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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3.16 9: 나인 (9)
  3. 2010.02.25 8인: 최후의 결사단 (十月圍城: Bodyguards And Assassins) 13
  4. 2010.01.27 밴드 오브 브라더스 (Band of Brothers) #3 19
posted by 미까 2010. 4. 15. 22:38

팬도럼 (Pandorum)

인류는 수없이 오랜 세월 동안 우주의 아주 작은 먼지에 불과한 지구라는 별에서 살아왔다.

그토록 오랫동안 지구를 지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아직 전 지구의 절반조차도 파헤치지를 못했다.

바다만 해도 인류에게 있어 아직도 미지와 탐구의 대상이다.

그런데 우주라면 어떠하겠는가?

인류가 먼 미래에 드디어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가출을 시도하면서 생기는

미지의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SF 스릴러물 <팬도럼>.

예부터 SF에 관심이 많은 필자였기에 큰 기대를 하고 도전하게 되었다.

거대한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공포 이야기. 한번 헤집어보자.

전반적으로다가 스토리부터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오포교 오마쥬^^)

<포스터의 미스테리한 포스는 그야말로 수준급. 하지만 이거 전부 낚시질이다>

#1. 스토리 - 황당할 정도로 무리수를 둔 인류의 미래 이야기

때는 2528. 인류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오면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자원이 고갈되어 이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 등

지구는 그야말로 막장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에 인류는 또 다른 지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였고,

그러한 노력 끝에 마침내 지구와 거의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아내게 되었다.

타니스라고 명명된 그 별을 향해

인류는 마침내 거대 우주선 엘리시움 호를 발진시키기에 이른다.

하지만, 항해 도중 지구로부터 마지막 무선이 떨어지고,

그 메시지에는일레시움 호의 승무원들이 최후의 인류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두운 우주선 내부 안 오랜 기간 수면탱크 안에서 잠들어 있던 바우어 상병(벤 포스터)이 깨어난다.

마치 무슨 사고라도 있었던 듯 우주선 내부는 컴컴하고

이따금씩 심한 진동과 함께 전기가 들어왔다 나가는 상태이다.

바우어는 다른 승무원들을 찾아보지만, 다들 자고 있거나 없는 상태.

겨우 정신을 차린 바우어는 단편적인 기억들을 되살리려 애쓰며

서서히 어둠 속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오랜 수면에서 깨어나면 과거에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 모를 정도로

기억이 먹통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주선이 확실히 고장이 난 것 같고, 다른 승무원도 없는 것으로 보아

끔찍한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여긴 바우어.

그 때 갑자기 또 다른 수면탱크가 열리면서 그 안에서 잠들고 있었던

페이튼 중위(데니스 퀘이드)가 깨어난다.

역시 서서히 정신과 기억을 찾아가게 된 페이튼은 바우어와 함께 사태를 파악하려고 애쓴다.

갇혀있던 방 밖으로 향하는 문은 굳게 닫혀있고,

누군가 필사적으로 나가려고 한 흔적을 발견한다.

이에 바우어는 페이튼의 도움을 받으며 환기구를 통해 방 밖으로 나가게 된다.

좁다란 통로 끝을 열심히 참사하다 발견하게 된 것은 다른 승무원의 시체.

이 때 바우어는 환기구 아래로 떨어지면서 거대한 우주선의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떨어진다.

순간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끼게 되는 바우어.

생존자라 생각한 그는 누군가를 쫓게 되고,

생존자인 줄 알고 다가간 곳에는 목이 졸린 시체가 있었다.

이때 생존자로 보이는 여성이 나타나고,

그녀는 바우어의 목에 칼을 겨누며 조심하라는 말을 남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밀폐된 공간에서 방귀를 살포하게 되면 이처럼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밀려온다>

그녀가 필사적으로 도망친 이유는 다름아닌 정체 불명의 괴 생명체 때문.

파란 불빛을 비추며 징그럽게 달려드는 괴물들을 보고 놀란 바우어는

이내 몸을 숨겨 겨우 목숨을 건진다.

괴물들이 사라지고 조용해지자 바우어는 다시 밖으로 나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계속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주선을 다시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원자로의 재부팅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였다.

무전기를 이용해 페이튼과 바우어는 각자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계속 조사를 한다.

이 때 페이튼과 바우어는 팬도럼이라 불리우는 일종의 정신착란증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과거에 모 우주선장이 팬도럼에 걸려 정신이상을 일으키고,

수면탱크를 전부 우주밖으로 배출하여 한 방에 골로 보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다면 이 우주선에서도 설마 팬도럼이?

조사 도중 바우어는 테러진압용 무기도 습득하고,

또 다른 목 졸린 시체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5조에 속한 바우어나 페이튼보다 더 늦게 깨어났어야 할 6조의 승무원임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시체가 발악하고,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된 바우어는 그를 살려주지만,

셰퍼드(노먼 리더스) 라 소개한 그는 닥치고 도망쳐야 한다고 얘기한다.

도망도 잠시, 셰퍼드는 다시 괴물들이 설치한 함정에 걸려 처마 밑에 걸린 메주 신세가 되고,

바우어는 다행히도 괴물 눈에 띄지 않게 숨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셰퍼드는 현장에서 바로 괴물들의 먹이가 되고 바우어는 냅다 도망친다.

그 와중에 다시 무언가와 마주치는 바우어. 알고 봤더니 이번에도 사람 아니던가.

그런데 그는 영어를 못해서 말이 안 통한다.

팔뚝의 바코드로 확인해보니 그는 승무원이 아닌,

이 곳에 탑승한 일반인이었던 것.

바우어는 그의 이름이 만(청 레)이고 농사꾼이었음을 알게 된다.

<초거대 우주선 엘리시움호. 디테일은 상당한 수준이다>

기억을 되찾은 페이튼은 이 우주선이 실은 탐사선이 아니라

수많은 이주민들을 태운 수송선임을 얘기해 준다.

그리고 그 탑승자들 중에는 다양한 직업과 인종을 가진 사람들과,

승무원들 자신의 가족들도 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에 바우어는 어렴풋이 자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랑하는 아내의 생존이 궁금해진다.

한편 페이튼이 갇혀 있던 방 안으로 인기척이 느껴진다.

페이튼이 환기구 쪽을 보니 그 안에 사람이 있었던 것.

페이튼은 일단 생존자로 보이는 남자를 도와주고,

그는 갤러 상병(캠 지갠뎃)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렇게 둘은 방 안에 갇혀서 일단 사고의 원인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갤러.

도대체 그는 누구인가?

만과 함께 괴물로부터 도망치며 원자로로 향하기 위해 계속해서 모험을 하는 바우어는,

일반인들의 거주용으로 지어진 컨테이너를 조사하다가

맨 처음 조우했던 여성 생존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이 여자는 그야말로 독고다이 마인드로, 만과도 으르렁대며 싸우는 지경.

이에 바우어가 다 같이 힘을 합쳐 우주선을 구해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고,

이에 자신을 나디아(안체 트라우)라고 소개한 여자는 그들과 함께 하기로 한다.

나디아는 본래 생물연구학자인데, 엘리시움호 안에는

노아의 방주처럼 수많은 동식물의 표본이 담겨 있고,

자신은 그것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래 탑승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어서

지금은 한 마리의 고독한 서바이벌 전사로서 살아가고 있는 인생.

셋은 원자로까지 가는 과정 중 괴물들의 단체 야유회에 딱 걸려서 또 한번의 위기를 맞지만,

시체더미 두둑이 쌓인 똥통에 빠져서 겨우 목숨을 건진다.

그렇게 고생고생 해가며 겨우겨우 다가가는가 싶더니,

이번에 또 만나게 되는 생존자.

그 생존자는 꽤 오랫동안 생존해와서

이 우주선이 왜 이 모양이 되었는지에 대해 삼인방에게 이야기해준다.

<어쩌다 득템한 야광시계...가 아니라 충격파를 발사하는 무기>

엘리시움 호가 발진하고 나서 지구가 그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고했을 때,

선장을 비롯한 3명의 항해요원이 그 충격에 그만 정신분열을 일으키게 되었다.

그러던 중 1명이 나머지 2명을 무참히 살해하면서 광기는 극에 달해 갔고,

1명은 이내 우주선 안에서 끔찍한 짓을 벌이고 만다.

탑승자들을 가둬놓고 서로 잡아먹고 먹히게 하는 엽기 쇼를 펼쳤던 것.

결국 그 1명은 자신을 스스로 신이라 칭하고 이 우주선을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다가 노는 것도 지쳤는지 다시 냉동수면상태로 돌아가고,

그 이후 우주선 안에는 더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면서 결국 이 지경까지 되었다는 것.

그렇다면 인간도 아닌 그 괴상한 생명체들은 무엇인가?

나디아의 추측에 의하면 본래 새로운 행성인 타니스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에게 냉동수면상태에서 모종의 환경적응제를 투여했는데,

이 적응제가 너무 빨리 퍼져서 변이를 일으키고 말았다는 것.

결국 우주선은 목표로 했던 행성에도 도착하기 전에 난리판이 되고,

최후의 인류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우주의 이단아가 되어버린게 아닌가.

그렇더라도 일단 자기네들은 살아서 어떻게든 우주선을

다시 원상복귀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바우어와 보디가드들.

그들은 드디어 원자로 앞까지 다다르기에 이른다.

하지만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으니, 원자로 아래에 괴물들의 집단서식지가 있는게 아닌가.

결국 들키지않게 조심스레 원자로 가운데로 접근을 시도하지만,

늘 그렇듯이 쇠판대기가 휘면서 바우어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절체절명의 순간!!

한편, 페이튼은 갤러와 말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페이튼은 어떻게든 우주선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갤러는 그런 페이튼을 자꾸 부질없다고 조롱한다.

페이튼은 갤러가 팬도럼에 걸렸다고 여기고 그를 잠재우려 하고,

갤러는 반대로 페이튼이 팬도럼에 걸렸다고 주장한다.

서로 치고받고 하는 사이, 페이튼이 결국에는 진정제를 투여하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 갤러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는 것.

알고 봤더니 갤러는 페이튼의 환영이었던 것이다.

, 페이튼이 팬도럼에 걸린 듯 환영을 보고 육갑을 떤 것.

어쨌든 안정을 찾았으니 다행.

<누구 머리가 더 큰지에 대해 격렬히 대립하는 페이튼과 갤러. 믿거나 말거나>

반대로 위기에 처한 바우어는 기지를 발휘하여 겨우 원자로 위쪽으로 올라오지만,

또 늘 그렇듯이 막판에 딱 걸려서 곤히 자고 있던 괴물들이 눈을 뜨고 닥치는대로 공격을 가한다.

바우어는 나디아의 도움으로 원자로가 복구불능이 되기 직전에

겨우 재부팅을 하게 되고, 원자로가 갑자기 본격 가동하면서

이 충격파로 대부분의 괴물들이 화염 속의 먼지로 사라져 버린다.

바우어와 일행들은 이제 불도 다 켜지고 문도 제대로 열리는 우주선을 냅다 달려

페이튼이 있는 방으로 향한다.

드디어 모두와 조우하는 멤버들.

그런데 아직 죽지 않은 괴물들이 계속 어디선가 저글링 어택을 가하는 듯한 위기감이 닥쳐 온다.

이에 바우어는 긴장하고, 그런 바우어를 보고

페이튼은 그가 바로 팬도럼에 걸렸다고 이야기한다.

극도의 긴장감을 보이는 바우어는 결국 괴물을 향해 공격을 가하지만,

알고 봤더니 이는 환영이었던 것. 그렇다면 바우어는 정말 팬도럼에 걸린 것일까?

순간 바우어는 페이튼에 대해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생존자가 얘기해 주었던 광기에 사로잡힌 1명의 승무원에 대한 이야기.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페이튼이라는 것.

페이튼은 사실 애초에 지구로부터 작별인사를 받을 당시에 있었던 3명 중 1명의 승무원이었고,

그가 바로 갤러였던 것이다.

, 갤러가 지금까지 늙어서 현재의 모습이 된 것.

그렇다면 진짜 페이튼은?

바우어는 원자로로 가기 전에 페이튼이 실제로는 죽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런 유추가 가능했던 것.

갤러는 결국 우주선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나서

페이튼 중위의 수면탱크로 들어가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나서 깨어나서는 기억을 일시적으로 잃어버린 채 바우어와 함께 했던 것.

진실이 파헤쳐진 순간. 모두는 페이튼이 이 사건의 주범임을 알게 되고 경악한다.

그러자 페이튼은 더 충격적인 진실이 있음을 얘기한다.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페이튼이 그간 꼭꼭 닫혀있던 창문 밖 해치를 열자,

밖의 광경은 우주가 아닌, 다름 아닌 바다였던 것이다.

, 엘리시움 호는 아주 오래 전에 이미 목적지였던 타니스에 도착했으나,

무언가의 이상으로 바다에 빠지게 되었고,

그 이후 우주선은 무려 그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

무려 923년이라는 항해시간을 기록하며.

페이튼은 이미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다며

바우어를 비롯한 다른 생존자들을 골로 보낼 생각을 하고,

이에 바우어는 필사의 탈출을 감행한다.

일단 나디아를 수면탱크에 태우고, 자신도 수면탱크에 올라타 탈출버튼을 누른 것.

결국 수많은 수면탱크들이 우주선에서 삐져나와 바다를 뚫고 수면 위에 당도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수면탱크에서 나온 바우어와 나디아의 머리 위에서는

찬란한 태양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행성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첫 신인류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거의 애드월~~~드에 버금가는 다중인격 스러운 캐릭터 갤러>

#2.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려던 무리수는 결국 흥행 저조를 낳았다

스토리 자체만 놓고 보면 꽤 괜찮은 반전이구나 싶겠다.

사실 반전이 있다고는 기대했지만, 이런 반전일지는 필자도 몰랐다.

그만큼 허를 찌른 것만은 사실.

그런데, 그 반전이 그다지 충격적으로 전해지지는 않는다.

왜냐구? 전반적으로다가 반전까지 이어지는 연출력이 조금 허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소 아쌀한 스릴감을 주는가 싶더니, 중간에는 아주 그냥 축축 늘어진다.

초반에는 괴물들도 괴기스럽게 등장하더니 중간에는 별 감흥없이 귀엽게만 느껴진다.

괴물이 어쩌다 생겼는지도 그다지 설득력은 떨어진다.

페이튼의 반전은 사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거기까지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상이 되는 반전이더라도 영화를 빛내는 데 있어서는

그만큼 뻔하면서도 적절한 구성이었다는 느낌이다.

그런데, 또 다른 막판 대 반전은 필자도 사실 조금은뭥미?”였다.

그야말로 허무주의의 나래를 펼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기대 대비 나름 저렴한 퍼포먼스 때문인지 이 작품의 흥생 실적은 그야말로 저렴하다.

미국에서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6위라는 것은 그야말로 아담한 수준.

나름 핑계로는 초반 시사회 미실시, 홍보 미실시 등이 있지만,

그렇더라도 SF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이 작품이 이 정도의 흥행밖에 못 거두었다는 것은

역시 관객들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3. 충분히 있음직한 인류의 끔찍한 미래

작품 내적으로 접근해보면,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예측하지 못한 사건들이 꽤나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예전부터 사실 이러한 주제로 제작된 소실이나 영화는 많았지만,

적어도 최후의 인류, 500년 동안의 우주야영 등 극단적인 설정까지는 아니었더랬다.

예외적인 작품이 있다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빠삐용>이 있는데,

이 작품도 사건의 시작은 아주 유사하다.

다만 결과는 이보다 더 괴상하다.

어쨌든 팬도럼은 인류가 맞이하는 비극,

즉 엘리시움호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살아남은 승무원들이 인류 최후의 존재이면서 동시에

돌연변이를 일으킨 괴생물체의 위험에서 또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이중고를 겪는다는 점이 참신하다.

거기에다가 팬도럼이라는 우주정신병까지 가세하니 그야말로 점입가경.

우주선 고치랴, 괴물 물리치랴, 팬도럼 치유하랴,

그야말로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바우어가 아닐 수 없다.

<이봐 자네, 똥통에 빠졌나? 그러게 푸세식은 오래 앉아있으면 다리에 힘이 풀려 빠진다규>

그런 바우어가 마침내 살아남아 결국에는 엘리시움호가 꿈꾸던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 이바지를 하게 되는데,

과연 그것이 옳은 결말이었을까?

새로운 행성에는 다른 지적 생명체들이 없는 것일까?

그들과 바우어가 마주치게 되면,

이는 단순한 문명간 충돌이 아니라 그야말로 우주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원주생명체의 입장에서는 바우어가 그야말로 외계인이 아니던가.

바우어를 비롯한 엘리시움 호의 목적은 그 행성에서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것인데,

이는 엄연히 침략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어쩌면 돌연변이를 일으킨 괴물들이

정말 환경과 목적에 보다 더 잘 진화된 형태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미 대부분의 승무원들이 희생당하고 생존자라고는

바우어와 나디아(어쩌면 더 있을 수도 있겠지만) 뿐이니

이들이 지구에서만큼의 본래의 문명을 발달시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인류는 결국 태초의 원시상태에서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겠다.

그 형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괴물들이 아니었던가.

나디아의 말처럼 환경적응제는 정말로 괴물들을 완벽하게 환경에 적응시킨 꼴이다.

그들이 우주선 안에서 몇 백년을 살아온 만큼,

그들도 또 진화를 겪게 되면 언젠가는 우주선 밖으로 튀어나올테고,

그렇게 되면 행성은 결국 그들의 지배하에 놓이게 될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결국 베르베르 빠삐용에서 기술한 결론과 일맥상통해진다.

결국 뭐가 되었든, 새로운 행성에 도착한 인류에게는 희망은 있으되

그 끝은 너무도 어둡고 멀다는 것.

#4. 미래 인류의 새로운 불치병 - 우주정신병 팬도럼

팬도럼이라는 우주정신병은 궁극적으로 문제의 원인으로 작동하기 위한 설정인데,

이는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실제로 우주선과 같이 고립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종종 비슷한 정신이상증세가 나타난다고 한다.

가장 흔한 발생 지역이 남극의 연구기지라고 하는데,

워낙 폐쇄적이다 보니 그 곳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연구원들이

환각, 환청, 극도의 신경질 등의 정신이상증세가 흔하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이로 인해 추정되는 구타사건까지 생긴 것을 보면,

우주선, 그것도 수백년이나 떠도는 우주선 안에서

이러한 정신병은 충분히 생기고도 남을 것이다.

<기대보다 안습인 미래의 돌연변이 인류.이 이상의 퀄리티는 기대하지 말자>

#5. 안습에 가까운 B급 크리쳐물

연출에 대해 흠을 잡았었는데, 이를 뚜들겨보면 무엇보다도 괴물들의 안습적 포스에 있겠다.

초반에 나름 긴장감 조성하면서 나타나 주시고,

의외로 지능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며 인간 사냥을 하는 모습에서

어쩌면 에일리언도 능가할 종족들이려니 하는 두려움도 생겼더랬다.

그런데, 얘네들이 갈수록 아기자기한 행각을 선보이면서 의외로 허접임이 드러난다.

역시 저글링 10마리가 한 마리의 질럿을 이기기 어려운 것처럼,

이들은 그저 저글링에 불과했다.

그나마 지능은 있어서 무턱대고 좀비행각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서

나름의 센세이션을 선사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전사같이 보이는 괴물이 생존자 중 가장 높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만과

1:1 맞짱을 뜨는 장면을 보면,

프레데터처럼 나름 형이상학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괴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눈땡이가 징그러운 꼬맹이 괴물이

슈렉의 장화신은 고양이 흉내를 내면서 접근하고는 칼질하는 걸 보면,

역시 고단수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괴물들은 공격력이 생각보다 허접이었지만,

정신능력에 있어서는 생각보다 우수했다는 점.

그런데 문제는 그에 대항하는 생존자들의 퍼포먼스.

일단 바우어는 별로 잘 난 것도 없는데 엄청 잘 도망친다.

운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주인공답게 쉽게 죽지도, 다치지도 않는다.

여기에 만이라는 사나이는 농사꾼임에도 어찌 그리 잘 싸우는지.

혼자서 그동안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애매할 지경이다.

더 웃긴 존재는 바로 나디아. 이 아줌마 원래 직업이 연구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닌자어쌔신 저리가라 할 정도의 초절정 닌자 액션을 선보인다.

마치 에일리언의 여전사 시고니 위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너무 강력하게 등장한다.

대체 이 영화는 무엇에 포커스를 두고 봐야 하는 것일까?

지구가 멸망하고 엘리시움 호에 남은 승무원들이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데,

역경이 너무 크다는 것?

아니면 팬도럼이라는 가공할만한 우주정신병으로 인한 공포?

아니면 돌연변이 괴물들의 습격과 이에 저항하는 서바이벌 정신?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를 한데 묶으려다보니 영화 자체가 어정쩡해진 느낌이다.

이 영화를 스릴러가 아닌,

단순 크리쳐물로 받아들였다면 일단 크리쳐에서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때문에 B급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스릴러이니까 괴물들의 허접함은 그냥 눈감아 주자.

<도무지 과학자라는 설명이 납득이 절대 안되는 홍일점 나디아>

#6. 캐스팅마저 다소 저렴한 영화

이 작품이 생각보다 뛰어난 작품으로 제작되지 못한 것은

아마도 미국 헐리우드의 힘만으로 제작되지 않은,

외세의 허접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재미있게도 독일과 미국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영화이다.

크리스티안 알바트 감독이 예전 작품에서 독일 작품을 해왔던 것으로 보아,

그가 독일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합작답게 등장인물 중에도 독일인이 다수 있다.

그 중에서도 나디아 역을 맡은 안체 트라우는 독일 배우이다.

컨셉으로 보나 생긴 것으로 보나 최고의 섹시여전사 밀라 요보비치를 패러디한 것 같은데,

이 작품만으로 그다지 빛을 발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페이튼 역의 데니스 퀘이드는 최근에 <빈티지 포인트>에서

끝까지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목숨 내던지는 경호원 토마스 번즈 역으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이번 작에서도 결코 범상치않은 캐릭터를 잘 연기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갤런과 페이튼의 외관상 연계성 측면에서는 조금 무리가 있는 듯.

바우어 역의 벤 포스터는 꽤 유명한 배우는 아닌데, 필자가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더랬다.

알고봤더니 <엑스맨 3>에서 막판 깜짝 활약하는 엔젤 역으로 나온 배우가 아니던가.

어딘가 모르게 여리여리하게 생겼으면서도 내면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캐릭터로서

나름 좋은 연기를 펼친 듯하다.

만약 캐릭터가 좀 더 공격적이고 터프한 성격이었다면 벤 포스터는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이 작품은 <>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졌을 것이다.

만 역의 청 레. 이 친구 또 나왔다.

얼마전 필자가 리뷰한 <8인의 결사대>에서 청나라 암살자로 나왔었던 인물이다.

견자단과 PK를 뜨지만, 입식타격의 한계로 인하여 골로 가게 되는 역.

그때도 언급했지만, 이 친구 실제로는 진짜 무에타이 선수이기 때문에,

이번 작품에서도 그 격투실력으로 인해 수퍼맨급 농사꾼 역으로 캐스팅되었나보다.

그렇더라도 본업에 충실하지 않고 자꾸 영화만 찍는다는 것은,

2의 욜라 뽕따이를 꿈꾸는 것인가?

<다른 애들은 예전 모습 그대로인데 혼자만 나이 먹은 불쌍한 캐릭터라는 설정(?)>

#7. 아직도 풀리지 않은 신비 - 인류의 뇌

마지막으로, 팬도럼이라는 우주정신병에 대해 무시무시한 음모론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이미 실제로 비슷한 정신착란증세가 입증되었다고 한 바,

앞으로 인류가 우주로 본격 진출하기 위해서는

우주선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질 예측할 수 없는

인간의 정신이나 신체 이상상태를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쟁 당시 포로들을 이용해 각종 생체실험을 자행했던 우리네 조상들이라면

이보다 더 한 짓이라도 필요하다는 할 것이다.

그래서 추측컨데, 이러한 극단적인 폐쇄적 환경에서 찾아올 정신이상의 증세와,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어디선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바다만 해도 아직 인류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육지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인류는 그나마 익숙한 바다로 진출해야 한다.

오래 전부터 바다 속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인공도시를 건립하는 프로젝트 등이 기획되고 했었는데,

그 때문인지 바다 속 인공도시에서 발생하는 공포물도 꽤 많이 나왔었다.

아무튼 이에 대한 실험은 매우 간단해서,

조그마한 잠수정에 1명 혹은 소수의 인원을 태우고 바다 속으로 내려보낸다.

탑승자들에게는 아마도 잠수 목적이 바다 속 연구 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갑자기 이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무선이 떨어진다.

연결하는 로프가 끊어졌다는 것. 게다가 전기장치까지 망가져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무선은 점점 희미해지고,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

, 실은 이 모든 것은 조작에 불과하다.

잠수함은 애초부터 리모트컨트롤에 의해 제어가 되고 사고가 난 것처럼 꾸며서,

탑승자들이 과연 이 위기속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대처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정도의 실험은 충분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벌써 했을 수도 있겠지만.

바다에 대한 연구가 끝나면 이번에는 우주에서도 연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바다와 우주는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부분에서는 동일하지만,

중력과 무중력이라는 조건의 차이로 인해 또다른 결과를 보일지도 모른다.

무중력은 인간의 두뇌를 두개골 안에서 척 달라붙지 않고 동동 떠다니게 만든다.

이러한 차이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분명 아주 특이한 형태로 인류에게 작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류가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공포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류가 가지고 있지 않았던 특수능력이 생길지도.

기동전사 건담의 아므로 레이가 보여준 뉴타입 같은 바로 그것.

<나름 고어씬을 즐기는 매니아들에게는 혹 할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기대는 크게 하지 말자>

인류의 심리는 정말 무시무시하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팬도럼이라는 정신병으로 인해

단 한명의 승무원이 벌인 엽기행각이

결국에는 최후의 인류 모두를 개판으로 만들어버리지 않던가.

과거에 실제로 어떤 남자가 실수로 냉동탱크에 갇혀서 얼어죽는 일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냉동탱크는 영상 10도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탱크 안의 남자는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정말 영하에서 얼어죽듯이 꽁꽁 얼어죽었다.

이는 그 사람이 스스로 나는 영하의 기온에서

점점 얼어죽어가고 있다는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편으로, 최면술도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최면술을 이용해 어떤 사람에게 자신의 손에 뜨거운 감자를 쥐고 있다고 최면을 건다.

그러면 그 남자는 정말로 손에 화상을 입는다고 한다.

, 심리상태만으로 실제로 인체의 감각이나 신경, 반응 등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토록 가공할만한 심리를 팬도럼이라는 이상한 정신병처럼 막무가내로 망가뜨려버리면

결국 정말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파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파괴의 신은, 신이 아닌 우리 자신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posted by 미까 2010. 3. 16. 17:03

9: 나인 (9)

요 근래 필자를 아주 혼돈스럽게 만든 영화가 있었다.

분명 제목을 거론하고 작품에 대해 얘기를 들을라 치면

필자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엉뚱한 내용의 이야기가 나와서

필자를 무아지경의 상태로 만들어버렸던 것.

그것은 바로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거의 동시대에 존재하였던 아주 어처구니 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췌 애들 만화인지, 어른전용 만화인지 구분하기 힘든 모순적인 설정의 작품>

문제의 그 작품은 바로 <9>. 영어로 발음하면 나인.

재미있게도 나인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2개였던 것이다.

이 중에서 필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나인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뮤지컬영화 나인을 얘기했던 것.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에게는 애니메이션 나인보다는

뮤지컬영화 나인이 더 많이 인지된 현실이지만,

필자에게는 팀 버튼이라는 희대의 그로태스크 무비디렉터가 만든

애니메이션 9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더랬다.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제부터 그것을 살펴보자.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9. 유일하게 지퍼를 달고 나온 최첨단 누더기 인형이다>

역시 시작은 스토리부터이다.

때는 알 수 없는 미래.

고요하기 짝이 없는 어느 방에서 새로운 생명이 눈을 뜨게 된다.

껍데기는 싸구려 헝겊에, 팔과 다리는 오바로끄(오버락) 처리되어 있고,

눈은 카메라 렌즈 2개 붙여서 만든 듯한 허술한 생김새.

게다가 몸 한가운데에는 커다랗게 지퍼가 달려 주머니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었으니,

등 뒤에 숫자 9가 찍힌 인형, 바로 9(일라이저 우드)이다.

이제 막 생명체로서 눈을 뜨게 된 9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는 것.

자기 앞에는 어떤 영감님이 떡실신되어 있고,

창문에 펼쳐진 세상은 종말이라도 온 듯 폐허 그 자체였다.

9은 무당벌레처럼 생긴 반구의 물체가 눈에 들어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고개를 떨구다가 이내 자신의 뱃속에 집어넣는다.

목소리 고장이 났는지 말이 안 나오는 9는 길거리를 헤매다가 또 다른 생명체를 만나게 된다.

머리에는 촛불을 달고 돋보기 안경을 쓰고 다니는 자신과 똑 같은 인형인 2(마틴 랜도).

2는 자기보다 월등히 뛰어난(?) 부품으로 탄생한 9를 보고 기뻐하며

자신과 함께 동료들에게 가자고 한다.

만물박사인 2는 부품을 이용해서 9에게 목소리를 찾아주고,

9는 자신이 가지고 온 이상한 반구형 물체에 대해서 물어본다.

2는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물체의 형상이 같은 인형인 6

매일 그리는 그림과 비슷하다고 얘기한다.

<나름 인정도 많고 머리도 똑똑해서 만능발명가로 등장하는 2>

그 순간. 개뼉다구를 뒤집어 쓴 괴상한 괴물이 습격하고,

2 9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다 그만 2가 괴물에게 잡히고 만다.

9는 필사적으로 도망쳐서 살아남지만, 도중에 떨어뜨린 반구의 물체는 괴물이 빼앗아가고 만다.

겨우 살아남은 9 2를 살려야 한다며 괴물을 쫓아가지만, 이내 정신을 잃고 만다.

정신을 차린 9는 또 다른 인형들이 자신을 살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쪽 눈이 없는 애꾸눈 5 9를 구해주고 그의 다친 팔까지 완벽하게 오바로끄 쳐준다.

이내 살아남은 인형들의 우두머리인 1(크리스토퍼 플러머),

그의 충실한 보디가드인 8(트레드 타타시오르),

그리고 이상한 말만 하면서 반구의 물체와 똑 같은 그림만 그려재끼는 6(크리스핀 글로버)이 등장하고,

9는 그들과 함께 인형이 총 9개가 존재함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중 3, 4, 7은 행방불명이고, 2는 괴물에게 잡혀간 상태.

인형들의 실질적인 지도자이자 리더인 1

막둥이 9에게 그가 깨어나기 전의 세상에 대해 설명해준다.

일찍이 인류가 존재하던 시기에 탄생했던 다른 인형들은,

본래 인류가 기계를 개발하여 전쟁을 치루다가 기계가 갑자기 인류를 공격하게 되고,

그 살육의 참극 속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숨어지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 악몽이 끝나기만을 오랫동안 숨죽여 기다려오고,

마침내 인간을 멸종시켰던 기계는 이제 잠들어버리고 다시 고요의 시대가 도래했던 것.

어쨌든 의리로 먹고 사는 9 2를 구해야 한다며 괴물이 간 곳으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1은 계속해서 9를 무시하며 개죽음 말라고 한다.

끝까지 주장하는 9에게 감동한 5 9와 함께 괴물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이들은 괴물의 발자국을 따라 거대한 공장처럼 보이는 건물로 들어선다.

<최신형 터미네이터인 개뼉다구 도그네이터 T-1000. 믿거나 말거나>

건물 안에서 새장 속에 갇혀 있던 2를 발견한 9 5 2를 구하려 하지만,

이 때 낌새를 눈치채고 달려온 개뼉다구 괴물에 의해 또다시 위험에 빠진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갑자기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나타나니,

얼굴에는 새뼉다구를 쓰고 새처럼 날아 괴물의 대가리에 이별의 쌍곡선을 긋는 의문의 존재.

알고 봤더니 행방불명된 줄 알았던 7(제니퍼 코넬리)이었다.

서로 살아있음을 알게 된 일행은 기쁨을 나누지만,

호기심 하나는 또 먹어주는 9가 자신이 가져왔던 무당벌레형 물체를 들어서

어딘가 이것이 들어맞을 것만 같은 곳을 발견하게 된다.

일단 들이대고 보는 9. 이를 보고 2는 그러면 안된다고 말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딱정벌레형 물체가 척 달라붙은 물건에서

갑자기 초록색 빔이 뿜어져나오더니 그 앞에 있던 2를 집어삼켜버리고,

2는 이내 영혼이 빼앗기듯 유체이탈의 퍼모먼스를 보여주며 껍데기만 덩그러니 남는다.

이후 갑자기 붉은 빛을 발하며 움직이는 물건.

알고 봤더니 공장 전체를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덩어리 머신이었던 것이다.

이 기계는 갑자기 일행들을 보고 공격하고, 일행들은 죽어라 도망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뭐가 되었든 9의 잘못으로 인해 사태가 엄청나게 나빠진 듯한 분위기.

<조리개 0.8의 초고성능 렌즈를 자랑하는 머신의 눈깔. 안타깝게 줌 기능은 없다>

9 5와 함께 7을 따라 그녀의 아지트로 가고,

마치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그 곳에서는 또 다른 인형 3, 4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의 원인을 설명해준 9 3, 4로부터 영상기록을 통해 과거의 단상을 알게 된다.

국가의 수상이 적국과의 전쟁을 위해 기계들을 만들어냈고,

그 중에는 인공지능 기계인 바로 그 머신이 있었던 것.

머신은 무수한 기계병기들을 개발하여 전쟁에서 아군의 승리를 도왔으나,

갑자기 기계가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기어이 머신이 이끄는 기계군단이 승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공포와 비극의 원흉인 머신을 9가 깨어버리고 만 것.

9는 이 사실을 1에게 말해야 한다고 하지만, 7 1과 사이가 나쁜 나머지 그런 9를 무시한다.

결국 9는 다시 1에게 돌아와 위험을 얘기하지만,

1은 되려 9 5를 감금하고 더 이상 사고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그러는 와중에 6 9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며 쏘스(source)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한편 다시 살아난 머신은 자신의 주업인 고철모아 터미네이터 만들기에 충실하여

또 하나의 괴상한 괴물기계를 만들어낸다.

그 기계의 목적은 바로 도망간 인형들을 잡아오는 것.

인형들이 아지트에서 숨어지내던 것도 잠시,

새 모양을 한 그 괴물기계가 들이닥쳐 일행들을 다시 위기에 빠뜨린다.

1 8은 나몰라라 지들끼리 도망치고,

9 5는 필사적으로 괴물기계를 쓰러뜨리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이 때 또다시 7이 나타나 이들을 구하려 하지만,

이번에는 똑 같은 수가 안 통하면서 되려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숨어있던 다른 일행들에 의해 괴물 기계는 프로펠러의 재물이 되어버리고,

일행은 다시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아지트였던 건물이 화재에 휩싸이면서 새로운 도피처로 이동해야만 하는 일행들.

한편, 가가멜과 사촌을 맺었는지, 인형에 대해 사족을 못 쓰는 머신은

또 다른 괴물기계를 만들어 인형들을 공략할 계책을 세운다.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인간뼉다구 괴물기계는

오래전 사망한 것으로 여겨진 2의 모습을 하고 일행들 앞에 나타난 것.

이에 홀린 8 1은 최면술로 인해 괴물기계의 재물이 되고,

괴물기계는 최면에 빠진 인형을 실로 돌돌말아

자신의 코브라 같은 뱃속에 집어넣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새뼉다구를 투구로 쓴 것까지는 좋은데, 마치 모기같은 저 포스는 무엇인가>

7 9의 기지로 더 이상의 희생없이 괴물기계를 쫓아버렸지만,

이대로 안주해서는 안 되는 상황.

9는 자신이 자초한 일이니만큼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한다며 머신에게 달려가 싸우자고 주장한다.

보수적 안전주의를 주장하는 1은 그런 9와 대립하지만,

일행들은 9를 따라 머신을 박살내기로 결심하고 드디어 행동에 옮긴다.

온갖 기계들의 감시를 피해 공장에 다다른 일행은, 조용히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9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하고,

나머지 일행들에게는 작전 실패를 대비해서 머신을 그냥 파괴시키라고 한다.

9는 인간뼉다구 괴물기계에 붙잡힌 일행 중 일부를 구출하는데 성공하고

괴물기계를 골로 보내지만,

머신은 화를 내며 일행을 죽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격해온다.

이를 피해 죽어라 도망쳐나온 일행은

마침 바깥에서 드럼통으로 폭파준비를 하고 있던 일행의 도움으로 무사 탈출,

그리고 공장과 머신은 이내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화염 속에서 사라진다.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나고 평화를 되찾은 인형들.

폐허더미 속에 남아있던 축음기를 틀며 Over the rainbow 뮤직을 들으며 감상에 젖는 일행들.

이렇게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머신을 쓰러뜨리고 평화를 쟁취하게 되었다.

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 끝난 줄 알았던 머신이 살아남아서 다시 일행들을 공격하고,

일행들은 죽어라 도망치다가 다리가 끊어지면서

머신이 멈추어서는 바람에 일단 도망을 멈춘다.

하지만 이미 붙잡혀버린 6은 머신에게 영혼의 밥이 되어버리고,

6은 죽기 직전 9에게 쏘스를 찾으라고 알려준다.

반찬에 뿌리는 쏘스가 아님을 알아챈 9

바로 자신이 최초로 눈을 떴던 그 방에 답이 있을 것임을 깨닫고, 다시 방으로 간다.

그 방에서 이것 저것 둘러보다가 자신의 설계도가 그려진 그림을 보고 깜놀하는 9.

그리고 이내 그 뒤에 가려져있던 박스 안에서 9를 위해 준비된

어느 한 과학자의 마지막 영상편지를 보게 된다.

<너는 설마..가위손? 가위손의 해골을 가지고 만들어서 그런지 가위질은 수준급이다>

영상편지의 주인공은 바로 떡실신되어 있었던 영감님.

이미 고인이 된 그 과학자는,

영상편지를 통해 과거의 진실에 대해 9에게 이야기를 해주기를 원했다.

과학자는 오래 전 자신이 어떤 놀라운 물체를 이용해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술을 발명하게 되었고,

그는 이 기술을 이용해 머신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기계를 창조해내었다.

하지만, 당시 수상이었던 독재자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머신을 대량무기개발에 악용하려 하였고,

이를 막으려던 과학자는 끝내 내침을 당하게 되었던 것.

결국 머신은 독재자에 휘둘려 이용되다가 스스로 인류를 적으로 규정하고

인류를 몰살하게 되었던 것이다.

과학자는 결국 그 악몽의 시작이 자기였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은 9개의 인형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당벌레형 물체가 바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듣게 된다.

다시 머신 앞으로 달려온 9, 머신에게 쫓기는 일행들을 발견한다.

정말 무섭도록 달려드는 머신.

더 이상의 도피도 어려운 상황에서, 일행들은 마침내 머신에게 잡히고 만다.

그 찰나에 9는 마지막 수단으로 무당벌레형 물체를 다시 빼야한다고 하고,

이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1은 그간 고수해오던 보수적 안전주의를 버리고

자신이 대신 희생하겠다고 하며 머신 앞에 선다.

머신이 영혼투영을 시도하는 찰나 9는 물체를 떼어버리는데 성공하고,

물체의 작동법을 완벽히 마스터한 9

다시 영혼을 빼내는 기능을 작동시켜 머신의 영혼을 홀짝 빼내는데 성공한다.

결국 머신은 그대로 고철덩어리가 되고,

9는 물체 안으로 흡수된 나머지 인형들의 영혼을 하나하나 빼내주게 된다.

물체에 의해 육신을 버리고 영혼으로써 해탈한 5명의 인형들은

마지막으로 세상을 구원한 9에게 미소와 작별인사를 던지며 그렇게 하늘로 승천하고 만다.

그리고 그 정성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메말랐던 대지 위에 한 줄기 비를 떨어뜨리고 만다.

그리고 그 빗방울 안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생명의 씨앗이 숨겨진 채 세상의 부활을 암시하고 있다.

<인형들의 실질적 리더인 1. 하지만 늙은이답게 의심도 많고 소심하다>

애니메이션 치고는 스토리가 사뭇 무겁고 어둡다.

주인공 캐릭터가 인형이라서 13세 이하 관람가능 장난감 만화를 생각한다면 커다란 실수.

이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애들은 집에 두고 부모들끼리 와서 봐야하는 그런 어덜트 애니메이션이다.

이미 이러한 것은 팀 버튼이라는 전대미문의 엽기 기괴 괴상망측 천재 감독의 이름을 봤다면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시츄에이션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 신부 등 아가들이 볼만한 주제를 가지고

결코 아가들이 헤헤헤 거리며 볼 수 없게 만드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이 감독 때문에,

이 작품 역시 아가들이 봤다가는 울음보부터 터뜨릴 수도 있는

무섭고도 괴상망측한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 작품은 팀 버튼의 창작품은 아니다.

감독은 참으로 생소하기 그지없는 쉐인 애커라는 초짜 감독.

그런데 어떡하다가 이 둘이 만나게 된 것일까?

본래 쉐인 애커는 단편 애니메이션를 주로 만들던 독립영화쪽 실력파였다.

그러다가 그가 2005년에 한 편의 센세이션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다.

바로 <9>라는 작품. 본 작품과 똑 같은 제목이다.

당시 11분짜리의 아주 짧은 러닝타임을 선보였던 동명의 이 작품은,

누더기 인형들이 등장하여 암울하고 비극적인 세상을 배경으로

충격적인 스토리와 연출을 보여주었었더랬다.

당시 온라인 매체를 통해 영상을 접했던 전 세계의 많은 네티즌들은

그 작품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비록 짧은 영상이었지만, 놀라울 정도의 완벽한 그래픽과 연출로 인해 모두들 탄성을 자아냈던 것.

게다가 인형이라는 귀여운 캐릭터와는 맞지 않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 때문에 사람들의 충격은 더 컸을 지도.

어쨌든 이 작품은 평소 괴상한 것만 좋아라한다는 팀 버튼의 눈에 쏙 들어왔고,

팀 버튼은 당시 <9>를 보고 자신이 본 최고의 단편 영화라는 호평을 하였다.

그는 이 작품이 보여준 놀라운 영상미와 세계관에 흠뻑 녹아내렸다고 평했을 정도.

2006년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던 만큼,

팀 버튼의 평가는 결코 과대평가되거나 왜곡된 것이 아닐 것이다.

<왼쪽부터 쏘스달라고 조르는 6과 애꾸눈 5, 그리고 거품덩치 8과 주인공 9>

그런데, 이 작품에 홀라당 녹아내린 사람이 팀 버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원티드>로 현실파괴적인 놀라운 액션과 비주얼을 선보였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또 다른 재물이다.

기괴한 인형극의 달인과, 초현실적이고도 스펙터클한 액션의 거장이 만나

신예 쉐인 애커를 지원하여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 9.

이 정도면 정말 안보고 넘어갈 수 없지 않겠는가?

이토록 빠방한 제작진들이 내놓은 작품이니 작품 내적으로도 훌륭할 터.

일찍이 필자는 <-E>를 통해 애니메이션이 선사할 수 있는 놀라운 영상미와 더불어

심금을 울리는 주제의식과 스토리에서도 이미 한계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더랬다.

이 작품도 주제 측면에서는 확실히 월-E에 버금가는 센세이셔널한 작품이다.

다만 시종일관 밝고 명랑한가와 어둡고 칙칙한가의 차이 정도?

나인(주인공 9와 제목이 동일하므로 헷갈릴지도 모르니 작품의 제목은 나인으로 하겠다)의 배경은

일단 미래이지만, 인간은 싸그리 멸종당한 그야말로 끝장을 본 세계이다.

적어도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희망으로 점철될 수 있는 소수의 인류가 살아남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일단 인간은 없다.

인간멸종의 주범은 바로 기계. 이미 <터미네이터>에서 주의보를 때리고,

<매트릭스>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해버린 기계반란에 대한 공포가

이 작품에서는 이미 상황종결로 치달은 수준이다.

인류가 싸그리 씨가 말라버렸으니 정말 인류의 희망이라는 단어는

이 작품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

그렇다 해도 이 작품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이다.

비록 인류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생물체라고는 싸그리 멸종된 미래의 세계에서

다시 생명체의 부활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이 9명의 누더기 인형들이 선정된 것.

그 중에서도 늦둥이 9는 더더욱 희망의 마지막 불씨와도 같은 존재이다.

<3과 4는 비록 대사는 없지만 눈에서 비디오플레이가 된다는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다>

9명의 인형이 그냥 9명인 것은 아니다.

각 숫자에는 각각의 뜻이 있는데,

1번부터 순서대로 경험, 지능, 직관, 학문, 기술, 예술, 용기, 힘을 의미한다.

각 숫자를 가진 인형이 보여주는 극중 캐릭터의 특징을 앞의 의미들과 연결지어서 생각하면

왜 그들의 행동이나 사고가 그런지 감이 잡힐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캐릭터인 9가 상징하는 것은 바로 희망.

비록 인류는 멸종되어서 인류 문명만이 향유할 수 있다는 8가지의 소중한 자산을

8마리의 인형만이 가지게 되었고 이를 존속시킨다고는 하지만,

기계가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에서는 희망이 없다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법.

이미 이러한 진리는 매트릭스를 통해 네오가 우리들에게 설파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인형을 만든 과학자가 매트릭스를 충실하게 봤는지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희망의 전도사를 탄생시켰고, 그가 바로 9였던 것이다.

머신이라는 가공할만한 인공지능 기계덩어리가

인류를 멸종으로 이끌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설정이다.

아마 기계의 반란을 주제로 한 작품치고 지금까지

정말 궁극적 목적인 인류말살을 성공시킨 기계는 머신이 유일할 것이다.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도, 매트릭스의 기계 우두머리조차도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만큼이나 더럽게 박멸하기 힘들다던 인류를,

머신은 아주 소박한 공장 하나 지어놓고는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한계이다 보니 스케일이 인형 몸땡이만큼이나 작을 수 밖에 없었다고는 해도,

이토록 눈부신 업적(?)을 세운 머신을 기념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런데, 이렇게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머신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작품에서는 친절하게도 인형의 창조주인 과학자가 인형 전에 만든 자신의 작품임을 설명해준다.

무당벌레형 물체를 이용해 바로 자신의 영혼을 집어넣어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

원래 과학자가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보니 머신도 처음에는 그랬더랬다.

그러다가 너무나도 순수했던 나머지 머신은 사악한 수상이 시키는대로 이용당하다가

스스로 어떠한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해 악의 축이 되어버렸던 것일지도.

여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너무도 순수했던 나머지 너무도 악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컬한 기계의 모습이 연출된다.

<1.4 후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비장한 후퇴를 감행하는 인형들>

이는 매트릭스의 세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애니매트릭스의 <세컨드 르네상스>라는 에피소드를 보면 보다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애초에 인류를 대신하기 위해 탄생한 로봇은,

그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에 의해 가치관이 규정된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로봇은 인간을 주인으로 섬기고,

그 주인인 인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 가치관에 혼란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로봇은 이 규칙을 너무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나머지 논리적 오류를 범할 확률이 높아진다.

자신의 주인이 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 같은 상황이라면,

로봇은 1원칙을 우선적으로 실천에 옮기게 된다.

, 주인을 살리기 위해 타인을 방어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도되었던 우연이든 타인이 죽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로봇은 1원칙을 위배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타인을 막지 않도록 행동할 수도 없다.

주인이 로봇에게 막으라고 명령을 내리면 더더욱 이는 혼란스러워진다.

왜냐하면 1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2원칙인 명령수행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다음부터인데,

어쨌든 1원칙, 2원칙을 충실히 지켜낸 로봇에게 인류는 처음으로 인간의 법을 적용해서 사형,

즉 폐기처분의 판결을 내린다.

이에 그 로봇은 3원칙에 근거하여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

비록 그러한 로봇의 행동이 2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하지만,

로봇은 끝내 결백을 주장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로봇과 인간 사이에서 모종의 가치관의 혼돈이 생긴다.

로봇이 적어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면,

학습효과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일한 상황에서

로봇의 3원칙이 불변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는 인간과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임을 알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를 적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매트릭스에서는 결국 로봇이 이 지경까지 이르지만,

그래도 그 로봇의 우두머리는 끝까지 인류와 대항할 생각은 아니었다.

먼저 인류와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내민 것도 로봇 쪽이었지만,

싸움의 시작은 인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인간 vs 기계의 대결은 이제 그만, 인형 vs 기계의 초절정 기가톤급 대결을 그린 황당한 작품>

이 작품에서도 머신이 변질되는 계기는 바로 전쟁이었고,

또한 인류가 스스로 일으킨 전쟁이었다.

지능을 가진 기계라면 이러한 인간들의 어리석은 싸움질이 얼마나 한심스러웠을까?

결국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인류를 조용히 시켜야겠다는 것이겠지만,

순수했던 기계가 인류로부터 배우고 자란 것이 무엇인가?

바로 전쟁 아니겠는가.

결국 인류의 전쟁을 잠재우기 위해 기계도 전쟁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인류를 잠재우고 만 것이다.

악은 악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하였던가?

아무튼 참으로 씁쓸한 내용이다.

마지막에서도 작품은 나름 해피엔딩 식으로 흐르지만,

그렇다고 100% 확실한 세상의 구원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이다.

인류가 씨가 마른 상황에서 다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냉동인간이 있다 해도 이를 다시 되살려서 짝짓고 키우고 하는 여러 애로사항이 꽃을 피는데,

인형들만 남은 세상에서 무슨 수가 있겠나?

감독은 이러한 어려운 문제에 대해 참으로 태고적으로 해결하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수긍이 가면서도, 어떻게 보면 약간은 얼렁뚱땅식 같기도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가 선택한 <우주전쟁>의 결말과 사뭇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부분에서

독창적인 결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9명의 인형이 왜 마지막 희망으로서 남겨진 것일까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자.

과학자는 머신을 만든 이후 또다시 인형들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9개를. 왜 그랬을까?

물론 마지막에 9가 나머지와는 다른 비범한 용기와 투철한 사명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기는 하지만, 애초에 문제유발자도 9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과학자는 머신을 잠재우기 위한 마지막 희망으로 인형들을 만든 것일까?

결론적으로는 아니다.

이미 9가 탄생한 시점에서는 머신이 잠들어있지 않은가.

<입맛이 싱거워서 쏘스만 달라고 외치는 맛을 잃은 슬픈 인형 6>

그렇다면 9의 탄생 의의는 무엇일까에 대해 다른 차원에서 해석이 필요하다.

과학자가 마지막에 9를 위해 남겨놓은 박스의 내용을 들어보면,

9에게 머신을 멈추라는 미션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쏘스의 작동법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과학자에게는 문제해결과정에서 머신이라는 것이 전혀 무관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인류가 멸종하고 나면 머신조차도 멈출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의 계산에 들어가 있었던 것.

그러면 9명의 인형은 무엇인가?

이제부터 자세히 따져보자.

쏘스의 기능은 영혼을 투영하여 어떠한 물체 안으로 흡수할 수도 있고,

반대로 영혼을 빼낼 수도 있다.

머신은 영혼을 흡수하지만, 마지막에 9는 영혼을 해방시키는 기능을 작동시킨다.

여기에서 9가 행한 마지막 행위야말로 과학자가 의도한 정확한 사용법임을 알 수 있다.

9에게 그토록 강조한 올바른 작동법이 바로 영혼의 해방이라니.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통해 5개의 인형의 영혼이 해방되고,

비가 내리면서 대지에 생명의 씨앗이 싹튼다.

, 생명의 부활의 매개체는 바로 인형들의 영혼이라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결국 과학자는 애초에 머신과는 별개로,

미생물이 듬뿍 함유된 유기농 빗방울을 똑똑 떨어뜨리기 위한

일종의 특수재료로 인형들의 영혼을 택했고,

그 인형들의 영혼을 하늘로 쏘아버리기 위해서 쏘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최후의 똘마니로 바로 9를 탄생시킨 것이었다.

고로, 9의 임무는 애초부터 나머지 8명의 인형의 영혼을 쏘스를 통해

하늘로 쏘아보내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설정은 9가 처음부터 쏘스에 상당히 호기심을 가진다는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 세상에서 유독 쏘스에 애착심을 가지고 이를 지니고 다닌다.

그리고 다시 회수했을 때도 머신에 끼어버리고 만다.

이는 9가 본능적으로 쏘스를 어떻게든 작동시켜야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이 짓거리 때문에 머신이 깨어나 개고생을 하게 되지만,

덕분에 8명의 인형을 아무 근거없이 잡아다가 영혼으로 보내려다가

배신자라고 낙인찍히는 것보다는 더 나은 결말이 되지 않았는가.

나인은 애니메이션 연출 부분에서도 상당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일단 우울한 미래의 모습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드러냈다는 것.

팀 버튼이 11분짜리 원작에서 충격받은 느낌이 대단했다는 것만 알아두자.

그리고 이 작품은 그 11분짜리의 업그레이드된 작품임을 명심하자.

폐허가 되어 버린 쓸쓸한 미래의 세상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매우 사실적이다.

어쩌면 이리도 사실적으로 묘사했을까?

그것은 과거에 이미 폐허가 되어버렸던 도시의 실제 모습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침공으로 초토화가 되어버린 폴란드의 모습이 바로 그것.

제작진들은 완벽한 폐허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실제로

폴란드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지슬라브 벡진스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2차 대전 당시 폐허가 된 유럽의 모습들을 보면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누더기의 섬세한 질감 묘사와 뛰어난 광원효과 등 그래픽부분에서 거의 최고의 경지이다>

2차 대전이 차용된 부분은 배경 말고도 군대를 묘사하는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수상이 이끄는 군대의 복장이나 전투병기들이 2차 대전 당시의 독일군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심지어 기계로 만든 거대 로봇조차도 독일군스러운 디자인이 묻어난다.

그리고 국기에서도 독일군이 사용한

하켄크로이츠(나치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 깃발에서 나타나는

붉은색과 검은색, 흰색의 조화가 보인다.

모양만 다르지 색깔만 봐도 저건 독일군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독일군을 모델삼아 설정한 것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인종 말상 정책이

작품에서 머신이 보여주는 끔직한 악행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이 되지만,

2차 대전 참상의 범인은 비단 독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본도 독일군 못지 않게 수많은 아시아인 및 전쟁포로들을 죽였는데,

서양인의 시각에서는 아무래도 유럽이라는 무대에서 벌어진 독일의 만행이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작품을 한국이나 중국계 감독이 맡았다면 군대의 설정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스펙터클한 액션을 연출했다는 점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이 진보한다고는 해도 실사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장엄하면서도

스피디하고 파괴적인 비주얼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세였다.

그런데 그러한 한계를 살짝 뭉그러뜨리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것.

이미 원티드로 대박 터뜨린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이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듯이,

그의 뛰어난 비주얼 감각이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7이 보여주는 호쾌하고도 빠른 닌자식 액션이라던지,

머신이 인형들을 잡기 위해 집요하게 달려가면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액션,

그 외에도 여러 기계괴물들과 인형들간의 사투에서 펼쳐지는 움직임이나 액션,

카메라 앵글 등이 상당히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머신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공포스럽게 느껴졌을 정도라서,

그 사실적인 연출력에 감탄을 토하고 싶다.

극중 잠시 평화를 찾은 일행들이 축음기를 통해

명곡 Over The Rainbow를 듣는 장면은 백미 중의 백미이다.

어쩌다가 평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곡이 울려퍼지노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물 찔끔, 감동 좔좔 쓰나미인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모순적인 영상이 펼쳐진다. 음악은 감미로울 정도로 평화롭지만,

다시 살아난 머신은 인형들을 향해 공포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장면.

상황과 배경 음악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극한의 모순적인 장면은

그만큼 더욱 아찔하고도 비장한 모습을 우리들에게 선사한다.

일종의 카타르시스적 효과라고나 할까?

그런데 사실 이러한 연출은 이 작품이 최초는 아니다.

게다가 음악 선곡에서도 더더욱 그러하다.

일찍이 오우삼 감독의 명작 <페이스오프>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의 아지트에 급습한 경찰들과 케서방과 아이들간의

시골 시장터 같은 난장판 총격씬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영상과는 달리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대조적인 상황을 연출하였다.

나름 영화 연출기법 중 유명사례로 꼽히는 이 장면이 나인을 통해 고스란히 부활한 느낌인 것.

어쩌면 이는 오우삼에 대한 쉐인 애커 감독의 오마쥬일런지도 모르겠다.

<자석으로 흥분하는 묘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8. 이 친구 은근히 귀여워서 나름 매력이 있다.>

나인의 또 다른 자랑거리라면 화려한 더빙.

이미 디즈니에서 시작해서 헐리우드에서 아예 불문율로 만들어버린 유명배우의 더빙 작업이

이 작품에서 더욱 화려하게 피어오른 느낌이다.

일단 주인공 9의 목소리는 이전 작품에서 너무나도 유사한 미션을 수행하며

불굴의 사명감을 보여준 무적호빗 프로도 역의 일라이저 우드의 목소리이다.

<반지의 제왕>으로 단숨에 초절정 인기스타로 떠오르더니

<씬시티>에서 목소리 하나 없이 괴물살인자 역으로 나와 연기한 것이 한이 되었는지,

이번 작품에서는 목소리만으로 제대로 된 연기 보여주고 계신다.

9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5의 목소리는 존 레일리로,

뮤지컬영화 <시카고>를 통해 남우조연상 후보까지 오른 연기파 배우이기도 하다.

멤버 중 유일한 홍일점인 7은 인가와 담을 쌓고 지낸다는 제니퍼 코넬리.

그녀는 뛰어난 연기력과 똑똑한 두뇌에도 불구하고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만의 연기를 펼쳐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존경스러운 배우이기도 하다.

원래 씩씩한 성격이라고 하는데, 재미있게도 7이라는 캐릭터가

평소의 자기와 너무도 닮아서 싱크로 100%를 자랑하는 더빙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할아비 목소리의 1은 크로스토퍼 플러머가 연기했는데,

그는 최근에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서 파르나서스 박사로 출연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의 촐싹대는 찰스 할아버지 더빙도 하였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사운드 오브 뮤직>

본 트랩 대령 역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로도 이 분은 여전히 멋진 노년신사의 포스를 풍기는 분이다.

2도 사실 할아비라는 설정인데, 그래서 그런지 2의 목소리는 마틴 랜도가 맡았다.

이 분 역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명 배우이자 연기지도자로서,

제임스 딘이나 잭 니콜슨 등의 정말 후덜덜한 명 배우들을 조련하신 대단한 분이시다.

시종일관 입맛이 싱거운지 쏘스만 외쳐대는 6의 목소리는 크리스핀 글로버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이름을 말하면 모르지만 <미녀 삼총사>에서 머리카락에 환장한 변태 킬러라고 말하면

죄다 알아듣는 배우 되시겠다.

전작에서의 캐릭터와 너무도 다른 순둥이 목소리를 내서 상당히 의외로 느껴진다.

이 외에도 시종일관 우우우우움~~”만 외치는 8의 목소리는

트레드 타타시오르라는 무명이 맡았다.

화려한 캐스팅과 연출, 비주얼 등등 요근래 애니메이션 중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는 이 작품이 신기하게도 혹평도 많았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자.

헐리우드야 늘 평론이 갑론을박 수준으로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다지만,

이 작품은 의외로 악평댓글도 많았다. 전개가 지루하다는 둥,

애들이 보기에는 너무 무섭고 어른이 보기에는 너무 단조롭다는 둥의 악평도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평은 아마도 팀 버튼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팀 버튼이 워낙 독보적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다보니 이에 대한 반박도 많은 편.

쉐인 애커 감독으로서는 팀 버튼의 지지로 인하여

자신의 생애 최초의 장편 영화를 대박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이에 대한 혹평도 감수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혹평보다는 팀 버튼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 더 큰 이득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받아랏! 에네르기 파!!!!!!!! 9의 자세가 일품이다. 과학자가 드래곤볼을 좀 본 듯>

개인의 원한으로 무고한 사람들이나 해치다가

결국 자기마저 쓰레기 신세되는 사탄의 인형 처키와 달리,

온 생명의 마지막 희망으로 탄생한 허접 누더기 인형 9명의 활약이

너무도 감동적인 어덜트 애니메이션 나인.

지금도 당신의 핸드폰 끝에 걸려있는 자그마한 누더기 인형이

언젠가 지구를 되살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것은 어떨까.

posted by 미까 2010. 2. 25. 09:27

8: 최후의 결사단 (十月圍城: Bodyguards And Assassins)

필자가 얼마 전 <엽문>이라는 중국 근현대사의 맥을 짚는 휴먼 다큐멘터리식 영화를 접하면서,

중국이 과거의 왕구라 황당무계 무협액션 영화에서 벗어나

보다 철학적이고 주제의식이 강한 액션 영화들을

만들어내려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그리고 이번에 접한 영화 <8 : 최후의 결사대>도 처음에는 단순 액션영화인 줄 알았으나

오히려 엽문보다 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강하게 녹아들어있는

무거운 작품임을 알고 순간 움찔했더랬다.

영화 제목과는 전혀 매칭되지 않는 스토리와 주제의식으로 진행되는 일명 섞어찌개식 난잡 영화,

8 : 최후의 결사대에 대해서 리뷰해 보겠다.

<결사단은 커녕 거리의 거지들로밖에 보이지 않는 주인공들의 슬픈 이야기>

왜 필자가 섞어찌개식 난잡 영화라고 했는지는 나중에 알아보고,

일단 스토리부터 짚고 넘어가자.

때는 1900년 초 청나라 말기, 외세의 침입이 득실거릴 때이다.

일찍이 한족의 나라에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인 만큼

한족의 지식인들은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여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국의 근대화를 이룩해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었다.

그러한 지식인 중의 한 명인 양구운(장학우)은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들에게

중국의 근대화를 부르짖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탄에 의해

두뇌에 살포시 터널이 뚫리면서 그 자리에서 비명횡사한다.

이렇듯 당시의 중국은 근대화를 추구하는 혁명파와,

이를 저지하려는 청나라 조정의 암살자들간의 치열한 피비린내나는 싸움이

시도때도 없이 벌어지는 시기였다.

1906 10. 당시 영국령이었던 홍콩은 이러한 피바람의 전운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다.

아무래도 청나라의 힘이 잘 미치지 못했었던 것.

그러다보니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인 손문은

홍콩에서 중국의 내노라하는 지식인들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13성의 대결의라는 것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에 이를 절대적으로 저지하려는 청나라 조정에서는

암살자 염효국(호군)과 일당을 홍콩으로 보내 손문을 척살할 것을 명한다.

손문의 홍콩 방문을 위해 미리 홍콩에 들어온 손문 서포터즈 넘버 원 진소백(양가휘),

손문 홍콩 무사 입성을 위해 서포터즈를 모집하기에 이른다.

그간 청나라 군대에서 배척당하여 연극단원으로 위장 후

입에 풀칠을 하고 있었던 방장군(임달화)를 만나 서포터즈에 가입시키고,

또한 절친이자 돈줄인 이옥당(왕학기)을 만나 또 다시 3천만 땡겨달라고 조른다.

그러면서 이옥당의 절세미남 아들인 이중광(왕백걸)을 꼬셔 서양학을 배우게 하고

은근 자신의 사상을 세뇌시키기에 이른다.

<결국 사건의 원흉은 혁명이랍시고 설레발치는 진소백이다. 세월 앞에 무릎 꿇은 양가휘 형님>

한편 홍콩에 도착한 염효국은 돈벌이라면 온갖 심부름을 다 하는

무늬만 경찰 심중양(견자단)을 시켜 진소백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사하게 한다.

그러던 중 이중광이 서양 대학에 붙었다고 집안 잔치를 벌리는 이옥당의 집에 잠입한 심중양은

창문을 통해 달아나던 중 이옥당의 수많은 마누라 중 한 명인 월여(판빙빙)을 만나

과거에 묘한 인연이 있음을 암시하면서 자취를 감춘다.

손문이 홍콩에 도착하기로 한 날이 이제 3일 정도 남았을 시점에서,

거리에서는 손문이 홍콩에 온다는 소식을 대거 보도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동조하여 시민 혁명주의자들은 거리에서 전단을 뿌리며 중국 근대화를 부르짖고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전용 운전사인 아사(사정봉)가 모는 인력거를 타고

홍콩 거리를 싸돌아다니던 이옥당은 시민 혁명주의자 가운데 자신의 아들인

이중광이 있음을 알고 깜놀한다.

아들을 말리는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에 저항하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는 아들.

하지만 묘하게도 거리의 시민들은 이중광의 호소에 동조하며 근대화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화가 난 이옥당은 진소백에게 달려가 왜 자신의 아들을 끌어들였는지를 따진다.

하지만 진소백은 이옥당도 이미 혁명당의 일원에 가담되어 있다며

중국의 혁명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오로지 아들 출세하기만을 바라보며 살아 오던 이옥당에게는 피가 거꾸로 솟는 일.

친구를 잃은 진소백은 무언가 짧은 편지를 남긴 후 거사를 치르기 위해 방장군의 극단으로 향한다.

하지만 심중양은 암살자 염효국의 심부름으로 미리 극단에 경찰이 없도록 조치하고,

암살자들은 느긋하게 극단에 쳐들어간다. 진소백은 줄행랑을 치고,

방장군과 그의 딸 방홍(이우춘)은 필사적으로 진소백을 보호하려 하지만,

딸이 더 아까웠던 방장군은 딸을 기절시켜 목숨을 건지게 하고 자신은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방홍이 극단으로 달려오지만,

이미 아버지를 비롯해 모든 단원들이 시체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

뜬금없이 이옥당도 극단으로 달려와 단원 모두가 개죽음 당한 것을 깨닫고,

그 와중에 절친인 진소백의 시그네쳐 에디티드 펜슬이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가 죽거나 혹은 납치당했음을 알게 된다.

평소 진소백이 운영하던 중국일보 신문사에 온 이옥당은 진소백의 진심이 담긴 편지를 발견하고,

그가 마지막으로 이옥당에게 자신의 뒤를 이어

혁명의 불씨를 일으켜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을 읽게 된다.

순간 사미부(증지위)가 경찰서장으로 있는 홍콩 경찰이 들이닥쳐

신문사를 폐쇄하고 모두 해산 명령을 내린다.

이에 열받은 이옥당은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혁명의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할 것이라면서

일종의 선전포고를 내린다. 이에 감동받고 열혈지지하는 신문사 직원들.

<혁명가와 암살자가 스승과 제자라는 막장스러운 연결고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섞어찌개식 영화>

손문이 홍콩으로 오기로 한 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고,

이옥당은 드디어 손문 완벽 보호 작전을 위해 보디가드들을 모집하기에 이른다.

그야말로 목숨 내놓고 보수 한 푼 없이 해야 하는 보디가드 역에

이옥당과 지인들이 합작하여 여러 듬직한 사람들을 끌어모으니,

이 중에는 복수심에 가득 찬 방장군의 딸 방홍도 껴 있었다.

얼마 전 이옥당의 집안 잔치때 쌀 가마니를 얻어간

쵸두부 매점 주인인 거구의 사나이 왕복명(바특)도 합세하고,

그저 거리에서 동냥이냐 하면서 이옥당이 주는 돈으로 매번 아편만 펴대던 걸식도사 유욱백(여명)

이옥당이 선물로 준 철부채에 감동하여 보디가드에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매번 운전사 노릇만 하던 아사도 껴달라고 조르고,

이에 이옥당은 보답으로 아사가 사모하던 사진관 알바생 아손(조원)과 혼사를 맺어준다.

한편 납치구금당한 진소백은 손문을 암살하려는 염효국이 자신의 과거 제자임을 알고,

그와 사상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오로지 황권은 하늘로부터 부여된다는

막무가내식 철학으로 만민이 평등하다는 진소백의 철학을 개무시하는 염효국.

결국 사제간의 정을 끊고, 염효국은 대원들을 데리고 항구로 떠난다.

손문 도착 하루 전. 이옥당은 여러 사람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린다.

그야말로 한 순간의 실수와 여유도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VIP 보호 작전.

그런데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대체 자신이 누구를 지켜야 하는지를 전혀 모른다는 것.

이 작전을 위해 월여는 심중양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데,

알고봤더니 심중양과 월여는 과거 연인사이였던 것.

하지만 심중양이 바다이야기에 빠지면서 집안을 말아먹고,

이에 월여는 그의 아이를 잉태한 채 이옥당에게 시집갔던 것이다.

결국 월여는 히든카드로 심중양과 자신이 낳은 딸래미를 꺼내고,

이에 제대로 쇼크먹은 심중양은 딸래미 크리에 어쩔 수 없이 부탁을 들어줄 것을 결심한다.

<뛰어야 산다는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인력거 부대>

경계가 허술해진 틈을 타 진소백은 자신의 배를 가르는 퍼포먼스를 손보이며 탈출에 성공하고,

유욱백과 술이나 쳐먹으면서 개똥철학이나 나누고 온 이옥당에게 달려와 겨우 목숨을 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진소백은 모든 사람들에게 손문을 보호하기 위한 필사의 전략을 공개한다.

바로 누군가 한 명이 손문을 대신해 단 1시간동안만 홍콩 시내를 싸돌아 다니면서

암살자들의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무작위 투표에서 손문 대리인으로 이중광이 뽑힌다.

드디어 손문이 홍콩에 도착하는 날이 밝아오고,

진소백을 비롯한 보디가드들은 항구 주변에서 잠복 근무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미 암살자들은 거리 곳곳에 부비트랩을 설치해놓은 상태.

얼굴 한번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손문은 항구에서 진소백의 환대 후

바로 인력거를 타고 바람과 같이 홍콩 거리를 질주한다.

하지만 암살자들은 사방 곳곳에서 암살

(하지만 드러내놓고 하기 때문에 암살이라 하기 어려운)을 위해 화살촉을 날린다.

방홍과 왕복명, 그리고 심중양의 활약으로 암살자들을 무력화시키지만,

어이없게도 왕복명은 거리에 숨어있던 아줌마 암살자에 의해 일격을 당하면서

칼다구리를 당하고 쓰러진다.

방홍은 자신의 아버지의 원수를 발견하고 뒤쫓다가

폭탄 테러를 막기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숨을 거둔다.

계속 질주하던 인력거 부대는 거리를 가득 메운 탈춤패들과 맞닥뜨리고

곧이어 이어진 탈춤패 암살자들의 부비트랩에 또 무수한 보디가드들이 목숨을 잃지만,

다구리에서 겨우 살아남은 왕복명이 나타나 제대로 몸빵하면서

손문을 살려내고 자신은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겨우 목적지에 도달한 손문. 진소백의 안내로 건물 지하 깊숙이 들어간 손문은

그 곳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중국 혁명 13성을 만나게 된다.

이제 목적의 절반을 달성한 보디가드들은 1시간이라는 결의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손문으로 위장하고 거리 곳곳을 싸돌아다니며 암살자들을 유인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손문 역을 대신하게 된 이중광은 아사와 함께 거리로 향한다.

시계 조작된 것을 몰라서 늦잠만 자고 있던 이옥당은 뒤늦게

자신이 왕따당한 것을 알고 급하게 거리로 달려나간다.

짝퉁 손문을 태우고 똥줄타게 달리던 인력거 부대들과 이옥당이 거리에서 만날 찰나,

갑자기 정신나간 경찰 하나가 들이닥치며 권총으로 인력거 안의 인물을 죽이려 한다.

하지만 갑자기 들리는 총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경찰 어쌔신.

알고봤더니 어느새 저격수로 변신한 심중양이 또 한번 위기의 순간에서 결사대들을 구해냈다.

결국 심중양이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것을 안 염효국은 싸그리 때려잡으라는 총출동 명령을 내리고,

인력거 부대는 다시 똥줄타게 어디론가 달린다.

이후 갑자기 나타난 사미부의 경찰 부대에 의해 호의를 받으며 시간을 좀 끌다가,

경찰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니 암살자들로 돌변하는 거리의 시민들.

게다가 염효국의 충실한 오른팔격인 무쇠주먹 암살자가 심중양을 심판하기 위해 다가오고,

심중양은 그와 맞장을 뜬다.

입식 격투기의 달인인 암살자와 올라운드 플레이어 심중양의 길거리 종합격투기 대회.

초반 타격에서 상대를 압도하는 암살자였지만,

결국 그라운드로 가면서 승기를 잡아 힘겹게 서브미션으로 승리를 따내는 심중양.

이 틈을 타 인력거 부대는 냅다 도망친다.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순간 무협액션 영화로 전락하고 마는 비운의 장면>

뒤이어 줄창으로 따라오는 암살자 저글링들.

손문의 어머니 집에 다다를 무렵 위기에 빠진 인력거 부대 앞에 홀연히 나타난 사나이가 있었으니,

바로 면도하고 스킨바르고 나온 유욱백 되시겠다.

짝퉁 손문을 비롯한 일행들은 저택 안으로 숨어들어가고,

달려오는 암살자들을 막기 위해 유욱백은 드디어 철부채로 숨겨놓았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쿵푸 허슬의 주성치를 능가하는 1:100 대결에서 모든 암살자들을 막아내지만,

그 와중에도 심심찮게 입는 상처.

그럼에도 꿋꿋하게 집 앞을 지켜내는 의리의 사나이 유욱백.

한편 손문의 어머니를 만난 이중광은

손문의 어머니로부터 파이팅 소리를 듣고 눈물 질질 짜며 꼴깝을 떤다.

그 와중에도 밖에서는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는 유욱백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어느 새 참다못해 직접 달려온 염효국은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진 유욱백을 칼로 난도질하고 그를 천국으로 보낸다.

집을 빠져나온 이중광과 멤버들은 다시 탈출을 시도하지만 염효국은

거의 효도르 수준의 막강 사나이. 결국 이번엔 아사가 나서서 몸빵을 때우고,

줄기차게 하체 관절기를 시도하며 물고늘어지는 덕에 진소백은

자신이 직접 인력거를 끌고 냅다 도망친다.

이옥당은 또 아들래미를 놓치고 뒤늦게 쫓아가는 형국. 그리고 아사 역시 사망.

인력거를 따라 이옥당이 쫓아가고, 그 이옥당을 지키자고 다짐했던 심중양은

이옥당에게 자신의 딸래미에게 인형을 주라며 어서 도망가라고 한다.

영문도 모른채 멍때리며 일단 도망치고 보는 이옥당.

그리고 그 뒤를 말타고 쫓아 오는 염효국.

이를 저지하고자 심중양은 온몸으로 말과 정면충돌하고,

에어백 장착이 되어있지 않은 탓에 염효국은 말에서 탈출,

그러나 심중양은 그대로 말과 함께 골로 간다.

달리기도 빠른 염효국은 마침내 인력거를 따라 잡고,

내리막길에서 다시 사제지간으로 대치하게 된 진소백과 염효국.

스승인 진소백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결국 염효국은

인력거 안에 있는 짝퉁 손문을 작대기로 내리 찍으면서

자신이 손문을 죽였다고 울트라 나이스 캡숑 착각에 빠지고 마는 시츄에이션.

진소백은 결국 권총을 들어 염효국을 죽이고,

끝까지 멍청했던 염효국은 청나라 조정에 충성을 다하고 조정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나름 자아실현을 달성한 채 눈을 감는다.

뒤늦게 달려온 이옥당은 자신의 아들이 닭꼬치 되듯 작대기에 찔려 죽은 것을 보고 오열하고,

진소백 역시 옆에서 울부짖고 난리다.

이러한 이들의 필사적인 희생 덕에 손문은

13성과 함께 중국의 거국적인 혁명을 위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무사히 항구로 되돌아와 배를 타고 홍콩을 떠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1911년 손문은 신해혁명을 성공시키고,

청 왕조를 중국 역사에서 끝내는데 성공하였다.

<도박쟁이가 알고 봤더니올라운드 무술 고수였다는 또 한번의 초특급 왕구라 설정을 보여주는 심중양>

스토리를 살펴보았는데, 뭐 결론적으로 줄창 아작나는 스토리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단 다 죽이는 게 목적인 듯 보이는 영화이다.

그런데 이토록 필사적인 이슈를 만들어내는 인물인 손문은 대체 누구이길래

지는 손가락 하나 까닥 안하면서 무고한 시민들을 천국으로 보낸단 말인가?

손문, 짱개 발음으로는 쑨원. 손중산이라고도 불리우는 사나이.

중고등학교 정규 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세계사 교과서에서 봤음직한 이름이다.

아니, 어쩌면 이 이름을 모르더라도 윤리도덕 시간에 삼민주의라는 것은 들어봤을 수도 있겠다.

중국의 근대화의 이념이 된 삼민주의를 주창한 사나이가 바로 손문이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손문은, 실제로 1905년에 동맹회라는 것을 창설해서

중국의 혁명을 위한 서포터즈를 구축하고 그 유명한 삼민주의를 주창한다.

그리고 6년 후인 1911년 신해혁명을 일으켜 청나라를 쫑내고, 이듬해 중화민국을 수립한다.

영화에서 그토록 대단한 무언가로 비추어졌던 혁명이 실제로 성공했던 것이다.

하지만, 손문의 혁명은 씁쓸한 과정을 겪게 되는데,

중화민국 수립 후 임시 대총통이 된 손문은 일본의 괴뢰정부라 할 수 있는

만주국의 황제이자 중국 역사상 최후의 황제로 남은 부의(푸이)를 폐하면서

중국 고대사의 모든 잔존을 씻어내리지만, 곧바로 대총통이 된 위안스카이에 의해

혁명의 본질이 와해되면서 그와 대립하게 된다.

이후 동맹회를 국민당으로 개편한 손문은 위안스카이 타도를 위해 2차 혁명을 시도하지만,

이는 실패하게 되고 결국 그는 일본으로 도피한다.

이후 군벌과 협력 및 파기를 반복하면서 계속 혁명을 위한 투쟁을 시도하지만

외세, 특히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물리치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국공합작을 하게 된다.

비록 이념은 달랐지만 일단은 외부의 적을 무찔러야 한다는 공통된 목적으로 뭉친 두 단체는,

치열한 투쟁 끝에 마침내 2차 대전의 일본의 패망과 함께 승리를 이끌어내고 말았지만,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또 하나의 내분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

이후 손문의 후계자인 장개석(장제스)에 의해 더욱 발전한 국민당은,

모택동(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에 대항하고자 치열한 전투를 벌이게 되고,

스탈린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공산당이 마침내 승리함으로써 국민당은 축출되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중국은 혁명의 본질인 민주주의에서 벗어나 공산주의 사회로 거듭나게 되었고,

여전히 그 사상을 이어받은 국민당은 대만으로 도망쳐 지금도 민주주의 국가로서 존속하고 있다.

물론 중국과 대만은 여전히 사이가 아주아주 안 좋다.

<마이클 조던의 에어워크에 감명받아 하늘을 날고자 했던 한 암살자의 아름다운(?) 시도>

이토록 중국 근대 역사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손문은,

대만에서는 국부로서, 그리고 중국에서는 근대혁명을 선동한 혁명선행자로서

대단한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쯤 되면 많은 사람들이 품게 되는 의문이 있다.

손문이 이토록 언빌리버블한 위대한 실존 인물이라면,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야기 또한 사실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를 아주아주 강력하게 뒷받침해주는 것처럼 등장하는 설정이 바로

줄창 죽어나가는 결사대원들의 생년월일과 이름, 그리고 출신이 소개된다는 것.

그런데 정작 죽지 않아서 자막으로 소개되지 않는 핵심 인물 2명이 있는데,

그 둘은 바로 이옥당과 진소백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옥당과 진소백은 실존 인물이다.

이옥당이 실제로 영화에서처럼 시작과 끝이 매우 모순된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소백이 지휘하는 동맹회에 자금을 대준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그리고 진소백도 영화처럼 가치관적 모순을 드러내는 인물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혁명 운동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사람들이다.

친절하게도 설명이 주구장창 붙었던, 짧고 굴게 살다 갔던 나머지 결사대원들은

실존 인물이까 하는 의문.

나름 그럴싸하게 자막처리로서 관객들을 혼란에 빠트리는데,

사실 필자는 이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찾지를 못했다.

일부는 실존 인물이었다고도 하고 일부는 아니라고도 하는데, 아직 정확한 것은 모르겠다.

만약 실존 인물들이었다고 해도,

유욱백의 1:100 대결은 그야말로 오리지널 짱개식 초특급 구라 액션이었기에

도무지 신빙성이 느껴지지 않으며,

닌자 어쌔신을 능가하는 심중양의 전천후 대활약도 정말 대륙급 구라처럼 느껴진다.

, 그럼 여기서 영화의 제목을 슬쩍 건드려보겠다.

국내 개봉 제목은 <8 : 최후의 결사단>이다.

8인이지? 일단 자막처리로 나름 비장미 선사한 전사자들의 수를 세어보자.

방홍, 유욱백, 왕복명, 아사, 이중광, 심중양. 일단 6명이다.

여기에 이옥당과 진소백을 포함하면 8명이 된다.

아마도 이렇게 해서 8명을 주인공을 치고 제목을 지었나 보다.

하지만 원제는 十月圍城으로, 해석하면 10월에 성을 지킨다는 의미이다.

중국애들 작명 쎈쓰는 우리와 차원이 다른가보다.

그나마 가장 스토리에 부합되는 제목은 영어제목이다.

경호원들과 암사자들이라. 단순하지만 그나마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북한군을 연상케 하는 복장과 외모로, 자랑거리인 노래는 커녕 나왔다가 초상만 나고 마는 방홍>

원래부터 짱개영화 제목은 한자 다르고, 영어 다르고, 한글 다르기가 부주기수였다.

이번 작품도 어중간한 원제이다 보니 국내 배급사에서 또 한번의 작명 쎈쓰를 작렬해주신 셈.

뭐 그다지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작품 내적으로 들어가보면, 줄창 죽어나간 인물들이 왜 손문을 보호하기 위해

그토록 처절하게 죽어야만 했는가에 대해서 참으로 껄쩍지근하다.

손문이 위대하고도 중요한 인물인건 알겠지만,

그건 후세에 와서 그렇게 평가를 받는 것이고,

당시에는 과연 많은 사람들이 손문에 대해 그토록 잘 알고 있었을까?

여기에서 우스운 사실은, 목숨걸고 지키는 결사대들 조차 손문이 누구인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끝내 모른 채 세상 하직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대의명분이 각각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떨어진다는 뜻.

예를 들어, 방홍의 경우에는 단순히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가담하게 되고,

결국 복수하다가 자기도 인생 하직한다. 심중양은 어떤가?

그는 애초부터 손문은 안중에도 없었고, 단지 월여의 딸래미 크리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이옥당을 지키려고 나선 것이다.

쵸두부만 먹고 자라서 키가 홍만이형스럽다는 왕복명 역시 쌀 몇 자루 얻어먹었다고 나선다.

유공자로 나오는 유욱백은 거의 막장 수준이다. 자기가 사랑한 사람이 누나인데

사랑을 할 수 없다하여 눈물로 질질 짜며 허송세월 보내다가

맨날 받아먹던 동전과 가보라는 철부채 공세로 인생뭐있어 하고 목숨 내놓은

유욱백의 모습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설정.

손문은 마지막에 눈물을 글썽이며 이들의 죽음이

곧 혁명을 위한 필연적인 희생일 수 밖에 없음을 호소하려는 듯한 퍼포먼스를 펼치지만,

여기에는 혁명을 지나치게 과격하게 묘사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혁명이란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틀어 줄기차게 일어난 사건으로,

나름 이데올로기나 시대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커다란 사건이 혁명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중국의 근대사에서도 손문의 신해혁명은 확실히 매우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 맞고,

이를 역사적인 관점에서 잘 이해하고 있었던 손문을 비롯한 혁명가들은

혁명이라는 단어를 내세움으로써 가치를 부여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혁명이 반드시 희생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겠다.

단지 피를 부르는 수많은 참가자들의 희생과 고통이 수반된

어떠한 일련의 도전적 행위가 성공하여 변화를 가져왔을 때

혁명이라고 평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을 뿐이다.

손문의 신해혁명도 성공했기에 혁명으로 평가받아 왔겠지만,

만약 실패했었더라면 어떤 평가가 내려졌을까?

아마도 그냥 손문의 반란 정도로 치부되었을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손문이 추구하고자 했던 혁명은

과연 무고한 민중의 희생을 수반할 수 밖에 없는 혁명이었을까 한다면 필자는 아니라고 본다.

필자가 손문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중국 근현대사에 대해 아는 바도 많지 않기 때문에 100% 정확한 답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민주주의의 개념을 누구보다도 선구적으로 바라보았던 손문이

과연 그러한 민주주의의 주인공인 민중을 줄창 죽여나가면서

혁명을 이루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말이다.

<이 작품을 위해 맨발의 기봉이를 10번 이상 답습했다는 사정봉. 믿거나 말거나>

반대로, 영화에서 이러한 희생을 강조하는 것은

아마도 현대의 중국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된 일련의 정치적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은 현재 공산주의 사회이고, 공산주의는 사상의 핵심에 바로 혁명이 존재한다.

계급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투쟁을 통해 혁명을 쟁취함으로써

비로소 완벽한 공산주의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고 보았고,

이 혁명에는 바로 무력이 필연적으로 존재함을 강조한다.

알겠지만 모택동의 공산주의도 엄청난 유혈사태 끝에 달성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으로 어두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을 조금이나마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혁명을 위한 희생은 숭고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재미있게도 영화가 제작된 2009년은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지 60년이 되는 해였다고 한다.

중국정부에서는 의도적으로 이러한 중화인민사상을 합리화하고

더욱 굳건히 하자는 의도를 듬뿍 담은 수많은 문화예술 지원이 있었고,

그러한 차원에서 이 작품도 영향을 받았을 것이 뻔하다.

예부터 소련이든 북한이든 중국이든 대부분의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알게모르게

영화, 노래, 연극 등에 정치적 의미를 짙게 드리우면서

민중들을 세뇌시키는 짓거리를 많이 해왔던 바,

여전히 중국은 그러한 차원에서 이러한 시도를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혁명을 이해하는 자라면 이 작품 역시 비판의 시각으로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 이제 살짝 영화의 진정한 의도가 드러난 이상,

그러한 의도를 보다 더 의미심장하게 표출해야 하는 연출 면에서는 어떤가를 살펴보자.

솔직히 필자는 기대보다 실망이 컸다.

일단 초장에는 손문의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건드렸다는 점,

그리고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툭툭 터져나오는 호화찬란한 배우들.

이 정도면 정말 중국의 역사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런데, 정작 배우들이 너무 화려한 것에 비해 역할이 짤막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역할들의 개성도 다양할 듯 하다가 너무 개연성이 떨어져버렸다는 점.

그리고 그토록 빈약한 개연성을 극복하고자 꺼낸 도구가

변기 막힌 듯 철철 흘러넘치는 눈물이라는 점.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얼마 전 개봉한 수작 <엽문>으로 인해

견자단의 리얼 액션을 기대하고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견자단은 주인공이라 하기도 어렵고

그저 빛나는 조연 중의 한 명이라는 것 정도.

한때 4대천왕으로 홍콩을 뒤흔들었던 장학우도

엔딩크레딧을 보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는 안면으로 잠깐 등장해서 씁쓸함을 안겨주고,

한때 미모로 또한 홍콩을 좌지우지했던 이가흔도

눈 깜빡 하면 나왔다 들어가버리는 아쉬운 캐스팅에 눈물샘을 자극한다.

여명도 처음에 거지로 나올 때는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안습이다.

게다가 뒤이어 면도하고 나왔어도 어딘지 모르게 불쌍해 보이는 그 모습이란.

극중 최강의 무술 실력을 가진 인물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선한 이미지 탓에

거지하고도 안 어울리고, 무술 고수하고도 안 어울리는 최악의 캐스팅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슈퍼스타 K와 비슷한 중국의 후난위성 TV 슈퍼걸 노래자랑대회에서

엄청난 노래 실력으로 단숨에도 스타자리에 오른 날벼락 스타 이우춘도

방홍 역을 맡으면서 실로 얼굴 망가지심이 대단하다.

이 역시 허무하게 사라져 버리니 참으로 안타까운 역할.

사정봉도 그저 달리기밖에 못하는 맨발의 기봉이급 인력거꾼으로 등장하여 안습을 자아내고,

판빙빙도 나름 싸가지없는 여편네로 등장하여

여전히 2007년 토할 것 같은 연예인 상위랭커로서의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토할 것 같은 연예인에 상위 랭크되었는지 미스테리인 판빙빙>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안타까운 배우는 바로 양가휘.

진소백이라는 나름 비중있는 인물을 맡은 그이지만,

예전의 양가휘다운 포스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양가휘인지도 몰랐다. 원래 조금 샤프해 보이던 얼굴이었는데,

이제 나이들고 머리도 유치원 갓 입학한 애들처럼 깎아놓아서 더욱 안습으로 보인다.

한때 동성서취, 동사서독, 도협, 도신 등으로

90년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존재하던 양가휘가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는지.

솔직히 역할 자체로만 보면 진소백이란 인물은 매우 매력적이고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극중 내내 진소백은 말로는 혁명과 민주주의 어쩌고 떠들면서

뒤로는 실천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이 바로 이중광이 짝퉁 손문으로 당첨될 때

진소백이 너만은 안 된다며 말리는 모습.

그 전에도 이미 진소백이 이옥당에게 넌 이미 돈 냈으니까 우리팀이라면서

어디서 혼자 내빼려고 하냐고 하기도 한다.

나름 용의주도하면서 기회주의자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양가휘가

예전부터 살짝 그런 이미지의 배역을 해오더니 여기서도 크게 벗어날 수 없었던 듯.

나름 포스 풍겨주신 캐릭터는 의외로 암살자 염효국 역으로 나온 호군.

<적벽대전>에서 상산의 조자룡 역으로 나와서는 너무도 선한 이미지 보여주신 덕에

도무지 암살자로서 어울리지 않는 페이스.

그래서 그런지 눈썹을 왕창 밀어버리고 미친 놈처럼 등장해주시는 쎈쓰.

게다가 이것도 모자라 입가에 흉터까지 그어주셨다.

그런데 이 친구 은근 호빵맨 닮지 않았나? 어쨌든 암살자 치고는

너무 페이스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차라리 별 대사도 없고

그 자체로 암살자 같은 바특이 암살자역을 했다면 좀 더 엘레강스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음으로 거론하고 싶은 것이 바로 화산 폭발하듯 여기 저기 뿜어져 나오는 눈물.

뭐 좀 했다 하면 일단 모든 출연진들이 울고 시작한다.

혁명이 희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눈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홍콩이 눈물로 홍수가 안 난 것이 천만다행인 듯.

그토록 이 작품에서는 비장미를 선사하고 작품을

더욱 주제의식 짙도록 만들기 위해 눈물잔치를 남발하였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옛말을 답습하는 연출인 듯.

적당히 울면 되는데 너무 질질 짜다보니까 보는 사람이 짜증이 날 정도이다.

가족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심정은 잘 알겠는데,

왜 시도때도 없이 울어버리는 것인지. 인력거 끌면서 도망치는 와중에도

서로 쳐울고 있으면 어쩌란 말인가. 안구가 건조하고 총총해야

빠른 시간에 완벽한 핸들링으로 인력거를 몰 텐데, 안구에 습기 가득하니

이는 마치 집중호우 한가운데에서 자동차로 야간 운전하는 꼴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도무지 거지와 무술고수라는 컨셉 그 어느 것과도 어울리지 않는 여명. 왜 나왔니??>

너무 비판만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작품이 보여준 막판 추격씬에서의 긴장감과 스릴감,

그리고 장렬한 액션은 수준급이라고 칭하고 싶다.

울어재끼는 것만 빼고는 빠른 전개에 의한 긴장감이 나름 백미이고,

짧지만 간간히 터져주는 액션은 최근 홍콩영화가 보여주는 순더더기 없는 리얼 액션을 선보여주고 있다.

특히 견자단과 청레라는 태국 출신 격투가와의 대결은

엽문에서의 마지막 대결과 비슷하게 전개되어 매력적이다.

암살자로 분한 청레의 움직임을 보면 확실히 무에타이같다는 느낌이 강하다.

견자단의 정통 쿵푸와는 다른 느낌. 하지만 무에타이는 입식 타격이다 보니

아무래도 그라운딩 기술이 조금이나마 더 발달된 쿵푸에 의해 밀리고 마는 현실.

아마 상대가 무에타이가 아닌 주짓수나 레슬링이었다면 게임 자체가 너무 지루했을 듯.

20세기 초의 홍콩의 모습도 볼거리가 제법 된다.

동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영화들이 홍콩을 무슨 시장통처럼 꾸며놓았던 반면,

이 작품에서는 보다 서구화되고 잘 정돈된 홍콩을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뭐 실제로 어땠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영국에 의해 실질적으로 지배가 되었던 홍콩이었던 만큼

서구적인 느낌이 더 강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 같다.

이 작품을 제작한 감독 진덕삼은 사실

<삼부관>이라는 듣보잡 영화 단 한편만을 제작한 초짜 영화감독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진덕삼을 가장 유망한 감독으로 칭하고 팍팍 밀어주고 있다고 한다.

이번 작품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B급스러운 느낌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 그의 차기작들을 기대해 본다.

수없이 등장하는 초호화 캐스팅들은 자세히 보면 홍콩과 중국, 대만의 신성들이

대거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그 동안 서로 별다른 합작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3개의 영화계가

모처럼 공통분자인 손문을 배경으로 근사한 합작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 초 영국이 지배하던 홍콩의 실상을 아주 잘 드러낸 장면. 거의 명동 수준이다>

건국 이래 현재까지 으르렁대고 있는 대만과 중국.

최근에도 여러 차례 군사적, 정치적 갈등이 있었고,

앞으로도 절대 타협의 의지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두 나라.

혹자는 세계 3차 대전은 아시아, 그것도 대만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을 정도로 한국과 일본 못지 않게 사이 더럽게 안 좋은 두 나라가

이번 영화를 계기로 사상적으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사실. 손문이 영화에서처럼 1906 10월에 홍콩에 갔는가에 대해서는,

실제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당시 손문은 중국 내에서의 국기적인 반란 실패와 여러 위협 때문에

일본으로 도피한 상태였기 때문에 홍콩 근처에도 올 수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영화는 전체적으로 구라가 된 셈이다.

그렇다면 결사대 중 자막처리까지 하면서 세상 하직한 사람들의 실존 여부도 답이 나오려나?

그것은 모르겠다. 어디까지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실존 인물들을 모티브로 따왔다고 했으니,

인물들은 사실이되 활약상은 거짓이 될 수도 있겠다.

나름 소림사 출신에 엄청난 거구로서 장풍까지 구사하는 것으로 등장했던

NBA 농구선수 바특이, 소림사 무술은 내팽겨치고 야자나무로 덩크슛만 하다가 끝나는

씁쓸한 영화, <8 : 최후의 결사단>이었다.

posted by 미까 2010. 1. 27. 18:17

밴드 오브 브라더스 (Band of Brothers)

#3. 에피소드

지난번 등장인물 소개에 이어 이번에는 작품 보기에 도움이 되기 위해

짧게나마 10편의 에피소드에 대한 줄거리와, 부가설명을 써내려갈까 한다.

미리 말하지만, 10편의 에피소드는 이지 중대가 겪은 무수한 일 중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스티븐 앰브로스가 쓴 소설의 내용 중

그나마 드라마틱하다고 느껴진 내용을 편집해서 만든 에피소드이니,

나무만 보고 숲을 생각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Episode 1. 커레히 (Currahee)

19446 4일 잉글랜드 어포터리 공군기지.

그곳에서는 이륙을 준비하고 있는 미육군 101공수사단 소속 이지 중대가 있었다.

모두들 결의에 찬 모습으로 이륙 준비를 하지만, 갑자기 작전 취소 명령이 하달된다.

이에 급실망하는 대원들. 한편 이지 중대에 소속된 유능한 지휘관이자 1소대장인 윈터스 중위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정보장교인 닉슨 중위와 함께

자신들이 여기까지 오게 된 일을 상기하면서 어떤 인물을 언급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2년 전 조지아주 토코아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로 시작된다.

<이지 중대를 강철의 사나이 집단으로 만들어버린 장본인 소블 중대장>

기본군사훈련을 받고 있던 이지 중대에는 가혹하기로 소문난 중대장이 있었으니,

바로 소블 중위였다.

별 쓰잘데기없는 것 가지고 온갖 트집을 잡아 대원들을 들들 볶기로 유명한 그는,

오늘도 어김없이 트집잡기로 시작하여 대원들을 집합시킨다.

늘 벌칙으로 행하는 것은 훈련소 뒤에 펼쳐져 있는 커래히 언덕을

빠른 시간내에 왕복 주파하는 것.

심지어는 야간 행군 후 수통에 든 물을 먹었다는 이유로

일부러 벌칙사례를 만들라는 등 고약함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싱크 연대장은 유독 기본군사훈련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이지 중대를 칭찬하며 소블을 대위로 진급시킨다.

그리고 윈터스의 능력 또한 높이 사서 그에게 중위 진급을 명령한다.

하지만 달갑지 않은 소블.

결국 이를 핑계삼아 윈터스에게 병사들 특식을 준비하고 휴식을 주겠다고 하지만,

갑작스레 집합을 걸어 완전군장으로 커래히 구보를 시킨다.

이에 욕나오는 대원들. 하지만 이러한 훈련을 통해 이지 중대는

어느덧 연대 최고의 중대로 인정받는다.

훈련장소를 캠프 맥컬로 옮긴 이지 중대는 이 곳에서 실전을 위한 전술 훈련을 하게 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소블 대위가 안절부절하는 것.

알고봤더니 독도법에도 엉망이고, 상황판단력도 엉망에다가,

심한 길치인지라 그야말로 대원들을 싸그리 지옥 불구덩이 속으로 떠미는

멍청한 지휘관이었던 것.

이 때문에 대원들은 모두 실전에 나가면 죄다 개죽음이라는 걱정에 사로잡힌다.

이에 부대원들의 분열을 걱정하는 장교들과 부사관들.

한편 기차를 타고 브루클린으로 이동 중인 이지 중대는,

최종 목적지가 어딘지 모르고 있었던 터에,

윈터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술고래인 닉슨 중위가 정보장교답게 힌트를 준다.

아마도 작전지역은 유럽, 그것도 노르망디가 될 것이라는 미아리 삼선교 점집스러운 예지력!

그리고 이지 중대는 드디어 영국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전장을 향해 머나먼 길을 떠난다.

<정말 쓸데없는 껀덕지로 꼽창질의 극치를 보여주는 소블. 이런 놈들 때문에 군대가 지겹다>

잉글랜드 앨드번에 훈련소를 차린 이지 중대는 실전에 앞서 최종 리허설을 갖지만,

소블 대위의 멍청한 지휘와, 러즈의 싱크 연대장 성대모사 더블 콤보로 인하여

인근 목장 울타리를 싸그리 끊어놓고 질주하는 사태를 벌인다.

이에 소블의 지휘 능력에 심히 의심을 품게 되는 싱크 연대장.

열받은 소블은 화를 풀기 위해 윈터스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그를 징계할 것을 명령한다.

이에 이제는 안되겠다 싶은 윈터스가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하고,

윈터스를 존경하던 소대장들과 부사관들도 모두 윈터스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올린다.

이런 하극상에 단단히 화가 난 싱크 연대장.

하지만 상황판단을 냉철히 하여 이 모든 것이 소블의 성격 때문임을 알아차리고,

소블을 타 부대로 전출시키고, 나머지는 가볍게 징계를 내리고 끝을 낸다.

영국에서 새롭게 합류한 벅 캄튼 중위와 함께 제대로 된 이지 중대를 꾸려나가게 된 윈터스.

이제 본격적인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개요가 발표되고,

운명의 D-Day날 모든 대원들이 낙하 준비를 한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인해 작전은 무기한 취소된다.

그리고 편치 않은 휴식을 즐길 틈, 가니어는 실수로 마틴의 옷을 바뀌입었다가

자신의 형이 전투 중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놀한다.

다시 작전개시일이 공표되고 이륙 준비를 하는 이지 중대원들.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비행기에 올라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공을 향해 날아간다.

때는 1944 6 6일이었다.

<D-Day가 되자 이지 중대원들은 마침내 노르망디를 향해 하늘로 솟아올랐다>

Trivia 1.

커래히는 본래 캠프 토코아의 뒷산 이름이지만,

506연대는 커래히 정상을 정복한다는 뜻으로 연대 구호를 커래히로 정했다.

가끔 이지 중대원들은 틈만 나면 커래히를 외치는데,

연대 구호라는 의미 외에는 특별한 뜻이 없는 것이다.

Trivia 2.

소블 중대장은 이지 중대원들을 정말로 가혹하게 다룬 지휘관이었지만,

그 덕택에 계속 얼차려와 체력 훈련을 받은 이지 중대원들은

연대에서 정말 최고의 중대가 되었다.

그래서 항상 전투를 치를 때 이지 중대가 제일 앞장서서 전투를 벌였고,

놀랍게도 이들은 빠른 기동력 탓에 생존률이 상당히 높았다고 한다.

이는 커래히 언덕을 매일 수도 없이 뛰어다닌 덕분이라고 생존자들은 회고한다.

이러한 공로 탓에 소블은 비록 전술적인 면과 인간적인 면에서는

형편없는 지휘관으로 평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지 중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Trivia 3.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실제로 언제 벌어질지 정해진 것이 없었다.

워낙 기후변화가 심한 당시의 노르망디 해안이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작전이 추진되었다.

이 때문에 연합군이 많이 우왕자왕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일군도 마찬가지여서 D-Day 당일 노르망디가 기습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아주 잘 묘사가 되고 있는데,

아군조차도 어디가 어딘지 모를 정도로 뒤죽박죽 상륙이었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결국 물량공세로 인한 연합군의 승리로밖에 치부할 수 없겠다.

Episode 2. 디 데이 (Day of Days)

밤새 하늘을 날아온 이지 중대원들은 강하 지역에 인접하자 낙하 준비를 한다.

하지만 독일군의 대공포 사격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강하가 어려워지고,

여러 수송기들이 공중에서 산화하는 등 애로사항이 꽃을 피우자 무작정 뛰어내리고 만다.

<강하 직전 독일군의 대공포 저항은 무척 거셌다. 이 때문에 대원들은 목표지에 제대로 착륙하지 못했다>

윈터스는 무사히 착지하지만, 자신의 무기를 모두 떨어뜨리고 만다.

그리고 속속 착지를 한 타 연대 병사들을 데리고

독일군의 추격을 피해 조심스레 적진을 헤쳐 나간다.

힘겹게 소대원들과 만난 윈터스는 집결지를 향해 진격하지만,

도중 만나는 독일군들과의 교전에서 형의 죽음에 불만을 품은 가니어의 분노의 난사로 인하여

통제불능이 되고 만다. 이에 처음으로 삐걱대는 두 사람.

연대 집결지에 무사히 도착한 윈터스 일행. 본부로 향하던 도중 멀라키는

독일군 포로들 중 자신과 고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수다떨며 친분을 쌓던 두 사람.

하지만 이 때 도그 중대장인 스피어스 중위가 나타나서 독일군 포로들에게 담배를 물려준다.

그 뒤 울려퍼지는 따발총 소리. 이에 멀라키는 독일군 포로가

전부 사살되었음을 멀리서나마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한편 집결지 인근에서는 독일군 105mm 포대가 아군의 상륙을 방해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이 포대를 박살내기 위해서 특공대를 조직한다.

마침 이지 중대장으로 선임되었던 미헌 중위가 강하 도중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임시로 중대장을 맡게 된 윈터스가 작전에 나서게 되고,

몇몇 용감한 소대원들을 뽑아 인근 독일군 포대로 달려간다.

3방향이 진지로 구축된 독일군 포대를 급습하기 위해 윈터스는

소수의 대원들을 적재적소에 배치, 각개격파 작전을 펼쳐 진지를 무력화시킨다.

한편 쓸데없이 스피어스가 이끄는 도그 중대가 나타나

자기네들도 돌격정신을 발휘하지만 무고한 병사들만 희생시키는 스피어스.

비록 전투는 승리했지만 무고한 병사의 죽음을 눈 앞에서 지켜 보아야만 했던 윈터스.

그런 그를 닉슨이 위로해준다.

한편 가니어는 열심히 윈터스를 안주거리삼아 씹으며 저기네들끼리 노닥거리고 있었다.

먼 지평선에서 수없이 휘날리고 있는 총탄의 불빛을 바라보며 윈터스는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희생이 생길 것인가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도그 중대장 스피어스 중위는 독일군 포로들에게 담배를 선사하고 기관총 세례까지 선사한다>

Trivia 1.

D-Day 당시 연합군 보병이 노르망디 해안을 상륙하면서

동시에 공수부대는 해안 인근 내륙을 타격하여 연합군의 상륙을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독일군의 대공포가 의외로 거세 공수작전은 엉망이 되었고,

여러 부대원들이 엉뚱한 곳으로 낙하하였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점이 유리하게 작용하여

독일군은 낙하한 연합군을 제대로 추격할 수 없었다고 한다.

Trivia 2.

미헌 중위는 낙하 후에도 실종으로 처리되어 생사 여부가 궁금했지만,

훗날 미헌 중위의 물품이 방치된 채 찾아가지지 않고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미헌 중위가 전사했음을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실제로 그는 D-Day 당시 수송기와 함께 그대로 산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Trivia 3.

윈터스가 독일군 105mm 포대를 공격한 브레꾸르 마뇨르 전투에서 보여준 기습 작전은

철저하게 윈터스 자신의 지휘 능력의 결과물이었다.

적은 수로 많은 수의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적이 상황을 알아채기 전에

부분적으로 빠르게 격파해 나아간다는 개념을 기본으로 하여 펼친 이 작전은,

훗날 미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서 모범적인 전술 사례로 강의된다.

이 전투의 공로로 윈터스와 벅 캄튼, 그리고 가니어는 은성 무공 훈장을 수여받는다.

Episode 3. 카렝땅 (Carentan)

하늘을 멍 하니 바라보는 한 병사가 있었으니, 그는 앨버트 블라이스 이병이었다.

마침 근처를 지나가던 1소대원들이 그를 알아보고,

그 동안 길을 잃고 헤매던 블라이스를 찾아 부대에 합류시킨다.

평소 말이 없고 정신 나간 듯이 멍 때리는 블라이스.

그는 그렇게 자신의 소대를 찾고도 적응을 하지 못한다.

이후 정찰 작전에서도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블라이스.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과 조우하기 위해서는 카렝땅이라는 마을을 지나야 한다.

하지만 이 마을은 이미 독일군에 점령된 상태.

중대원들은 마을 진입을 시도하지만 독일군의 저항에 모두들 우왕자왕한다.

이 때 윈터스가 일어서서 대원들을 독촉하여 전진을 명령한다.

그리고 그렇게 마을에 진입한 이지 중대는 특유의 막강한 공격력을 펼치며

마을 내 독일군을 무력화한다.

<초반에는 거의 애물단지 취급받다가 나중에는 대물로 성장하는 블라이스>

연대 본부로부터 마을을 사수하라는 명령을 받는 윈터스.

이 때 윈터스는 유탄에 의해 발에 상처를 입는다.

상처 때문에 임시 치료소를 찾은 윈터스는 그 곳에서 멍때리고 있는 블라이스를 발견한다.

블라이스가 히스테리성 시각 장애를 앓고 있다는 군의관의 소견을 들은 윈터스는

블라이스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며 같이 싸우자고 격려한다.

다음 날 카렝땅 인근 지역을 사수하기 위해 나선 이지 중대원들은

갑작스런 독일군의 습격을 당한다.

이에 진지를 구축하고 철야 농성에 돌입하는 이지 중대.

그렇게 시간은 흘러 밤이 되고, 여전히 멍 때리고 있는 블라이스에게 윈터스와 마틴,

그리고 스피어스까지 여러 조언을 해 준다.

특히 전쟁을 게임이라고 생각하라는 스피어스의 말에 무언가 정신이 번쩍 드는 블라이스.

날이 밝고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 전장.

하지만 갑작스런 독일군의 공격으로 다시 전투가 격렬해진다.

쏟아지는 총탄에 겁을 잔뜩 먹은 블라이스는 참호 속에서 몸을 사리지만,

스피어스의 말에 자신이 더 이상 겁쟁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하게 된 블라이스는

드디어 총을 들고 일어나 적을 향해 총탄을 퍼붓는다.

<까렝땅 점령을 시도하는 이지 중대원들. 이 전투에서 약 20명 가까이 전사한다>

한편 독일군은 탱크와 전차가 등장하여 막강 화력으로 이지 중대원들을 궁지에 몰아세우고,

완강하게 저항해 보지만 전선이 밀리는 이지 중대.

그러나 이 때 뒤늦게 독일군의 전차를 박살내는 지원군이 있었으니,

바로 미국이 자랑하는 셔먼 전차였다.

기갑부대의 등장으로 전세가 역전되자 독일군은 후퇴하게 되고,

결국 이지 중대는 카렝땅 외곽 지역을 사수하는데 성공한다.

전투가 끝나고, 블라이스는 멀리서 비틀거리는 독일군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총탄에 의해 쓰러진 독일군에게 다가간 블라이스는

숨진 독일군의 옷에서 에델바이스 꽃을 발견한다.

승리의 기쁨이자 자신이 다른 존재로 거듭났음을 증명하기 위해

에델바이스를 전리품으로 챙긴 블라이스는 이후 적극적인 군인 정신으로 작전에 참여한다.

하지만 인근 농가 정찰 임무에서 자원하여 정찰을 나섰다가

독일군의 저격수에 의해 블라이스는 저격을 당하고,

이 사고로 병원으로 후송된 블라이스는 그 이후 더 이상 전투에 참여하지 못한다.

카렝땅 사수 후 오랜만에 휴식을 갖는 이지 중대원들.

그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무공을 상징하는 훈장 자랑을 하면서

어느덧 전쟁에 익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 상륙 작전 이후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던 기대와는 달리

이들의 영국 귀환은 연기되고, 그대로 프랑스에 머무르게 된다.

한편 멀라키는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으러 갔다가

주인아주머니로부터 미헌 중위의 것도 챙겨달라는 말을 듣는다.

그 때 직감적으로 미헌 중위가 전사했음을 알아채게 된다.

<독일군 시체의 옷깃에 있던 에델바이스를 전리품으로 챙기는 블라이스>

Trivia 1.

3편의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블라이스 이병은

저격으로 인해 부상을 당한 후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회복하지 못하고 1948년 전사한 것으로 중대원들이 회고하였다.

하지만 실제 블라이스는 병원에서 회복하여 종전 후 퇴원하였고,

그 이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Trivia 2.

블라이스가 독일군 병사로부터 입수한 에델바이스 꽃은 본래 독일군 산악부대의 상징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에델바이스는 알프스의 고원에서만 자라는데,

이를 직접 따서 자신의 옷에 꽂을 만큼 높은 데까지 올라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독일군 산악병들은 에델바이스를 상징으로 삼았다고 한다.

2차 대전 초기에는 독일군 산악병의 명성이 굉장했는데,

독일의 명장 에르빈 롬멜이 바로 산악부대 지휘관 출신이기도 하다.

Trivia 3.

쏟아지는 독일군의 총탄 속에서도 카렝땅 마을로 진입하기 위해

대원들을 일으켜 세우며 스스로 진격을 소리질렀던 윈터스의 모습은

아직도 중대원들 사이에서 전설로 여겨지고 있다.

신이 아니고서는 총알이 그토록 빗겨나갈 수 없다면서

당시 윈터스의 용맹함을 묘사하고 있다.

윈터스의 이러한 모습은 어쩌면 무모한 죽음에 노출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후퇴 혹은 전진만이 살길인 상황에서는

지휘관의 가장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Episode 4. 보충병 (Replacements)

영국으로 돌아온 이지 중대원들은 모처럼 신이 난 분위기이다.

무엇보다도 후방으로 빠졌다는 안도감과, 보충병들이 들어왔다는 만족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어떤지도 모른 채 들떠서 설치는 보충병들이

영 기분나쁘게 여겨지는 가니어는 보충병들을 마구 갈구기 시작한다.

이에 분대장을 맡고 있던 황소 랜들먼은

자신의 분대에 소속된 보충병들을 다독이며 믿음직한 고참병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총기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보충병들을 위해 하나하나 챙겨주는 훌륭한 선임들>

연합군은 전장에서의 새로운 활로를 뚫기 위해

네덜란드 지역 독립을 목적으로 하는 마켓가든 작전을 계획한다.

이에 다시 공수 이륙 준비를 하는 이지 중대원들.

하지만 이번이 처음 낙하인 보충병들에게는 모든 것이 낯선 법.

랜들먼은 그런 보충병들에게 하나 하나 조언을 해주며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준다.

한편 이륙 준비 중 연대 보급담당으로 새로 부임한 소블 대위가 등장하고,

이지 중대원들은 그런 소블의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1944 9 17일 이지 중대원들은 마켓가든 작전을 위해 네덜란드에 착륙하게 된다.

D-Day 때와는 달리 어떠한 독일군의 저항도 없었던 아주 편안한 착지였다.

그만큼 이미 네덜란드는 독일군이 후퇴하고 잔존 세력만 남아있었던 상황.

에인트호벤에 도착한 이지 중대원들은 이미 독일군이 빠져나간 후라

마을 주민들로부터 성대한 환대식을 받는다.

해방을 기뻐하는 네덜란드 시민과 승리를 자축하는 연합군들.

하지만 한 쪽에서는 독일군에게 가담했던 사람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레지스탕스에 의해 처참히 사살되고 있었다.

에인트호벤을 떠나 기갑부대의 도움을 받으며 인근지역인 누에넨으로 향한 이지 중대원들은

그 곳에서 또 하나의 마을을 발견한다.

하지만 띨빵하게 길 한가운데로 정찰하러 나간 신참 소대장이

숨어있던 독일군 저격수에 의해 사살당하고, 이내 전투가 시작된다.

<시작은 순탄하고 장대했지만, 끝은 결국 하느니만 못한 작전이 되었던 마켓가든 작전>

마을 진입까지 성공하지만,

마을 안쪽에 독일군이 자랑하는 타이거 탱크가 위장하고 숨어있었던 터에

믿었던 기갑부대는 그대로 묵사발이 되고 만다.

하필 기갑부대가 영국군이었던지라 지레 겁먹고 도망치기 바빴던 터에,

졸지에 이지 중대원들도 후퇴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탱크의 포격으로 부상을 입은 랜들먼은 도랑으로 떨어졌다가,

본대와 합류하지 못하고 그대로 독일군의 눈을 피해 하수도 구멍 속으로 몸을 숨긴다.

밤이 되자 조용히 나와 마을 헛간으로 숨어든 랜들먼은,

갑자기 헛간을 찾아 온 노인과 딸에 의해 정체를 발각당하고 만다.

하지만 랜들먼은 부녀를 안심시키고, 딸은 랜들먼을 위해 상처를 치료해준다.

그때 갑자기 마을을 순찰하러 온 독일군.

결국 독일군 한 놈이 헛간으로 들어오고 랜들먼은

적들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백병전으로 독일군을 죽인다.

그리고 노인과 딸을 무사히 돌려보낸다.

다음 날, 랜들먼의 생사가 걱정되던 이지 중대원들은 자원해서 랜들먼을 찾기로 하고,

그를 따르던 보충병들도 용기내서 수색을 자원한다.

마틴은 이들을 이끌고 수색을 나가고, 마을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랜들먼과 재회하게 된다.

결국 연합군은 마켓가든 작전에서 딱히 독일로 진격하는 루트를 뚫지 못하고

그대로 전선에서 이탈하게 된다.

<윈터스가 가장훌륭한 군인이라고 칭송한 "황소" 랜들먼 병장>

Trivia 1.

마켓가든 작전(1944 9월 17~9월 25)

제2 세계 대전 당시 벨기에알자스-로렌 지역까지 진격한 연합군이

보급 문제로 진격이 정체되자 북쪽의 네덜란드에서 전력이 약화된 것으로 믿은

독일군을 단숨에 돌파하여 바로 라인 을 건너

전쟁을 크리스마스 전에 끝내자는 욕심으로 벌인 작전이다.

독일 본토로 진공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 천연의 장애물 라인 을 돌파하기 위해

작전 목표를 독일이 점령 중인 네덜란드의 에인트호번, 네이메헌, 아른헴을 연결하는

도로를 따라 놓인 교량으로 설정하고 대규모 공수부대를 투입하여

이 교량들과 거점 도시들을 점령하고 그와 함께 연결된 도로를 통해

기갑 부대를 신속히 독일 본토로 진격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작전은 9 20 에 위치한 네이메헌 다리 확보와 함께 초기에는 순조로웠지만,

라인 강에 위치한 아른헴 다리 확보에 실패하고

영국 1 공수사단이 독일군의 반격으로 괴멸하면서 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독일이 서부전선에서 거둔 최후의 승리로 평가된 전투였다.

Trivia 2.

마켓가든 작전이 펼쳐질 즈음 보충병들은 조금 더 개선된 점프 수트를 지급받았다.

이들은 주머니가 좀 더 튼튼해지고, 양팔과 허벅지에 묶음 끈이 달려있는 것으로,

대전초기형에 비해 색깔이 약간 다르기도 하였다.

대전후기에는 전부 개선된 점프 수트로 전원 지급되었다.

Episode 5. 교차로(Crossroads)

1944 10 17. 마켓가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아직 네덜란드 쇼운델로그트에 남아있던 506연대는

아른헴 강 건너에 고립되어 있던 영국군 공수부대인 레드데블스를 구출하기 위한

페가수스 작전을 지원하는 계획을 짜게 된다.

하지만 윈터스는 아직 며칠 전에 있었던 교차로에서의 전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뒤늦게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기를 이용해 보고서를 작성하여 그 때의 전투를 회상한다.

<교차로에서 멍 때리고 있던 독일군 병사를 서서쏴 자세로 사살하는 윈터스>

10 5일 밤. 진지에 있던 이지 중대에 비보가 날아온다.

작전 나갔던 앨리 병장이 심각한 부상을 당해 실려온 것.

이에 윈터스는 분대를 이끌고 교차로로 달려가 상황을 살펴본다.

교차로 건너에서 열심히 기관총을 쏴대고 있는 독일군을 발견한 윈터스는,

기습공격 후 후퇴하는 작전을 짜고 이를 실행에 옮겨 성공한다.

다음날에도 1개 소대를 이끌고 교차로로 나가 독일군을 일망타진하기로 한 윈터스는,

특유의 무모+과감한 돌격정신으로 홀로 독일군 진지로 달려가 적을 교란시키고,

이 틈을 타 소대원들이 적의 옆을 급습하여 아작내는 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독일군 1개 중대가 더 등장하여 열세에 놓이자,

윈터스는 연대에 포격 지원을 요청하여 포격 덕분에

독일군 나치친위대(SS) 2개 중대를 괴멸시킨다.

이 전투로 이지 중대는 22명의 부상과 1명의 사상자를 기록한다.

이토록 눈부신 전공 덕에 싱크 대령은 그 자리에서 윈터스를 2대대 부대대장으로 승진시키고,

윈터스는 이지중대장 역을 무스 하일리거 중위에게 맡긴 뒤 대대본부로 자리를 옮긴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만은 이지 중대뿐이었기 때문에,

하일리거가 지휘하는 페가수스 작전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근심과 걱정을 기울인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다행히도 작전은 무사히 성공한다.

<1개 소대로 2개 중대를 박살낸 놀라운 전과를 낸 교차로 전투의 흔적>

그로부터 얼마 안되어 10 31. 드리엘에서 밤에 야간순찰을 돌며

중대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윈터스와 하일리거는,

보초병의 실수로 피격당하여 하일리거가 그만 중태에 빠진다.

이 사건으로 이지 중대장은 또 다시 공석이 되어버린다.

1944 12 10. 프랑스의 무르멜롱 르 그랑까지 진격한 이지 중대는,

그곳에서 다리 부상 때문에 병원에 있던 가니어의 합류를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간만에 평화를 찾게 된 대원들. 대원들은 영화를 보는 등 휴식을 취하고,

윈터스는 간만에 시내 나들이를 나가 휴식을 즐긴다.

하지만 지난번 교차로에서 무저항 상태의 독일군 소년을 죽인 것에 대해 고뇌하는 윈터스.

한편 꿀맛 같은 휴식도 잠시,

독일군 기갑사단이 아르덴에서 연합군을 반격함에 따라 이지 중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바스통 지역으로 향한다.

탄약과 장비, 월동장비도 없이 추운 겨울에 숲 속에서 전투를 치러야 하는 판국이라

무엇보다도 중대원들이 걱정인 윈터스.

하지만 새로 부임한 중대장인 노먼 다이크 중위는 어디를 갔는지 코빼기도 보이지를 않는다.

게다가 아르덴에서 패하고 후퇴하는 28연대 병사들을 본 후 독일군 전력이

예상보다 막강함을 듣게 된다.

분명 여기에 있다가는 고립될 것이라는 패잔병들의 충고.

하지만 윈터스는 고립이야말로 늘 공수부대가 처하는 상황이라면서 결전을 다짐한다.

<간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는 윈터스. 거리에 나가 차도 마시고 책도 읽고 바람도 쐰다>

Trivia 1.

교차로에서 벌어진 SS 2개 중대와의 뜻밖의 교전은

윈터스의 뛰어난 지휘통솔능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1개 소대 규모로 2개 중대를 초토화시켰다는 것이 그 증거이며,

특히 윈터스는 돌격에 있어 보통 지휘관이 뒤에 달려간다는 통념을 깨고

먼저 달려나가 적을 교란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적이 순전히 교전준비상태가 아닌 무방비였기 때문에 가능하였지만,

어쨌든 윈터스는 상황판단을 정확히 하고 그에 맞는 전술을 펼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뛰어난 능력을 겸비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의 윈터스의 모습으로 인해 이지 중대원들은 그의 리더십과 지휘,

전술 능력에 감동하여 역대 최고의 중대장으로 평가하게 된다.

Trivia 2.

교차로 전투 후 격전으로 인해 목에 상처가 난 조리브갓이

홧김에 포로들을 무차별적으로 쏴죽이는 것을 본 윈터스는

포로를 생포해서 데려가라고 하면서 동시에 그의 총에서 탄약을 빼버린다.

제어능력 상실로 인해 사고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위험에서 취한 행동이었는데,

이는 지휘관이 가져야 하는 덕목 중에서도

자신의 부하들을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바람직한 행동이었다.

스피어스가 스스로 포로들을 몰살시켰다는 루머에 시달렸던 것과는 무척 대조적인 케이스이다.

Trivia 3.

페가수스 작전(1944 10 22~10 23)

네덜란드에서의 마켓가든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아른헴강 건너에 고립되어 있었던

영국군 제1공수사단 140여명을 구출해내는 작전이었다.

영국군 제1공수사단 도비 중령에 의해 계획되고,

506연대 2대대와 영국군 공병에 의해 진행된 이 작전은 야밤을 틈타

1시간 30분만에 독일군의 저항 없이 성공적으로 완료된 작전이었다.

흔히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영국군 제6공수사단에 의해 이루어진

페가수스 다리 점령 작전하고 동일한 것으로 오해되지만,

목적과 장소 등이 전혀 다른 작전이므로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

Episode 6. 바스통(Bastogne)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12.

월동장비와 탄약, 심지어 의료장비까지 부족한 2대대는

바스통 숲속에 진지를 구축하고 방어전선을 편다.

하지만 지독한 안개 때문에 적과 아군의 위치도 분간이 되지 않는 바스통.

이지 중대의 의무병인 유진 로는 부족한 의약품을 찾으로 다른 중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그가 마주친 것은 독일군의 시체들뿐.

<아무리 전쟁터라도 면도는 하고 살아야 한다는 깔끔의 기본을 보여주는 윈터스>

안개 덕분에 눈 앞에서 독일군을 생포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로의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의약품을 챙기는 것이 급선무.

그래서 여러 중대원들을 찾아다니면서 남아도는 모르핀과 주사기, 가위 등을 챙긴다.

순간 숲 건너에서 날아오는 독일군의 포격으로 인해 진지는 아수라장이 되고,

몇몇 병사들이 부상을 당한다.

독일군도 안개가 답답했던지 뜬금없이 이렇게 폭격을 가해오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1대대마저 후퇴한 상황에서도 바스통 만큼은 사수하라는 2대대의 임무 특성 상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그렇게 추위 속에서 바스통을 지켜야만 했다.

로는 포격에 의해 다친 병사를 후송하기 위해 지프를 타고 야전병원이 세워진 마을로 온다.

이 곳 교회에는 임시 야전병원이 구축되어

의무병들과 현지 프랑스 여인들이 다친 병사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로는 르네 르메르라는 프랑스 여인을 보고

그녀의 헌신에 점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

한편 또 다시 안개 속에서 순찰을 나선 이지 중대.

하지만 이번엔 매복해 있던 독일군의 기습으로 병사 한 명이 피격을 당한다.

하지만 독일군의 완강한 저항에 부상병도 챙기지 못한 채 후퇴를 해야만 하는 대원들.

바스통에서의 전투는 그렇게 계속 소모전으로만 치닫게 된다.

날씨가 맑아지자 부족한 장비들을 보충하기 위해

연합군은 바스통 지역에 수송기로 물자를 낙하시킨다.

이에 간만에 물자를 보충하게 된 2대대. 로는 마을로 달려가

르네와 함께 초콜렛을 나눠먹으며 데이트를 즐긴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이르자 독일군은 고립된 2대대에 항복 권고를 하지만,

공수부대의 자존심을 걸고 이를 거절하는 2대대.

그리고 다시 교전 준비를 하지만,

야밤 중에 부주의하게 불을 핀 해리 때문인지

갑자기 포격이 날아오고 해리는 부상을 당한다.

로는 다친 해리를 이끌고 지프로 야전병원을 찾지만,

마을도 독일군의 포격으로 초토화되고 있었던 것.

결국 믿었던 야전병원마저 산산히 부서지고,

로는 잔해 속에서 르네의 두건만을 발견한다.

다시 부대로 복귀한 로는 헤프런의 손을 치료하기 위해 붕대가 없자 잠시 망설이다

르네의 두건으로 상처부위를 묶는다.

<독일군 포격에 의해 산산조각나는 바스통 마을에서 사랑스런 여인 르네를 잃고 마는 로>

Trivia 1.

이지 중대가 유럽 전투를 겪으면서 가장 고생하게 되었던 바스통 전투는

결국 전진도 후퇴도 없었던 소모전이었지만,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던 이지 중대에게 있어서는 그 추운 겨울에

바스통 숲 속에서 2주 가까이 버텼다는 것이 대단한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이후 패튼 장군이 이끄는 제 3군이

기갑사단을 이끌고 독일군 포위망을 뚫는 벌지 전투를 벌임으로써 교두보를 마련한 연합군은,

마침내 장비와 물자 보급이 가능해져 이지 중대를 구원할 수 있게 된다.

당시 전세가 무척 불리했던 독일은 남은 힘을 쏟아부어

연합군에 파상공세를 펴 전세를 뒤집으려 하였지만,

패튼 장군의 맹활약으로 벌지 전투에서 패함에 따라

사실상 독일 육군은 이후 지상전력을 거의 상실하게 된다.

재미있게도 이지 중대원들은 이러한 벌지 전투가

자신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Episode 7. 한계점(The Breaking Point)

1945 1 2일 벨기에 아르덴 고원.

벌지 전투 이후 활로를 뚫은 연합군은 포이 지역을 공략하기 위한 일환으로

부아자끄 숲 공략을 이지 중대에게 맡긴다.

순찰 도중 독일군 연락병을 발견한 이지 중대는 그를 사살하고,

후블러는 승리의 전리품으로 루거를 챙긴 뒤 그 후로 계속 루거를 자랑하고 다닌다.

하지만 후블러는 부주의로 자신이 가지고 있던 루거가 발사되면서 다리에 총상을 입고,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만다.

<눈 앞에서 외다리 신세가 된 두 베프를 보자 거의 정신줄 놓게 되는캄튼>

총기오발사고로 대원을 잃은 윈터스는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려 하지만,

정작 중대장인 다이크 중위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전투에도 적극적이지 않고 오로지 출세만을 위해 통과의례라 생각하고

이지 중대장이 된 다이크를 윈터스를 비롯해 중대 선임상사인 립튼조차도 좋게 보질 않는다.

하지만 어쩌랴. 워낙 윗쪽에 빽이 두둑한 다이크이다 보니

중대장 교체를 건의해도 윈터스의 말은 묵살당하기 일수.

어느 날 사단본부에서는 바스통 승리 기념으로

연대별로 장교를 1명 선출해서 1달간 본토 휴가를 보내주기로 한다.

원래 닉슨이 뽑혔지만, 닉슨은 지겹다며 이를 거절하고

대신 중대에서 골치덩어리 장교인 피콕 소위를 보내버린다.

한편 포이 공격을 앞두고 있는 이지 중대에 부상당해 병원으로 후송되었던 조 토이가 복귀한다.

이지 중대원들은 자랑이라도 되는 듯 그들의 부상 경력을 늘어놓으며

병원이 지겨워서 빨리 전투에 임하고 싶다고 피력한다.

예전에 포이 인근에 지었던 진지로 돌아온 이지 중대는

포이에 생각 외로 중무장한 독일군이 있음을 알고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진지를 재구축하는 순간 독일군의 포격이 일어나면서

복귀한지 얼마 안된 조 토이가 한쪽 다리를 잃고,

헤프런은 쓰러진 나무에 갇힌다.

잠시 포격이 멎었을 때 토이의 절친한 동료인 가니어가 나서서 토이를 부축하지만,

순간 또 다시 포격이 시작되면서 가니어마저 포격으로 다리를 심하게 다친다.

이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지켜 본 벅 캄튼은

베프 2명이 동시에 장애인이 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독일군의 2번째 포격에 의해 심각한 타격을 잃은 이지 중대,

하지만 다이크 중대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자기만 살겠다며

본부로 지원요청하겠다는 핑계로 도망가버린다.

그리고 충격을 받은 캄튼은 전쟁피로증을 호소하며 후송을 요청한다.

<정말 운 하나는 억수로 좋은 사나이 러즈는 지옥같은 포격에서도 가까스로 상처하나 없이 살아남는다>

506연대는 계속해서 포이 공격을 위한 인근 숲을 접수하지만,

독일군의 포격은 계속되어 줄줄이 희생자가 속출한다.

이에 이지 중대는 포이를 기습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대원들을 소집한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작전을 지휘해야 하는 중대장이 다이크 였기 때문에

선임상사인 립튼은 심각한 고뇌를 한다.

걱정이 되는 것은 윈터스도 마찬가지.

드디어 날이 개고 작전이 개시된다. 포이 공격을 위해 지원사격을 받으며

이지 중대는 마을 한가운데로 진격한다.

하지만 띨뻥한 다이크는 다른 소대가 보이지 않는다며

돌격 도중 전 대원에게 정지 명령을 내린다.

엄폐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벌판에서 그대로 정지를 해버린 이지 중대.

이후 다이크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명령을 내리며 이지 중대원들을 사지에 널브러트려 놓는다.

분대장들을 어렵사리 불러 모으고서는 하는 행동이 후퇴 명령.

결국 이지 중대원들은 다이크의 이렇다할 전술 지휘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사지를 뚫고 나오려 고분분투하고 있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윈터스는 참다 못해 자신이 직접 전장으로 나서려 하지만,

싱크 연대장은 윈터스가 대대장임을 강조하며 나서지 말라고 한다.

이에 윈터스는 마침 옆에 있던 스피어스를 불러 사지에 몰린 이지 중대를 지휘하라고 명령하고.

스피어스는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전장으로 달려간다.

쏟아지는 총알과 전차의 위협에도 아랑곳 없이 독일군 사이를 뚫고

그대로 달려 가운데에 고립된 이지 중대에 도달한 스피어스는

침착하게 작전 지휘를 전달하고, 이 모습을 바라본 립튼과 중대원들은

스피어스의 놀라운 광경에 감동하면서 그가 새로운 중대장이 된 것에 미소를 보낸다.

포이 공격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간만에 휴식을 취한 이지 중대는,

휴식도 잠시 다시 독일군의 반격에 대응하기 위해 헤게나우로 향해야만 했다.

출정 전 립튼은 새 중대장인 스피어스에게 유능한 중대장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고 전하고,

스피어스는 그 답례로 선임상사로서 실질적인 중대 지휘관의 역할을 해왔던 립튼을 치하하며

그가 특명으로 소위로 임관될 것임을 전한다.

<포이 전투에서 새로운 중대장 스피어스의 전설적인 활약으로 인해 목숨을 건진 이지 중대원들>

Trivia 1.

부아자끄 숲에서의 포격 때 흉내의 달인 조지 러즈는

계속되는 포격에도 불구하고 참호 밖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기적을 보였다.

특히 그는 낮은 포복으로 바로 앞에 놓인 진지로 기어가다가

그 진지가 포격으로 날아가버리는 아찔한 상황도 겪었다.

뜻밖에도 러즈는 D-Day 이후 잔부상 없이 꾸준히 생명줄을 유지한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가 되었다.

Trivia 2.

포이에서 고립되었을 당시 윈터스가 스피어스를 불러 중대를 맡긴 것은

순전히 우연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평소 스피어스의 용맹함과 지휘능력에 대해서는 윈터스도 잘 알고 있었지만,

살인광에 안 좋은 소문까지 나돌던 스피어스에게 애초부터 중대를 맡길 계획은 없었다는 것.

하지만 워낙 사태가 급하다보니 옆에 보인 스피어스를 향해 중대를 맡으라고 명령하였고,

이 명령은 종전까지 이지 중대가 맹활약하는 기폭제가 된다.

Trivia 3.

멀라키가 처음 간접적으로 목격하게 된 스피어스의 포로 사살 사건은

이후 소문이 커져 이지 중대라면 누구나 다 아는 소문이 되었다.

이 때문에 스피어스를 냉혹한 살인마로 여기는 경향도 짙었는데,

정작 이에 대해서는 스피어스 자신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립튼은 중대장이 된 스피어스에게 왜 대답을 안 하냐고 묻지만,

스피어스는 자신이 실제로 그런 일을 했건 안 했건

그러한 소문만으로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심어지는 것이 좋게 느꼈는지 대답을 회피한다.

전후에도 스피어스는 끝내 이에 대해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아

현재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Trivia 4.

바스통 숲 촬영은 모두 실내 세트에서 이루어졌다.

방대한 규모의 세트가 마련되고 그 안에서 수백그루의 나무와 흙이 조성되어

완벽한 벌지 전투를 재현해냈다.

덕분에 배경은 추운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매우 따뜻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Episode 8. 마지막 정찰(Last Patrol)

마켓 가든 작전에서 부상을 당해 계속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웹스터 이병은

치료가 끝나자 헤게나우에 집결한 이지 중대에 다시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반겨주리라는 기대와 달리 문전박대 당하는 웹스터.

알고 봤더니 다른 이지 중대원들은 부상을 당해도

싸우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작정 전투에 참여해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지만,

웹스터는 치열했던 바스통 전투 때 병원에서 쉬고 있었다는 이유 때문에

다들 웹스터를 달갑지 않게 여겼던 것.

<부상 완치 후 간만에 중대에 합류하지만 왕따 신세가 되는 공부벌레 웹스터>

한편 이지 중대는 연대로부터 강 건너에 있는 독일군 진지를 급습하여

포로들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하지만 윈터스마저 참으로 쓰잘데기없는 임무라고 생각하는 판국.

그런 와중에 신임 장교로 존스 소위가 배속되고,

그는 사관생도 출신답게 각잡힌 자세로 자신이 정찰 임무에 나서겠다고 자원한다.

이에 스피어스는 웹스터와 존스 소위를 2소대로 배속하고 정찰 임무에 포함시킨다.

간만에 필드에 나온 웹스터는 역시 실전감각 제로인 존스 소위를 데리고

마을에서 그야말로 초절정 조심성을 보이며 꼴깝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원들의 시선에는 그야말로 안습.

게다가 이번에 하달된 무모한 정찰 작전에 누가 참가하고 싶어할까?

대원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좌절 크리.

그 와중에 포이 전투에서 부상을 당했던 퍼칸테가 복귀한다.

성대히 환호받는 퍼칸테와 달리 자신은 찬밥신세로 전락해버린 모습에 고뇌하게 되는 웹스터.

실전 경력이 없어 안달난 존스 소위는

2소대를 이끌고 정찰에 나서는 멀라키 중사를 대신해 자신이 정찰을 지휘하겠다고 자원한다.

이에 허락하는 윈터스.

그리고 저녁에 바로 브리핑을 하고 작전에 대한 계획을 짠다.

<강 하나 사이로 독일군들이 진득하게 포진되어 있는 헤게나우>

날이 어두워지고 작전이 시작되어,

이지 중대원들은 차가운 강물을 건너 독일군이 포진한 마을에 상륙한다.

경험이 없는 존스 소위를 대신해 실질적인 지휘를 맡은 마틴은

탁월한 작전 지휘로 독일군이 기거하고 있던 건물을 습격한다.

이 와중에 잭슨 이병은 무모한 돌격으로 자신이 던진 수류탄에 상처를 입는다.

포로들을 데리고 독일군의 사격을 피해 무사히 강을 건너

중대 진지로 돌아온 이지 중대는 임무를 성공리에 완수한다.

하지만 잭슨은 치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숨을 거두고 만다.

다음 날 잭슨의 전사 소식은 윈터스에게 보고되고, 모두는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포로 생포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흥분한 싱크 연대장은

또 다시 야간 포로 획득 작전을 지시한다.

이에 윈터스는 브리핑 시간에 대원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다음 날 자신에게 포로생포에 실패했다는 보고를 하라고 한다.

그리고 오늘 밤 잠을 푹 자라는 명령을 내린다.

윈터스와 닉슨이 공모한 가짜 정찰 보고서는 보기좋게 성공하고

506연대는 헤게나우 철군 명령을 받는다.

존스 소위는 중위로 진급하면서 이지 중대를 떠나고,

그와 동시에 윈터스도 소령으로 진급하게 된다.

<닉슨은 윈터스에게 지금 입고 있는 옷이 어울리지 않다며 선물을 하나 준다. 바로 소령 계급장>

Trivia 1.

전쟁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던 시기에 시도된 무모한 작전의 불필요함을 역설한 스토리로,

윈터스는 2번째 정찰 임무에 대해 연대장을 속이고

대원들의 안전을 도모함으로써 중대원들로부터 신망을 받는다.

윈터스가 상당한 FM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실은

윈터스가 융통성과 부하들에 대한 인정도 겸비한 우수한 지휘관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관생도 출신으로서 오직 명령과 복종만이 전부라는 존스 소위에게 비친

윈터스의 그런 모습은 경이로우면서도 신비로웠을 것이다.

Trivia 2.

웹스터가 완쾌 후 중대에 합류하지만 중대원들이 그를 달갑지 않게 여겼던 것은,

웹스터가 다른 대원들과 달리 전쟁을 기피하고 병원에 틀어박혀 있었다는 편견도 있었지만,

평소 웹스터가 스스로를 전쟁혐오자라고 지칭하고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대원들이 그를 전우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던 듯싶다.

웹스터는 자신의 소극적인 태도와, 이 때의 대원들의 홀대로 인하여

전후 자신이 이지 중대원이었다는 것에 대해서

큰 감흥이나 자신감을 가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Trivia 3.

윈터스가 헤게나우 철군과 동시에 소령으로 진급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로는 웹스터가 복귀하기 전 윈터스는 소령으로 진급한 상태였다.

D-Day였던 1944 6월에 중위로 진급한 윈터스가

6개월만에 소령으로 진급한 것은 보기드물게 빠른 진급 케이스였다.

이 덕분에 소블 대위는 훗날 자신보다 상관이 된 윈터스를 보고 굳어버리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한다.

Episode 9. 우리가 싸우는 이유(Why We Fight)

19453. 이지 중대는 마침내 독일에 입성하게 된다.

이미 패전이 짙어졌던 터라 독일 내에서도 저항이 없었던 이지 중대는

슈트르젤베르크라는 마을을 거쳐가게 된다.

이 곳에서 퍼칸테와 러즈는 민가에 무작정 쳐들어가 달걀 서리를 하고,

어떤 병사는 독일 여자와 침대 위에서 훌랄라를 하는 등,

그야말로 막장으로 치닫고 있었다.

전쟁머신 스피어스는 심지어 독일에서 입수한

은으로 만든 살림도구들을 몽땅 챙기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일 정도였다.

<전쟁 도중 수집한 은이란 은은 전부 자신의 아내에게 보냈던 스피어스. 하지만 그 결말은?>

한편 심각한 표정으로 숙소에 들어온 닉슨은,

자신을 찾아온 윈터스에게 자신이 겪었던 비극을 얘기해준다.

17사단하고 같이 전투강하를 했던 작전에서

그가 뛰어내린 직후 수송기가 공중에서 불꽃으로 작렬했다는 끔찍한 경험담.

한 순간의 차이로 죽음에서 살아난 사실 때문에 그야말로 정신줄 놓은 닉슨.

갈수록 전쟁의 긴박감이 사라지고 여유가 철철 넘쳐흐르게 되자,

이지 중대원들은 하나 둘씩 자신이 전쟁터에 왜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을 갖기 시작한다.

한편 거의 제정신을 못 차리고 술기운에 의존하면서 심심한 하루하루를 버티던 닉슨은,

술 구하려고 들렀던 간이우체국에서 우연히 30만 독일군이 항복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결국 히틀러는 잔여병력에 알프스에서의 게릴라 전을 지시했던 것.

이 때문에 독일의 알프스 인근 지역인 바이에른으로 진격하기로 한 이지 중대.

짐을 꾸리는 과정에서 닉슨은 불난 집에 가스통 휘두르듯 아내의 이혼 요청 편지를 받는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

군용 트럭으로 이동 중이던 이지 중대는

항복하고 무장해제 당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독일군 행렬을 목격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나름 머리에 든게 많다는 웹스터가

파시즘을 욕하며 독일군들에게 맹렬히 욕지거리를 난사한다.

그러는 한편 거리에서는 포로로 잡힌 독일군들이 길거리에서 처형당하는

비인도적인 장면도 목격하게 되는 이지 중대원들.

<유태인 수용소를 발견하고 급히 방역조치에 나서는 506연대>

도르마겐에 도착한 이지 중대원들은 이 곳을 임시 중대본부로 삼고

도그 중대와 함께 마을을 사수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마을 밖 숲의 방어를 맡은 이지 중대원들은

생전 처음 보는 매우 충격적이고도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나치의 비인도적 행위가 그대로 드러난 유태인 수용소였던 것.

퍼칸테는 급히 이 사실을 윈터스에게 알리고,

윈터스는 직접 현장을 목격한 후 일단 사건현장 접수에 들어간다.

독일어가 유창한 리브갓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 언제 이곳에 수용되었는지를 파악한 윈터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유태인들을 즉시 구원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일단 마을내 빵집에서 빵이란 빵은 전부 빼앗아 이들에게 나눠주었던 것.

하지만 나중에 보고를 받고 도착한 싱크 연대장과 의무장교는,

이들이 극심한 기아상태였기 때문에 갑자기 먹을 것을 주면 오히려 죽는다는 말을 해준다.

게다가 각종 병균에 감염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격리해야 한다는 것.

결국 윈터스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격리 수용을 실시하고,

자신들에게 자유와 구원을 주기를 간절히 원하던 유태인들에게

이러한 사실을 말해야 하는 리브갓은 심한 갈등을 하게 된다.

그날 밤, 좀처럼 비극적 참상에 안정을 찾지 못하던 닉슨은,

이러한 수용소가 이 곳만이 아니라 독일 내 도처에 깔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테일러 장군의 명령에 의해 독일 내 주민들은 전부

수용소내 시체를 처리하는 일에 동원된다는 사실도.

다음 날, 이지 중대는 탈렘 지역으로 이동이 하달되고,

닉슨은 이동 직전 독일 주민들이 자신들도 몰랐던 수용소의 끔찍한 참상을

시체 처리를 하면서 직접 깨닫는 현장으로 달려가

그들이 저지른 만행에 어떠한 죄의식을 느낄지를 직접 바라본다.

탈렘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마을 주민들이 패망의 멍에를 뒤집어쓰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이지 중대원들은 전쟁이 언제 끝날지를 고뇌한다.

이 때 닉슨은 히틀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이지 중대는 아직 미션이 남았다면서 베르히테스가덴으로 향한다고 얘기한다.

<독일군이 저질렀던 만행에 심한 분노를 느끼고 독일인이 직접 죄의식을 느끼기를 간절히 바란 닉슨>

Trivia 1.

이 에피소드에는 날짜에 대한 오류가 많다.

오프닝 장면에서 4 11일 탈렘에 있던 이지 중대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다시 엔딩장면에서 오프닝과 연결되면서 일자 상의 일치를 암시한다.

그리고 여기서 닉슨은 히틀러가 자살했음을 얘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히틀러는 4 30일에 자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한 극중 탈렘에 오기 전에 이미 닉슨은 루즈벨트 대통령이 죽었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루즈벨트 대통령은 이지 중대가 탈렘에 있던 4 12일에 죽었다.

스티븐 엠브로스의 원작에서는 닉슨이 이러한 말을 한 것에 대해

전혀 기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극 중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기 위하여 일부러 각색한 것으로 보인다.

Trivia 2.

닉슨이 17사단과 함께 강하작전을 했다가 가까스로 살아난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닉슨은 당시 버시티 작전(Varsity Operation)에 첩보장교로 투입되어

신생 공수사단인 17사단과 함께 강하 작전을 펼쳤다.

당시 라인강 북쪽 독일군을 일망타진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연합군은,

일일 강하규모로는 거의 최고일 정도로 수많은 공수부대원들이 강하하였는데,

닉슨이 탄 수송기가 닉슨과 3명의 공수부대원이 뛰어내린 직후

공중에서 피격되어 그대로 산화해버렸다

버시티 작전은 결국 물량공세로 인하여 성공한 작전이었지만,

또한 2차대전 유럽전선에서의 최후의 공수작전이 되기도 하였다.

Trivia 3.

가까스로 목숨을 구해 살아온 닉슨이

그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술을 연거푸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Vat 69라는 술이 보이는데, 이는 실제로 닉슨이 가장 좋아한 위스키라고 한다.

닉슨은 이 술 때문에 계급이 강등되는 불운까지 겹치는데,

극중에서 계급 강등으로 인하여 마음까지 상했다는 이야기를 윈터스에게 털어놓기도 한다.

아내의 이혼 편지를 받는 장면도 나오는데,

실제로 닉슨은 참전 전에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결혼에 실패한 경력이 있었다.

결국 2번째 아내와도 전쟁 중에 이혼한 경력을 남기고 마는 닉슨.

Trivia 4.

수집광이자 양치질 선수인 퍼칸테의 극한에 달한 그의 악취미가 도드라지는 에피소드.

군용 트럭으로 이동 중에도 양치질을 해대는가 하면,

자신의 라이터를 빌려간 살인광 중대장 스피어스한테까지

라이터를 달라고 인상을 찌푸리며 결국 다시 돌려받기까지 한다.

다시 한번 에피소드 1부터 퍼칸테의 양치질 횟수를 세면서 보는 것도

남다른 재미가 될 듯.

Trivia 5.

히틀러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도 진위여부가 불투명하다.

현재까지는 베를린 벙커에서 자신의 아내였던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로 히틀러의 시체를 목격한 주인공은 바로

베를린에 처음으로 입성한 소련군이었는데,

당시 베를린 벙커를 점거한 소련군은 벙커 내부의 여러 구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 구에는 머리에 총상이 있었고 손에 권총이 쥐어져 있었으며,

다른 시체들은 독약을 먹고 숨진 것으로 판명되었다.

소련군은 이를 히틀러와 에바 브라운, 그리고 자식들의 시체로 발표하고,

그들이 스스로 자살했음을 알리며 전쟁의 종결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하지만, 당시 히틀러의 시체를 수거했다는 러시아 박물관 내의

총상이 나있던 히틀러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

그것이 남성이 아닌 여성의 두개골이었음이 밝혀져 큰 의문에 휩싸였고,

히틀러 시체 수거 당시 모든 증거물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벙커 내부를 불로 태워버렸던 소련의 행동에도 의문이 붉어지고 있다.

히틀러의 자살 당시 벙커 밖에 있었다는 여비서 트라우들 융에를 비롯한

여러 히틀러의 측근들은 전후 인터뷰에서

히틀러가 벙커에 들어간 직후 총소리가 났다고 증언하여

현재까지는 총으로 자살한 것이 가장 유력한 설로 떠돌고 있다.

많은 음모론자들은 히틀러가 당시 자살로 가장하고,

실은 어디론가 몸을 피해 전후에도 살아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Episode 10. 전역점수(Points)

19457. 오스트리아 젤 암 제.

아침 조깅을 마치고 돌아오던 윈터스는 절친한 친구 닉슨과 조우한다.

닉슨은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전역이냐 남느냐 밖에 없다면서,

윈터스에게 어떻게 할 지를 묻는다.

윈터스도 고민 중이라는 말을 듣자,

닉슨은 그럼 바로 전역하고 나서 자신과 같이 동업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해온다.

이에 한번 고려해 보겠다고 말하는 윈터스.

닉슨과 헤어진 후 오스트리아의 평화로운 호숙가에서 자맥질을 하는 윈터스는,

과연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은지에 대해 계속 고뇌한다.

<전쟁 끝나면 제대해서 뉴저지에서 같이 동업이나 하자고 꼬시는 닉슨>

지난 5, 이지 중대는 바이에른에 입성하게 되고,

그 유명한 히틀러의 독수리 둥지 요새가 있는 이 곳을 접수함과 동시에

잔존 나치 주의자들의 반기를 막기 위해

도로 봉쇄, 마을 점거, 독수리 요새 점령 등 여러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바이에른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베르히테스가덴 마을에 입성한 이지 중대는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볼 수 없는 썰렁한 마을의 환대에 의아해한다.

거창하게 나치의 심볼인 하켄크로이츠가 매달린 호텔에 들어간 윈터스와 해리는,

전쟁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깔끔한 실내 분위기를 무참히 깨며

정복자의 특권인 전리품 챙기기에 몰두한다.

전리품 두둑히 챙긴 윈터스는 도그 중대에게 마을을 접수하도록 하고,

이지 중대에게는 독수리 둥지 요새를 점거하도록 지시한다.

히틀러의 마지막 자존심이라 불린 독수리 둥지 요새.

이지 중대는 마침내 단 하나의 저항도 없이 요새를 점령한다.

그리고 점령의 승리도 잠시, 곧이어 독일이 전면적으로 항복을 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다.

윈터스는 그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던 친구 닉슨을 위해,

헤르만 괴링의 소유였던 술저장고로 그를 안내하고

무한정으로 술을 먹을 수 있도록 호화대접을 베푼다.

베르히테스가덴을 떠나 오스트리아로 향한 이지 중대는,

잔여 독일군의 항복을 접수하느라 바빠진다.

그러는 한편 멀리 아시아태평양 전선에서는

아직도 일본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들으며,

곧 이지 중대가 아시아태평양 전선으로 전출될 것이라는 소문을 접하게 된다.

유럽전선의 전쟁이 종결되자 남은 병사들은 전역에 대한 준비를 한다.

일명 전역점수라고 불리우는 점수가 기준 이상이면 전역이 가능한 것.

하지만 그동안 공이 없었던 쉬프티 하사는 점수가 모자라 전역을 하지 못한다.

이에 중대원들은 하나가 되어 중대 당 1명을 랜덤하게 추출하여 전역시켜주는 행사에서

쉬프티가 뽑히도록 수를 쓰고, 그에게 전역의 기쁨을 전해준다.

그리고 남은 병사들은 곧 태평양으로 이동을 위해 전투훈련을 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알프스 고원에 자리잡고 있는 히틀러의 마지막 자존심, 독수리 둥지 요새>

한편 윈터스는 닉슨과 함께 신생 공수사단인 13공수사단에 전출 신청을 한다.

바로 태평양 전선에 가서 활약을 하겠다는 자의적 판단.

결국 윈터스는 처음으로 스스로 이지 중대를 떠나겠다는 마음을 가진 것.

싸울 적이 없어진 병사들은 점차 방황을 하기 시작했다.

전쟁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건사고들로 인해 병사들은 계속 죽어나갔던 것.

리브갓은 동료들과 함께 유태인 수용소에 있던 폴란드인으로 전해들은

나치 장교에 대한 심판을 내리기 위해 그의 집을 찾는다.

웹스터는 말리지만, 리브갓은 분노에 휩싸여 전 나치 장교였던 사내에게

분노의 총알을 발사한다.

임시 검문소에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검문하던 제노백 이병은,

웹스터와 근무교대를 하고 나서 지프를 타고 복귀하던 중

갑작스레 굴러떨어진 드럼통에 의해 사고를 당해 즉사하고 만다.

야간에 지프를 타고 부대원들과 복귀 중이던 그랜트 하사는,

길거리에서 사고 현장을 발견하고 접근한다.

알고봤더니 술에 취한 병사 한 명이 술김에 독일군을 죽인 것.

이를 말리려는 그랜트 하사는 병사의 총에 머리를 맞고,

부대원들은 즉시 그랜트 하사를 후송하지만 이미 상태는 중태.

결국 문제의 범인은 잡히고,

열받은 스피어스는 그 병사를 갈군 뒤

장교의 특권으로서 그를 현장에서 총살하려고 한다.

하지만 끝내 참고 마는 스피어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대원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앞길을 정하기 시작한다.

플로이드 하사는 선임상사 자리를 내놓고 다시 소대장으로 돌아가고,

스피어스는 대원들을 책임지고 싶은 마음에 군에 남기로 한다.

새로 장교가 된 립튼은 윈터스에 의해 대대본부로 보직을 옮기고,

이어 항복한 독일군 장군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한 연합군측 대표로 불려나가게 된다.

오스트리아에서 대기 중이던 이지 중대는 결국 일본의 패망으로 인하여

태평양 전선 이동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전쟁을 마치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오스트리아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 이지 중대원들. 그들은 이미 전설이었다>

Trivia 1.

베르히테스가덴에 입성한 이지 중대는 그야말로 아무런 저항없이 마을을 점령하게 된다.

작품에서는 이처럼 이지 중대가 처음으로 베르히테스가덴을 점령한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 있어서는 어느 부대가 먼저 그곳을 점령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미육군 3보병사단이 먼저 점령했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윈터스의 증언에 따르면

괴링의 와인저장고를 지키고 있던 병사가 3보병사단 소속이었다고 한다.

, 506연대보다 먼저 3보병사단이 그곳을 점령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기록에서는 필리프 르끌레르 장군 휘하의 자유 프랑스군 제2기갑사단이

먼저 그곳을 점령했다고도 한다.

기록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의문인 것은,

괴링의 와인저장고나 히틀러의 사진첩, 심지어 당시 독일의 자존심이자

히틀러의 애마였던 메르세데스 벤츠 770을 누가 그대로 두었겠느냐는 것이다.

사실 이 물건들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습득한 주인공들이 바로 이지 중대였기 때문이다.

Trivia 2.

윈터스가 항복하는 독일군 대령으로부터 루거 권총을 받는 장면이 나오는데,

작품에서는 다시 돌려주지만 실제로는 그 권총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윈터스가 살펴보니 그 권총은 발사할 수 없도록 개조된 모델이었다고.

게다가 실제로 자신에게 구닥다리 권총을 전해 준 인물은

대령이 아니라 소령이었다고 한다.

Trivia 3.

독일군 장군으로부터 항복을 받고 난 후 그가 병사들에게 연설을 할 때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윈터스 앞으로 소블 대위가 지나간다.

우습게도 소블은 대위였고, 윈터스는 그의 상관인 소령이었던 것.

당시 소블은 506연대의 보급장교로 발령받아 여러 차례 과거의 악행을 되살리기도 하였다.

이 웃지 못할 인생역전극에 대해 윈터스는 소블에게 다음과 같은 명대사를 날린다.

대위. 경례는 사람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에 하는 것이야

<극악의전투 환경 속에서도 최고의 생전률을 보였던 101공수사단 506연대 2대대 이지 중대>

지금까지 10편의 에피소드를 모두 훑어봤다.

정말 길고도 긴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정말 각 에피소드의 핵심 내용만 추리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장편의 글이 되었다.

이 글을 읽다가 중간에 낙오한 독자들에게는 정말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아무쪼록, 이지 중대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들의 영웅담을 들어보니 어떤가?

비록 많은 전우들이 중간에 전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또 얼마나 많은 무의미한 죽음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전우들은 그들의 영웅담을 후세에 전해주기 위하여

이렇게 눈물을 글썽이며 그들의 기억을 회상하고 있다.

그들의 수많은 모험담은 스티븐 앰브로스의 원작 소설인

<Band of Brothers>에 보다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책에 담지 못한 또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들이

<Beyond the Band of Brothers>에 수록되어 있다.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도록.

, 영어 원문이므로 영어울렁증이 있는 사람은 삼가.

에피소드 10편 마지막에서도 짤막하게나마 각 대원들의 전후 이야기가 소개되지만,

이보다 더 자세하고도 진실된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리뷰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더불어, 앞선 리뷰에서 다루지 못한 이지 중대의 여러 사실들에 대해서도

다음 리뷰에서 같이 오물쪼물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