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청하 (林靑霞)
절세무공 "규화보전"에 의해 남성성을 잃어야만 했던 비운의 주인공. 동방불패.
비록 남자였으나 막강무공의 대가로 점점 여성화되어가면서
적이었지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영호충으로 인해 결국 애절한 인생을 택하고 마는 동방불패.
무엇보다도 여성이면서도 남성적인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으며, 특히 뛰어난 무공실력을 겸비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절한 표정연기까지 가능해야 했던 이 까다로운 캐릭터를
가장 완벽하게 소화해 낸 사람이 바로 임청하이다.
<당시 이 모습을 보고 누가 39살이라 상상이나 했으랴!!>
동방불패의 역으로 일약 당대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한 임청하.
그러나 그녀는 놀랍게도 동방불패를 찍던 92년에 39살이라는 나이를 가지고 있었다.
도저히 마흔에 가까운 아줌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미모를 지닌 임청하는,
나로하여금 25살의 나이차이를 잊어버리고 그녀를 동경하게 만들었다.
이후 속속들이 무협영화에 출연한 임청하는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장국영, 이연걸, 왕조현, 양조위, 유덕화 등과 함께
홍콩 무협영화의 새 역사를 개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왕조현이나 공리 등의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임청하는 중성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주로 맡으면서
임청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요소는 사실 나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는데, 특히나 두 편의 영화에 걸쳐 동방교주로서
보여준 카리스마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였는 바, 이내 나는 동방교주님의 절실한
교도가 되기도 하였다.
임청하는 39살이었던 당시에도 미혼인 상태였다. 유명 배우 "진한"과 수많은 염문설을 뿌린 적은 있었지만
결혼까지 골인한 경우는 없었으며, 오히려 미혼이었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기도 하였다.
그러다가1994년세월 앞에 늘어만 가는 주름살이 원망스러웠던지
임청하는 결국 홍콩 에스프리 사장 "형이원"과 결혼하였고,
결혼 이후 연예계 활동을 전면 중지한 임청하는 현재는 슬하에 두명의 딸을 두고 있다.
임청하가 동방불패로 전아시아권의 아이돌 스타로 급부상할 때,
동방불패 2 홍보차를 위해 한국에 왔던 것을 기억한다.
당시 MBC '일요일일요일밤에'에 특별출연하여 1시간에 걸쳐 아주 재미있고
특별한 시간을 보냈던 것도 상세히 기억한다.
특히 방송도중 동방불패 주제가를 직접 불러 화재를 일으켰고,
방송 중간중간 보여준 팬들에 대한 서비스는 정말 매력 그 자체였다.
<젊은 시절 임청하의 모습. 역시 젊을 때 미모는 늙어서도 계속된다>
임청하의 대표작은 수없이 많지만, 동방불패만을 계속해서 얘기하는 것은
동방불패야말로 임청하를 있게 한 작품이고, 또한 그 작품속에서 보여준 것이야말로
임청하가 뿜어낼 수 있었던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일월신교에서 교주 임아행을 축출하고 자신이 직접 교주자리에 올라
묘족의 부흥을 위해 절세무공 규화보전을 익혀야만 했던 동방불패.
그것은 단지 자신의 사리사욕때문만은 아니고, 오히려 핍박받던 묘족의 애환을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한사람의 인간이었기에, 한사람의 여성이었기에, 자신을 동방불패가 아닌 한명의 여자로
바라봐 준 영호충에게 사랑을 느끼고 진심으로 그를 위하겠다고 결심하며, 마지막에는 결국
영호충의 칼날 앞에 쓰러져 스스로 죽음에 이른다.
이후 동방불패 2 풍운재기에서는 동방불패 1의 중심이었던 흑목야 사건 이후 세월이 많이 흘러
사람들 기억속에서 동방불패의 흔적이 사라져 갈 때 쯤, 규화보전의 전설을 들은 여러 세력들이
규화보전을 찾기 위해 다시 동방불패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간 은둔생활을 하던
동방불패가 이에 분노하여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자신의 분신이었던 일월신교의
멸망과 동방불패를 원하는 자들에게 분노의 철퇴를 날림으로써 결국 허망한 세상과 세월을
탓하는 애절한 운명 속에 갖혀사는 비운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동방불패 2 마지막에서, 자신이 내린 씨앗을 모두 거둬들이고 자신의 애첩이었던 설천심(왕조현 분)과
함께 저멀리 날아가버리는 장면과 함께 흘러나오던 풍운재기 주제가.
지금 다시 들어도 그 감동이 여전한 명곡이자 최고의 엔딩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속에서 보여 준 동방불패의 마지막 모습처럼,
지금은 한명의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간 임청하는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지금은 두 아이의 평범한 엄마(할머니라고 해도 믿겠다)로서
남은 여생의 가장 황홀한 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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