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들의 전쟁 (Bride Wars)
예전에 필자는 <뉴욕은 언제나 사랑 중>이라는 작품을 리뷰하면서
미쿡 아해들의 납득불가능한 연애관에 대해 Ooops를 날려줬더랬다.
그래서 필자는 혼미해진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이번엔 좀 제대로 된 연애관을 담은
코믹 멜로를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보기로 결심하였다.
웬만해서는 필자가 좀처럼 보지 않는다는 코믹 멜로,
하지만 이것만큼은 볼만 하겠거니 하고 마구 낚시질을 당했던 작품.
바로 <신부들의 전쟁> 되겠다.
<세기의 대결 효도르 VS 크로캅을 능가하는 포스를 내뿜는 포스터>
제목부터 <Star Wars>를 맘껏 패러디한 <Bride Wars>인 이 작품.
대체 어떡하다가 신부들끼리 치고 받고 싸우게 되었는지 그 내막을 먼저 살펴보자.
어렸을 적부터 딸랑이친구로 지낸 엠마(앤 해서웨이)와 리브(케이트 허드슨)는
나중에 커서 결혼을 할 때 반드시 6월에 프라자 웨딩홀에서 하자는 약속을 한다.
그렇게 쭉쭉 자란 엠마와 리브는 어느덧 결혼적령기에 다다른 어엿한 숙녀가 되었다.
이미 남친까지 떡하니 두고 사는 두 주인공.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인 아만다(준 다이엔 라파엘)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그간 마음 속 깊이 간직해왔던 6월 프라자 웨딩의 꿈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게 되었더랬다.
친구의 결혼식을 내심 부러워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리브와 엠마.
변호사 일을 하는 리브는 나름 잘나가는 변호사로서 굵직한 소송건들을 맡아하게 되고,
엠마는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면서 그 착해빠진 성격 때문에
매번 꺽다리 선생 데브(크리스틴 존스톤)의 협박(?)에 하루하루를 고달프게 살아간다.
그런데 리브에게 어느 날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나니.
우연히 남친의 옷꾸러미에서 티파니 박스를 발견한 것.
티파니 박스는 “이 안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있으니 나와 결혼하고 싶거들랑
이 반지를 냅다 받으시오”라는 의미와 동일하다.
순간 너무 기뻐 놀라 나자빠지는 리브.
리브는 곧 이 소식을 남친 몰래 엠마와 친구들에게 설파한다.
리브의 곧 이루어질 결혼에 대해 엠마는 옛 약속을 떠올리며
6월 프라자 웨딩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리고 전적으로 강력히 지원해줄 것을 약속한다.
<결혼이라는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찰떡궁합이던 두 사람>
그런데 이번엔 엠마에게 뜻밖의 사건이 터지는데,
그것은 바로 남친 프레처(크리스 프렛)가 엠마에게 낼름 프로포즈를 해버린 것.
아 이게 무슨 또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결국 엠마도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모두 이 사실을 알린다.
그런데 정작 엠마는 정식 프로포즈를 받았고,
리브는 아직 눈치만 채고 있었던 것. 이에 한 성깔 하는 리브가
남친 대니얼(스티브 호웨이)에게 찾아가 다짜고짜 프로포즈 하라고 조른다.
이 어이없는 시츄에이션에서 어쨌든 프결혼을 약속하는 두 사람.
결국 리브와 엠마는 둘 다 동시에 6월 프라자 웨딩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당대 최고의 웨딩플래너로 알려진
마리온 세인트 클레어(캔디스 버겐) 여사님을 찾아간다.
그야말로 웨딩업계에서는 똑소리 난다는 클레어 여사께서
친히 엠마와 리브의 결혼식을 6월 초와 말일로 잡아준다.
결국 그렇게도 갈망했던 소망을 이루게 된 두 사람.
신이 나서 팔짝 뛰고 난리가 났다.
그런데, 두 사람에게 갑자기 비보가 날아드니.
바로 두 사람의 결혼식이 6월 6일 같은 날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예약이 된 것.
알고보니 클레어 여사의 쪼수가 대박 실수를 하는 바람에 이 난리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난리를 치고 야단 법석을 떨고 공갈협박까지 시도하지만 결국 예식일 변경은 실패.
<이 프로포즈가 막판에 엄청난 결말로 치달을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이에 두 사람은 서로 둘 중 한 명이 희생을 하겠지 하고 그냥 개념을 놓아버리고 만다.
이에 늘 지고는 못 사는 한 성깔 아낙네 리브가 엠마 몰래 청첩장을 보낼 준비를 하고 만다.
이 사실이 남친들을 통해 누설되고, 이를 안 엠마는 제대로 뚜껑 열려서
친구들에게 이메일로 청첩장을 돌려버리는 개념상실 퍼포먼스를 펼치고 만다.
결국 6월 6일 결혼식의 주인공이 엠마라고 소문이 나자,
뒤늦게 자신이 한 박자 놓쳤음을 깨달은 리브는 엠마에게 선전포고를 해버리고,
둘은 본격적으로 전쟁 준비에 돌입하게 된다.
둘 사이에 데프콘 1이 발령되고, 전시 체제가 본격 가동되면서
둘은 그야말로 초엽기적인 전쟁을 치르게 된다.
살을 찌워서 드레스를 못 입게 하려고 남친 이름으로 초콜렛을 보내는가 하면,
테닝 기구의 약품을 바꿔서 온 몸을 뻘거스름하게 바꿔버리는가 하면,
염색약을 바꿔서 머리색깔을 시퍼러둥둥하게 바꿔버리는 둥
그야말로 눈 뜨고는 보기 힘든 정신적, 물리적 타격을 가한다.
결국 리브는 회사에서 짤리는 지경까지 이르고,
엠마는 것도 모른 채 계속 복수할 일만을 생각한다.
이러한 격전 과정에서도 시간은 죽죽 흘러 어느덧 결혼을 며칠 앞으로 두게 되고,
두 사람은 마지막 격전의 준비를 마친 채 D-Day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하지만 싸움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우정이랄까?
둘은 여전히 마음 속 깊은 곳에는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남아있었더랬다.
<저게 그렇게도 비싸다는 베라 왕의 드레스라고 한다. 그런데 전혀 안예뻐보인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식 당일이 되고,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 반대방향의 예식장을 통해 발길을 옮긴다.
하지만 신부대기실에서 어릴 적부터 둘의 우정을 지켜본 엠마의 아버지가
둘에게 화해의 직격탄을 날리고, 둘은 마침내 예식장 문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우정의 미소를 날리며 행복하라고 서로를 축복한다.
드디어 웨딩 연주가 시작되고 특유의 커다란 입으로 더 큰 미소를 지으며 입장하는 엠마.
순간 축복을 위한 DVD 방출!! 그런데 이게 왠 귀신 닭다리 뜯어먹는 시츄에이션?
과거에 좀 놀았다는 엠마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된 것.
그것을 본 엠마는 스커드 미사일 날아가듯 리브의 예식홀로 달려가
리브의 머리채를 쥐어잡으며 한 바탕 그라운드 공방전을 벌인다.
초반 파운딩은 엠마의 우세. 하지만 덩치에서 압도적인 리브가
스왑을 성공하며 탑 포지션을 점유, 이후 복수의 파운딩을 날린다.
그러다 결국 서브미션 시도가 꼬이면서 둘 다 넉다운.
<어머! 나 졸지에 홍콩할매귀신이 되어부렀다냐!!!>
그런데 이상하게도 둘에게 더 이상의 앙금이나 악의는 남아 있지 않았다.
생애 최고의 날인 결혼식장에서 이처럼 어린애 같은 난장판을 만든 두 사람은
다시 예전 어렸을 적으로 돌아간 것처럼 마구 웃고 신난다.
결혼이란 것이 무엇인지 갑자기 철학적 고뇌를 시도하며 급 진지한 척 하는 엠마.
결국 엠마는 새신랑 프렛처에게 우리는 오래전부터
서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냥 헤어지자고 한다.
이에 별 고민없이 끄덕이는 프렛처.
결국 그 자리에서 졸지에 소박 시츄에이션을 벌인 엠마는
리브의 들러리가 되어 둘의 결혼식을 마무리 짓게 된다.
그리고 1년 후. 어느덧 임신을 한 리브.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베프 엠마.
그런데 엠마도 임신을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온다.
알고보니 엠마가 1년 전 소박 사건 이후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 것.
그 주인공이 바로 늘 엠마에게 느끼한 눈빛을 쫙쫙 쏴대던
리브의 오빠 네이트(브라이언 그린버그)였던 것.
그리고 엠마와 리브는 또다시 무슨 운명의 장난이라도 되는 듯
동시에 임신을 해서 예정일도 똑 같은 날로 잡게 된다.
<빨강머리 앤도 있었으니, 나는 빨강몸덩어리 앤이다!!>
스토리를 보고 나니 정말 어이없지 않은가?
이 영화도 결론적으로는 ‘양키들은 도대체 왜 저따구로 살지?”하는
트라우마만을 필자에게 남기고 말았다.
둘이 결혼을 진행하는 과정까지는 매우 흥미롭다.
뭐 어쩌다 같은 날이 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조금 다툼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다툼의 정도는 단순한 애들 장난이 아니라 거의 테러 수준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는 유머를 주기 위한 영화적 장치임을 감안한다면 재밌게 봐줄만한 요소이다.
그런데 문제는 결말부분에서의 어이없는 스토리 전개이다.
코믹 멜로이면 마지막에는 해피하게 끝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잘 보면 결코 해피가 아니다.
아니, 적어도 미국아해들 입장에서는 저런 것도 해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네 정서에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그런 것이니 말이다.
결혼식날 베프랑 싸운 것 가지고 갑자기 마음 돌변하여
전혀 엉뚱한 행태를 벌이는 것이 웬말인가.
게다가 막판에 보여주는 폐인륜적인 상황 설정이란.
이 엽기적인 시츄에이션에 동감할 한국인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낭만 어쩌고 할 지 몰라도, 그것은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낭만이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모든 지인들을 우롱하는 처사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서로 체급이 다른 두 사람이 무차별급 대결을 펼친다는훈훈한 내용의리얼격투 영화(?)>
그런데 이러한 황당무계한 결말이 미국 아해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웠나 보다.
두 명의 대박 스타를 앞세워 결혼 시즌을 노리고 개봉한 이 작품은
곧바로 비평가들로부터 비판의 직격탄을 쳐맞았는데,
“지나칠 정도로 어설픈 영화”, “자존심이나 지성도 없는 영화”,
“결혼식을 다룬 끔찍한 영화는 제발 이제 그만”이라는 등의 혹평을 받았더랬다.
이 얼마나 자존심 구겨지는 혹평이란 말인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많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앤 해서웨이,
그리고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으로 코믹 멜로의 슈퍼 스타로 떠오른 케이트 허드슨.
이 두 청춘 스타가 마음 단단히 먹고 자신만의 매력을 맘껏 뽐내기 위해 선택한 이 작품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결국 아무리 주인공을 꿰찬 배우들이 뛰어나다 해도
작품의 설득력이 없다는 이 지경으로 얻어맞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이 작품의 타격으로 인해 장래를 촉망받던 두 배우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앤 해서웨이야 사실 밑질 것은 없다. 미모도 한 미모 하지만,
머리도 똑똑해서 나름 공부 좀 하셨다는 배우이다.
배우 안되면 공부로 성공할 수 있는 처자이니 그리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입 큰 여자들이 잘 먹고 잘 산다는 소문이 있더더라.
그런데 케이트 허드슨은 좀 다르다. 이 여인네가 누구이던가?
바로 한 때 섹시스타의 대표로 군림했던 왕방울 눈탱이 골디 혼의 딸래미 되시겠다.
골디 혼을 잘 모르시겠다면, 그나마 최신작(?)인 <죽어야 사는 여자>를 보시라.
5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섹시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골디 혼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섹시함을 무기로 삼아 로맨틱 코미디에서 의외로 웃긴 역할을 도맡아 하던
골디 혼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케이트 허드슨도 섹시함을 무기로
로맨틱 코미디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어머니보다는 매력이 조금 덜한 느낌이다.
일단 정리되지 않은 몸매도 그렇고, 얼굴도 살짝 줌마스타일이다.
그리고 코믹 연기를 시도하지만 자꾸만 악바리 엽기녀라는 이미지로밖에 남질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작품에서 쫄딱 망하면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지가 걱정이다.
<31살의 나이에 어쩜 저리도 줌마스러운지 걱정만 나오는 케이트 허드슨>
아무튼 두 여인네의 앞날을 필자가 신경 쓸 바는 아니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패스.
대신 다른 인물 하나를 언급하겠다. 극 중 주인공들의 친구로 등장하는 동양인 처자가 있는데,
마리사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이 배우의 원래 이름은 헤티엔 박.
박씨라면 보나마나 한국계열이라는 건데,
박씨 성을 고집하는 것으로 봐서는 입양아는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교포일텐데 생각지도 못하게 이런 데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을 보게 되다니,
한 편으로는 기쁘다. 정보를 좀 찾아보니,
자세히는 나오지 않지만 원래 Eileen Park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미 다른 배우가 같은 이름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터라
뒤늦게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아무튼 앞으로 많은 활약을 통해
좀 더 유명한 배우가 되기를 기원한다.
<나름 해피 엔딩이라지만, 이런 말도안되는 결말은 아니지 않은가? 보라! 저 왼쪽 아저씨의 표정을!!>
두 말 하면 입만 아픈 미국아해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연애관을 적나라하게 표출한 <신부들의 전쟁>.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신부들이 보면 괜히 기분만 찝찝해져 버릴 것만 같은 작품.
예행연습 한답시고 이 작품을 보게 되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결혼은 단순히 자신만의 행복과 기쁨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네 정서에서는 결혼이란 것은 개인과 개인을 떠나
한 집안과 다른 집안이 서로 융합하는 좀 더 숭고하고도
오묘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의식이기 때문이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 (26) | 2009.09.21 |
---|---|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의 이야기 (Sweeney Todd) (10) | 2009.09.08 |
박물관이 살아있다 2 (Night At The Museum 2: Battle Of The Smithsonian) (4) | 2009.08.26 |
더 레슬러 (The Wrestler) (4) | 2009.08.10 |
엽문 (葉問) (23) | 2009.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