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제네시스 쿠페 2.0 Turbo (Genesis Coupe)
제네시스 쿠페라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연 이 물건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먼저 시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늦은 시기에 시승기를 올리는 점에 대해 한탄을 느낀다.
필자가 자동차 전문 기자도 아니고, 주요 밥벌이도 아닌 관계로
여러 시승 경험을 차곡 차곡 쌓아놓다 보니 이제서야 시승기를 쓰게 되었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한 발 늦은 시승기이기에 이미 알려질만큼 알려진 제네시스 쿠페이지만,
그래도 필자의 개인적 느낌을 살려서 서술해 보고자 한다.
2008년은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의 새로운 장이 열린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 이래 이토록 큰 모험과 도전은 없었겠다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미 제네시스라는 대한민국 최초의 후륜구동 자동차를 만들 때부터
현대자동차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었더랬다.
대한민국 최초 고성능 스포츠카에 대해 늘 기대감을 품게 만든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항상 실용화단계에서 좌절이나 포기하고 마는
사태가 많았기 때문에, 제네시스의 탄생도 기대 반 우려 반의 결과를 가져왔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약속을 지켰고, 그 결과 국내 최초의 본격 후륜구동 스포츠카인
제네시스 쿠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사실 프로젝트명 BK로 세간에 알려지면서 현실화가 임박한 시점에서
너무 많은 말들이 있기도 하였다. 예전에 스쿠프 터보가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제대로 된 터보 스포츠카가 만들어질지에 대한 의구심도 많았고,
성능도 과연 세계 수준에 어울릴만한 것일지도 우려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출시가격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보건데 제네시스 쿠페는 확실히 성공한 물건이다.
충분히 기대희망을 충족시켜 주었고, 모두가 받아들이고 인정할만한
수준에 이른 스포츠카임을 필자도 인정한다.
더욱이 이는 단순히 애국심만으로 고객을 끄덕여주는
국내 유저들에게만 인정받았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많은 유저들이
제네시스 쿠페의 성능과 잠재성에 대해 인정했다는 부분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헤죽 웃고있는 듯한 저 면상은 대체 뭐니?>
우선 제네시스 쿠페의 스펙에 대해 알아보자.
제네시스 쿠페는 기본적으로 고성능 스포츠카를 컨셉으로 하고 있다.
슈퍼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어지간한 수입차하고는 승부해서
뒤지지 않을 정도의 성능을 보장하는 그러한 스포츠카이다.
거기에다가 외모 또한 최신의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날렵하면서도 심플하게 구현되어 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쿠페의 외모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오로지 달리기만을 위해 탄생한 물건인 만큼 엔진도 국내차로는 파격적인 시도가 되었고,
각종 안전장치도 스포츠카에 적합한 것들로 장착되었다.
엔진은 크게 2종류가 존재하는데, 2,000cc 배기량의 세타 2.0 터보차저 RS엔진과,
3,800cc 배기량의 람다 RS엔진이다.
전자의 경우 기존에 NF소나타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 세타 엔진에
터보차저를 추가하여 연비를 개선하면서도 210마력의 고성능을 내는
강력한 엔진으로 탈바꿈시킨 모델이며, 후자의 경우는 그랜저, 에쿠스,
베라크루즈 등에도 탑재되었던 람다 엔진을 보다 개선하여
303마력이라는 고성능을 내는 강력 엔진으로 탈바꿈시킨 모델이다.
둘 다 기술적인 면에서 기존의 것보다 개선이 이루어졌으며,
제네시스 쿠페의 강력한 스포츠 성능을 충분히 뿜어낼 수 있을 정도로 잘 다듬어진 엔진이다.
람다 3.8 엔진의 경우 국내 모델은 303마력에 셋팅이 되어 있으나,
기술적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 ECU 맵핑 만으로도
400마력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전문가들에 의해 증명되었다.
엔진구동방식은 제네시스에 이어 동일하게 후륜구동을 적용하여
스포츠카다운 운동성을 보장하며, LSD와 VDC라는 차체제어시스템을 탑재해
고성능으로 인한 안전사고도 유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어는 6단 자동과 6단 수동을 지원하는데,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기존의 5단 자동보다 훨씬 개량된 것으로 짧은 기어비를 통한
보다 부드러운 변속과 연비 절감 등의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지원함으로써
스포츠카다운 명목을 제대로 표출하고 있으니,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자랑스런 정통 스포츠 쿠페임이 틀림없다.
필자는 이 중에서 2.0 터보차저 엔진이 탑재된 2.0 터보-P 모델을 시승하였다.
참고로, 제네시스 쿠페는 2.0 터보 모델의 경우 터보-D, 터보-P, 터보-R로 나뉘며,
3.8 모델의 경우 GT-P, GT-R 모델로 나뉜다.
R등급이 가장 고급 옵션으로, 브렘보 시스템과 HID 라이트, 선루프,
고급 오디오 시스템 등이 장착된다. 어쨌든 필자가 시승한 차는
옵션은 보통 정도로만 적용된 차량이었으므로, 풀 옵션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느낌을 전달할 수 없음에 안타깝기 그지없다.
<절대로 엉덩이에서 레이저가 나가지 않습니다>
우선 제네시스 쿠페의 외관을 살펴보자.
한 마디로 비유하자면 뒷태만 미녀?
우리는 여자를 볼 때 가끔 아름다운 뒷태를 보고
얼굴도 예쁜 미인일거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제네시스 쿠페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엉덩이만 놓고 본다면 정말로 세련되고 모던하면서도
날렵하고 튼튼하면서 중후하고 웅장한 느낌이 든다.
한 마디로 온갖 미사여구는 다 갖다붙여도 될 정도로 잘 다듬어졌다고 평할 수 있겠다.
필자가 국내 차량 중 이렇게 높은 평가를 내린 차는
제네시스 쿠페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커다란 기대감을 가지고 옆으로 시선을 옮겨보면,
쿠페 특유의 완만하면서도 부드러운 유선형의 라인을 유지하면서
날렵함 성능을 증명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프레임리스 도어와 바람에 찢기듯 길게 드리워진 쿼터글라스가
참으로 간결하고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앞으로 시선을 옮기자.
어이쿠! 낚였다!
앞모습에서 내 자신이 착각에 빠졌었음을 깨닫게 된다.
왜 이럴까? 앞모습을 보면 아마 대부분의 차 매니아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일단 앞만 놓고 보면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다.
렉서스와 혼다가 섞여있는 것 같기도 하고, 헤드램프가 어딘가 모르게
밸런스가 깨진 것 같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무 채 써는 기계같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헤죽 웃고 있는 얼간이 모습같다.
범퍼 하단부는 그나마 괜찮긴 한데 전체적으로 헤픈 모습이다.
도저히 뒷 모습과 매칭이 안 된다. 뒷 모습은 고성능을 대변하기에
충분하지만 앞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장난끼 가득한 레저용 차량으로밖에 안 보인다.
도대체 맨 처음 충격적으로 선보인 제네시스 컨셉의 느낌은 어디로 간 것인가?
제네시스는 컨셉 버전이 나름 신선했는데, 제네시스 쿠페는 컨셉 버전도 구렸다.
그런데 거기서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더더욱 충격이었다.
적어도 앞모습만큼은 좀 더 세련되게 바뀌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그래도 필자의 개인적 느낌과는 달리,
외국에서는 제네시스 쿠페의 디자인이 상당히 인정받고 있음을 명심하면 좋을 듯 하다.
짝퉁 만들기에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중국에서도 제네시스 쿠페가
가장 아름다운 쿠페로 뽑힐 정도라고 하니,
조만간 제네시스 쿠페의 짝퉁 버전도 감상할 수 있을지도.
<드디어 현대차가 디자인에 눈을 떴구나. 초감각적인 투톤 칼라가 매력적>
이번에는 인테리어와 내부에 대해 평해보겠다.
제네시스 쿠페는 이미 알려진 바 대로 단가를 낮추려다 보니
외관에 비해 내관이 현저히 미흡하다는 평이 쏟아졌다.
필자가 시승하기 전에 사진으로 보았을 때는 나름 세련된 디자인인데
왜 혹평을 받았을까 하고 의문이 들었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문제의 원인은 바로 마감재.
대시보드를 비롯한 모든 내장재가 싸구려 플라스틱의 느낌을 물씬 풍긴다는 것.
가죽이나 유사 재질로 처리되었어야 할 부위가 전부
무광택 플라스틱으로 도배되었으니 도저히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나지를 않는다.
디자인만 조금 세련되었을 뿐이지 인테리어의 수준은
일본차와 비슷한 컨셉이라고나 할까?
그나마 비록 싸구려 내장재를 썼다 할 지라도 계기판을
최근 트렌드에 맞춰 로켓분사구 모양으로 만든 점은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센터페시아는 메탈이나 카본 등으로 구현했더라면
정말 환상적일법한 훌륭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 투스카니의 센터페시아가 참으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진보된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콘솔 패널도 아기자기하고 균형미 잡힌 모습이다.
다만, 네비게이션을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네비게이션 내장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다.
인테리어 부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투톤칼라를 적용했다는 것.
어디서 많이 본 디자인이긴 하지만 어쨌든 감각적인 것 만은 훌륭하다.
도어와 대시보드, 그리고 시트에 적용된 투톤칼라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피부로 느끼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재질이 최대의 문제점.
어쨌든 눈으로만 감상하시라.
<이토록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센터페시아는 국산 차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제 시동을 켜 보자. 스마트키가 묵직해서 마치 핸드폰을 쥐고 있는 느낌이다.
스마트키 홀더에 꽂은 후에 스타트 버튼을 눌러보았다.
터보엔진 치고 시작은 부드럽다.
시작은 그저 소나타의 그 느낌이랄까?
생각보다 부드럽고 조용하다.
충분한 예열을 거친 후 엑셀을 밟아보자. 엑셀의 압력이 꽤 무겁다고 느껴진다.
차체가 무거워서 그런지 초반 스타트는 묵직하게 나간다는 느낌이다.
엑셀을 힘껏 밟으니 약간의 슬립이 발생한다.
후륜구동 탓에 뒷 쪽에서 약간의 흔들림이 발생하는데,
타이어가 문제인지 슬립이 생각보다 심하다. 타이어는 현대자동차로는
이례적으로 브릿지스톤 타이어가 기본으로 장착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슬립이 심하게 발생하면 사고발생의 위험이 높을 듯.
2.0 터보 모델은 3.8 GT 모델보다 치고 나가는 힘이 다소 부족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마력 차가 심하게 나기 때문.
그래도 직선코스에서 풀 엑셀로 밟았을 때는
어느 정도 탄력있게 나가는 느낌이 든다.
2.0이 이 정도인데, 3.8은 어떻단 말일까?
실제로 몇몇 지인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3.8 GT는 의외로 겁나게 나간다고 한다.
제로백도 공인기록을 보면 필자의 차보다 빠르다!!
(필자의 차가 무엇인지 궁금하겠지? 후후)
어쨌든 가공할만하다는 3.8 GT를 시승하지 못하고 2.0 터보로 만족해야만 했던
필자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속 느낌을 읊어내려가 보겠다.
일단 달리는 성능에서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우리 나라 스포츠카도 드디어 조금 바람에 휘날리겠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코너링과 와인딩에서는 달리는 성능에는
조금 못 미치는 듯한 느낌이다.
일본차보다는 미국 머슬카에 가까운 느낌으로 만들어졌다고나 할까?
일단 슬립이 일어나니 급격한 코너링은 생명단축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주의해주고 싶다.
LSD와 VDC가 있지만 일단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그래도 VDC는 나름 훌륭한 작동을 하는데,
필자가 슬립패드에서 VDC를 테스트했을 때 어느 정도 안정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VDC를 끄고 시도했을 때는 거의 사망직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니,
눈이나 비오는 날에는 절대로 VDC를 끄고 다니지 말 것.
<요새는 대세가 로켓분사구 모양이다. 가시성이 좋아서? No. 그냥 세련되어서>
이번에는 편의 장비를 살펴 보자.
일단 네비게이션은 없다고 이미 평하였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편의장비를 최소화하여 원가절감을 실현하겠다는
현대자동차의 의지를 엿볼 수 있겠다.
스포츠카 매니아들을 가장 실망스럽게 한 요소 중 하나가 있는데,
그 것은 바로 패들시프트 부재.
국내 정통 스포츠카의 혁명이라도 해도 좋을 제네시스 쿠페에
패들 시프트가 없다고라? 물론 오토미션이 수동기능을 지원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어봉을 올리고 내려주시는 행위예술을 통해서나 가능하다는 소리.
결국 레이싱 게임 조금 해주신다는 게이머들에게는
아쉬움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크루즈 컨트롤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발목에 힘줄이 살짝 잡힐 법하다.
하긴 스포츠카에 크루즈 컨트롤이 뭔 필요나 하시겠지만,
일단 써 본 사람은 그 매력에 푹 빠지는 법. 필자의 차도
나름 스포츠카이지만 크루즈 컨트롤의 장점을 흠뻑 느끼고 있다는 거.
아쉬움도 있지만 그나마 안도할 만한 매력도 있다.
시트는 세미버킷 타입인데, 열선까지 지원해서 나름 쓸만하다.
하지만! 전동시트가 아니라는 것!
게다가 100% 가죽이 아니라서 먼지제거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
룸미러는 다행히 ECM을 장착하였고, 헤드램프는 HID를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 리모콘을 지원해서 운전시 편의성을 높였고,
후방 주차보조 시스템을 탑재하여 가뜩이나 시야 낮은 뒤쪽의 안전성을 높였다.
오디오는 10개 스피커와 JBL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하였는데,
무난한 수준이다. 다만 이퀄라이저 등 다양한 설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니아라면 업그레이드할 것을 권장한다.
AUX 뿐만 아니라 i-Pod 단자도 지원하므로 음악은 마음껏 들을 수 있겠다.
윈도우는 샷드랍 방식을 적용해서 프레임리스 도어의 단점을 극복하였고,
원터치 업다운 세이프티를 적용하여 윈도우 개폐시 중간에 무언가가 닿으면
자동으로 열리게끔 하였다. 솔직히 이 기능은 아이들 장난치다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효과가 큰데, 앞쪽만 열리는 도어에
굳이 필요한 기능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브레이크는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을 장착했다고
요란하게 광고하였지만, 이는 3.8 GT만 해당하는 소리이다.
2.0 터보 모델은 브렘보가 옵션이다. 필자가 시승한 차는
일단 브렘보가 없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평을 못 하겠다.
다만, 여러 유저들의 체험기를 보자면 브렘보 브레이크가 생각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는 못 한다고 한다.
리콜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어쨌든 계속 지켜보아야겠다.
타이어는 앞이 225/40, 뒤쪽이 245/40을 장착하고 있어 나름 광폭이다.
2.0 터보 모델은 18인치 휠이 장착되는데, 3.8 GT는 기본으로
19인치 휠을 장착한다. 휠은 나름 디자인 면에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다만, 경량이 아니므로 휠 교체는 필수일 듯.
연비는 공인 기록이 10.6km/L인데, 너무 높은 수치 아닌가?
늘 그렇듯이 실제로 주행해보면 공인보다 연비가 낮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차체가 무겁기 때문에 시내도로 주행에서는 최악의 연비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고속주행이라면 그나마 괜찮은 연비를 보여줄 듯.
<운전자는 아늑하고 넓은 실내를 만끽할 수 있다.
대신 뒷좌석에서 괴로움에 떨고 있는 동반자의 모습을 룸미러를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승차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깜빡했는데, 일단은 별로이다.
서스펜션이 너무 하드한걸까?
그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차가 너무 통통 튄다.
약간의 굴곡에도 들썩들썩 거리는 것이 결코 부드럽지는 않은 진동이다.
게다가 와인딩 조금만 해도 차가 뒤뚱뒤뚱거린다.
엉덩이가 무거워서 그럴 수도 있겠다.
어쨌든 승차감이 투스카니보다 더 안 좋은 수준이라서 오래 타면 멀미가 날 것만 같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 중 한 명이 1살된 아이를 태우고
가족나들이를 갔다가, 아이가 구토하고 난리가 아니라서 하루 종일
병원에 있어야 했다는 경험담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 참에 뒷좌석 얘기도 하자.
이미 티뷰론이나 투스카니를 경험해 본 유저라면 뒷 좌석의 공포를 잘 알 것이다.
제네시스 쿠페도 예외가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일단 신장 170cm 이상의 성인은 허리를 꼿꼿이 필 수 없다.
머리가 루프와 랑데부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무릎사이의 간격은 좁기 때문에 편안한 승차감 따위의 기대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리시길. 미국 아해들은 쿠페에 뒷좌석이 있다는 것에
오히려 + 점수를 준다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쿠페라도
뒷좌석이 좀 넓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에 – 점수를 준다.
어쨌든 제네시스 쿠페도 국내에서는 승차감 면에서 여전히 마이너스 이다.
이제는 제네시스 쿠페의 잠재성에 대해 얘기해보자.
제네시스 쿠페는 맨 처음의 우려와는 달리
참으로 현실적인 가격으로 대중 앞에 섰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매니아들이 열광했고,
특히나 3.8 GT의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로 인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해외에서의 평가도 대단하다. 3.8 GT는 ECU 맵핑만으로도
400마력을 넘길 수 있다는 기술적 증명이 이루어지자 앞다투어 튜닝하기 시작했고,
이미 수많은 튜닝카가 공개되었다.
투스카니의 경우 극악의 튜닝을 통해 그나마 얻어낼 수 있었던 퍼포먼스를,
제네시스 쿠페는 가벼운 손질만으로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일찌감치 튜닝시장의 새로운 돌풍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알았던지,
현대자동차에서는 모비스를 통해 제네시스 쿠페 오리지널 튜닝 파츠를 판해하기도 하였다.
이는 국내 자동차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외국 메이커들의 공식 튜닝 파츠 제작 사업이 드디어
국내에서도 활로를 뚫은 느낌이다.
어쨌거나 국내와 해외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제네시스 쿠페는,
비록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고는 해도 분명 국내 정통 스포츠카의
새로운 지평을 열 시발점이 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미 무한 튜닝은 시작되었다는... 그 찬란한 미래를 지켜보자구>
마지막으로 제네시스 쿠페의 네이밍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지금까지 차량 이름으로 딴지를 건 적은 없지만,
제네시스 쿠페는 국내 자동차의 떠오르는 태양인 만큼
브랜드 전략에 대해 걸고 넘어져야겠다.
일단 제네시스만 놓고 본다면 브랜드 전략에서 나름 성공적이었다는 느낌이다.
표절의 의혹을 사기는 했지만 독자적인 앰블럼도 좋았고,
창세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혁신적이라는 느낌도 좋았다.
게다가 차량의 퀄리티가 따라주니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후 제네시스의 이름을 따서 쿠페 모델이 나온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제네시스와 연관지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별의 별 예측이 난무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제네시스 쿠페와 제네시스는
거의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지 후륜구동이라는 공통점만 있을 뿐이지,
모양이나 컨셉도 완전히 서로 다른 물건들이다.
게다가 제네시스라는 이름을 부여받았음에도
기존의 독자적인 앰블럼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맨 처음에 제네시스가 에쿠스처럼 앰블럼을 차용하면서
도요타의 렉서스처럼 하나의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시리즈물로 나오는가 하는 기대를 했었으나,
제네시스 쿠페가 나오면서 결국 제네시스의 브랜드 일관성에 혼동이 오고야 말았다.
렉서스는 하나의 Mother 브랜드로 자리잡고 난 후
모델명을 통해 차량을 구분하고 있지만,
제네시스는 그럴만한 전략은 아니었던가 싶다.
결국 제네시스냐 아니냐의 차이만 생기기 때문에
애써 앰블럼화하면서까지 공들일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차량만으로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잡혀버렸으나,
제네시스 쿠페로 인해 그 이미지를 일정 부분 잃어버리게 된 셈이다.
결국 현대자동차가 작정하고 제네시스 경차라도 만들어버리면 제네시스는
Mother 브랜드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일관된 이미지를 가진 모델 브랜드도 아닌,
그야말로 섞어찌개식 브랜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무쪼록 국내 자동차 업계의 비트겐슈타인과도 같은 존재인 제네시스 쿠페.
이 기술력을 계속 살려서 미국, 일본 메이커처럼 대중적인
고성능 슈퍼카를 만들어내는 현대자동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차량가격은 2.0 터보 모델이 22,780,000원부터,
3.8 GT 모델은 29,370,000원부터 있다. (2009년 4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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