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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까 2009. 3. 9. 11:30

GM대우 G2X

<비운의 걸작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G2X>

오늘은 지금까지 필자가 시승해 본 차량 중 유일하게 최고속도를 밟아 본 차량에 대해

적나라하게 소개를 해 볼까 한다.

말도 많도 탈도 많았던 GM대우의 G2X가 그 주인공이다.

이름부터 애매한 G2X. 수학 공식도 아니고 대체 무슨 의미를 품고 있는가.

뭐, 우습게도 G2X는 Go To Extreme이라는 표현의 약어라고 한다.

한마디로 무조건 미친듯이 달려버리자는 캠페인을 걸고 나온 차인 셈.

이런 네이밍이면 차량 보험료만 높이는 꼴이다.

어쨌든 G2X는 이름만큼이나 그 과거도 쫄깃하다.

GM대우에서 국내 로드스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야심차게

들여온 OEM 방식의 2인승 고성능 로드스터였던 것.

일찍이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 기아에서 OEM 방식으로 들여왔던

"엘란"이라는 자동차를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원래 LOTUS 차종을 기아에서 로얄티를 지불하고 OEM방식으로 판매했던 것.

당연히 쫄딱 망했지만, 우습게도 아직까지 상당한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

G2X는 그러한 엘란의 역사를 뒤집어엎겠다는 심산이었을 텐데,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G2X는 혁명의 주인공이 되지는 못한 듯 싶다.

가히 혁명적이라 불리울만한 디자인과 성능에도 불구하고,

혁명적인 가격이 뒷받침되지 못하여 연간 국내 판매 대수 100대 미만의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결국 GM대우 공식 사이트에서 사라지는 수모를 겪었다.

필자는 다행히도 운이 좋아서, G2X가 사라지기 전에 해볼만한 체험은 전부 해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고속주행과 휠 스핀을 겪어본 것은 이 G2X가 처음이자 유일.

<앞은 예술, 뒤는 빈곤. 실제로 엉덩이를 보면 살이 좀 더 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자, 그럼 G2X에 대해서 낱낱이 파헤쳐 보겠다.

우선, G2X의 배경을 살짝 알아보자.

G2X가 우리나라 차야? 라고 묻는다면 살짝 주둥아리를 틀어막아주자.

확실히 말해서 G2X는 양키정신이 흠뻑 젖어있는 미국 아해들의 작품이다.

요즘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GM의 걸작(?).

GM에는 여러 하위 브랜드가 있는데, 그 중에 SATURN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세계적으로 그다지 인지도가 높지 않은 브랜드인데,

어쨌든 SATURN에서 SKY라는 이름으로 처음 나온 것이 바로 G2X의 원형.

그래서 본토에서는 새턴스카이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 차량은 OPEL GT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역시 문어발 사업의 대가 GM답게, OPEL에서도 앰블럼만 바꾸고 똑같은 차량을 판 것.

결국 세계에는 똑같은 차량이 새턴스카이, 오펠GT, G2X라는 세 가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것이다.

새턴스카이에는 형제도 존재한다.

역시 인지도 떨어지는 PONTIAC 사의 SOLSTICE가 그 것.

플랫폼을 공유한다고 하니 형제나 다름 없지만, 제조사가 다르니 배다른 형제?

아무튼 새턴스카이의 한국 귀화버전이 G2X라는 것쯤은 알고 가자.

그럼 새턴스카이와 G2X는 차이가 없는 것일까?

없긴 왜 없어~ 있다. 그 것도 나름 찜찜할 정도로.

우선 새턴스카이는 2.4리터 N/A와 2.0리터 터보엔진을 탑재한 2가지 모델이 존재하고,

5단 수동 기어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앰블럼도 다르다. 하지만 그 외에는 없다.

반면, G2X는 2.0리터 터보 엔진에 5단 자동 기어 모델만 존재한다.

한마디로 단일화 전략을 폈다 이 얘기다.

그나마 다행인건 터보엔진이었다는 것. 그만큼 매니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2.4 N/A는 177마력에 최고속도 197km, 제로백은 7.3초로 그냥 무덤덤한 수준이다.

하지만 2.0 터보는 260마력에 최고속도 227km, 제로백 5.5초로

수준급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단, 위는 수동기어 기준이므로 국내판 G2X는 제로백이 6초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렁크와 후드가 반대로 열리는 독특한 느낌, 바~~로 이 맛 아니겠습니까>

G2X는 디자인이 주목받을만한 차량이다.

2인승 로드스터치고는 덩치가 꽤 큰 편인데, 전형적인 미국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유선형 스타일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대형 미꾸라지를 연상케 한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인 쭉 찢어진 헤드 램프.

그리고 펜더에서부터 부드럽게 넘어가는 사이드라인.

그러다가 리어램프를 보자면...어이쿠. 여기서 미스가 난다.

개인적으로 앞의 화려함에 비해 엉덩이가 살짝 부실한 것이 불만.

FORD는 엉덩이를 두툼하게 만들어서 제법 마음에 드는데,

이상하게도 GM은 엉덩이를 부실하게 만든다.

ChryslerCrossFire 다음으로 앞뒤 매칭이 안되는 차량이다.

어쨌든 앞부분은 기똥차다는 말씀.

후드의 벤트 트림도 제법 개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언뜻 보면 후드가 찢어진 듯 보이지만 냉각효과도 있고 멋도 살려주니 금상첨화.

화려하고 웅장한 몸매와 성능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G2X.

그렇다면 실제 승차감은 어떨까?

자, 이제 시트에 앉아보자.

어이쿠. 여기서 또 한번 실망.

좁다. 너무 좁다. 커다란 덩치에 비해 운전석은 밴댕이 소갈딱지 수준.

어쩌다 이렇게 큰 덩치를 만들어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버킷시트는 딱딱하기 그지없고, 옆으로는 손가락 하나 빠질 틈이 없다.

시트는 수동으로 조작해야 하는데 어지간히 작동이 어렵다.

사이드미러는 시야각이 좁아서 잘 보이지가 않는다.

한 마디로 옆뒤 볼 것 없이 달려라 이 뜻 아닌가 싶다.

<으악 좁다 좁아. 실 평수가 너무도 좁은 오피스텔 처지의 느낌>

시동을 걸면 터보엔진답게 부르르릉 소리를 내면서 연기를 토해낸다.

터보엔진은 예열이 필수. 잠시 기다려주자.

엑셀에 힘을 주면 이 거대한 몸집이 의외로 민첩하게 움직인다.

서스펜션은 딱딱하지만 도로주행시 나쁘지는 않다.

핸들링은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왠지 덩치에 준한 움직임같다.

이번에는 쿨하게 풀엑셀을 밟아보았다.

제로백 6초 수준이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빠르다. 확실히 빠르다.

속도는 계속 올라가고 어느새 220km를 찍었다.

살짝 230km에 도달한 느낌이 들 무렵 더이상 속도가 올라가지 않음이 느껴진다.

루프를 오픈하고 달렸음에도 이 빠른 속도가 그저 봄바람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다음으로 휠 스핀을 시도해 보았다.

휠 스핀은 제자리에서 차가 훽훽 돌아버리는 묘기인데,

후륜구동이면서 나름 억센 힘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이다.

G2X는 그만한 성능을 뒷받침하고 있었기에 휠 스핀도 무리없이 성공.

약 2바퀴 반 정도 돌아버린 것 같은데, 계속 엑셀을 밟았다가는 아마도

필자가 튕겨저 나가버렸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성능 면에 있어서는 스포츠카 치고는 높은 수준임을 확인하였다.

<내부는 크롬으로 떡칠을 해놓았다. 그야말로 모더니즘의 극대화>

필자는 외관과 성능도 중요하지만 내부 인테리어도 매우 중시하는데,

G2X의 내부를 살짝 들여다보면 꽤나 모던한 느낌이 절로 난다.

로켓 분사구를 닮은 인스트루멘털 패널과,

유조탱크 3개를 밖아넣은 듯한 센터페시아.

이 정도면 전체적인 모습과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편의 사양은 어떨까? 사실 2인승 로드스터에서 편의 사양을 요구하는 것은

다소 억지일 수도 있다. 그만큼 살짝 부족하다는 것.

에어백과 ABS 등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고,

LSD까지 장착되어 있어서 차량구동에도 신경을 쓴 노력이 보인다.

크루즈 컨트롤도 있지만 그다지 쓸모는 없을 듯.

오디오는 몬순 시스템을 채택했다고 하는데, 별로 알고 싶지는 않고

단지 뚜껑 벗고 다닐 때 사운드감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사운드가 분산되기 때문에 컨버터블에서는 오디오 시스템이 꽤 중요하지만,

G2X는 살짝 그러한 부분을 포기한 듯.

하긴 원해 미국 차들이 사운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스트루멘털 패널은 마치 깊은 우물을 보는 듯 하다. 빠져죽기 십상>

G2X가 탑재하고 있는 기능(?) 중 가장 불편하다고 느낀 점은 소프트 탑이다.

원래부터 100% 소프트탑 컨버터블로 개발된 G2X는,

달리는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편안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채택한 것.

우선,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이 하드탑보다 소프트탑이 성능에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

이는 차량의 무게를 혁신적으로 줄여주고,부가적인 장치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하드탑은 트렁크에 상당한 적재 공간을 차지해야 하고,

자동 수납 메카니즘을 위한 장치가 설계되어야 하며,

전체적인 차량의 외관도 자유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반면 스포트탑은 일단 벗겼다 하면 가볍기 그지 없다.

G2X가 경량 로드스터를 추구한 만큼 소프트탑이 필수였던 것.

하지만 그만큼 탈착의 어려움이 변비로 고생하는 것만큼 힘들다.

100% 수동은 당연 지사. 여성 운전자는 절대 혼자서는 하기 힘들 것이다.

대신 소프트탑을 탑재하면서 얻은 결과물이 바로 트윈 에어 스쿠프.

시트 뒤쪽에 낙타 등처럼 솟아 있는 물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건 단순히 멋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공기역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스쿠프를 채택함으로써 공기의 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에어 스프쿠를 동일하게 장착한 대표적 차량이 바로 카레맛..아니 카레라GT.

G2X의 연비는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

국내가 아니라 미국에서 공인연비를 측정한 결과 9.1km/L이라고 한다.

미국이 살짝 짜게 준다는 것을 감안하면 터보엔진 치고 나쁘지 않다.

다만, 국내의 복잡한 도로사정에서는 어떠한 결과를 보여줄지 의문이다.

어쨌든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2인승 경량 로드스터의 대표주자 G2X.

왜 망했는가? 이 시점에서 고찰해 볼 필요가 있겠다.

솔직히 망했다고 표현하기는 어렵겠다. 단지 안 팔렸을 뿐이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안 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먼저, 합리적인 가격이 뒷받침되어주지 못할 때.

G2X는 OEM 판매 방식에 있어서 차량 가격을 잘못 책정한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에서 새턴스카이나 솔스티스가 2,400달러 정도에 판매된 것에 반해

국내에서는 G2X가 4,390만 원이라는 거의 날로 먹는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

아무리 수입차 라지만 이 가격이면 차라리 BMW나 Benz를 사겠다 이거다.

또 다른 이유는, 너무나도 비경제적인 컨셉의 차량이었다는 것.

아무리 매니아들을 위한 차량이라고는 해도 2인승 로드스터는 국내 실정에서

살짝 오마이갓 이다. 특히나 100% 수작업의 컨버터블이라면 더더욱.

<이 등딱지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고성능 스포츠카에 있어 지느러미와도 같은 존재>

그야말로 작동상의 불편함과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짬뽕되어서

G2X를 그저 한번 바라보고 마는 차량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문제는, GM대우의 이러한 시장전략 실패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입되어 들어오는 대부분의 스포츠카 브랜드가 똑같은 실수를 답습하고 있다는 것.

미쯔비시가 랜서 에볼루션을 황당할 정도로 높은 가격에 들여와서

국내에서 죽쓰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이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필자는 G2X와 비슷한 컨셉의 제네시스 쿠페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을 때

G2X처럼 비싼 가격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실로 걱정을 하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네시스 쿠페는 착한 가격을 설정함으로써

3.8 GT의 놀라운 성공을 이끌어 내고 있다.

어쨌든 국내 시장에 약 2년 정도 반짝 했다가 역사속으로 사라진 비운의 걸작 G2X.

그 이름처럼 미친듯이 달리려고 했지만, 결국 막장 인생이 되고 만 모델.

앞으로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 2인승 로드스터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2인승 로드스터는 결국 흥행하고는 맞지 않는,

소수의 매니아들만을 위한 차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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