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닥 세인트 (The Boondock Saints)
세상은 악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살인, 강간, 강도 등 흉악무도한 범죄자들이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무수한 발전을 해왔다지만 범죄에 대해서 만큼은
결코 나아진 부분이 없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인류는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법을 만들었고,
법을 수호하는 사람들을 만들었지만,
그만큼 범죄는 더더욱 교묘해지고 흉악해졌다.
더욱이 법이라는 틀은 범죄를 근절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범죄자들을 보호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늘 법이 정의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하여 예부터 의적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법적으로는 분명 범죄자이지만, 그 의도나 목적은 정의로는 자들,
바로 로빈 훗이나 홍길동 같은 사람들이 대표적이겠다.
지금은 비록 법이라는 것이 너무도 명확해져서
의로운 목적으로 죄를 저지른다 해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처벌의 대상이고, 또한 처벌되어 왔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나마
그러한 의적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돌파구를 만들어왔고,
그러한 여러 작품 중 그나마 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해 알아보겠다.
바로 신의 이름으로 정의를 집행하는 두 형제의 활개극 <분닥 세인트> 되시겠다.
<"하나님의 빽으로!"라는 문구가 압권인 포스터. 이 영화도 하나님의 빽으로 만들었나?>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모를 스토리부터 알아보자.
배경은 보스톤, 이탈리아계 마피아와 러시아계 마피아가 들들 끓는 나름 범죄의 도시이다.
이 곳에서 오늘도 열심히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훈남 형제들,
바로 맥마너스 형제들이 있다.
형 코너(숀 패트릭 프레너리)와 동생 머피(노만 리더스)는 아일랜드계 미국인으로,
독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육류 냉동 회사에서 열심히 자투리 돈을 벌어가며 사는 젊은이이다.
하지만 이들의 삶까지 성스러운 것은 아니다.
일단 퇴근하고 나면 근처의 단골 술집에 모여서 담배와 술에 찌들며
이탈리아 마피아의 쫄따구인 데이빗 델라 로코(데이빗 델라 로코)와 함께 웃고 수다떠는 인생.
그러던 어느 날, 단골 술집의 주인장 욕지거리 할아버지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러시아계 마피아들이 강제로 나가라고 했다는 것.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마침 러시아계 마피아들이 들이닥치고,
이내 술집 안에서는 굴러들어온 돌과 박힌 돌 사이에 한 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다음 날 아침. 거리 골목에는 두 명의 마피아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다.
술집에 쳐들어왔던 마피아들이었다.
그리고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FBI에서 자칭
프로페셔널 폴 스멕커(윌리엄 데포) 수사관이 등장한다.
천재적이고 감각적인 수사로 사건의 전모를 쉽사리 파헤치는 그는,
이 사건이 우발적인 사고였음을 직감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를 감행한다.
<하루 아침에 성스러운 킬러라는 컨셉으로 총잡이가 되어버리는 두 형제>
늘 사건이 있으면 여론도 시끄러운 법.
그런데 이번에는 마피아 같은 악당들이 살해된 것인지라
여론의 반응이 무척 우호적이었다.
범인들을 성자라고 부르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멕커 수사관도 기가 찬 실정.
그런데 뉴스를 보던 맥마너스 형제가 부상당한 채로 경찰서에 와서 자수를 해버린 것.
황당하다는 듯 스멕커 형사는 그들의 살해 동기에 대해 물어보다가,
그들이 정당방위로 죽이게 되었고, 되려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아일랜드어 등
많은 언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대단한 친구들이라고 눈여겨보게 된다.
결국 무죄로 풀려난 형제들은 그날 밤 잠을 자다가,
갑자기 쏟아진 빗방울에 세례 비슷한 푸닥거리를 받으며
신으로부터 정의를 행하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리고 그들은 큰 맘 먹고 법이 집행할 수 없는 어둠의 영역에서
정의를 수행하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정의의 심판을 받을 대상은 정해졌다.
바로 자신들을 괴롭힌 러시아계 마피아의 두목.
맥마너스 형제는 정보를 수집하여 마피아들이 모이는 장소로 침투,
그리고 9명의 러시아 마피아 두목단들을 일망타진하는 데 성공한다.
사건이 발생하고 범죄현장으로 달려 온 스멕커 수사관은,
시체들의 눈에 전부 동전을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예사 사건이 아님을 직시한다.
예부터 죽은 자의 눈에 동전을 두는 것은
천국으로 가기 위한 뱃값을 지불해주는 의식임을 알고,
이는 범인이 단순한 동기가 아니라 무언가
숭고하고도 형이상학적인 동기가 있었음을 느낀다.
하지만 단지 범인이 2명이라는 것만 알고,
누구인지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한 스멕커 수사관.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사건 현장을 100% 맞추는 감각은 김전일이나 코난도 저리가라일 정도이다>
한편 첫 범행(?)에서 우연이었지만 놀라운 성과를 거둔 맥마너스 형제는,
범행 당시 자신들의 친구인 수다쟁이 로코를 만나게 된다.
로코가 왜 이곳에 왔나 싶어 추궁했더니,
나름 러시아계 마피아와 라이벌인 이탈리아계 마피아의 두목 야카베타(카를로 로타)가
자신을 암살자로 보냈다는 것.
하지만 이미 상황은 맥마너스 형제들이 접수한 상태이고,
이들은 정의를 수호하는 새 삶에 환호를 부르게 된다.
하지만 로코가 등장했을 때 그가 가지고 있던 총이
6연발 리볼버였음을 이상하게 여긴 코너는,
이 모든 것이 야카베타가 로코를 일부러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충성스런 로코는 끝까지 이를 믿지 않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들의 아지트로 간다.
그런데, 결국 모든 것이 자기를 갖고 논 것임을 알게 된 로코는
그 자리에서 마피아 찌끄래기들을 골로 보낸다.
결국 살인자이자 조직의 배신자가 된 로코는 맥마너스 형제에게 도움을 청하고,
맥마너스 형제는 이제 정의 수호의 목표를 이탈리아계 마피아로 옮기게 된다.
그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뚱땡이 부두목.
남자들만 출입 가능하다는 므흣한 곳에서 열심히 쾌락의 순간을 탐미하고 있던 부두목은
맥마너스 형제와 로코에 의해 아랫도리도 걸치지 못한 채 인생 하직하게 되고,
아무 죄도 없이 옆 방에서 쾌락을 즐기려 했던 자들까지
쓰레기라는 명목으로 죄다 골로 보낸다.
역시 이번에도 스멕커 수사관이 등장하여 사건 현장을 검사하면서,
하나하나 단서를 캐가는 스멕커. 이제 범인이 3명인 것까지 알아챘지만,
대체 누가 정의의 탈을 쓰고 범죄를 저지르는지 모를 판이다.
서서히 스트레스에 쌓이기 시작하는 스멕커.
<시체들을 아주 정성스럽게 보내주시는 쎈쓰까지 선보이는 맥마너스 형제>
한편 이탈리아계 마피아 두목 야카베타는 사태가 이렇게 되자,
은퇴한 두목에게 찾아가 자신과 조직을 보호해 줄 최후의 해결책을 요청한다.
그것은 바로 역사상 가장 극악무도하고도 냉정한 킬러라고 불리어지는
희대의 살인마 일 듀스(빌리 코널리)를 감옥에서 끄집어내는 것.
이리하여 백발이 성성하지만 카리스마 지대로인 초강력 킬러 일 듀스가
세상에 다시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맥마너스 형제와 로코.
자신들이 역으로 위험에 쳐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맥마너스 형제와 로코는 다시 또 다른 마피아 일당을 잡기 위해 그들의 은신처로 향한다.
그 곳에서 마찬가지로 싹쓸이 하고 기분 좋게 나올 찰나!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던 것은 바로 제대로 폼 잡아주시는 늙다리 킬러 일 듀스.
결국 그들은 서로를 향해 총을 뽑아 들고
영웅본색을 연상시키듯 쌍권총을 남발하며 총알로 벌집을 만들어댄다.
하지만 승부는 나지 않고 결국 자리를 뜬 주인공들.
어쨌든 또 한판의 사건이 펼쳐지자 스멕커 수사관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사건을 추리하면서도,
대체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단서가 없어 거의 실신할 정도로 미쳐 날뛰게 된다.
그리고 결국 스트레스로 인해 찾은 곳은 바로 술집.
술에 진탕 찌들어서 비틀비틀 대다가
구토와 현기증 증세로 쑤시고 들어간 곳은 다름 아닌 성당.
평소 신앙심이라고는 간의 코딱지만큼도 없던 스멕커는
개념 무탑재답게 고해성사실에서 그대로 뻗어버린다.
그런데 그 성당에는 마침 미사를 하러 온 맥마너스 형제가 있었던 것.
로코는 스멕커 형사가 자기들에게 위협이라 생각하고
고해성사실로 들어가 어찌하려는 판인데,
이번엔 그 모습을 보고 코너가 따라 들어가 반대로 로코를 협박한다.
상황이 이렇게 꼬인 상황에서 아직도 상황 판단 못하고
술김에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스멕커.
그 얘기를 조용히 들어보니, 죄를 짖고 다니는 놈들이 있는데,
얘네들이 하는 짓이 기가막히게 정의롭고 착한 짓들인지라
자기는 법을 집행해야 할지 그대로 봐야 할지 갈등이라는 것.
그러자 신부는 이미 주님의 뜻이 전해졌다며, 옳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행하라고 한다.
이에 스멕커는 범인들이 정의롭다는 것에 동감하고 그들을 도울 것을 결심한다.
어쩌다 상황이 유리한 쪽으로 흐르자 맥마너스 형제는
이제 아예 스멕커 수사관에게 전화를 해서 오늘 밤 야카베타를 작살내겠다고 얘기한다.
이에 스멕커는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은퇴한 두목을 찾아가서 정보를 캐내려다,
이미 야카베타가 함정을 파놨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냅다 야카베타의 저택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한 발 늦어서, 이미 맥마너스 형제와 로코는
야카베타에게 잡혀 심한 고문을 당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로코는 조직의 배신자라는 죄악으로 인하여 야카베타의 총에 눈을 감고 만다.
이에 절규하는 맥마너스 형제. 거의 초샤이어인 수준으로 돌변 직전이다.
로코를 죽인 야카베타는 아직 일 듀스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도 어쨌든 오늘 밤 쳐들어 올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이는 분명 자기네들에게도 피해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먼저 도망가는 야카베타.
자, 이제 스멕커 수사관의 활약이 기대되는데… 오잉?
등장한 꼬라지가 영락없는 여장 한민관?
나름 적들을 속인다고 매력적인 여자로 변장한건데,
사회적 통념상 용서받지 못할 꼬락서니지만 의외로 마피아들에게는 통해서
저택 안까지 무사히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갑자기 총을 꺼내 마피아들을 골로 보내며 맥마너스 형제를 구출하려는 스멕커.
한편, 스스로의 힘으로 겨우 수갑을 풀고 자유를 찾은 맥마너스 형제는
자신의 친구이자 고인이 된 로코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조용히 다가오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바로 희대의 살인마 일 듀스였던 것.
그런데, 이게 왠 일?
맥마너스 형제의 기도를 듣던 일 듀스가 총을 조용히 홀스터에 집어 넣고서는,
기도문의 나머지 구절을 따라 외치는 것이 아니던가.
알고봤더니 일 듀스도 맥마너스 형제들 처럼 신의 이름으로
나름 정의로운 살인을 해왔던 것.
그래서 일 듀스는 맥마너스 형제를 자신의 동료로 인정하고
그 곳을 탈출하여 진정한 정의의 집행자로 거듭나게 된다.
이제 천군만마를 얻으며 진정한 삼총사로 거듭나게 된 이들은,
스멕커 수사관의 도움을 받아 야카베타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
총기를 들고 나타나게 된다.
벌벌 떠는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외치는 삼총사.
법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신의 뜻으로 악행을 단죄하겠다는 그들.
그리고 그 증거로 야카베타를 신의 기도 아래 처단하고 만다.
이 사건이 대서특필되면서 세상은 또 한번 여론으로 들끓게 되고,
여론은 그들을 정의롭다고 하는 자와, 그래도 범죄자라고 하는 자,
그리고 노 코멘트로 일축하는 자들로 나뉘어 우열을 가리지 못한 채 영화는 끝을 맺고 만다.
<도무지 이런 컨셉이었을 줄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일 듀스. 마지막 반전이 더 대박>
이 영화는 전형적인 다크히어로물에 가깝다.
가장 대표적인 다크히어로인 배트맨과 매우 유사한 구도를 따라간다.
하지만 배트맨은 신의 뜻이라든지 여론의 옹호라든지 하는 정당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모든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도 자신은 자신의 과거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고
고담 시를 지키기 위해 배트맨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브루스 웨인은 끝없이 고뇌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번민이 늘 그를 괴롭힌다.
그렇지만 다크나이트 배트맨은 비록 법이라는 틀로부터 죄값을 받아야 하는 신세이더라도
그는 범죄자들을 어떻게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리하도록 한다.
즉, 그는 스스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처벌하게끔 도와주는 역할만 한다.
반면 맥마너스 형제는 일단 정의의 사도로 거듭나게 되는 동기가 참으로 유별나다.
어쩌다가 때려눕힌 마피아들 때문에,
잠을 자다가 천장으로 새는 빗방울 몇 방 맞고 신의 계시를 들었다는 설정이라니.
신은 늘 정의를 수호하고 악을 물리치라는 말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방법까지 총으로 쏴 죽이라는 말을 했을까?
어쨌든 맥마너스 형제들에게는 그렇게 들렸나 보다.
그러니까 평범했던 청년들이 하루 아침에 무장강도로 돌변하여 마피아들을 죄다 쏴 죽이지.
그러면서도 이들은 또한 어떠한 고뇌도 번민도 없다.
신의 뜻이라는 거룩한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되었든 신의 입장에서 죄인이라고 생각되는 이들은 모조리 죽인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처단의 결정권을 가진다.
즉, 완전히 법으로부터 분리된 자기 스스로 정당화하는 범죄자들인 것이다.
맥마너스 형제는 다크히어로 치고는 너무 극단적인 형태인 것 같다.
법을 완전 개무시하는 것도 아니꼽고,
자신들만 선량한 척 성스러운 척 하는 것도 배알이 뒤틀릴 지경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기네들은 신의 뜻을 수행하는 자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정당할 뿐이다.
여기에서 살짝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예부터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하루아침에 신의 계시를 들었다고 한다.
꿈에서였든 어떠한 암시에서였던 그들은 모두 신의 뜻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했노라고 한다.
그것이 다행히도 도덕적 윤리적으로 올바르다고 판단되는 내용이었다면
불우이웃을 돕거나 자선을 행하거나 기부를 하는 등의 정말 세인트(성인)이 되겠지만,
오히려 그 내용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면?
그 대표적 예가 1974년에 발생했던 아미티빌 사건이 될 텐데,
일가족 6명을 무참히 살해한 범인은 다름아닌 가족의 맏아들이자 오빠였던 것.
그의 살해동기는 신이 가족을 죽이라는 계시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 그 행동이 옳지 않았음을 알았겠지만,
신의 뜻이니 할 수 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정당화시켰을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쨌든 그는 범죄자로 기소되어 결국 그에 알맞은 죄값을 받았다.
<코너 맥마너스 역의 숀 패트릭 프레너리. 이때만 해도 에단 호크에 버금가는 간지남이었다>
법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인류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즉 인류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든 가장 높은 구속력을 가지는 의무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신의 뜻은 그 법의 위에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신은 인간보다 상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의 뜻은 법처럼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물론 신의 뜻을 적었다는 성서를 비롯한 여러 종교적 사료가 있지만,
정말 꿈에서 신의 계시가 들렸다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성서와 똑 같은 구속력을 가지는 것인가?
그리고 그 계시에 대한 옳고 그름은 스스로가 결정할 수 없고
오로지 따라야만 하는 것인가?
필자는 종교에 있어 나름 주관적이고 개방적인 사람인지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사고와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늘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신이라는 탈을 쓴 악마가 꿈 속에서
“나는 신이다. 고로 너는 행하라”라고 하면서 살인을 지시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해야 하는 것일까?
필자도 신의 존재를 믿지만, 그 신의 형태가 어느 종교에 귀의한 단 하나의 형태는 아니다.
따라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내가 신이다”라고 말을 해버리면,
그것이 또한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한 것이라면,
그 믿음의 정도에 따라 내가 그 뜻을 행하고 말고의 결정이 이루어지겠지만,
그것이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다는 것인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에잇. 또 어려운 얘기로 빠졌는데, 다시 영화로 돌아가보자.
아무튼 이 영화는 다행히도 철학적인 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지는 않는다.
반대로 아주 상쾌하고 신선하고 후련한 쾌감을 주는 전형적인 킬링 타임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종교적으로 어떻고 하는 부분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감독 스스로가 그렇게 영화를 꾸몄으니까.
<동생 머피 역의 노먼 리더스. 여기서도 껄렁껄렁한 연기를 보이는데, 늘 그의 작품에서 그는 껄렁하다>
일단 이 영화는 총알을 아낌없이 퍼부어주는 영화이기 때문에, 액션영화라고 보는 게 좋다.
그래야 속 편히 볼 수 있다. 주인공들은 마치 만화의 캐릭터처럼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형제라는 점과, 성격이 극단적이라는 것도 그렇고,
결코 사생활이 깨끗하지는 않다는 것도 그렇다.
즉 껄렁껄렁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이라는 전형적인 일본풍 만화의 캐릭터를 닮아 있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심볼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각자의 손에 새겨진 문신.
코너의 손에는 VERITAS(진리)가, 머피의 손에는 AEQUITAS(자유)가 새겨져 있다.
이는 다음의 구절에서 나온 단어로 여겨진다.
내 칼은 빛나고
내 손은 심판을 내린다.
기꺼이 적에게 복수하고
증오엔 증오로 되갚으니
주여, 나를 그대의
성인 중에 세우소서...
veritas~~~~~~
aequitas~~~~~~
읽으면 알겠지만, 내용 자체가 주인공들의 행각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과 동일하다.
즉, 주인공들의 독실한 신앙심을 증명하는 한편,
그들의 행위에 대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의 문신은 단순히 이런 상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원래 VERIATS와 AEQUITAS는 또 다른 문구와 함께 정의가 내려진다.
바로 EQUALITAS가 그것인데, 이는 평등이라는 의미이다.
즉, 자유와 진리와 평등이라는 3개의 뜻이 모여 조화를 이룬다.
고전에서는 이를 흔히 A.V.E로 표현하였다.
여기에서 3이 가지는 의미는 크다.
그들은 끊임없이 외친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이는 가장 숭고하고도 유명한 삼위일체를 뜻한다.
즉 3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상징성이다.
그런데 왜 진리와 자유만 있고 평등은 없는 것일까?
바로 그 나머지 하나가 막판에 일 듀스라는 캐릭터로 대변된다고 보면 된다.
비록 일 듀스는 주인공 맥마너스 형제처럼 손에 문신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존재가 곧 평등을 보여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자와 아이는 살해하지 않는다고 하니, 이는 평등이 아니라 차별 아닌가?^^)
<처음에는 무언가 엄청난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 같았던 로코(가운데). 하지만 결말은??>
결국 막판에 3명은 삼위일체답게 하나로 뭉치게 되고,
더욱 극단적이고 과격한 형태로 신의 뜻을 집행한다.
그리고 그들은 당당하게 말한다. 이제 뉴욕으로 가서 활동무대를 넓히겠다고.
결말치고는 황당하지만, 감독이 10년 전 이러한 복선을 깔아놓은 탓에,
10년이 지난 2009년에 바로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다룬
<분닥 세인트 2>가 개봉 예정이다.
삼총사는 그대로 등장하고, 또 한명의 새로운 캐릭터가 추가된다고 하니
어떠한 상징이 또 펼쳐질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겠다.
배역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일단 주인공 역을 맡은 숀 패트릭 프레너리와 노먼 리더스는
결코 유명한 인물들이 아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연 역할을 해오던 인물들인데,
어쩌다 나름 매력적인 캐릭터를 쥐게 되었다.
감독인 트로이 듀피도 이 작품이 그의 처녀작인데,
배우들조차 메인캐릭터가 모두 처녀출전이었던 셈이다.
그렇더라도 감독의 연출과 구성도 좋았고,
배우들도 나름 좋은 연기를 펼쳐주었다.
단지, 그 이후 그렇다할 배역을 받지 못해서 지못미가 되었을 뿐.
일 듀스 역을 맡은 빌리 코널리는,
비록 이름과 생김새로 보면 숀 코널리와 유사해서 형제가 아닐까 싶은 오해도 사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고, 아무튼 나름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배우이기도 하다.
필자가 어디서 많이 봤다 싶었는데,
알고봤더니 <엑스파일 극장판>에서 신들린 신부로 연기한 바로 그 할아버지이다.
(필자의 엑스파일 극장판 리뷰를 참고)
이들이 나름 업계 유명세는 없었지만
당시 신선하고도 화끈한 배역으로 영화를 달짝찌근하게 만든 점은 아주 칭찬할 만 하다.
특히 은근히 일 듀스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감독이 어지간히 영웅본색 매니아였던 것으로 사료되는 문제의 그 장면>
그런데, 여기 의외의 인물이 캐스팅되었다.
바로 연기파 배우의 초고수 윌리엄 데포.
이미 플래툰에서 그 연기력을 확실히 선사하여
이후 징그러운 뼈다귀 면상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배역들을 맡더니,
이 작품에서는 그의 카리스마를 백분 발휘해주는 프로페셔널 수사관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막판에 여장으로 등장하여 보여주는 촌철살인적인 행위예술이란
그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극적인 반전!!
특히나 바닥에 나뒹굴다가 가발 벗겨지면서
총으로 마피아를 죽이고 벌떡 일어나는 장면에서
슬로우모션으로 입술이 파르르 떨리는 그 장면은
직접 보지 않고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아스트랄한 명장면(?).
그리고 영화 중간에 호모를 암시하는 장면도 나오고,
마피아와 적나라하고도 진득하게 키스하는 장면은
정말로 윌리엄 데포가 얼마나 위대한 배우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하튼 이러한 배경 때문인지 최근에 그는
엄청 적나라하고도 충격적인 외설적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행운(?)을 거머쥐기도 하였다.
여하튼 <스파이더맨>에서 처럼 감칠맛나는 악당으로 주로 활동하다
간만에 선한 캐릭터로 나온 몇 안되는 작품.
일단 캐스팅부터 스토리, 캐릭터까지 나름 신선한 이 작품은
도무지 초짜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트로이 듀피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 연출기법을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회상하는 장면과 실제 사건이 일어나는 장면을
시간상 일치해서 보여주는 연출인데,
스멕커 수사관이 사건의 전모를 하나하나 파헤치는 과정에서
마치 실제 사건이 일어난 당시에 옆에 있었던 듯이 등장하면서
똑같이 따라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 기법은 이후 많은 영화와 드라마,
심지어 코미디에서도 패러디될 만큼 매우 유명한 연출기법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트로이 듀피 감독 이전에 누군가 시도했을 지도 모르지만,
필자의 지식으로는 더 모르겠다.)
<겉으로만 보면 정말 불한당같은 놈들인데, 신의 빽을 쓴다니... 주변에 이런 놈들 있으면 일단 신고하자>
10년 전 사람들의 마음 속에 단비와도 같이 범죄를 처단하는
시원후련한 개념으로 등장한 분닥 세인트.
하지만 이후 인해전술로 영화계를 침범한 마블과 워너브라더스의 여러 히어로들로 인해
존재감마저 상실되었던 맥마너스 형제.
하지만 그 동안 뭐먹고 살았는지 궁금했던 트로이 듀피 감독이
정확히 10년 만에 그들의 정의를 다시 부활시키기 위해 속편을 들고 나타났다.
이미 늙을 대로 늙은 3명의 핵심 캐릭터들이 과연 어떠한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해보자.
2편 개봉하면 바로 감상한 후 리뷰를 올릴 것을 독자들에게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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