤지컬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숨소리가 느껴진다.

게다가 아무리 무섭더라도 일단 노래 부르고 춤추고 하면 그게 어디 공포인가?

그야말로 활기 넘치는 무대가 되는 것 아닌가?

또 다른 특징은 이 작품의 감독이 바로 팀 버튼이라는 것.

팀 버튼, 이 인간이 누구인가?

<배트맨>, <비틀 쥬스>, <가위손>, <화성 침공>, <슬리피 할로우>, <빅 피쉬>,

<찰리와 초콜릿 공장>, <유령 신부>, <크리스마스 악몽>

기괴하고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보여준 엽기 감독의 대명사 중 대명사 아니겠는가.

늘 정상과 비정상을 뒤집어버리고, 공포를 유머로,

유머를 공포로 바꾸어 버리는 천재적인 감각을 소유한 감독,

게다가 늘 고정관념을 깬 독특한 시각과 연출로 늘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감독이 아니던가.

그러다보니 스위니 토드도 팀 버튼식 해석에 충실하여 상당히 그로태스크하고

엽기적이면서도 잔인하기 짝이 없지만, 기괴한만큼 유머스럽고 해학적이며

어딘가 모르게 동화 같은 느낌이 들어버리고 만다.

<저 암울하고도 환상적인 런던의 모습을 보라. 팀 버튼만이 가능한 연출이다>

2가지 요소가 필자에게는 무척 매력적임이 틀림없다.

일찌감치 필자의 리뷰를 접해온 분들이라면 필자가 필시

정상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무튼 필자는 팀 버튼식 세계관을 좋아라한다.

늘 새롭고 이채로우며 기괴한 현실, 그리고 상상을 불허하는 유머와 호러의 절묘한 짬뽕.

그야말로 동화 속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세상이 눈 앞에 그려진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것도 유별나고 무섭기까지 한 공포의 동화라면?

팀 버튼 감독은 삶 자체가 기괴한 인물이다.

얼마 전 방송매체를 통해서도 팀 버튼의 일대기를 광고 형식으로 언급하면서

성공하는 자의 자세를 그린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만큼 팀 버튼은 천재 감독들이 즐비한 영화계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확고히 자리매김한 슈퍼 울트라 감독 중의 한 명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문제는 어렸을 적부터 괴상한 사고방식 때문에

친구들에게 따 당하고 집단 괴롭힘도 당하며 우울증까지 시달렸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꿈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여 그 꿈을 이룬

지금의 팀 버튼의 모습은 정말 존경받을 경지가 아닌가 싶다.

대체 팀 버튼이 어떻길래 이상하다는 것인가? 하고 궁금하시다면,

그의 몇몇 대표작들을 보면 하나같이 공통된 코드가 있음을 금새 알 수 있다.

동화 같은 스토리와 주인공들, 그리고 동화 같은 배경,

게다가 동화 같은 이색적인 연출까지.

마치 아직도 어릴 적 꿈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어린 아이의 동심을 보는 듯하다.

그의 이러한 컬러는 심지어 전혀 동화스럽지 않은 작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 대표적 작품이 바로 <배트맨>인데,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액션 히어로물임에도 불구하고,

팀 버튼 특유의 꽈배기 버릇이 제대로 녹아들어서 그야말로 컬트식 배트맨이 탄생하게 되었다.

<화성침공>도 보면, 분명 원작 소설은 동해안 오징어처럼 생긴 외계잡것들이

무시무시한 침공을 감행한다는 얘기인데,

팀 버튼은 외계인을 너무도 징그러우면서도 귀엽고 익살맞게 그려서

배꼽을 잡아야 할 지 소름이 돋아야 할 지 알 수 없는 초특급 딜레마를 선사했더랬다.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분명 소름끼칠 정도로 잔인하고 엽기적이지만

한 편으로는 같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칼질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난 일단 망가져야 대박난단 말이다>

이토록 독특한 컬러의 팀 버튼인 만큼, 주연 배우를 고르는 데도 상당히 엄격한 기준이 있다.

그래서 팀 버튼에게는 그의 페르소나 격인 배우가 존재한다.

바로 이 시대 최고의 섹시가이 죠니 뎁. 어쩌다 섹시가이가 팀 버튼의 페르소나까지?

재미있게도 죠니 뎁이 데뷔한 작품은 호러물인 <나이트메어>였는데,

이후의 작품은 모두 자신의 시건방적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는 청소년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바로 팀 버튼 감독의 괴상한 영화였는데,

손에는 티타늄 가위가 장착되고 헤어스타일은 수세미 꼬부라진 것 같으며,

눈썹 하나 없고 창백한 표정으로 닥치는 대로 가위질만 해대는

에드워드 역으로 나온 <가위손> 되겠다.

위노나 라이더의 예쁘장한 미모도 대단했지만,

에드워드로 분한 죠니 뎁의 독특한 연기와 캐릭터는 그를 일약 스타의 덤으로 올려놓게 되었다.

그 이후 팀 버튼과 죠니 뎁은 배창호 & 안성기 듀엣의 찰떡궁합에 준하는

놀라운 궁합을 선보이게 된다.

<슬리피 할로우>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또 다른 기괴한 캐릭터를 맡아

팀 버튼 특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실력을 보여주었고,

곧 개봉 예정인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도

또 한번 개성넘치는 연기를 선 보일 예정이다.

어쨌든 팀 버튼 때문에 죠니 뎁은 일단 괴상한 분장을 해야 대박 터뜨린다는 속설까지 생긴 터이니,

멀쩡한 얼굴로 등장하는 마이클 만 감독의 <퍼블릭 에너미>

얼마나 대박 성공을 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겠다.

말이 나온 김에, 필자가 좋아하는 배우인 죠니 뎁에 대해서

몇 마디 더 재미있지만 쓸데없는 말을 하자면,

죠니 뎁이 스위니 토드 역을 맡아서 당해 MTV 최고의 악당상을 뽑히기도 했었다는 사실.

아니, 주인공 역을 맡고 나서 악당상을 받아?

정말 우스운 결과가 아닌가?

또한 죠니 뎁은 <캐러비안 해적>의 잭 스패로우 연기를 통해

MTV 최고의 코미디 연기상을 타기도 했다.

정말 기괴한 역할 만큼이나 엉뚱한 상을 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스위니 토드로 남우주연상을,

캐러비안 해적으로 남우연기상과 최고의 연기상을 타기도 했으니,

연기력도 단연 일품인 것이 바로 죠니 뎁의 매력인 것이다.

<연기와 노래, 춤 모두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죠니 뎁. 필자는 그의 노래실력에 깜딱 놀랬다!

(알고보니 죠니 뎁은 과거 밴드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었다는...)>

어찌보면 엉뚱해 보이면서도 섹시한 매력이 있는 죠니 뎁.

그런데 그를 영화계로 끌어들인 베프가 누군지 아는가?

바로 케서방, 니콜라스 케이지라고 한다.

!!!! ~~~혀 안 어울리는 두 사람이 베프라니. 엽기 아닌가?

그리고 죠니 뎁의 취미가 놀랍게도 담배피기이다.

말보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피운다는 대단한 말보로 매니아이다.

아마 폐 안쪽에 말보로라고 거멓게 그을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팀 버튼에겐 죠니 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화의 주인공에 남자만 있어서 될까? 팀 버튼의 여성 페르소나,

바로 헬레나 본햄 카터가 존재한다.

일단 팀 버튼의 작품에서 단골손님은 바로 이 인물이다.

그다지 예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영국에서는 가장 영국적인 여성이라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 절정인 히로인다.

이 여자도 사실 개성 하나는 왓따!이다.

죠니 뎁 못지 않게 분장했다 하면 엽기라는 찬사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배우이다.

그런데, 어째서 멀쩡한 여자가 팀 버튼 영화만 출연하면서 죄다 망가지는 건가?

그것은 바로 이 여자가 팀 버튼의 아내이기 때문이다.

으하하하~ 그럼 말 다했지.

사고방식이 비슷한 것인지 아무튼 최고의 스타커플인 것 같다.

만약 팀 버튼의 작품에서 헬레나 본햄 카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부부싸움했으리라 짐작하면 될 듯.

<팀 버튼의 마누라인 헬레나 본햄 카터. <유령 신부>의 그 유령 신부 같지 않나?>

이 작품에는 죠니 뎁과 헬레나 본햄 카터 말고도

또 한 명의 개성 폭발하는 배우가 등장한다.

바로 멋진 콧수염을 자랑하는 아돌프 피렐리 역으로 등장하는 사차 바론 코헨.

이 사람이 누구이던가?

바로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라는 기발한 소재의 영화에서

카자흐스탄의 뉴스 기자 보랏 역을 맡아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그 친구이다.

그는 이 영화로 인해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LA비평가협회,

시카고 비평가협회, 토론토 영화제 등 영향력 있는 시상식에서

최우수 배우상을 한꺼번에 휩쓰는 영광을 안기도 한 놀라운 배우이다.

그만큼 센세이션 하나로 똘똘 뭉친 사내가 역시

개성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좀 굵직하다 싶으면 죄다 악당인 역할로 나오는 이 아저씨. 한스 그루버라는 이름이 너무도 친숙하다>

터핀 판사 역을 맡은 알란 릭맨도,

비록 노래는 남들에 비해 조금 딸리는 듯하지만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맘마미아>의 피어스 브루스넌보단 낫다)

그런데 이 사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크리스마스만 되면 지상파에서 사정없이 재탕해먹는 추억의 명작 영화 <다이 하드>에서,

악당 한스 그루버 역으로 나온 바로 그 배우이다.

재미있게도 다이 하드가 데뷔작이었다는 이 배우는

그 이후에 악당 이미지가 고정되어서 죄다 악당 역으로 나온다.

캐빈 코스트너가 주연한 <로빈 후드>에서도 악당 노팅햄으로 등장하는 괴력을 보여주다가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또 악당.

그래도 필자는 악당 치고 매력있는 악당만 골라 맡은 괜찮은 배우라고 여겨진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영국 런던인데,

재미있게도 18세기에 실제로 스위니 토드 같은 인물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다.

아직 확실한 것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있었다는 설과 거짓이라는 설이 팽팽하다고 한다.

어쨌든, 런던이 배경인 만큼 배우들도 런던의 암울한 느낌을 정말 잘 살리고 있다.

배경 연출도 대단하지만, 배우들의 표정도 그렇고, 의상도 훌륭하다.

나름 스위니 토드가 오토바이 타다가 하이바를 갓 벗은 듯한

23세기 지향적 헤어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외 등장인물들은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다 할 수 있겠다.

필자가 놀랍다고 생각한 것은 죠니 뎁의 영국식 발음인데,

이 친구 원래 미국물 먹고 자랐으면서 어째서 영국 발음을 밥 먹듯이 잘 하나 신기하다.

보면 다른 작품에서도 영국식 발음을 구사하는데, 어렸을 적부터 이렇게 자랐나?

엽기를 떠나고서라도 필자가 이 작품에서 크게 동감하는 부분은

바로 스위니 토드가 아주 비극적인 운명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말했듯이, 시작이 곧 끝이라는 결말.

, 피로 시작된 복수는 결국 자신마저 피로 물들이고 만다는 비극적 교훈을 보여주고 있다.

오로지 복수심에 불타올라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마저 몰라보고 죽이는 현실 하며,

자신의 딸 조차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스쳐지나가는 운명이란.

그렇기 때문에 스위니 토드의 마지막 결말은 비록 잔인한 결말이라 하더라도

나름 또 한편의 슬픔을 안겨주기도 한다. 무언가 끝이 계속되는 여운으로

돌돌 감싸진 영화인 만큼, 정말 딱 필자의 취향인 것이다.

<궁합도 안보고 결혼...아니, 파트너를 맺었다는 팀 버튼과 죠니 뎁>

비록 잔인하고 엽기적이며 피칠갑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는

B급 냄새의 호러 영화이지만, 팀 버튼 특유의 놀라운 감각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뮤지컬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춤과 노래의 향연이

완벽을 보여줌으로써 21세기 최고의 뮤지컬영화로 추앙받고 있는 스위니 토드.

도무지 머리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팀 버튼의 머리 속에서

무려 10년이나 가까이 구상에 대한 목표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는 이 작품.

아직 작품을 보지 못한 독자라면 한번쯤 꼭 보기를 원한다.

물론 시청 전에 우황청심환은 하나씩 먹어두길.

참고로, 영상미만 감상하지 말고 음악도 꼭 주의깊게 감상해 보자.

음악 자체만으로도 수작이다.

posted by 미까 2009. 9. 2. 17:43

신부들의 전쟁 (Bride Wars)

예전에 필자는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이라는 작품을 리뷰하면서

미쿡 아해들의 납득불가능한 연애관에 대해 Ooops를 날려줬더랬다.

그래서 필자는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이번엔 좀 제대로 된 연애관을 담은

코믹 멜로를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보기로 결심하였다.

웬만해서는 필자가 좀처럼 보지 않는다는 코믹 멜로,

하지만 이것만큼은 볼만 하겠거니 하고 마구 낚시질을 당했던 작품.

바로 <신부들의 전쟁> 되겠다.

<세기의 대결 효도르 VS 크로캅을 능가하는 포스를 내뿜는 포스터>

제목부터 <Star Wars>를 맘껏 패러디한 <Bride Wars>인 이 작품.

대체 어떡하다가 신부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게 되었는지 그 내막을 먼저 살펴보자.

어렸을 적부터 딸랑이친구로 지낸 엠마(앤 해서웨이)와 리브(케이트 허드슨)

나중에 커서 결혼을 할 때 반드시 6월에 프라자 웨딩홀에서 하자는 약속을 한다.

그렇게 쭉쭉 자란 엠마와 리브는 어느덧 결혼적령기에 다다른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이미 남친까지 떡하니 두고 사는 두 주인공.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인 아만다(준 다이엔 라파엘)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그간 마음 속 깊이 간직해왔던 6월 프라자 웨딩의 꿈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되었더랬다.

친구의 결혼식을 내심 부러워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리브와 엠마.

변호사 일을 하는 리브는 나름 잘나가는 변호사로서 굵직한 소송건들을 맡아하게 되고,

엠마는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그 착해빠진 성격 때문에

매번 꺽다리 선생 데브(크리스틴 존스톤)의 협박(?)에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살아간다.

그런데 리브에게 어느 날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나니.

우연히 남친의 옷꾸러미에서 티파니 박스를 발견한 것.

티파니 박스는 이 안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으니 나와 결혼하고 싶거들랑

이 반지를 냅다 받으시오라는 의미와 동일하다.

순간 너무 기뻐 놀라 나자빠지는 리브.

리브는 곧 이 소식을 남친 몰래 엠마와 친구들에게 설파한다.

리브의 곧 이루어질 결혼에 대해 엠마는 옛 약속을 떠올리며

6월 프라자 웨딩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리고 전적으로 강력히 지원해줄 것을 약속한다.

<결혼이라는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찰떡궁합이던 두 사람>

그런데 이번엔 엠마에게 뜻밖의 사건이 터지는데,

그것은 바로 남친 프레처(크리스 프렛)가 엠마에게 낼름 프로포즈를 해버린 것.

아 이게 무슨 또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결국 엠마도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모두 이 사실을 알린다.

그런데 정작 엠마는 정식 프로포즈를 받았고,

리브는 아직 눈치만 채고 있었던 것. 이에 한 성깔 하는 리브가

남친 대니얼(스티브 호웨이)에게 찾아가 다짜고짜 프로포즈 하라고 조른다.

이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에서 어쨌든 프결혼을 약속하는 두 사람.

결국 리브와 엠마는 둘 다 동시에 6월 프라자 웨딩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당대 최고의 웨딩플래너로 알려진

마리온 세인트 클레어(캔디스 버겐) 여사님을 찾아간다.

그야말로 웨딩업계에서는 똑소리 난다는 클레어 여사께서

친히 엠마와 리브의 결혼식을 6월 초와 말일로 잡아준다.

결국 그렇게도 갈망했던 소망을 이루게 된 두 사람.

신이 나서 팔짝 뛰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 갑자기 비보가 날아드니.

바로 두 사람의 결혼식이 6 6일 같은 날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예약이 된 것.

알고보니 클레어 여사의 쪼수가 대박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 난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난리를 치고 야단 법석을 떨고 공갈협박까지 시도하지만 결국 예식일 변경은 실패.

<이 프로포즈가 막판에 엄청난 결말로 치달을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이에 두 사람은 서로 둘 중 한 명이 희생을 하겠지 하고 그냥 개념을 놓아버리고 만다.

이에 늘 지고는 못 사는 한 성깔 아낙네 리브가 엠마 몰래 청첩장을 보낼 준비를 하고 만다.

이 사실이 남친들을 통해 누설되고, 이를 안 엠마는 제대로 뚜껑 열려서

친구들에게 이메일로 청첩장을 돌려버리는 개념상실 퍼포먼스를 펼치고 만다.

결국 6 6일 결혼식의 주인공이 엠마라고 소문이 나자,

뒤늦게 자신이 한 박자 놓쳤음을 깨달은 리브는 엠마에게 선전포고를 해버리고,

둘은 본격적으로 전쟁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둘 사이에 데프콘 1이 발령되고, 전시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둘은 그야말로 초엽기적인 전쟁을 치르게 된다.

살을 찌워서 드레스를 못 입게 하려고 남친 이름으로 초콜렛을 보내는가 하면,

테닝 기구의 약품을 바꿔서 온 몸을 뻘거스름하게 바꿔버리는가 하면,

염색약을 바꿔서 머리색깔을 시퍼러둥둥하게 바꿔버리는 둥

그야말로 눈 뜨고는 보기 힘든 정신적, 물리적 타격을 가한다.

결국 리브는 회사에서 짤리는 지경까지 이르고,

엠마는 것도 모른 채 계속 복수할 일만을 생각한다.

이러한 격전 과정에서도 시간은 죽죽 흘러 어느덧 결혼을 며칠 앞으로 두게 되고,

두 사람은 마지막 격전의 준비를 마친 채 D-Day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싸움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우정이랄까?

둘은 여전히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남아있었더랬다.

<저게 그렇게도 비싸다는 베라 왕의 드레스라고 한다. 그런데 전혀 안예뻐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식 당일이 되고,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 반대방향의 예식장을 통해 발길을 옮긴다.

하지만 신부대기실에서 어릴 적부터 둘의 우정을 지켜본 엠마의 아버지가

둘에게 화해의 직격탄을 날리고, 둘은 마침내 예식장 문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우정의 미소를 날리며 행복하라고 서로를 축복한다.

드디어 웨딩 연주가 시작되고 특유의 커다란 입으로 더 큰 미소를 지으며 입장하는 엠마.

순간 축복을 위한 DVD 방출!! 그런데 이게 왠 귀신 닭다리 뜯어먹는 시츄에이션?

과거에 좀 놀았다는 엠마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 것.

그것을 본 엠마는 스커드 미사일 날아가듯 리브의 예식홀로 달려가

리브의 머리채를 쥐어잡으며 한 바탕 그라운드 공방전을 벌인다.

초반 파운딩은 엠마의 우세. 하지만 덩치에서 압도적인 리브가

스왑을 성공하며 탑 포지션을 점유, 이후 복수의 파운딩을 날린다.

그러다 결국 서브미션 시도가 꼬이면서 둘 다 넉다운.

<어머! 나 졸지에 홍콩할매귀신이 되어부렀다냐!!!>

그런데 이상하게도 둘에게 더 이상의 앙금이나 악의는 남아 있지 않았다.

생애 최고의 날인 결혼식장에서 이처럼 어린애 같은 난장판을 만든 두 사람은

다시 예전 어렸을 적으로 돌아간 것처럼 마구 웃고 신난다.

결혼이란 것이 무엇인지 갑자기 철학적 고뇌를 시도하며 급 진지한 척 하는 엠마.

결국 엠마는 새신랑 프렛처에게 우리는 오래전부터

서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냥 헤어지자고 한다.

이에 별 고민없이 끄덕이는 프렛처.

결국 그 자리에서 졸지에 소박 시츄에이션을 벌인 엠마는

리브의 들러리가 되어 둘의 결혼식을 마무리 짓게 된다.

그리고 1년 후. 어느덧 임신을 한 리브.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베프 엠마.

그런데 엠마도 임신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온다.

알고보니 엠마가 1년 전 소박 사건 이후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것.

그 주인공이 바로 늘 엠마에게 느끼한 눈빛을 쫙쫙 쏴대던

리브의 오빠 네이트(브라이언 그린버그)였던 것.

그리고 엠마와 리브는 또다시 무슨 운명의 장난이라도 되는 듯

동시에 임신을 해서 예정일도 똑 같은 날로 잡게 된다.

<빨강머리 앤도 있었으니, 나는 빨강몸덩어리 앤이다!!>

스토리를 보고 나니 정말 어이없지 않은가?

이 영화도 결론적으로는 양키들은 도대체 왜 저따구로 살지?”하는

트라우마만을 필자에게 남기고 말았다.

둘이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까지는 매우 흥미롭다.

뭐 어쩌다 같은 날이 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조금 다툼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다툼의 정도는 단순한 애들 장난이 아니라 거의 테러 수준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는 유머를 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임을 감안한다면 재밌게 봐줄만한 요소이다.

그런데 문제는 결말부분에서의 어이없는 스토리 전개이다.

코믹 멜로이면 마지막에는 해피하게 끝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잘 보면 결코 해피가 아니다.

아니, 적어도 미국아해들 입장에서는 저런 것도 해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네 정서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그런 것이니 말이다.

결혼식날 베프랑 싸운 것 가지고 갑자기 마음 돌변하여

전혀 엉뚱한 행태를 벌이는 것이 웬말인가.

게다가 막판에 보여주는 폐인륜적인 상황 설정이란.

이 엽기적인 시츄에이션에 동감할 한국인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낭만 어쩌고 할 지 몰라도, 그것은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낭만이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모든 지인들을 우롱하는 처사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서로 체급이 다른 두 사람이 무차별급 대결을 펼친다는훈훈한 내용의리얼격투 영화(?)>

그런데 이러한 황당무계한 결말이 미국 아해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웠나 보다.

두 명의 대박 스타를 앞세워 결혼 시즌을 노리고 개봉한 이 작품은

곧바로 비평가들로부터 비판의 직격탄을 쳐맞았는데,

지나칠 정도로 어설픈 영화”, “자존심이나 지성도 없는 영화”,

결혼식을 다룬 끔찍한 영화는 제발 이제 그만이라는 등의 혹평을 받았더랬다.

이 얼마나 자존심 구겨지는 혹평이란 말인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많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앤 해서웨이,

그리고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으로 코믹 멜로의 슈퍼 스타로 떠오른 케이트 허드슨.

이 두 청춘 스타가 마음 단단히 먹고 자신만의 매력을 맘껏 뽐내기 위해 선택한 이 작품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결국 아무리 주인공을 꿰찬 배우들이 뛰어나다 해도

작품의 설득력이 없다는 이 지경으로 얻어맞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이 작품의 타격으로 인해 장래를 촉망받던 두 배우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앤 해서웨이야 사실 밑질 것은 없다. 미모도 한 미모 하지만,

머리도 똑똑해서 나름 공부 좀 하셨다는 배우이다.

배우 안되면 공부로 성공할 수 있는 처자이니 그리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입 큰 여자들이 잘 먹고 잘 산다는 소문이 있더더라.

그런데 케이트 허드슨은 좀 다르다. 이 여인네가 누구이던가?

바로 한 때 섹시스타의 대표로 군림했던 왕방울 눈탱이 골디 혼의 딸래미 되시겠다.

골디 혼을 잘 모르시겠다면, 그나마 최신작(?) <죽어야 사는 여자>를 보시라.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섹시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골디 혼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섹시함을 무기로 삼아 로맨틱 코미디에서 의외로 웃긴 역할을 도맡아 하던

골디 혼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케이트 허드슨도 섹시함을 무기로

로맨틱 코미디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머니보다는 매력이 조금 덜한 느낌이다.

일단 정리되지 않은 몸매도 그렇고, 얼굴도 살짝 줌마스타일이다.

그리고 코믹 연기를 시도하지만 자꾸만 악바리 엽기녀라는 이미지로밖에 남질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작품에서 쫄딱 망하면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지가 걱정이다.

<31살의 나이에 어쩜 저리도 줌마스러운지 걱정만 나오는 케이트 허드슨>

아무튼 두 여인네의 앞날을 필자가 신경 쓸 바는 아니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패스.

대신 다른 인물 하나를 언급하겠다. 극 중 주인공들의 친구로 등장하는 동양인 처자가 있는데,

마리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이 배우의 원래 이름은 헤티엔 박.

박씨라면 보나마나 한국계열이라는 건데,

박씨 성을 고집하는 것으로 봐서는 입양아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교포일텐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데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을 보게 되다니,

한 편으로는 기쁘다. 정보를 좀 찾아보니,

자세히는 나오지 않지만 원래 Eileen Park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다른 배우가 같은 이름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터라

뒤늦게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아무튼 앞으로 많은 활약을 통해

좀 더 유명한 배우가 되기를 기원한다.

<나름 해피 엔딩이라지만, 이런 말도안되는 결말은 아니지 않은가? 보라! 저 왼쪽 아저씨의 표정을!!>

두 말 하면 입만 아픈 미국아해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연애관을 적나라하게 표출한 <신부들의 전쟁>.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신부들이 보면 괜히 기분만 찝찝해져 버릴 것만 같은 작품.

예행연습 한답시고 이 작품을 보게 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결혼은 단순히 자신만의 행복과 기쁨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네 정서에서는 결혼이란 것은 개인과 개인을 떠나

한 집안과 다른 집안이 서로 융합하는 좀 더 숭고하고도

오묘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의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