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posted by 미까 2009. 4. 15. 09:22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Mitsubishi Lancer Evolution X)

<도로 위에서 이렇게 생긴 차량을 만나거든 재빨리 피하세요.

세단처럼 보이는 괴물이랍니다>

레이싱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자동차를 좋아하는 카 매니아라면,

어느 정도 자동차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지식인이라면

한번쯤도 아니고 수도 없이 접하게 되는 차가 있기 마련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명차로 인식되는 이러한 차들은 주로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의 슈퍼카로 대변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름 자동차 생산국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유럽의 슈퍼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을 탑재한 슈퍼카 아닌 슈퍼카를 만들어내게 된다.

바로 값도 싸면서 성능은 슈퍼카에 견주울 수 있는 고성능 슈퍼서민카를 만드는 것.

일찍이 모터스포츠계에 뛰어들었던 경험과 노하우가 듬뿍 쌓인 터라 일본 메이커들은

이러한 차를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80년대부터 명차가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마쯔다의 RX-7, 닛산의 스카이라인 R34, 스바루의 임프레자,

도요타의 수프라, 그리고 오늘 소개할 미쓰비시의 랜서 에볼루션 등이 있겠다.

모두 나이는 먹을 만큼 먹은 고령의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게임에도 당당히 등장하고 도로상에서도

심심치않게 굴러다니는 것을 보면 명차는 명차인가 보다.

게다가 중고가로 1~2천만 원 수준이면 살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겠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으면 뭐하나?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고

노후가 진행되면 결국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유지관리비 증가 현상이 발생하기 마련.

그러다보니 과거에 명성을 떨쳤던 일본의 슈퍼서민카들도

하나둘씩 새로운 버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확실히 9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예쁜 돼지코가 되었다>

그 중에서도 스카이라인의 최신 버전인 GT-R은 그야말로 궁극의 머신.

이 차가 1억도 안되는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을 때

모든 유럽의 슈퍼카 메이커들이 식은 땀을 한바가지나 흘렸다고 한다.

또 다른 버전업의 역작은 바로 랜서 에볼루션 10세대 버전.

이미 9세대에서 진가를 발휘하여 공도 위의 괴물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바로 그 물건의 업그레이드 버전 되겠다.

먼저 국내에 이 괴물이 합법적으로 들어왔다는 사실부터 짚고 넘어가자.

사실 오래전부터 일본의 슈퍼서민카는 이상하리만치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일본차에 대한 국내 시장 개방이 늦은 탓도 있었지만,

사고 위험 높고 불법 튜닝은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일본차들의 국내 인증이

정부 입장에서는 영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 메이커들도 한국 시장은 슈퍼카에는 어울리지 못하다는

나름의 분석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의 기술력의 총체인 물건을

한국 시장에는 내다팔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아무튼 선뜻 덤비지도 않는 추세였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일본이 생각했던 것 만큼 속 좁은 시장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성능 고가의 차량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 인기를 끌었고,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글로벌 크라이시스 속에서도

한국의 럭셔리카 시장은 오히려 커지는 추세를 보였을 정도이다.

이미 이러한 점을 깨달았던 렉서스와 인피니티는 나름 입지를 다져 놓은 상태.

그러다 보니 다른 메이커들도 뒤늦게나마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깨닫고 진출하고자 발버둥을 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슈퍼서민카의 정식 진출을 알린 메이커가 바로 미쓰비시.

국내에서는 렌서 에볼루션이나 이클립스 정도가 그나마 알려진 메이커이지만,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인기가 있는 메이커이다.

그러다 보니 매니아들을 타깃으로 강력한 물건 하나를 먼저 들여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그 누구도 섣불리 기대하지 않았던 랜서 에볼루션 10세대 였던 것.

그야말로 음지에 숨죽여 있던 매니아들이 만세삼창을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뒷모습도 아주 단단해졌다. 마치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의 얼굴같지 않은가>

필자도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공도 위의 괴물

직접 사냥해 보기로 하였다. 먼저 그 외관부터 살펴보자.

첫 보아도 엣지가 살아있는 외관이다. 9세대도 박스카에 가까웠지만 1

0세대는 좀 더 딱딱해진 느낌이다. 무언가 부조화로 얼룩지어진 듯한 외관.

그것이 바로 랜서 에볼루션의 특징이다.

랜서 에볼루션의 특징은 고성능을 자랑하면서 4도어의 세단 컨셉을 추구했다는 점이다.

정말 언밸런스한 컨셉이다. 어느 구석 하나 고성능다운 느낌이 안 난다.

그나마 너무나도 정직하게 뻗어있는 대형 스포일러가

장난삼아 달려있지 않음을 시사하는 정도?

어쨌든 문짝도 너무 정직하게 네모지고 판판하다. 윈도우 앵글도 날렵하지는 못하다.

필러의 느낌도 세단의 딱 그 느낌이다. 그나마 9세대에 비해 좀 더 세련되어진

리어 범퍼와 헤드 램프, 그리고 센터그릴이 위로감을 선사한다.

솔직히 말해 9세대의 그것은 너무나도 아니올시다 였다.

하지만 10세대는 정말 보기 좋게 바뀌었다. 램프와 그릴의 균형이

아주 훌륭하고, 범퍼는 고성능입니다~라고 외치는 듯한 형세이다.

다만 그릴의 디자인이 언뜻 보면 돼지코 같은 느낌이다.

후드에 뚫려 있는 벤트 트림은 식상할 법한 외관을 한 층 돋보이게 해 준다.

앞의 웅장함에 비해 엉덩이 부분은 다소 빠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전체적인 세단 느낌과 비교하면 나은 편이다.

옆에서 보면 앞뒤로 살짝 짜리몽땅한 느낌이 들지만,

그만큼 스포티한 움직임을 보여주겠거니 하는 생각도 든다.

일본의 슈퍼서민카는 서민카 컨셉 답게 외관이나 인테리어에 있어서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관은 이 정도에서 만족이다.

다만 인테리어에서는 여전히 NG가 아닌가 싶다.

4도어 주제에 버킷 시트는 왠 시츄에이션? 아무리 고성능을 감안한 장치라고 하지만

이건 언밸런스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시보드를 비롯한 내장재의 질감은 싸구려 플라스틱의 느낌이다.

어딘지 모르게 싼티가 난다. 계기판은 나름 스타일리쉬하게 꾸몄다지만,

센터페시아에서 오른손이 잠시 멈칫한다.

오디오와 에어컨 컨트롤 패널이 아직도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기어스틱과 기어브레이크스틱으로 눈을 돌리면 거의 정신이 혼미해진다.

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하는 이 시대에

왠 구닥다리 싼티 팍팍 디자인? 그야말로 앞만 보고 운전하라는

아주 친절한 미쓰비시의 감동 철학이 숨어있는 듯하다.

<사진은네비가 있지만, 국내 판매용은 네비가 없음을 주의>

어차피 일본 차는 기대와 달리 인테리어에서 실망을 안겨주는 것이 다반사이다.

닛산 큐브의 예쁜 모양새에 홀렸다가 내부 인테리어 보고 3일간

코마상태에 빠졌다는 일화는 대표적인 사례일 듯.

아무튼 랜서 에볼루션도 기술력에 치중하면서 단가를 낮춰야 하다 보니

인테리어는 무시하고 간 듯 하다. 그럼 모양새를 떠나서

그 처절할 정도로 유명한 성능에 대해 체험해보기로 하자.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최신 트렌드에 맞춰 스마트키를 적용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엔진이 꿈틀대기 시작하자 트윈 터보 특유의 엔진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예열이 중요하므로 일단 잠시 기다리기로 하자.

참고로 랜서 에볼루션이 막강한 이유는 2,000cc의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트윈 스크롤 터보(트윈 터보가 아님)를 장착하여 무려 295마력의 힘을 낸다는 것이다.

터보의 장점은 적정 RPM 이후에 무섭도록 솟구쳐 오르는 파워에 있기 때문에,

공도에서 치고 나가는 매력이 랜서 에볼루션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자, 이제 기어레버를 D로 두...얼씨구? 안 움직인다. 누르는 버튼도 없고

대체 어떻게 해야 작동되는 것인가? 브레이크도 눌러보고 별 짓을 다해도 꿈쩍 않는다.

알고봤더니 기어레버 손잡이 아래에 요상하게 툭 튀어나와있는 원형의 무언가가 있는데,

이것을 들어올려야 기어가 움직이는 형태.

정말 적응 안되는 메커니즘이거니와, 이런 촌스런 디자인과 방식은 나름 멍때리는 효과가 큰 듯.

어쨌거나 이제 기어 조작은 터득한 셈. 남은 것은 달리는 일 뿐.

처음 엑셀을 밟았을 때는 이놈이 갑자기 튀어나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면서

조심조심 밟았지만, 그럴 염려는 전혀 없다.

어차피 터보는 적정 RPM 이상에서나 제 힘을 발휘하는 것이고,

게다가 포르쉐에서 이미 체감했던 더블클러치 개념의 SST 6단 자동기어가

적당히 운전자를 이끌어주고 있다. 생각보다 조용히 거리로 빠져나가

천천히 달리면서 의외로 정숙한 느낌에 깜짝 놀랬다.

천천히 달리면 영락없는 세단이다. 뒷 좌석도 넉넉하니

패밀리카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이번에는 직선 코스에서 살짝 밟아보았다.

이 녀석! 예고도 없이 갑자기 튀어나간다.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이다.

버킷 시트가 장착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엑셀에 힘 팍팍 주면서 급격한 핸들링으로 도로 위를 무법 천지로

만들어 버린다면 조금 딱딱하고 불편하더라도 내 몸을 꼭 지탱해 줄 버킷 시트가 제격인 셈이다.

<이 심상치않은 심장을 보라. 16밸브 2,000cc 엔진과 트윈 스크롤 터보의 절묘한 조화가 뿜어내는 감동의 미학>

랜서는 코너링에서 또한 막강 실력을 자랑한다.

그것은 S-AWC로 불리우는 4륜 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랜서 에볼루션의 이미지는 4륜 구동 고성능 스포츠카였다.

10세대에서도 그대로 물려받아 막강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쇽업쇼버도 빌스타인 제품을 쓰고, 아이바흐 코일 스프링에,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탑재했으니 어지간한 튜닝은 이미 다 되어 있는 셈이다.

AWC 시스템은 조금 특이한데, 이것을 컨트롤하는 버튼이 따로 있다.

이것을 누르면 구동 시스템에 약간의 변화를 주게 되는데,

노면의 상태에 따라서 그에 알맞은 상태로 셋팅이 되게끔 바꾸는 기능이다.

6단 트윈클러치 SST 자동미션도 3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지원한다.

노멀과 스포츠, 그리고 슈퍼스포츠 모드가 그것인데,

슈퍼스포츠 모드로 하면 그야말로 레이서 느낌이 팍팍 산다고 할 수 있겠다.

웬만한 경험과 강심장 아니고서는 함부로 도전하지 마시길.

엑셀 한방에 그대로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참고로 패들시프트도 지원하니 레이싱 기질이 다분한 매니아라면

패들시프트와 슈퍼스포츠 모드의 조화로 극악의 드라이빙을 즐겨보라.

퍼포먼스가 압도적이다 보니 안전에도 충분한 신경을 쓴 노력이 돋보인다.

7개의 에어백은 무릎까지도 보호하는 확실한 안전장치이며,

차체가 워낙 고강도로 만들어져서 쉽게 찌그러들지 않는다고 한다.

버킷 시트는 이미 언급한대로 극한 환경에서도 올바른 운전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며,

HID 라이트를 탑재하여 밤에도 밝은 시야를 확보해 준다.

<결코 부모님을 위해 사드릴 차는 못 되겠다. 안마 기능도 없는 버킷 시트라면 NG>

편의장치에서는 부족함과 풍족함이 공존하고 있다.

필자가 나름 중요시하는 오디오는 미국에서 꽤 유명한

Rockford Fosgate 오디오 시스템와 9개의 스피커를 탑재하고 있어

나름 충분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런데 ECM 룸미러라던지

내장형 네비게이션은 편의 장치에 들어있지 않다.

국내 버전은 옵션으로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네비라도 따로 장착해야한다.

휠은 18인치 경량 알로이휠이 탑재되어 있어 뽀대에서는 우선 먹여준다.

게다가 경량이라니 이게 왠 떡인가. 공식연비 8.1km/L라는

다소 극악의 연비를 경량 알로이휠로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 같은,

결국 그렇다면 실제 연비는 아주 꽝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어차피 랜서 에볼루션은 편의성이나 연비 등은 따지고 탈 차는 아니다.

모양새는 세단의 그것이지만 태생부터가 달리고자 하는 머신이기 때문에

공도 위의 괴물답게 마구 질러줘야 제 맛인 그런 물건이다.

5인승이라는 파격적인 승차정원으로 인해 친한 사람 4

명 정도 태우고 마구 도로를 헤집어주는 쎈쓰 어떠한가?

생각보다 다소 비싼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와 애간장을 태우던

매니아들의 마음을 돌려버렸던 비운의 역사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에 출시된 일본 슈퍼서민카 중 최고를 자랑하는 퍼포먼스이다.

<부드러운 변속을 자랑하는 트윈클러치 6단 자동 미션. 그런데 넌 대체 언제쯤 촌티를 벗는거니?>

그런데 랜서 에볼루션을 능가하는 독특한 컨셉의 저주받은 걸작이

일본에서 탄생하였으니, 그 물건에 대해서는 추후에 아주 심도있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랜서와 랜서 에볼루션은 다른 모델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랜서는 에볼루션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스포일러의 크기 등이 조금 다르다.

물론 성능에 있어서는 극과 극으로, 랜서는 그야말로 패밀리카라고 보면 되겠다.

금액에 대한 부담과, 괴물을 다루기에 부담되는 성격이라면

에볼루션 보다는 랜서로 눈을 돌리는 것은 어떤가 고민해봄도 좋겠다.

국내 판매가는 61,100,000 (2009 4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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