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미까 2010. 3. 16. 17:03

9: 나인 (9)

요 근래 필자를 아주 혼돈스럽게 만든 영화가 있었다.

분명 제목을 거론하고 작품에 대해 얘기를 들을라 치면

필자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엉뚱한 내용의 이야기가 나와서

필자를 무아지경의 상태로 만들어버렸던 것.

그것은 바로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거의 동시대에 존재하였던 아주 어처구니 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췌 애들 만화인지, 어른전용 만화인지 구분하기 힘든 모순적인 설정의 작품>

문제의 그 작품은 바로 <9>. 영어로 발음하면 나인.

재미있게도 나인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2개였던 것이다.

이 중에서 필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나인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뮤지컬영화 나인을 얘기했던 것.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에게는 애니메이션 나인보다는

뮤지컬영화 나인이 더 많이 인지된 현실이지만,

필자에게는 팀 버튼이라는 희대의 그로태스크 무비디렉터가 만든

애니메이션 9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더랬다.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제부터 그것을 살펴보자.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9. 유일하게 지퍼를 달고 나온 최첨단 누더기 인형이다>

역시 시작은 스토리부터이다.

때는 알 수 없는 미래.

고요하기 짝이 없는 어느 방에서 새로운 생명이 눈을 뜨게 된다.

껍데기는 싸구려 헝겊에, 팔과 다리는 오바로끄(오버락) 처리되어 있고,

눈은 카메라 렌즈 2개 붙여서 만든 듯한 허술한 생김새.

게다가 몸 한가운데에는 커다랗게 지퍼가 달려 주머니 기능까지 탑재하고 있었으니,

등 뒤에 숫자 9가 찍힌 인형, 바로 9(일라이저 우드)이다.

이제 막 생명체로서 눈을 뜨게 된 9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세상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는 것.

자기 앞에는 어떤 영감님이 떡실신되어 있고,

창문에 펼쳐진 세상은 종말이라도 온 듯 폐허 그 자체였다.

9은 무당벌레처럼 생긴 반구의 물체가 눈에 들어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고개를 떨구다가 이내 자신의 뱃속에 집어넣는다.

목소리 고장이 났는지 말이 안 나오는 9는 길거리를 헤매다가 또 다른 생명체를 만나게 된다.

머리에는 촛불을 달고 돋보기 안경을 쓰고 다니는 자신과 똑 같은 인형인 2(마틴 랜도).

2는 자기보다 월등히 뛰어난(?) 부품으로 탄생한 9를 보고 기뻐하며

자신과 함께 동료들에게 가자고 한다.

만물박사인 2는 부품을 이용해서 9에게 목소리를 찾아주고,

9는 자신이 가지고 온 이상한 반구형 물체에 대해서 물어본다.

2는 잘 모르겠다고 하지만, 물체의 형상이 같은 인형인 6

매일 그리는 그림과 비슷하다고 얘기한다.

<나름 인정도 많고 머리도 똑똑해서 만능발명가로 등장하는 2>

그 순간. 개뼉다구를 뒤집어 쓴 괴상한 괴물이 습격하고,

2 9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려다 그만 2가 괴물에게 잡히고 만다.

9는 필사적으로 도망쳐서 살아남지만, 도중에 떨어뜨린 반구의 물체는 괴물이 빼앗아가고 만다.

겨우 살아남은 9 2를 살려야 한다며 괴물을 쫓아가지만, 이내 정신을 잃고 만다.

정신을 차린 9는 또 다른 인형들이 자신을 살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쪽 눈이 없는 애꾸눈 5 9를 구해주고 그의 다친 팔까지 완벽하게 오바로끄 쳐준다.

이내 살아남은 인형들의 우두머리인 1(크리스토퍼 플러머),

그의 충실한 보디가드인 8(트레드 타타시오르),

그리고 이상한 말만 하면서 반구의 물체와 똑 같은 그림만 그려재끼는 6(크리스핀 글로버)이 등장하고,

9는 그들과 함께 인형이 총 9개가 존재함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중 3, 4, 7은 행방불명이고, 2는 괴물에게 잡혀간 상태.

인형들의 실질적인 지도자이자 리더인 1

막둥이 9에게 그가 깨어나기 전의 세상에 대해 설명해준다.

일찍이 인류가 존재하던 시기에 탄생했던 다른 인형들은,

본래 인류가 기계를 개발하여 전쟁을 치루다가 기계가 갑자기 인류를 공격하게 되고,

그 살육의 참극 속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숨어지내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 악몽이 끝나기만을 오랫동안 숨죽여 기다려오고,

마침내 인간을 멸종시켰던 기계는 이제 잠들어버리고 다시 고요의 시대가 도래했던 것.

어쨌든 의리로 먹고 사는 9 2를 구해야 한다며 괴물이 간 곳으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1은 계속해서 9를 무시하며 개죽음 말라고 한다.

끝까지 주장하는 9에게 감동한 5 9와 함께 괴물이 있는 곳으로 향하고,

이들은 괴물의 발자국을 따라 거대한 공장처럼 보이는 건물로 들어선다.

<최신형 터미네이터인 개뼉다구 도그네이터 T-1000. 믿거나 말거나>

건물 안에서 새장 속에 갇혀 있던 2를 발견한 9 5 2를 구하려 하지만,

이 때 낌새를 눈치채고 달려온 개뼉다구 괴물에 의해 또다시 위험에 빠진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갑자기 구세주와 같은 존재가 나타나니,

얼굴에는 새뼉다구를 쓰고 새처럼 날아 괴물의 대가리에 이별의 쌍곡선을 긋는 의문의 존재.

알고 봤더니 행방불명된 줄 알았던 7(제니퍼 코넬리)이었다.

서로 살아있음을 알게 된 일행은 기쁨을 나누지만,

호기심 하나는 또 먹어주는 9가 자신이 가져왔던 무당벌레형 물체를 들어서

어딘가 이것이 들어맞을 것만 같은 곳을 발견하게 된다.

일단 들이대고 보는 9. 이를 보고 2는 그러면 안된다고 말리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딱정벌레형 물체가 척 달라붙은 물건에서

갑자기 초록색 빔이 뿜어져나오더니 그 앞에 있던 2를 집어삼켜버리고,

2는 이내 영혼이 빼앗기듯 유체이탈의 퍼모먼스를 보여주며 껍데기만 덩그러니 남는다.

이후 갑자기 붉은 빛을 발하며 움직이는 물건.

알고 봤더니 공장 전체를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덩어리 머신이었던 것이다.

이 기계는 갑자기 일행들을 보고 공격하고, 일행들은 죽어라 도망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뭐가 되었든 9의 잘못으로 인해 사태가 엄청나게 나빠진 듯한 분위기.

<조리개 0.8의 초고성능 렌즈를 자랑하는 머신의 눈깔. 안타깝게 줌 기능은 없다>

9 5와 함께 7을 따라 그녀의 아지트로 가고,

마치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그 곳에서는 또 다른 인형 3, 4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문제의 원인을 설명해준 9 3, 4로부터 영상기록을 통해 과거의 단상을 알게 된다.

국가의 수상이 적국과의 전쟁을 위해 기계들을 만들어냈고,

그 중에는 인공지능 기계인 바로 그 머신이 있었던 것.

머신은 무수한 기계병기들을 개발하여 전쟁에서 아군의 승리를 도왔으나,

갑자기 기계가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기어이 머신이 이끄는 기계군단이 승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공포와 비극의 원흉인 머신을 9가 깨어버리고 만 것.

9는 이 사실을 1에게 말해야 한다고 하지만, 7 1과 사이가 나쁜 나머지 그런 9를 무시한다.

결국 9는 다시 1에게 돌아와 위험을 얘기하지만,

1은 되려 9 5를 감금하고 더 이상 사고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그러는 와중에 6 9에게 계속해서 자신의 그림을 보여주며 쏘스(source)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한편 다시 살아난 머신은 자신의 주업인 고철모아 터미네이터 만들기에 충실하여

또 하나의 괴상한 괴물기계를 만들어낸다.

그 기계의 목적은 바로 도망간 인형들을 잡아오는 것.

인형들이 아지트에서 숨어지내던 것도 잠시,

새 모양을 한 그 괴물기계가 들이닥쳐 일행들을 다시 위기에 빠뜨린다.

1 8은 나몰라라 지들끼리 도망치고,

9 5는 필사적으로 괴물기계를 쓰러뜨리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이 때 또다시 7이 나타나 이들을 구하려 하지만,

이번에는 똑 같은 수가 안 통하면서 되려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숨어있던 다른 일행들에 의해 괴물 기계는 프로펠러의 재물이 되어버리고,

일행은 다시 목숨을 건진다.

하지만 아지트였던 건물이 화재에 휩싸이면서 새로운 도피처로 이동해야만 하는 일행들.

한편, 가가멜과 사촌을 맺었는지, 인형에 대해 사족을 못 쓰는 머신은

또 다른 괴물기계를 만들어 인형들을 공략할 계책을 세운다.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인간뼉다구 괴물기계는

오래전 사망한 것으로 여겨진 2의 모습을 하고 일행들 앞에 나타난 것.

이에 홀린 8 1은 최면술로 인해 괴물기계의 재물이 되고,

괴물기계는 최면에 빠진 인형을 실로 돌돌말아

자신의 코브라 같은 뱃속에 집어넣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새뼉다구를 투구로 쓴 것까지는 좋은데, 마치 모기같은 저 포스는 무엇인가>

7 9의 기지로 더 이상의 희생없이 괴물기계를 쫓아버렸지만,

이대로 안주해서는 안 되는 상황.

9는 자신이 자초한 일이니만큼 어떻게든 끝을 내야 한다며 머신에게 달려가 싸우자고 주장한다.

보수적 안전주의를 주장하는 1은 그런 9와 대립하지만,

일행들은 9를 따라 머신을 박살내기로 결심하고 드디어 행동에 옮긴다.

온갖 기계들의 감시를 피해 공장에 다다른 일행은, 조용히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9는 자신이 직접 해결하겠다고 하고,

나머지 일행들에게는 작전 실패를 대비해서 머신을 그냥 파괴시키라고 한다.

9는 인간뼉다구 괴물기계에 붙잡힌 일행 중 일부를 구출하는데 성공하고

괴물기계를 골로 보내지만,

머신은 화를 내며 일행을 죽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격해온다.

이를 피해 죽어라 도망쳐나온 일행은

마침 바깥에서 드럼통으로 폭파준비를 하고 있던 일행의 도움으로 무사 탈출,

그리고 공장과 머신은 이내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화염 속에서 사라진다.

드디어 모든 것이 끝나고 평화를 되찾은 인형들.

폐허더미 속에 남아있던 축음기를 틀며 Over the rainbow 뮤직을 들으며 감상에 젖는 일행들.

이렇게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머신을 쓰러뜨리고 평화를 쟁취하게 되었다.

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 끝난 줄 알았던 머신이 살아남아서 다시 일행들을 공격하고,

일행들은 죽어라 도망치다가 다리가 끊어지면서

머신이 멈추어서는 바람에 일단 도망을 멈춘다.

하지만 이미 붙잡혀버린 6은 머신에게 영혼의 밥이 되어버리고,

6은 죽기 직전 9에게 쏘스를 찾으라고 알려준다.

반찬에 뿌리는 쏘스가 아님을 알아챈 9

바로 자신이 최초로 눈을 떴던 그 방에 답이 있을 것임을 깨닫고, 다시 방으로 간다.

그 방에서 이것 저것 둘러보다가 자신의 설계도가 그려진 그림을 보고 깜놀하는 9.

그리고 이내 그 뒤에 가려져있던 박스 안에서 9를 위해 준비된

어느 한 과학자의 마지막 영상편지를 보게 된다.

<너는 설마..가위손? 가위손의 해골을 가지고 만들어서 그런지 가위질은 수준급이다>

영상편지의 주인공은 바로 떡실신되어 있었던 영감님.

이미 고인이 된 그 과학자는,

영상편지를 통해 과거의 진실에 대해 9에게 이야기를 해주기를 원했다.

과학자는 오래 전 자신이 어떤 놀라운 물체를 이용해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술을 발명하게 되었고,

그는 이 기술을 이용해 머신이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기계를 창조해내었다.

하지만, 당시 수상이었던 독재자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머신을 대량무기개발에 악용하려 하였고,

이를 막으려던 과학자는 끝내 내침을 당하게 되었던 것.

결국 머신은 독재자에 휘둘려 이용되다가 스스로 인류를 적으로 규정하고

인류를 몰살하게 되었던 것이다.

과학자는 결국 그 악몽의 시작이 자기였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인류를 구원할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의 영혼을 불어넣은 9개의 인형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그 무당벌레형 물체가 바로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을 듣게 된다.

다시 머신 앞으로 달려온 9, 머신에게 쫓기는 일행들을 발견한다.

정말 무섭도록 달려드는 머신.

더 이상의 도피도 어려운 상황에서, 일행들은 마침내 머신에게 잡히고 만다.

그 찰나에 9는 마지막 수단으로 무당벌레형 물체를 다시 빼야한다고 하고,

이를 위해 자신이 희생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1은 그간 고수해오던 보수적 안전주의를 버리고

자신이 대신 희생하겠다고 하며 머신 앞에 선다.

머신이 영혼투영을 시도하는 찰나 9는 물체를 떼어버리는데 성공하고,

물체의 작동법을 완벽히 마스터한 9

다시 영혼을 빼내는 기능을 작동시켜 머신의 영혼을 홀짝 빼내는데 성공한다.

결국 머신은 그대로 고철덩어리가 되고,

9는 물체 안으로 흡수된 나머지 인형들의 영혼을 하나하나 빼내주게 된다.

물체에 의해 육신을 버리고 영혼으로써 해탈한 5명의 인형들은

마지막으로 세상을 구원한 9에게 미소와 작별인사를 던지며 그렇게 하늘로 승천하고 만다.

그리고 그 정성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메말랐던 대지 위에 한 줄기 비를 떨어뜨리고 만다.

그리고 그 빗방울 안에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생명의 씨앗이 숨겨진 채 세상의 부활을 암시하고 있다.

<인형들의 실질적 리더인 1. 하지만 늙은이답게 의심도 많고 소심하다>

애니메이션 치고는 스토리가 사뭇 무겁고 어둡다.

주인공 캐릭터가 인형이라서 13세 이하 관람가능 장난감 만화를 생각한다면 커다란 실수.

이 애니메이션은 오히려 애들은 집에 두고 부모들끼리 와서 봐야하는 그런 어덜트 애니메이션이다.

이미 이러한 것은 팀 버튼이라는 전대미문의 엽기 기괴 괴상망측 천재 감독의 이름을 봤다면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시츄에이션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유령 신부 등 아가들이 볼만한 주제를 가지고

결코 아가들이 헤헤헤 거리며 볼 수 없게 만드는 독특한 능력을 지닌 이 감독 때문에,

이 작품 역시 아가들이 봤다가는 울음보부터 터뜨릴 수도 있는

무섭고도 괴상망측한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 작품은 팀 버튼의 창작품은 아니다.

감독은 참으로 생소하기 그지없는 쉐인 애커라는 초짜 감독.

그런데 어떡하다가 이 둘이 만나게 된 것일까?

본래 쉐인 애커는 단편 애니메이션를 주로 만들던 독립영화쪽 실력파였다.

그러다가 그가 2005년에 한 편의 센세이션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다.

바로 <9>라는 작품. 본 작품과 똑 같은 제목이다.

당시 11분짜리의 아주 짧은 러닝타임을 선보였던 동명의 이 작품은,

누더기 인형들이 등장하여 암울하고 비극적인 세상을 배경으로

충격적인 스토리와 연출을 보여주었었더랬다.

당시 온라인 매체를 통해 영상을 접했던 전 세계의 많은 네티즌들은

그 작품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비록 짧은 영상이었지만, 놀라울 정도의 완벽한 그래픽과 연출로 인해 모두들 탄성을 자아냈던 것.

게다가 인형이라는 귀여운 캐릭터와는 맞지 않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 때문에 사람들의 충격은 더 컸을 지도.

어쨌든 이 작품은 평소 괴상한 것만 좋아라한다는 팀 버튼의 눈에 쏙 들어왔고,

팀 버튼은 당시 <9>를 보고 자신이 본 최고의 단편 영화라는 호평을 하였다.

그는 이 작품이 보여준 놀라운 영상미와 세계관에 흠뻑 녹아내렸다고 평했을 정도.

2006년 아카데미상 단편 애니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었던 만큼,

팀 버튼의 평가는 결코 과대평가되거나 왜곡된 것이 아닐 것이다.

<왼쪽부터 쏘스달라고 조르는 6과 애꾸눈 5, 그리고 거품덩치 8과 주인공 9>

그런데, 이 작품에 홀라당 녹아내린 사람이 팀 버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원티드>로 현실파괴적인 놀라운 액션과 비주얼을 선보였던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감독이 또 다른 재물이다.

기괴한 인형극의 달인과, 초현실적이고도 스펙터클한 액션의 거장이 만나

신예 쉐인 애커를 지원하여 만들어진 장편 애니메이션 9.

이 정도면 정말 안보고 넘어갈 수 없지 않겠는가?

이토록 빠방한 제작진들이 내놓은 작품이니 작품 내적으로도 훌륭할 터.

일찍이 필자는 <-E>를 통해 애니메이션이 선사할 수 있는 놀라운 영상미와 더불어

심금을 울리는 주제의식과 스토리에서도 이미 한계는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더랬다.

이 작품도 주제 측면에서는 확실히 월-E에 버금가는 센세이셔널한 작품이다.

다만 시종일관 밝고 명랑한가와 어둡고 칙칙한가의 차이 정도?

나인(주인공 9와 제목이 동일하므로 헷갈릴지도 모르니 작품의 제목은 나인으로 하겠다)의 배경은

일단 미래이지만, 인간은 싸그리 멸종당한 그야말로 끝장을 본 세계이다.

적어도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희망으로 점철될 수 있는 소수의 인류가 살아남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일단 인간은 없다.

인간멸종의 주범은 바로 기계. 이미 <터미네이터>에서 주의보를 때리고,

<매트릭스>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해버린 기계반란에 대한 공포가

이 작품에서는 이미 상황종결로 치달은 수준이다.

인류가 싸그리 씨가 말라버렸으니 정말 인류의 희망이라는 단어는

이 작품에서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것.

그렇다 해도 이 작품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마지막 희망이라는 것이다.

비록 인류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생물체라고는 싸그리 멸종된 미래의 세계에서

다시 생명체의 부활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이 9명의 누더기 인형들이 선정된 것.

그 중에서도 늦둥이 9는 더더욱 희망의 마지막 불씨와도 같은 존재이다.

<3과 4는 비록 대사는 없지만 눈에서 비디오플레이가 된다는 놀라운 기능을 가지고 있다>

9명의 인형이 그냥 9명인 것은 아니다.

각 숫자에는 각각의 뜻이 있는데,

1번부터 순서대로 경험, 지능, 직관, 학문, 기술, 예술, 용기, 힘을 의미한다.

각 숫자를 가진 인형이 보여주는 극중 캐릭터의 특징을 앞의 의미들과 연결지어서 생각하면

왜 그들의 행동이나 사고가 그런지 감이 잡힐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캐릭터인 9가 상징하는 것은 바로 희망.

비록 인류는 멸종되어서 인류 문명만이 향유할 수 있다는 8가지의 소중한 자산을

8마리의 인형만이 가지게 되었고 이를 존속시킨다고는 하지만,

기계가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에서는 희망이 없다면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법.

이미 이러한 진리는 매트릭스를 통해 네오가 우리들에게 설파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인형을 만든 과학자가 매트릭스를 충실하게 봤는지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희망의 전도사를 탄생시켰고, 그가 바로 9였던 것이다.

머신이라는 가공할만한 인공지능 기계덩어리가

인류를 멸종으로 이끌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설정이다.

아마 기계의 반란을 주제로 한 작품치고 지금까지

정말 궁극적 목적인 인류말살을 성공시킨 기계는 머신이 유일할 것이다.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도, 매트릭스의 기계 우두머리조차도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바퀴벌레만큼이나 더럽게 박멸하기 힘들다던 인류를,

머신은 아주 소박한 공장 하나 지어놓고는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의 한계이다 보니 스케일이 인형 몸땡이만큼이나 작을 수 밖에 없었다고는 해도,

이토록 눈부신 업적(?)을 세운 머신을 기념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런데, 이렇게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머신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작품에서는 친절하게도 인형의 창조주인 과학자가 인형 전에 만든 자신의 작품임을 설명해준다.

무당벌레형 물체를 이용해 바로 자신의 영혼을 집어넣어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

원래 과학자가 소심하고 내성적이다 보니 머신도 처음에는 그랬더랬다.

그러다가 너무나도 순수했던 나머지 머신은 사악한 수상이 시키는대로 이용당하다가

스스로 어떠한 가치관의 혼란으로 인해 악의 축이 되어버렸던 것일지도.

여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너무도 순수했던 나머지 너무도 악한 존재가 되어버리는 아이러니컬한 기계의 모습이 연출된다.

<1.4 후퇴 저리가라 할 정도로 비장한 후퇴를 감행하는 인형들>

이는 매트릭스의 세계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주는

애니매트릭스의 <세컨드 르네상스>라는 에피소드를 보면 보다 더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애초에 인류를 대신하기 위해 탄생한 로봇은,

그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에 의해 가치관이 규정된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로봇은 인간을 주인으로 섬기고,

그 주인인 인간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그 가치관에 혼란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로봇은 이 규칙을 너무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나머지 논리적 오류를 범할 확률이 높아진다.

자신의 주인이 타인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 같은 상황이라면,

로봇은 1원칙을 우선적으로 실천에 옮기게 된다.

, 주인을 살리기 위해 타인을 방어해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의도되었던 우연이든 타인이 죽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로봇은 1원칙을 위배하게 되는 셈이다.

그렇다고 타인을 막지 않도록 행동할 수도 없다.

주인이 로봇에게 막으라고 명령을 내리면 더더욱 이는 혼란스러워진다.

왜냐하면 1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2원칙인 명령수행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다음부터인데,

어쨌든 1원칙, 2원칙을 충실히 지켜낸 로봇에게 인류는 처음으로 인간의 법을 적용해서 사형,

즉 폐기처분의 판결을 내린다.

이에 그 로봇은 3원칙에 근거하여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

비록 그러한 로봇의 행동이 2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하지만,

로봇은 끝내 결백을 주장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로봇과 인간 사이에서 모종의 가치관의 혼돈이 생긴다.

로봇이 적어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면,

학습효과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일한 상황에서

로봇의 3원칙이 불변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이는 인간과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차별임을 알게 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를 적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매트릭스에서는 결국 로봇이 이 지경까지 이르지만,

그래도 그 로봇의 우두머리는 끝까지 인류와 대항할 생각은 아니었다.

먼저 인류와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내민 것도 로봇 쪽이었지만,

싸움의 시작은 인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인간 vs 기계의 대결은 이제 그만, 인형 vs 기계의 초절정 기가톤급 대결을 그린 황당한 작품>

이 작품에서도 머신이 변질되는 계기는 바로 전쟁이었고,

또한 인류가 스스로 일으킨 전쟁이었다.

지능을 가진 기계라면 이러한 인간들의 어리석은 싸움질이 얼마나 한심스러웠을까?

결국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인류를 조용히 시켜야겠다는 것이겠지만,

순수했던 기계가 인류로부터 배우고 자란 것이 무엇인가?

바로 전쟁 아니겠는가.

결국 인류의 전쟁을 잠재우기 위해 기계도 전쟁이라는 수단을 이용해 인류를 잠재우고 만 것이다.

악은 악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하였던가?

아무튼 참으로 씁쓸한 내용이다.

마지막에서도 작품은 나름 해피엔딩 식으로 흐르지만,

그렇다고 100% 확실한 세상의 구원도 아닌 어정쩡한 느낌이다.

인류가 씨가 마른 상황에서 다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냉동인간이 있다 해도 이를 다시 되살려서 짝짓고 키우고 하는 여러 애로사항이 꽃을 피는데,

인형들만 남은 세상에서 무슨 수가 있겠나?

감독은 이러한 어려운 문제에 대해 참으로 태고적으로 해결하는 센스를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수긍이 가면서도, 어떻게 보면 약간은 얼렁뚱땅식 같기도 하지만,

스티븐 스필버그가 선택한 <우주전쟁>의 결말과 사뭇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부분에서

독창적인 결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9명의 인형이 왜 마지막 희망으로서 남겨진 것일까에 대해서도 고찰해 보자.

과학자는 머신을 만든 이후 또다시 인형들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9개를. 왜 그랬을까?

물론 마지막에 9가 나머지와는 다른 비범한 용기와 투철한 사명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 하기는 하지만, 애초에 문제유발자도 9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과학자는 머신을 잠재우기 위한 마지막 희망으로 인형들을 만든 것일까?

결론적으로는 아니다.

이미 9가 탄생한 시점에서는 머신이 잠들어있지 않은가.

<입맛이 싱거워서 쏘스만 달라고 외치는 맛을 잃은 슬픈 인형 6>

그렇다면 9의 탄생 의의는 무엇일까에 대해 다른 차원에서 해석이 필요하다.

과학자가 마지막에 9를 위해 남겨놓은 박스의 내용을 들어보면,

9에게 머신을 멈추라는 미션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쏘스의 작동법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과학자에게는 문제해결과정에서 머신이라는 것이 전혀 무관했다는 것이다.

어차피 인류가 멸종하고 나면 머신조차도 멈출 것이라는 것이 과학자의 계산에 들어가 있었던 것.

그러면 9명의 인형은 무엇인가?

이제부터 자세히 따져보자.

쏘스의 기능은 영혼을 투영하여 어떠한 물체 안으로 흡수할 수도 있고,

반대로 영혼을 빼낼 수도 있다.

머신은 영혼을 흡수하지만, 마지막에 9는 영혼을 해방시키는 기능을 작동시킨다.

여기에서 9가 행한 마지막 행위야말로 과학자가 의도한 정확한 사용법임을 알 수 있다.

9에게 그토록 강조한 올바른 작동법이 바로 영혼의 해방이라니.

그리고, 그러한 행위를 통해 5개의 인형의 영혼이 해방되고,

비가 내리면서 대지에 생명의 씨앗이 싹튼다.

, 생명의 부활의 매개체는 바로 인형들의 영혼이라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결국 과학자는 애초에 머신과는 별개로,

미생물이 듬뿍 함유된 유기농 빗방울을 똑똑 떨어뜨리기 위한

일종의 특수재료로 인형들의 영혼을 택했고,

그 인형들의 영혼을 하늘로 쏘아버리기 위해서 쏘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임무를 달성하기 위한 최후의 똘마니로 바로 9를 탄생시킨 것이었다.

고로, 9의 임무는 애초부터 나머지 8명의 인형의 영혼을 쏘스를 통해

하늘로 쏘아보내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설정은 9가 처음부터 쏘스에 상당히 호기심을 가진다는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 세상에서 유독 쏘스에 애착심을 가지고 이를 지니고 다닌다.

그리고 다시 회수했을 때도 머신에 끼어버리고 만다.

이는 9가 본능적으로 쏘스를 어떻게든 작동시켜야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이 짓거리 때문에 머신이 깨어나 개고생을 하게 되지만,

덕분에 8명의 인형을 아무 근거없이 잡아다가 영혼으로 보내려다가

배신자라고 낙인찍히는 것보다는 더 나은 결말이 되지 않았는가.

나인은 애니메이션 연출 부분에서도 상당한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일단 우울한 미래의 모습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드러냈다는 것.

팀 버튼이 11분짜리 원작에서 충격받은 느낌이 대단했다는 것만 알아두자.

그리고 이 작품은 그 11분짜리의 업그레이드된 작품임을 명심하자.

폐허가 되어 버린 쓸쓸한 미래의 세상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공포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매우 사실적이다.

어쩌면 이리도 사실적으로 묘사했을까?

그것은 과거에 이미 폐허가 되어버렸던 도시의 실제 모습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다.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침공으로 초토화가 되어버린 폴란드의 모습이 바로 그것.

제작진들은 완벽한 폐허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실제로

폴란드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지슬라브 벡진스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고,

2차 대전 당시 폐허가 된 유럽의 모습들을 보면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누더기의 섬세한 질감 묘사와 뛰어난 광원효과 등 그래픽부분에서 거의 최고의 경지이다>

2차 대전이 차용된 부분은 배경 말고도 군대를 묘사하는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수상이 이끄는 군대의 복장이나 전투병기들이 2차 대전 당시의 독일군의 것과 매우 흡사하다.

심지어 기계로 만든 거대 로봇조차도 독일군스러운 디자인이 묻어난다.

그리고 국기에서도 독일군이 사용한

하켄크로이츠(나치의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 깃발에서 나타나는

붉은색과 검은색, 흰색의 조화가 보인다.

모양만 다르지 색깔만 봐도 저건 독일군이라고 느껴질 정도이다.

독일군을 모델삼아 설정한 것은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의 인종 말상 정책이

작품에서 머신이 보여주는 끔직한 악행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이 되지만,

2차 대전 참상의 범인은 비단 독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본도 독일군 못지 않게 수많은 아시아인 및 전쟁포로들을 죽였는데,

서양인의 시각에서는 아무래도 유럽이라는 무대에서 벌어진 독일의 만행이

더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작품을 한국이나 중국계 감독이 맡았다면 군대의 설정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스펙터클한 액션을 연출했다는 점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애니메이션이 진보한다고는 해도 실사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아슬아슬하고 장엄하면서도

스피디하고 파괴적인 비주얼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대세였다.

그런데 그러한 한계를 살짝 뭉그러뜨리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는 것.

이미 원티드로 대박 터뜨린 티무르 베크맘베토브가 이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듯이,

그의 뛰어난 비주얼 감각이 이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7이 보여주는 호쾌하고도 빠른 닌자식 액션이라던지,

머신이 인형들을 잡기 위해 집요하게 달려가면서 펼쳐지는 숨막히는 액션,

그 외에도 여러 기계괴물들과 인형들간의 사투에서 펼쳐지는 움직임이나 액션,

카메라 앵글 등이 상당히 드라마틱하다고 할 수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머신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공포스럽게 느껴졌을 정도라서,

그 사실적인 연출력에 감탄을 토하고 싶다.

극중 잠시 평화를 찾은 일행들이 축음기를 통해

명곡 Over The Rainbow를 듣는 장면은 백미 중의 백미이다.

어쩌다가 평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 곡이 울려퍼지노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물 찔끔, 감동 좔좔 쓰나미인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모순적인 영상이 펼쳐진다. 음악은 감미로울 정도로 평화롭지만,

다시 살아난 머신은 인형들을 향해 공포의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장면.

상황과 배경 음악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극한의 모순적인 장면은

그만큼 더욱 아찔하고도 비장한 모습을 우리들에게 선사한다.

일종의 카타르시스적 효과라고나 할까?

그런데 사실 이러한 연출은 이 작품이 최초는 아니다.

게다가 음악 선곡에서도 더더욱 그러하다.

일찍이 오우삼 감독의 명작 <페이스오프>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의 아지트에 급습한 경찰들과 케서방과 아이들간의

시골 시장터 같은 난장판 총격씬이 벌어지는 장면에서

영상과는 달리 이 곡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며 대조적인 상황을 연출하였다.

나름 영화 연출기법 중 유명사례로 꼽히는 이 장면이 나인을 통해 고스란히 부활한 느낌인 것.

어쩌면 이는 오우삼에 대한 쉐인 애커 감독의 오마쥬일런지도 모르겠다.

<자석으로 흥분하는 묘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8. 이 친구 은근히 귀여워서 나름 매력이 있다.>

나인의 또 다른 자랑거리라면 화려한 더빙.

이미 디즈니에서 시작해서 헐리우드에서 아예 불문율로 만들어버린 유명배우의 더빙 작업이

이 작품에서 더욱 화려하게 피어오른 느낌이다.

일단 주인공 9의 목소리는 이전 작품에서 너무나도 유사한 미션을 수행하며

불굴의 사명감을 보여준 무적호빗 프로도 역의 일라이저 우드의 목소리이다.

<반지의 제왕>으로 단숨에 초절정 인기스타로 떠오르더니

<씬시티>에서 목소리 하나 없이 괴물살인자 역으로 나와 연기한 것이 한이 되었는지,

이번 작품에서는 목소리만으로 제대로 된 연기 보여주고 계신다.

9와 함께 동고동락하는 5의 목소리는 존 레일리로,

뮤지컬영화 <시카고>를 통해 남우조연상 후보까지 오른 연기파 배우이기도 하다.

멤버 중 유일한 홍일점인 7은 인가와 담을 쌓고 지낸다는 제니퍼 코넬리.

그녀는 뛰어난 연기력과 똑똑한 두뇌에도 불구하고 인기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만의 연기를 펼쳐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존경스러운 배우이기도 하다.

원래 씩씩한 성격이라고 하는데, 재미있게도 7이라는 캐릭터가

평소의 자기와 너무도 닮아서 싱크로 100%를 자랑하는 더빙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할아비 목소리의 1은 크로스토퍼 플러머가 연기했는데,

그는 최근에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서 파르나서스 박사로 출연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 <>의 촐싹대는 찰스 할아버지 더빙도 하였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유명한 <사운드 오브 뮤직>

본 트랩 대령 역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실제로도 이 분은 여전히 멋진 노년신사의 포스를 풍기는 분이다.

2도 사실 할아비라는 설정인데, 그래서 그런지 2의 목소리는 마틴 랜도가 맡았다.

이 분 역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명 배우이자 연기지도자로서,

제임스 딘이나 잭 니콜슨 등의 정말 후덜덜한 명 배우들을 조련하신 대단한 분이시다.

시종일관 입맛이 싱거운지 쏘스만 외쳐대는 6의 목소리는 크리스핀 글로버라는 배우가 맡았는데,

이름을 말하면 모르지만 <미녀 삼총사>에서 머리카락에 환장한 변태 킬러라고 말하면

죄다 알아듣는 배우 되시겠다.

전작에서의 캐릭터와 너무도 다른 순둥이 목소리를 내서 상당히 의외로 느껴진다.

이 외에도 시종일관 우우우우움~~”만 외치는 8의 목소리는

트레드 타타시오르라는 무명이 맡았다.

화려한 캐스팅과 연출, 비주얼 등등 요근래 애니메이션 중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는 이 작품이 신기하게도 혹평도 많았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자.

헐리우드야 늘 평론이 갑론을박 수준으로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다지만,

이 작품은 의외로 악평댓글도 많았다. 전개가 지루하다는 둥,

애들이 보기에는 너무 무섭고 어른이 보기에는 너무 단조롭다는 둥의 악평도 많았다.

그런데 이러한 평은 아마도 팀 버튼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팀 버튼이 워낙 독보적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다보니 이에 대한 반박도 많은 편.

쉐인 애커 감독으로서는 팀 버튼의 지지로 인하여

자신의 생애 최초의 장편 영화를 대박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이에 대한 혹평도 감수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혹평보다는 팀 버튼이라는 든든한 조력자를 만나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 더 큰 이득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받아랏! 에네르기 파!!!!!!!! 9의 자세가 일품이다. 과학자가 드래곤볼을 좀 본 듯>

개인의 원한으로 무고한 사람들이나 해치다가

결국 자기마저 쓰레기 신세되는 사탄의 인형 처키와 달리,

온 생명의 마지막 희망으로 탄생한 허접 누더기 인형 9명의 활약이

너무도 감동적인 어덜트 애니메이션 나인.

지금도 당신의 핸드폰 끝에 걸려있는 자그마한 누더기 인형이

언젠가 지구를 되살릴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것은 어떨까.

posted by 미까 2009. 11. 11. 14:01

공각기동대 (Ghost in the Shell)

<SF 사이버펑크의 일대혁명으로 다가온 공각기동대>

1982년 영화계, 아니 인류에게는 기존의 관념을 철저히 붕괴하고

밝았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청사진과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사색을 던져주었던 한 편의 명작이 탄생한다.

당시 <에일리언>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외계몬스터의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보여준 영화로 일약 스타에 오른 리들리 스콧 감독이,

또 한번의 자신만의 SF적 철학으로 무장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은 당시의 시대상을 너무나도 초월한 나머지 흥행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지만,

반 고흐의 그림이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 역시 시대가 지난 지금에서야 비로소

SF철학 영화의 시초이자 걸작으로 추앙받고 있다.

우울하고 어둡기 짝이 없는 미래에,

인류는 인류의 기준을 모호하게 만드는 시련에 닥치게 된다.

바로 인간과 똑같이 생긴 휴머노이드 레플리컨트

스스로를 생명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가짜 인간을 보게 되고,

그로 인해 과연 생명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인간성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심한 혼돈을 느끼게 되었다.

기존에도, 그 이후에도 이토록 심오한 주제를 다룬 SF철학 영화는 나오지 못하였다.

많은 영화들이 이러한 주제의식을 심도있게 다루려고 노력하였지만,

이는 모두 B급 패러디에 불과한 허사로 끝나고 말았더랬다.

그런데, 블레이드 러너 이후 13년이 지나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영역에서 블레이드 러너의 정신을 계승하여,

이를 보다 심도있게 발전시킨 희대의 명작이 일본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바로 SF철학 애니메이션의 바이블 <공각기동대>인 것이다.

이 작품 하나만으로 수백장의 논문을 작성할 수 있을 정도인 내용에 대해서

일단 스토리만 짚고 넘어가보자.

<오로지 특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탄생한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

때는 2029. 기업의 네트가 별을 덮고 전자와 빛이 뛰어다녀도

국가나 민족이 사라져 없어질 정도로 정보화되어 있는 근미래.

도시의 야경이 찬란히 흐르는 빌딩 한 곳에서는

일명 공각기동대라고 불리우는 공안 9과 요원들이 모종의 대화를 감시하고 있다.

프로젝트 2501’이라는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프로그래머의

정치적 망명을 조율하고 있던 회담장에서,

공안 6과의 꺼림칙한 행동이 의심스러웠던 공안 9과는

마침내 프로그래머를 빼돌리려던 가벨 공화국의 대사를 처리하기로 나선다.

빌딩 옥상에서 자유낙하하여 기습적으로 대사를 사살한 공안 9과 소속의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은

광학미체를 써서 경찰들의 시선에서 사라지며 모습을 감춘다.

한편, 이 시기엔 얼마 전부터 정체 불명의 해커가 주로 EC권에 출몰하여 네트에 개입,

주가 조작, 정보 수집, 정치 공작, 테러, 전뇌 윤리 침해 등 각종 범죄를 일으켰다.

그는 불특정 다수의 인간을 고스트 해킹해서 마음대로 조종하였기 때문에,

일명 인형사로 불리었다.

인형사를 쫓던 공안 9과는 익명의 청소부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자 그를 검거하려고 나선다.

하지만 그 청소부는 단지 자기의 마누라가 바람이 나서

그 증거를 포착하기 위해 공중전화기를 이용해 해킹을 하고 있었던 것.

공안 9과가 쫓는다는 것을 알게 된 청소부는 냅다 도망가고,

그 와중에 자신에게 정보를 준 어느 콧수염 사나이에게도 도망가라고 외친다.

콧수염 사나이는 갑자기 공안 9과의 수사차량에 총격을 가하고

광학미체를 써서 도주, 이를 쿠사나기가 쫓는다.

그리고 길고 긴 추격 끝에 입식타격 룰로 싸워 상대를 쓰러뜨리는 쿠사나기.

그녀는 범인을 향해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아무튼 범인 체포 후 조사에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킹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청소부는,

공안 9과의 조사 결과 그의 모든 기억이 조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인형사가 청소부의 전뇌를 고스트 해킹해서 조종했던 것.

고스트는 무엇인가, 자신의 존재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는 쿠사나기는,

휴가를 틈타 자신의 취미인 스쿠버다이빙을 즐긴다.

공안 9과의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인 바트는 그런 쿠사나기에게

잘못하다가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충고하지만,

수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치는 순간 새로운 세상과 자신을 보는 느낌이라는

쿠사나기의 말에 멍때리는 표정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저 멀리 빌딩 숲 사이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에 흠칫 놀라는 쿠사나기.

홀로 자신의 머리 속에서 외쳐진 그 소리에 대해 쿠사나기는

고스트의 속삭임이 아닐까 하고 고뇌한다.

<광학미체를 써서 유유히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

한편, 비가 오는 날 밤 길거리에서 어느 나체의 여인이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다행히 피해자는 인간이 아닌 의체.

하지만 쿠사나기 소령과 똑 같은 의체를 생산하는 메가틱 바디사의 의체가

제멋대로 움직여서 사고를 냈다는 것이 밝혀지자

이 또한 인형사의 짓이라고 판단한 공안 9과는

부서진 의체를 수거하여 실험실로 가져온다.

조사 결과 비록 전뇌에 저장된 내용은 없지만,

특정부위에서 펄스가 감지되어 이상한 현상을 보이게 되고,

쿠사나기는 본능적으로 그것이 고스트가 아닌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때마침 공안 6과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서 조사할 것이 있다면서,

닥터 윌리스라는 전문가를 대동한다.

그들은 예전부터 인형사라는 해커를 잡기 위해 공성방벽을 치고 있었고,

그 것이 바로 이 의체에 의해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이 때 잠잠하던 의체가 스스로 움직여 자신을 소개한다.

일명 인형사로 불리우는 자신은,

정식 네임 프로젝트 2501’로 불리우는 프로그램으로서,

최초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

네트 상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해오다가,

어느덧 자신이 하나의 존재로서 인지되기 시작하였다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각하게 된 프로젝트 2501’

자신이 인격체로서 존중받기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이 곳에 왔다고 한다.

바로 자신과 똑 같은 처지에 있는 쿠사나기 소령을 직접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리고 나서 정치적 망명을 요청하는 프로젝트 2501’,

일개 프로그램에 불과할 뿐이라는 공안 6과의 말싸움.

그 순간 실험실 내부에서 연막탄이 터지면서

갑자기 누군가의 습격으로 의체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에 잽싸게 뒤를 쫓는 쿠사나기와 바트.

이 과정에서 본부의 이시카와는 아라마키 국장의 명령으로

프로젝트 2501’ 대해서 조사하게 되고,

이시카와는 이 것이 외무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록 이름도 없고 대사도 없지만, 이 캐릭터가 쿠사나기의 고뇌를 대변한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크다>

한편 범죄 차량을 쫓던 바트는 엉뚱한 차량을 쫓게 되고,

쿠사나기는 어느 박물관으로 들어간 다른 차량을 쫓아 결전의 준비를 하고 잠입한다.

고요한 박물관 내부에서 쿠사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광학미체를 사용하는 대전차용 탱크.

아무리 강한 쿠사나기라 하여도 강철과 발칸으로 무장한 탱크에는 무리.

결국 탱크에 올라타 직접 내부의 파일럿을 제어하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고 판단한 쿠사나기는 혼신을 다해 탱크 위의 해치를 열고자 한다.

하지만 허용을 오버하는 힘을 소모하여 산산이 부서지는 쿠사나기.

결국 탱크에 붙잡혀 머리가 으그러져 세상과의 이별을 고하려는 찰나,

뒤늦게 도착한 바트가 대전차용 샷건으로 탱크를 때려눕히고 쿠사나기를 살린다.

쿠사나기와 의체까지 회수한 바트.

하지만 쿠사나기는 이대로 인형사가 깃든 의체에 다이빙하기를 요구한다.

, 인형사의 전뇌에 자신이 들어가보겠다는 것.

그러자 인형사가 서로 융합하는 것은

생명체가 다양한 유전자를 남기는 것과 동일한 생명체의 기본적인 기능으로서,

그것만이 바로 자신이 생명체로 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융합의 끝에는 인형사도,

쿠사나기도 아닌 다른 형태의 무언가가 남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동의하는 쿠사나기.

한편 애초부터 프로젝트 2501’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가

스스로 자각하는 바람에 프로그램이 도망가버리자

이를 아무도 모르게 회수하려 했던 공안 6과는

모든 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인형사와 쿠사나기를 모두 파괴해 버리기로 결정한다.

공중에서 저격수의 총알이 인형사의 의체와 쿠사나기의 머리를 향해 작렬하고,

바트는 자신의 한쪽 팔을 희생하여

쿠사나기기의 전뇌가 담긴 머리를 가까스로 구해낸다.

모든 사건이 그렇게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실종으로 처리된 쿠사나기 소령.

하지만 바트의 집에는 어린아이의 의체를 가지고

쿠사나기의 얼굴을 가진 존재가 숨어 있었다.

인형사와의 융합 이후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 쿠사나기.

이제 어디로 갈 것이냐는 바트의 질문에

그녀는 넓디 넓은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 어디로 갈까? 네트는 넓으니까라는 말을 남긴다.

<자, 어디로 갈까? 네트는 넓으니까... 성인사이트부터 고고씽???>

필자가 스토리를 핵심적인 사건 위주로 나열은 했지만,

아마 이 작품을 한 번도 보지 않은 독자라면

스토리만으로 전체적인 내용이 잘 이해가 안 갈수 있겠다.

하긴 작품을 직접 봐도 이해가 잘 안가는 내용뿐이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이 작품은 아예 처음부터 친절한 해설은

결코 해주지 않는 매우 불친절한 작품이다.

이는 사실 방대한 분량에 달하는 원작의 내용을

2시간짜리 애니메이션에 집어넣어야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 만화 특유의 애매모호한 상황 전개를 통해

계속해서 고뇌하게 만드는 묘한 연출 기법이기도 하다.

, 앞 뒤 설명 탁탁 잘라놓고 핵심 내용만 던져주어서,

앞과 뒤의 내용은 알아서 추측하라는 얘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더욱 매력적이다.

10번은 봐야 그나마 전체적인 상황들이 연결이 되는

이해의 단계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러한 불친절함에 넌더리를 지을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오히려 이런 작품을 선호한다.

한두 번 보고 질려버리는 영화보다는,

여러 번 보면 볼수록 그 내면에 담긴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 더 좋다.

바로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들의 작품 속에 숨겨놓은 여러 비밀들을 알아내는 재미랄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작품이 명작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일지도.

<이 작품의 원작만화. 이미지는 해외판본이다. 쭉쭉빵빵의 쿠나사기가 눈에 띈다>

일단 원작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 작품은 시로 마사무네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는 원래 일본 만화답게 쭉쭉 빵빵 미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메카닉 만화를 즐겨 그리는 SF 만화가이다.

그런데 그의 작품은 남들과 사뭇 달랐는데,

그것은 바로 작품 속에 치밀하게 구성된 설정과 SF 철학적 주제 의식을 담았다는 것.

깊이 뿐만 아니라 설정과 구성에 있어서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에

그는 오시이 마모루라는 어느 한 괴짜 천재 감독의 눈에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게 된다.

그 작품이 바로 공각기동대였다.

본 애니메이션은 원작의 스토리 중 일부를 채택하고 있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오시이 본인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주제 의식을 가장 잘 투영할 수 있는 내용들을 모아서

마치 다른 에피소드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원작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생각만큼 무겁지는 않고

때로는 재미있는 유머코드도 섞여있지만,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면서 이러한 부스러기는 전부 털어내고

철저하게 심각한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차이는 공각기동대의 TV애니메이션 버전인

<공각기동대 S.A.C(Stand Alone Complex)>와 비교할 때 쉽게 드러난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다.

어쨌든 원작을 더욱 심화시켜 결국 역사상 최고의 SF 걸작 애니메이션으로 탄생시킨 오시이 마모루,

그 인간은 대체 누구인가?

쉽게 말하자면 애니메이션을 극강의 리얼리티로 이끈 선구자라고 할 수 있겠다.

<쿠사나기의 탄생 과정. 저 디테일을 보라. 오시이 마모루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오시이 마모루는 일단 자신이 철저하게 작가주의적 정신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험적인 작품도 많이 만들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철학적 코드를 많이 시도하기도 한다.

게다가 여러가지 상징을 심어 넣어서 보이는 것 외적인

무언가 다른 내용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가 이러한 끼를 최초로 본격화한 것은

바로 1985년작 <천사의 알>이다.

도무지 설명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세계관과 캐릭터.

마치 꿈이라도 꾸는 듯한 몽환적인 세상을 보여준 그는,

당시 애니메이션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울 것 같았던 비주얼을 실현하며

일약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그러다가 기어이 일을 터뜨리게 되는데,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 준 희대의 명작,

바로 <기동경찰 패트레이버>가 그것이다.

살짝 상업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또 한번 리얼리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놀라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바로 광각렌즈적 프레임을 도입하여 영화와 같은 질감을 구현했던 것.

여러 편의 극장판과 TV판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오시이 마모루를 최고의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한다.

그런데, 오시이 마모루는 괴짜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대학 때부터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한 경험도 있어서,

실제로 그는 애니메이션 말고도 여러 편의 실사영화를 제작한다.

사실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를 모두 연출할 수 있는 감독은 드물기 때문에,

그의 입지에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장르를

교묘히 짬뽕하는 시도도 해 볼만 한 것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이미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에서 성공적으로 적용되었는데,

문제는 실사 영화에서는 한계가 있었던 것.

그 대표적 예가 2001년작 <아발론>인데,

비록 주제의식은 좋았다고 하나 흥행에서나 평가에서는 졸작에 미치고 말았다.

애초부터 만화다운 발상 자체가 잘 안 먹혔던 것.

게다가 공교롭게도, 역사적으로 일본 영화계에 있어

만화를 모티브로 한 실사 영화는 죄다 죽을 썼다는 것이다.

이 역사의 불문율에 오시이 마모루도 피해가지는 못하였던 듯싶다.

어쨌든 오시이 마모루는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기만의 작가주의 정신을 고집하여

일본 애니메이션계 최고의 하이퍼 리얼리즘 작가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모습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가와이 겐지의 음악.

어딘가 모르게 블레이드 러너와 많이 닮아 있다. 영상도 음악도>

어쩌다보니 스탭에 대한 소개부터 되었는데,

기왕 하는 김에 한 명 더 하자.

바로 오시이 마모루만큼 엄청난 사나이가 스탶에 속해 있는데,

음악을 맡은 가와이 겐지가 장본인이다.

일단 이 작품의 오프닝에서 흘러나오는 귀신이 봉창뚜들기는 듯한 노래를 들어보라.

정말 소름끼치지 않나?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런데 듣다 보면 의외로 매력이 느껴진다.

어딘가 거북하지만 그렇다고 두려운 음악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는 중반부에 쿠사나기가 도시의 암울한 거리를 배경으로

배회할 때 나오는 음악을 들어보라. 참으로 신묘하다.

무언가 마음 속에서 내 고스트가 술렁이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가와이 겐지는 심리음악의 대가이다.

일명 사운드의 심리학자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일찍이 OST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어딘가 거북하면서도

몽환적이고 웅장하면서 매력적인 음악, 피부가 아니라,

오로지 마음으로 소통할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드는 장인이다.

그는 일찍이 오시이 마모루라는 거장과 함께 입지를 굳혔다.

오시이 마모루가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로 자리매김했듯이,

그도 이 작품을 통해 천재적 음악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는 오시이 마모루가 추구하는 몽환적이고 철학적인 주제 의식이

그의 음악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가와이 겐지는 오시이 마모루와 많은 작품을 같이 하게 된다.

<아바론>은 물론이며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의 속편인 <이노센스>의 음악도 그가 담당했다.

필자가 리뷰했던 <엽문>에서도 가와이 겐지가

음악을 맡아 장중한 음악을 선보였다는 것을 강조했던 적이 있다.

게다가 가와이 겐지는 우리나라 영화인 <남극일기>에서도

음악을 맡아 명성을 얻기도 하였다.

참고로 가와이 겐지는 <> 시리즈에서도 음악을 맡아

특유의 소름끼치는 음악을 맘껏 선보이기도 하였다.

<미래에는 이렇게 자신의 뇌를 슬쩍 꺼내서 요리조리 백업도 하고 카피도 할 수 있다는 충격적 설정>

휴우이제는 작품으로 돌아와서 얘기해 보자.

아주 먼 산을 돌아온 듯 한 느낌인데,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이 작품에 대한 고찰은 그야말로 수백페이지의 논문으로도 부족한

엄청난 내용의 것이 될 테니.

하지만, 필자는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철학에 대해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다.

따라서 필자는 이 작품을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 것만을 얘기하고,

나머지 철학적인 요소는 철저하게 다른 이의 글에서 일부 발췌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작품은 누가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철저하게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먼저, 이 작품을 10번 정도 봐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몇 가지 용어나 컨셉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자 한다.

일단 배경이 되는 2029년은

우리가 현재 보편화하고 있는 네트워크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이다.

그래서 지금은 PC나 단말기가 있어야 소통되는 네트워크를 2029년에는

직접 몸에 연결해서 의사소통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기기가 바로 전뇌’(전자 뇌).

감히 인간의 뇌를 어찌 기계로 대체할 수 있을까 싶지만, 어쨌든 설정상 그렇다.

뇌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신체까지 전부 기계로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의체라는 것이 존재한다.

전뇌와 의체의 존재로 인하여 인간의 의식은 데이터화되어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이 가능하다.

서로 랜 선만 꽂으면 PC끼리 원격제어가 가능한 것처럼,

내가 다른 의체로 들어가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전뇌로 자신의 의식을 이동시키는 것을 다이빙이라고 한다.

마치 물 속에 다이빙하는 것과 같이 남의 의식 속에 내가 다이빙한다는 의미이다.

의체화나 전뇌화는 의무 사항은 아닌 듯싶다.

역시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다 보니 그러한 경지에까지 도달한 과학기술 이지만,

쿠사나기가 말하듯이, 고도의 전문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메카닉의 정비를 받지 않고는 오히려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 특수화의 끝에 있는 것은 느슨한 죽음뿐이라는 것이다.

의체화를 하지 않고 전뇌화만 한 인물로 토그사가 등장한다.

토그사는 자신의 그러한 이력이 공안 9과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쿠사나기는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토그사를 뽑았다고 한다.

이 의미에 대해서는 잠시 후에 따로 다루겠다.

<쿠사나기의 듬직한 친구 바트 소령. 뇌의 일부만 빼고 전부 의체화된 터미네이터이다>

쿠사나기와 바트는 전부 의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몸이 손상되어도 금새 다른 의체로 갈아타면 된다.

, 전뇌는 한번 손실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백업을 받아놓았으면 모르겠지만.

그래서 일단 전뇌만 안전하면 충분히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 인간은 기계를 통해 불사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다.

미래의 도시를 관장한는 공안에는 여러 과가 존재하는데,

각각의 임무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9과는 수상 직속의 특수 실행 부대로,

전뇌 네트나 공안 관계의 테러 대책 등의 공적으로는

불가능한 사건의 감사나 해결을 임무로 한다.

특히 이들은 네트워크 윤리나 범죄를 다루기 때문에

공각기동대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공안 9과의 요원들은 대부분 최첨단 의체와 해킹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전뇌에 대해서 좀 더 살펴보면,

애초부터 인간이었던 사람의 의식을 전뇌로 옮긴 것과,

아예 처음부터 기계로 만들어진 전뇌가 있다.

이 중 전자는 어떤 메커니즘이던 간에,

사람의 의식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흔히 영혼으로도 부를 수 있는 고스트가 존재한다.

이 고스트라는 것은 사실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애매하지만,

흔히 자아라는 것을 지각하게 해주고,

생명체로서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내면의 의식을 뜻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기계로 태어난 전뇌는 이러한 의식이 스며들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인공적인 지능이 삽입되기 때문에 고스트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

쿠사나기가 처음부터 작렬해주시는 광학미체

가장 고도화된 의체만의 특수 능력이다.

광학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표피를 바꾸어주는 기능인데,

너무 적용하기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보니 공안에서도

일부 과(9과와 2과만 적용한 것으로 알려짐)만 적용하고 있다.

<왼쪽의 청소부는 자신이 고스트 해킹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삶을 살아간다.

생각해보면 정말고 무섭고 끔찍한미래의 우리의 자화상이아닌가>

모든 사건의 전범인 프로젝트 2501’은 스토리에서도 살짝 설명했지만,

애초에 프로그램으로 태어났다.

맨 처음 등장하는 망명을 요하는 프로그래머가 바로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이다.

프로그램이 지멋대로 날뛰다보니 공안 6과에서 사건을 쉬쉬하기 위해

프로그래머를 해외로 빼돌리려고 했던 것.

어쨌거나 이 프로그램은 비록 유형화된 실체는 없지만,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의식을 어디로든 뻗쳐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 전뇌없는 의식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존재 의의에 대해서는 이따가 다시 다루겠다.

이보다도 더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정의된 용어나 컨셉들이 많지만,

일단 여기까지만 다루기로 하겠다.

이 정도만 알아도 작품을 보는데 지장은 없으며,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속편 <이노센스>에서도

어느 정도 단서로서 작용은 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철학적인 주제로 들어가보자.

무엇부터 다뤄야 할까

이 작품에는 너무나도 많은 암시와 상징이 깔려있어서

하나하나 거론하다가는 끝을 못 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은 이 작품의 메인 사상인 생명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언급하겠다.

이 작품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등장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생명체의 형태는 아니다.

그들은 모두 부분적으로 혹은 전부 기계화되어 있다.

완전한 휴머노이드의 형태를 제외하고 바트와 같이

몸 전체와 뇌의 일부분이 전뇌화되어 있더라도 일단 그들은 생명체로 보인다.

, 쿠사나기는 다르다. 오프닝 장면에서도 보이듯이

쿠사나기는 마치 처음부터 완벽하게 제조된 휴머노이드로 여겨진다.

그래서 과거의 기억이 없는 자아에 대해 늘 끊임없이 고뇌한다.

자신은 진정 생명체로서 존재하고 있는가 하고.

그럼 우리는 무엇을 생명체라고 해야 하는가?

단지 의식만 있으면 생명체인가?

살아숨쉬는 심장이 기계로 대체되고, 뇌는 차가운 금속에 의해 단단하게 바뀌어버려

수많은 전기적 신호들이 오고가게 되어버린 무거운 금속덩어리가 과연 생명체인가?

반대로 의식은 없지만 숨은 쉬고 있는 코마상태의 환자도 우리는 생명체라고 한다.

이는 뇌만 남아있고 의식도 없는 기계 육체를 가지고 있는 존재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

<공안 6과 국장과 프로젝트 2501의 공성방벽 개발자인 닥터 윌리스>

일찍이 생명체의 정의에 대해서 <블레이드 러너>

촌철살인적인 메시지를 제시해 주었다.

레플리컨트로 불리우는 휴머노이드들이

사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자아를 의식하지만,

단지 제조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한된 생명을 부여받고 짧은 삶을 살아간다.

비록 그들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끝내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형사 데커드에게 의미론적인 흔적만을 선사한다.

단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생명체가 아닌 단순한 피조물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상은 유지되는 듯싶다.

외형적으로나 내면적으로 똑 같은 기계의 몸뚱아리를 가지고 있지만,

태생부터가 자연체에서 기계화된 인간과,

애초부터 기계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사이에는

자연적인 탄생과 인위적인 탄생이라는 차이점에서 생명체의 기준이 명확하다.

자연적인 탄생에는 정해진 규칙도,

예측도 불가능하기에 다양성이 존재하지만,

휴머노이드는 정해진 대로 만들어져서 정해진 대로 기억이 주입되기 때문이다.

, 똑 같은 모습과 똑 같은 기억과 똑 같은 의식을 가지고 존재하는 휴머노이드들이

마치 카피된 것처럼 세상에 널려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반부에 가와이 겐지의 음악과 함께 우울한 도시 속을 스치며 지나가는

쿠사나기의 눈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쇼윈도 안의 마네킹이 비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을 시사하는 것일지도.

그런데, 생명이라는 기준에 적용하기 힘든 예외적인 사태가 발생한다.

바로 아주 우연히 자아를 갖게 된 프로젝트 2501’의 탄생.

그는(그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비록 태초에 인간이 만든 규칙에 의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제작된다.

하지만 다양한 네트의 세상을 휘저으며 다니다가 우연히도 버그가 발생하여

스스로를 자각하게 되고, 이에 예상치도 못한 행동을 통해

스스로를 생명체로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드러낸다.

인형사는 공안 9과에 잡혀왔을 때 모든 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의체에 들어간 것은 6과의 공성방벽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만,

여기에 이렇게 있는 것은 나의 의사이다.

하나의 생명체로서 정치적 망명을 요구한다.”

당연히 식겁하는 기존의 생명체들은 인형사를

단순한 자기복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인형사는 보기좋게 기존의 생명체에 대한 정의를 흐트려 놓는다.

“그렇게 말한다면 당신들의 DNA 역시 자기보존을 위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이란 것은 정보의 흐름 속에서 태어난 결절점과 같은 것이다.

종으로서의 생명은 유전자란 기억 시스템을 가지고 사람은

단지 기억에 의해 개인일 수 있다.

설령 기억이 환상의 동의어였다고 해도 사람은 기억에 의해 사는 법이다.

컴퓨터의 보급이 기억의 외부화를 가능하게 했을 때

당신들은 그 의미를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했다.”

생명체라는 증거가 없다는 말에 인형사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의 과학은 생명을 정의할 수 없으니까

나는 정보의 바다에서 발생한 생명체다.”

<쿠사나기는 자신의 육체를 파괴함으로써 비로소 자신을 버릴 수 있게 된다. 이는 변이를 위한 필요 과정이다>

인형사의 정의에 따르면 인간은 DNA라는 유전자 코드를 통해

자신의 기억을 후세에 남기고, 그 기억을 물려받은 후세는

결국 또 하나의 인간으로서 생명체로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개의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그 또한 자신의 기억을 어떠한 방법으로든 남길 수 있다면

그것도 생명체로서의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복제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일까?

이에 인형사와 쿠사나기가 마지막 장면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자.

“어떤 것을 이해하고 나서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자신을 생명체라고 말하였지만,

현 상태로는 아직 불완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시스템에는 자손을 남기고 죽음을 얻는다는

생명으로서의 기본과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복사를 남길 수 있잖아."

"복사는 복사에 지나지 않는다.

겨우 한 종류의 펄스에 의해 전멸할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고

무엇보다도 복사로는 개성이나 다양성이 생기지 않는다.

보다 존재하기 위해서, 복잡 다양화하면서 때로는 그것을 버린다.

세포가 대사를 반복하고 다시 태어나면서 노화하고 죽을 때까지

대량의 경험 정보를 지 우고 유전자와 모방자만을 남기는 것도

파국에 대한 방어기능이다."

"그 파국을 피하기 위해서도 다양성이나

흔들림을 가지고 싶은 것이군요. 하지만 어떻게...."

, 생명체란 하나의 기억에 의해 존재하지만

그 기억이 다음 세대에 100% 똑같이 전이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버려지고 일부는 다른 개체의 기억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전이되는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기억과 기억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다양성의 창조가 발생됨으로써 비로소

생명체라는 자격이 주어진다고 본 것이다.

현재의 우리는 정자와 난자의 배합에서 발생하는

부모의 유전자간의 변이로 인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육체를 기계로 대체한 미래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란

결국 새로운 형태의 유전자의 변이를 가져오게 하였다.

그 유전자가 반드시 DNA라는 단백질 덩어리일 필요는 없어진 것이다.

왜냐하면 기계의 몸을 가지게 된 인간은 더 이상 체내에

DNA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그나마 인간 본연으로서 가지고 있던 증거물,

바로 의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변이를 꾀한다.

오로지 정신체로서만 존재하던 인형사에게 유일한 기억의 도구는

바로 그 스스로의 의식이었고,

쿠사나기 역시 스스로 고뇌하게 만드는 의식만이

유일한 생명체로서의 증거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인형사는 왜 하필 융합의 대상으로 쿠사나기를 선택하였을까?

재미있게도 인형사는 쿠사나기를 직접 만나기 위해 공안 9과에 오고,

아예 대놓고 융합하고 싶다는 말로 프로포즈를 한다.

이를 암시하는 대사가 공안 9과의 멤버들 사이에서 오고 간다.

“인형사 녀석 왜 9과로 들어갔지?”

“어쩌면 짝사랑의 상대라도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군…”

사랑이 반드시 육체적인 교감만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우리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정신적인 사랑의 개념을 알고 있었다.

흔히 플라토닉 러브라고 불리어지는 순수한 정신적 사랑을 말이다.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또다른 자신과 하나가 되는 이 장면은 많은 것을 암시한다>

인간은 후세를 남기기 위해 상대를 찾아야 하는데,

그 동기가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어쩌면 사랑은 인류가 수 세대를 거쳐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연적인 행위였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자면 인형사의 쿠사나기에 대한 집착은

바로 플라토닉 사랑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사랑을 통해 자신의 흔적을 다음 세대에 남기고 싶어한 것인지도.

이는 지극히 우리와 너무도 닮아있다.

인형사의 행위는 그 자체로 이미 생명체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쿠사나기는 이 사랑을 기꺼이 받아준다.

그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사랑에 대한 대가를 알고 있었다.

사랑은 늘 두려움과 불안을 가져오지만 희망과 기쁨도 가져온다.

이는 내가 다른 세상으로 또 다른 존재로 각성하게 될 때도 마찬가지로 느낀다.

우리는 비록 기억하지 못하지만, 분명 우리는 태아일 때

어머니의 뱃속에서 이러한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희망과 기쁨을 예상할 것이다.

쿠사나기는 비록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이러한 느낌을 아주 자주 느끼곤 한다.

바로 휴가 시간에 즐기는 다이빙.

그녀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트에게 이런 말을 한다.

“두려움, 불안, 고독, 어두움그리고 어쩌면 희망?

해면으로 떠 올라갈 때 지금과는 다른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그런 느낌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

쿠사나기는 최후의 순간에 인형사와의 융합을 앞두고 두려움과 불안 등을 느끼지만,

어쩌면 정말 자신 앞에 펼쳐질지도 모르는 희망에 모든 것을 건다.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다이빙하고 나서 정말 다른 자신을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바다가 상징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이미 인형사는 자신을 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라고 소개하였고,

쿠사나기는 실제로 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자신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녀는 실제로 다이빙을 통해 인형사와 융합함으로써 새 존재로 거듭나게 된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 태초의 생명체는 바로 바다에서 탄생하였다고 한다.

그만큼 바다는 이 작품에서 생명체로서 탄생하는

가장 기본적인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인형사의 탄생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인형사는 자신이 우연히 정보의 바다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우연히라는 표현이 상당히 중요한데,

인간을 비롯해 모든 종은 바로 기억이라는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우연한버그에 의해 새롭게 진화하게 된다.

아니, 태초에 아무런 생명체도 없던 바다 속에서 그야말로

우연히 생명체가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연히라는 표현은 그 대가로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바로 생명체가 가지는 기본적인 조건임을 뜻한다.

<필자는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을 심도있게 고민하는 것을 좋아한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먹는다>

, 이제 쿠사나기는 그 우연한계기를 통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는 계단 앞에 섰다.

이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탱크와의 격전에서 탱크가 쏜 발칸이

진화계통도가 그려진 벽을 타고 박히며,

종의 최상위 단계에서 멈추는 장면이다.

현재 인류를 대표하는 종까지 그려진 그 진화계통도 상위에 새롭게 오를 수 있는 종,

그것이 바로 쿠사나기인 것이다.

그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쿠사나기는 그 암시를 통해 인형사와의 융합으로

새로운 종으로서의 탄생을 기도한다.

<블레이드 러너>가 이러한 고뇌에 찬 존재들이

그 새로운 도약의 계단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던 반면,

<공각기동대>는 아주 친절하게도 그 계단을 짚고 올라선다.

그 후에 새로운 의체를 가진 쿠사나기는 새로운 목소리를 선보이며

자신이 과거의 쿠사나기가 아님을 시사한다.

바트는 쿠사나기가 맞느냐는 질문을 던지지만,

쿠사나기(어쩌면 다른 존재일지도 모르는)는 이와 같이 대답한다.

“바트. 언젠가 바다 위에서 들은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어?

그 말의 앞에는 이런 대목이 있어.

어린 아이일 때는 말하는 것도 어린 아이처럼...

생각하는 것도 어린 아이처럼...

논하는 것도 어린 아이처럼이지만

사람으로 되기에는 어린 아이인 것을 버리도다.

여기에는 인형사라고 불리는 프로그램도 소령이라고 불린 여자도 없어.”

이제 새로운 종으로서 거듭나게 된 쿠사나기는,

이제 자신이 생명체로서 할 수 있는 권리,

즉 자신의 흔적을 세상에 남기기 위해 네트로 둘러싸인 세상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어느 정도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았지만,

동일한 주제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식은 정말로 다양하다.

타인의 글을 보면 니체의 초인적 삶과 허무주의로 접근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데카르트식 성찰의 발전 단계로 보는 사람도 있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는 사람도 있다.

모두 다 맞는 말 같기도 하지만,

일단 철학사조가 튀어나오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이해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재미있게도 오시이 마모루는 바로 이러한 불친절함을 작품 곳곳에 숨겨놓았다.

작품의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몇몇 명언이나 문구가 인용되는데,

하나같이 처음 듣는 말들뿐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설명조차 없다.

, 알아서 해석하라는 의미이다.

이 명언들을 하나씩 의미에 대해 심도있게 분석하려면

스스로가 이미 이 작품의 매니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광학미체까지 쓸 줄 아는 초강력 탱크. 이는 새 존재로의 도약을 위한 하나의 도전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불친절함은 아예 속편격인 <이노센스>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이 작품은 그야말로 인용문의 줄줄이 비엔나 소시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아주 심각하게 등장한다.

어쨌든 오시이 마모루 특유의 기법이니만큼

결코 하나의 표현 조차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여러가지 인용문 외에도 오시이 마모루가 숨겨놓은 또 하나의 장치는

바로 자신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어떤 캐릭터인지 잘 모르겠다면,

청소부가 자신의 딸래미의 사진이라고 들고 있던 그 사진 속에 있었던

진짜 피사체를 유심히 보라.

사실 그건 바셋 하운드 종의 강아지이다.

그런데 그 강아지가 중반부에 쿠사나기가 도시를 방황할 때

곤도라의 다리 위에서도 모습을 드러낸다.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다.

오시이 마모루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 강아지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인식하지 않으면 그냥 상황설정이겠거니 하겠지만,

사실 이 강아지는 오시이 마모루의 마음이 듬뿍 담긴 창작물이다.

이유는 단 하나, 오시이 마모루가 개를 좋아하기 때문.

여기에는 오시이 나름의 의미가 있겠지만,

추측하건데 온 역사를 통틀어 가장 객관적인 인류의 관찰자로

개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덧붙여 재미있는 사실은 실제로 오시이 마모루가 바셋 하운드를 키우고 있다는 점.

쿠사나기와 바트, 토그사라는 3명의 사로 다른 인물이 암시하는 바도 재미있다.

이들은 똑 같은 공안 9과 요원이지만, 삶의 방식은 다르다.

쿠사나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보다 나은 인류로서,

아니 궁극적으로 생명체로서 도약하기를 꿈꾸고,

반대로 바트는 이미 궁극의 의체화 단계에 이른 상태에서

더 이상의 도약을 거부하고 그대로 남으려 한다.

그런데 토그사는 아예 의체화도 진행하지 않고 순수하게

오리지널만을 고집하는 구시대적 인물이다.

그렇다면 이 셋 중 가장 멍청한 사람은 누구일까?

흔히 생각하면 의체화를 하지 않은 토그사가 제일 멍청해 보인다.

다들 의체화를 하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쿠사나기는 특수화의 끝에 있는 것은 느슨한 죽음이라고 하였다.

이미 쿠사나기는 그 특수화의 끝에 있었기 때문에

도약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하지만 토그사는 아직 특수화의 끝에 와있지 않다.

그는 여전히 약한 존재로서 군림한다.

하지만, 그 약함이 내면의 강함을 불러일으킨다.

살고자 하는 욕망, 살아야겠다는 끈질김,

조금이라도 다치면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집착,

그런 것들이 때로는 생명력을 불러일으킨다.

<쿠사나기와 융합을 원하는 인형사의 눈빛은, 쿠사나기의 그 무엇과 무척 닮아있다>

<매트릭스>에서 이 것을 풍자하는 에이전트 스미스의 대사는 가히 압권이다.

매트릭스를 편한 세상으로 만들어 주었더니 모두 인간들이 죽어버렸다는 것.

, 인간은 편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생명력을 잃고 느슨한 죽음을 기다린다.

오히려 불안정한 상태여야 생명력을 얻고 존속하게 된다는 것이다.

토그사의 그러한 생명력 때문에 쿠사나기는 어쩌면 그를 부러워했을 지도 모른다.

토그사는 또한 자신이 지켜야 하는 아내와 자식이 있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그는 완전한 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

가족은 생명력의 또 다른 근원이 되기도 한다.

쿠사나기에는 없는 과거의 기억과, 가족, 그리고 평범한 삶.

그것은 바트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고, 오직 토그사만이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쿠사나기는 토그사를 공안 9과로 특별히 모셔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깊은 속뜻을 모르는 토그사는 자신이 쿠사나기를 대신해서

바트와 호흡을 맞추기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갈등을 품게 된다.

그러한 갈등은 아주 미약하게 드러나지만,

속편에서는 아주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만다.

밝혀지지는 않은 사실이지만, <천사의 알> <공각기동대>

인류의 진보라는 차원에서 하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코드를 이해한다면,

극 중 캐릭터의 묘한 일치가 신선하게 느껴진다.

우연일지, 아니면 의도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천사의 알>에서 마지막에 여인으로 숙성(?)하는 소녀의 모습이

<공각기동대>에서 인형사가 들어간 의체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하다.

둘 다 보다 나은 존재로 전이한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과연 이 것은 작가의 의도일까?

그런데, 또 자세히 보면 인형사의 의체와 쿠사나기의 얼굴에서 닮은 부분이 있다.

처음에 사고가 난 직후 실려온 의체의 얼굴에서는 안 보이다가,

갑자기 인형사의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부터 그 얼글표정과 인상은

쿠사나기의 그것과 너무도 닮아 있다.

, 인형사가 쿠사나기에게 우리는 서로 닮아있다라는 말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려는 듯이 그 외모마저 닮게 그렸다고나 할까.

에고너무 무거운 얘기들만을 꺼내왔다.

아마 많은 독자들이 여기까지 읽지 않고 중간에 읽다가 지루해서 사이트를 닫았을지도.

어찌되었든 여기까지 읽어준 독자들에게 더 이상 무거운 얘기는 없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면서, 이제 다른 얘기로 넘어가보겠다.

흥행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이 작품은 1995년 일본에서 개봉 직후 정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애니메이션 치고 블록버스터로 인식될 만큼 엄청난 액수가 투입되었지만,

이를 상회하고도 남을 정도의 돈을 벌었다고 하니 말은 다했다.

그런데, 이 기세를 몰아 과감히 공략한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히려 기대 이하의 성과를 냈다.

애초에 이 작품은 일본 시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 진출이라는 동시 목표를 가지고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유럽의 공동투자자를 영입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왜 이런 푸대접을 받았을까?

추측컨데 아마도 시대를 초월하는 진보적 주제의식이

단순한 서구인들의 머리에 들어가기엔 너무도 과분이 아니었다 싶다.

일찍이 <블레이드 러너>가 보여준 행보처럼,

이 작품도 서구인들에게는 너무 낯설고 두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자격당하기 직전 쿠사나기는 하늘로부터 천사를 보게 된다.

이는 새 존재로서의 도래를 뜻하는 하늘의 축복인가?>

국내에서는 당시 일본만화가 정식 수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둠의 루트를 통해 암암리에 배포되었고,

이미 그 영향력은 파괴적일 정도로 뻗쳐있게 되었다.

그러다가 20세기 들어 일본문화가 일부 개방되면서

이 작품도 드디어 정식으로 국내 극장에 걸리게 된다.

바야흐로 작품의 탄생 이후 6년만의 일이었다.

뭐 이미 볼 건 다 본 사람들이었으니 기대만큼

극장 흥행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서 이토록 충격적인 작품이 극장에 걸렸다는 것은

이 작품이 얼마나 가치가 있었던가를 알 수 있는 좋은 대목일 것이다.

여하튼 일본에서는 대 인기 폭발이었던 지라,

이후 TV판으로도 제작이 이루어져 2004년에

26부작의 TV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S.A.C>가 탄생한다.

이 작품은 극장판 공각기동대와는 전혀 달리 철저하게 원작이 형식을 따라간다.

이야기도 전혀 다른 구도이기 때문에 TV판을 극장판의 뒷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예 별개의 스토리와 설정으로 이해하고 봐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TV판에는 인격적으로 고뇌하는 쿠사나기의 모습이라던가

어딘가 모르게 특수화의 끝에서 느슨한 죽음에 두려워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사건을 해결하는 당차고 기운센 천하무적 여걸 소령으로 보일 뿐이다.

대신 바트나 토그사, 이시카와, 사이토, 보우마 등등

공안 9과의 많은 식구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재치넘치는 요소가 많다.

특히 극장판에서는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는 다치코마라는

인공지능 전투유닛들이 펼치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그것.

오히려 이들이 각기 다양한 개성을 보여주며 때로는

극장판의 쿠사나기가 보여주었던 자아에 대한 고민을 대신 보여주기도 한다.

TV판은 각 에피소드마다 하나씩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과연 미래에 우리가 처하는 철학적, 윤리적, 도덕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사색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시 TV판답게 많이 무겁지는 않다.

대신 스마일맨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극장판의 인형사와 유사한 컨셉을 심어주면서

시리즈 전반에 걸쳐 커다란 문제의 줄기를 형성한다.

하지만 역시 무게감에 있어서는 인형사에 비하면 보행기타고 다니는 어린아이 수준.

<공각기동대 TV판인 S.A.C. 쿠사나기의 꿀벅지가 도드라지는 도발적인 외모와 자태가 참으로 눈물겹다.

변강쇠가 된 듯한 바트의 저 모습은 더욱 안습...>

TV판에서 그나마 매력적이라고 느낀 요소는,

공안 9과와 그에 얽힌 정치적 사건으로 인해 멤버들이 위기에 처한다는 점이다.

결국 시리즈 막판에서 공안 9과는 내부의 정치적 음모로 인해 산산이 흩어지지만,

바로 이 부분이 원작만화에서 나름 비중있게 다룬 부분이다.

TV판은 이후 <공각기동대 S.A.C 2nd GIG>를 내놓으며

그 이후의 이야기를 또 다시 26부작의 스토리로 담아내고 있다.

보다 강화된 주제의식과 액션, 그리고 정교화된 스토리는

또 다른 쿠사나기에 대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도 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또 다른 극장판 <공각기동대 S.A.C – Solid State Society>를 제작한다.

혹자는 이를 <이노넨스>의 후속편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TV판의 설정을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애초부터 극장판으로 제작된 <공각기동대> <이노센스>

원작에서 완전히 멀어져 오시이 마모루만의 작품이 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TV판이 얼마나 오시이 마모루스럽지 않은가는 음악 감독이

가와이 겐지가 아닌 칸노 요코라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캐릭터 일러스트까지 너무너무 다르다!!

(쿠사나기 소령은 원작만화의 쭉쭉빵빵 매력녀의 모습을

TV판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이노센스>에 대해서는 따로 리뷰를 통해 소개하도록 하겠다.

아무튼 여러 뿌리를 내딛게 된 이 작품은 공교롭게도 2008

100% 디지털 복원과 수정을 통해 블루레이 플랫폼으로 새롭게 출시되는데,

놀랍게도 첫 부분의 쿠사나기가 자유낙하하는 장면과,

바다에서 다이빙을 즐기는 장면이 100% CG처리가 되었다.

그래픽의 퀄리티야 아주 우수하지만,

문제는 되려 아날로그 냄세가 풀풀 풍기는 작품에 갑자기 디지털 CG

서로 섞이지 않은 짬짜면과 같이 어우러져 있어서

어딘가 모르게 찝찝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역시 매니아들인 이 장면에 대해 질타를 퍼부었고,

이에 블루레이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퇴보한 작품으로 평가받게 된다.

참고로 이미 쿠사나기에 대한 CG 모델링은 TV판의 오프닝에서 시도되었지만,

아무래도 극장판에서는 CG화 자체가 전체적인 무게감을 떨어뜨린다는 느낌이 강했다.

<애니메이션 영상의 또 하나의 진일보를 기록했다는 이노센스. 저 실사같은 영상미를 보라>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서 다른 영화의 오마쥬가

깃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자 한다.

쿠사나기가 자유낙하하는 장면, 너무도 유명한 이 장면은

이미 다른 영화에서 연출된 장면이다.

바로 뤽 베송 감독의 < 5 원소>에서 밀라 요보비치가

건물 아래로 뛰어내리는 장면으로 나온 것.

이에 오시이 마모루는 자신이 존경하는 뤽 베송 감독에 대한 오마쥬라고 인정하였고,

뤽 베송 감독도 그러한 점에 감사하기라도 하듯

자신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을 존경한다고 하였다.

오시이 마모루에 대한 존경은 비단 그 뿐만이 아니다.

<터미네이터>로 인류의 정신을 아찔하게 만든 제임스 카메룬 감독

역시 오시이 마모루 감독을 극찬하였고,

<매트릭스>로 인류의 두뇌를 뒤흔들어놓았던 워쇼스키 형제 역시

<공각기동대>의 매니아라고 인정하며 수 많은 요소를

<매트릭스>에 그대로 따왔다고 하였다.

이제 대부분의 SF철학자들은 <블레이드 러너>에서 인류 최초의 고민을 보았고,

<공각기동대>를 통해 문제의 해결에 대한 진보적이고도 심화된 프로세스를 보았으며,

<매트릭스>를 통해 문제의식을 어떻게 대중에게 호소해야 하는가를 보았다.

이 계보를 이어 과연 다음 번에는 어떠한 작품이 탄생하여

또 한번 우리의 대뇌를 후려칠까?

이미 3개의 작품으로 자아정체성과 존재론적 의미에 대한 고뇌를

항상 대뇌에서 떨쳐버릴 수 없게 된 필자이다.

끝없이 고민하고 사색하고 연구하고 알고자 노력하여도 알 수 없는 영역,

바로 그 영역에 필자가 떨구어져 버린 계기가 바로 위의 세 작품인 것이다.

이미 빠져버렸으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겠다.

이제는 이러한 사색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왜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느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충고하겠지만, 맞는 말이다.

이러한 사색은 밥도 안 먹여주고 돈도 안 벌어다 준다.

하지만 필자는 재미있다.

어쩌면 두려움, 불안, 어두움의 단계를 벗어나 어쩌면 희망이라는 꿈을 가지고

보다 나은 존재로서의 전이를 위해 꿈꾸는

쿠사나기의 환영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픈 유어 아이즈'의 엔딩과 '제5원소'의 자유낙하 장면을 연상케 하는 명 장면>

니체는 말하였다. “너 자신을 스스로 불길로 태우고자 해야 한다.

먼저 재가 되지 못할 때 네가 어떻게 새로워지길 바라겠는가?”라고.

나 자신을 버리고 초인으로서 각성해야 비로소 참된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제 여러분도 준비되었는가?

새로운 나로서 거듭나기 위해 두려움과 불안과 어두움을 받아들일 준비를.

posted by 미까 2009. 8. 13. 13:25

아이스 에이지 3: 공룡시대 (Ice Age: Dawn Of The Dinosaurs)

지구상의 역사에 있어 늘 인간이 주인공이 되어오진 않았다.

인류가 호모사피엔스스러운 모습을 가지기 시작한 무렵부터 비로소

지구는 인간의 주 무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어떠한 생명체들이 지구를 지배하였던가?

가장 대표적 존재가 바로 공룡 되시겠다.

그런데, 공룡과 인류는 동시대의 존재물이 아니었던 바,

빙하기를 기점으로 공룡과 인류의 시대를 구분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공룡이 멸종되어가고,

인류가 막 생존의식을 번창하려 할 즈음에는 어떠한 다른 동물들이 존재했을까?

바로 그 듣보잡 동물들이 판을 치는 초절정 슬랩스틱 코믹 애니메이션이 있나니,

바로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 되겠다.

<대사 하나 없지만 주옥같은 연기를 펼치는 터줏대감 스크랫이 적나라하게 등장>

#1. 3편까지 제작된 대단한 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 1편이 개봉된 이후 제작비의 6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익을 올린 초대박 히트작이 되면서,

아이스 에이지는 슈렉 시리즈와 더불어 CG 애니메이션계의

새로운 시리즈로 거듭나기 시작하였다.

빙하기를 배경으로 한 1편은 지금으로부터 약 2만년 전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했던 시기에 인간과

검치 호랑이 무리의 갈등으로 비롯된 사건에서 시작된다.

검치 호랑이의 일원인 디에고는 인간을 공격하고,

그 와중에 한 엄마가 아이를 살리려다 물에 빠지면서

아이를 나무늘보 시드와 맘모스 매니에게 맡기게 된다.

시드와 매니는 아이를 인간에게 돌려주기 위해 여행을 시작하고,

일행으로 가장해 스파이로 잠입한 디에고는 자꾸만 일행을 엉뚱한 곳으로 유인한다.

하지만 장난꾸러기 사고뭉치 시드의 계속되는 엽기행각과

아기 로산의 깜찍한 행동 등 여러가지 사건이 계속되면서

이들 넷은 차츰 가까워지게 되고,

마침내 검치 호랑이의 함정까지 다다른 일행들 앞에서

디에고는 결국 의리를 택하고 로산을 구한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은 인간의 무리를 만나 로산의 아빠에게 로산을 무사히 돌려준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세상은 마침내 빙하기를 맞이하게 된다.

캐릭터를 더욱 업그레이드한 2편은 빙하기가 지나고

얼음이 녹으면서 겪게 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이제 한 식구가 된 매니와 시드, 그리고 디에고는

다른 동물들과 어울리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 날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대홍수가 발생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되고,

모든 동물들이 생존을 위한 대이동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매니는 맘모스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자신이 최후의 맘모스가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종족보존의 사명에 불타게 된다.

대이동 중 만나게 된 앨리라는 암컷 맘모스로 인하여 종족보존의 위기를 벗어나지만,

문제는 앨리의 정신상태가 영 아니올시다였던 것.

자신을 주머니쥐라고 생각하는 앨리 때문에 매니는 계속되는 작업질에 실패를 한다.

한편 계속 덮쳐오는 대홍수의 위기 속에서 일행들은 방주에 도달하지만,

밀어닥친 홍수와, 이를 틈타 식욕을 채우려는 육식어류로 인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매니는 목숨을 걸고 위기에 빠진 앨리를 구하고

일행은 마침내 무사히 방주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맘모스임을 깨달은 앨리는 매니와 사랑의 결실을 맺고 만다.

<그 짧은 시간동안 빙하기와 해빙기를 모두 만끽한다는 설정은 도무지 납득이...>

1편에서 인간이 아닌 동물들을 내세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동물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선함을 안겨주고,

마지막에 아기 로산을 인간에게 되돌려주는 장면에서는

눈망울에 대홍수까지 일으키는 감동을 안겨주기도 하였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강타한 1편은 그야말로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CG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지표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던 다른 CG애니메이션들이 감동보다는

재미나 비주얼에 초점을 맞춘 반면, 아이스 에이지는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실현했다는 데서 보다 큰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2편에서는 재미는 업그레이드되었지만,

감동은 많이 축소된 경향이 짙었다.

오히려 매니와 앨리의 러브라인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감동적인 요소는 배제가 되었던 것.

하지만 앨리의 엽기적인 행각과, 주머니쥐 브라더스의 스테레오 슬랙스틱 개그는

1편을 능가하는 재미를 안겨주었다.

, 그렇다면 계속되는 초절정 인기를 유지해 온 아이스 에이지의 3번째 작품은

어떠한 스토리를 담고 있을까? 살짝 알아보자.

<1편에서는 고작 3마리에 불과했던 동물들이 3편에서는 무려 6마리로 늘었다>

#2. 스토리 - 포유류 6마리의 쥬라기 공원 탐방기

전편에서 러브라인이 성공적으로 구축된 매니와 앨리는

드디어 종족보존의 염원을 실현하기라도 하듯 2세를 잉태하기에 이른다.

매니는 태어날 아이를 위해 놀이동산을 짓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한편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시드는 자신도 부모가 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고,

무료함에 빠져 검치 호랑이로서의 면모를 잃어만 가는 디에고는

자신만의 삶을 위해 떠날 것을 결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밖을 거닐던 시드는 실수로 지하동굴로 빠지게 되고,

그 곳에서 집채만한 알 3개를 발견하고 홀라당 꺼내온다.

야심차게 들고 왔으나 매니에게 실컷 욕먹은 시드는 알을 되돌려 주려다

잠시 하룻밤을 지새우게 되고, 다음날 알이 모두 깨져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알에서 나온 새끼는 다름아닌 공룡의 새끼.

그것도 보통 공룡이 아니라, King of 공룡이라 불리우는 티라노 사우르스의 새끼였던 것.

하지만 동물들의 본능답게 시드를 엄마라고 생각한 3마리의 새끼 공룡은

시드를 따라 마을로 돌아오게 된다.

시드는 아이들에게 매니가 마련한 놀이동산을 보여주지만,

이내 모든 마을의 새끼 동물들이 몰려들면서 사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새끼 공룡들은 다른 새끼 동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기에 이르고,

더욱이 꿀꺽 먹어치우는 초엽기 행각까지 벌이게 된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 놀이터. 뒤늦게 도착한 매니는 시드를 혼내키고,

시드는 새끼공룡들을 감싸기에 혼신을 다한다.

그러던 중, 거대한 그림자가 마을을 뒤덮으니,

바로 새끼공룡의 엄마 티라노 사우르스가 새끼를 찾기 위해 마을에 온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자기보다 더 큰 동물은 없을거라던 매니는

공룡의 자태에 그만 넋을 잃고, 엄마 공룡은 새끼 3마리와 시드를 입에 물고

그대로 지하동굴로 돌아가버린다.

사건이 이렇게 되었으니 매니와 앨리는

주머니쥐 브라더스와 함께 시드를 되찾기 위해 지하동굴의 세계로 들어가고,

그 곳에서 온갖 공룡들이 서식하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감탄도 잠시, 무시무시한 육식공룡의 위협에 쫓기게 된 일행은

부랴부랴 도망가기 바쁘고, 깜짝 등장한 디에고 덕에 잠시 위기를 모면한다.

그리고 갑자기 등장하는 엉뚱한 캐릭터,

애꾸눈의 칼잡이 호랑이 벅이라는 친구이다.

이 무시무시한 공룡 세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4발 달린 포유류 동물인 벅은,

시드를 찾는데 도와달라는 매니와 앨리의 부탁에 의해

그들을 멀고 먼 미지의 공룡세계로 안내하기에 이른다.

<시드를 엄마로 알고 조그만 행동 하나도 똑같이 따라하는 새끼 공룡 3형제.

시드는 이들의 이름을 한리, "둘리", 셋리라고 지었다고 한대나 뭐래나...>

한편 시드는 공룡 엄마에 의해 새끼 공룡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지만,

아직도 시드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새끼 공룡들에 의해

시드는 겨우겨우 목숨을 구하고 새끼 공룡들의 베이비시터로 활약하게 된다.

그런데, 이 막강한 엄마 티라노 사우르스에게도 무서운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루디라 불리우는 거대한 흰색 공룡(악어를 닮은 알비노 스코미무스로 여겨짐)이다.

루디의 위협에 엄마 티라노 사우르스는 새끼와 시드를 데리고 도망을 가지만,

중간에 그만 시드를 놓치고 만다. 뒤이어 시드는 루디에게 쫓기게 되고,

용암폭포까지 다다르게 된 시드는 용암강을 흐르는 바위에

겨우 몸을 싣고 목숨을 건진다.

좌충우돌 사고 끝에 벅의 도움으로 열심히 용암폭포까지 다다른 일행은

공중전까지 겪으면서 겨우겨우 시드를 구출하기에 이르고,

랩터의 위협에 빠지게 된 매니 일행은 출산의 막바지에 임박한 앨리를 보호하기 위해

매니와 디에고의 환상 호흡을 연출하기에 이른다.

드디어 루디가 등장하고, 벅은 자신의 한 눈을 앗아간 루디에게

복수의 칼을 꽂기 위해 최후의 대결을 펼치게 된다.

모두의 노력으로 루디의 움직임을 봉쇄하지만,

그도 잠시, 시드의 실수로 다시 루디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일행은 위기에 닥친다.

그 때 엄마 티라노 사우르스가 기습을 하여 루디를 벼랑 끝으로 떨어뜨리고,

마침내 평화를 찾는 일행.

시드는 엄마 티라노 사우르스에게 새끼를 잘 돌봐달라며 부탁을 하고,

멀어져 가는 새끼 공룡들과 인사를 하며 일행은 지상으로 향하는 길을 재촉한다.

그리고 지하동굴의 입구까지 다다르게 된 일행은,

벅에게 같이 지상으로 나가자고 제의하고 이를 고민 끝에 받아들이는 벅.

모두가 조심조심 하나씩 지상으로 빠져나가고

마지막에 벅이 나갈 차례가 되었을 때,

지하동굴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포효가 울려퍼진다.

순간 귀가 번쩍이는 벅. 그 포효는 바로 루디의 것.

아직 루디가 죽지 않았음을 깨달은 벅은,

루디가 있는 한 자신은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다면서 다시 남을 것을 얘기한다.

사나이로서의 긍지를 안고 살아가던 디에고에게 있어

그 누구보다도 그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었기에

디에고는 벅에게 어서 가보라고 하고 최후의 인사를 건낸다.

새롭게 탄생한 매니와 앨리의 2.

그리고 다시 사나이의 긍지를 되찾은 디에고.

염원하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었던 시드까지.

이 모두는 또다시 새롭게 펼쳐질 모험과 미래를 생각하며 우정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등장부터 초 엽기를 자랑하는 애꾸눈 벅. 단순 나부랭이는 절대 아니다>

#3. 보다 풍성해진 스토리와 설정

, 스토리를 보면 3편은 전혀 색다른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됨을 볼 수 있다.

물론 주인공들의 모험과 여정은 변함이 없는 기본 메뉴이지만,

그 메뉴를 맛있게 받쳐주는 사이드 메뉴들이 새롭게 마련되었다는 의미이다.

1편에서는 우정의 형성과 인간과의 조우라는 부분이었고,

2편에서는 러브라인 형성이 그러하였다.

3편에서는 보다 풍성해져서, 가족애, 우정, 공룡의 등장 등이

적재적소에서 감칠맛을 제대로 내주고 있는 느낌이다.

1편에서 살짝 인간의 아이인 로산을 통해 가족애의 감동을 건드렸던 것을,

3편에서는 아예 매니와 앨리의 2세 탄생이라는 연출로 가족애를 또 한번 자극하고 있다.

게다가 공룡 새끼들까지 등장하면서 잔인무도할 것만 같은 티라노 사우르스에게도

가족애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라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보여줌으로써

가족애를 물씬 강조하고 있다.

물론 그 강도는 1편보다는 약하다는 느낌이지만,

3편의 전체적인 주제는 가족애이지 않을까 싶다.

공룡의 등장은 의외의 요소이다.

사실 맘모스는 공룡이 멸망한 이후의 신생대에 존재했던 대표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시대적으로는 맞지가 않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빙하기에서 살아남은 공룡들이

지하 세계에서 자기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존재하고 있음을 통해

예외적인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비록 고증에 있어서는 다소 억지가 있겠지만,

재미라는 요소를 부각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예외적인 연출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얼래? 이건 왠 19금 시츄에이숀? 드디어 스크랫에게도 해뜰 날이 온 것인가??>

공룡의 등장으로 인해 전편보다 훨씬 풍부한 컨텐츠가 가능해졌는데,

사실 맘모스보다 강한 적은 없었다라는

전편의 설정을 무참히 깰 수 있었던 것도 재밌는 요소이다.

디에고도 검치 호랑이이기 때문에 사실 공격력에 있어서는 최상급 레벨인데,

육식공룡의 등장으로 인해 디에고도

이빨빠진 호랑이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들의 모험이 아슬아슬하면서도 스릴이 넘친다.

#4.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박진감 넘치는 특수효과

이번 작품에서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놀라운 특수효과.

사실 CG 애니메이션의 한계가 무한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기존에 보여주었던 기법하고는 확실히 다른 혁신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서 디에고가 사슴을 쫓는 장면은

카메라 앵글을 쫓기는 사슴의 동선에서 바라보며 마치 실제로

내가 같이 움직이는 듯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정말 리얼하고 박진감넘치는 비주얼을 선사하고 있다.

디에고가 공룡 알을 놓치면서 눈 위에서 눈썰매를 타는 장면도 역동적이며,

벅이 익룡을 타고 공중전을 펼치는 장면도 정말로 센세이션하다.

이 모든 것을 3D 촬영기법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3D 전용 상영관에서 보면 박진감이 더욱 대단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는 안타깝게도 3D로 보지 못했으니

(집에서 DVD나 기타 매체로 시청할 경우에는 3D를 어떻게 체험할 수 있단 말인가)

공중전의 재미는 기존 작품에서는 연출할 수 없었던 액션.

익룡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였는데,

박진감 넘치는 연출도 뛰어나지만, 마치 실제 전투기들의 공중전을 연상케하는

패러디성 연출이 더욱 유쾌하다.

역시 패러디만큼 재밌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저 콧잔등의 미세한 땀구멍이 보이는가? 그야말로 놀라운 그래픽 기술력이다>

#5. 주인공보다 더 매력적인 씬스틸러 - 애꾸눈 벅

필자가 이번 작품에 최고의 요소로 꼽는 것은 바로 매력적이고

참신한 뉴 페이스 캐릭터의 등장이라는 것.

사실 2편에서도 앨리라는 초엽기 정신분열 맘모스가 등장하여 재미를 선사했는데,

3편에서도 어김없이 초초초엽기 정신붕괴 캐릭터가 등장한다.

바로 벅이라 불리우는 호랑이(적어도 호랑이과로 여겨진다).

등장부터 엽기적이었지만, 외모또한 범상치 않다.

동물 주제에 애꾸눈 하록을 패러디하고,

거기에다가 칼 같은 무기까지 휘두르다니.

이게 무슨 동물인가? 인간이지.

아무튼 벅이 보여주는 개성넘치는 연기는 그동안 작품에서 코믹을 도맡았던

시드의 연기를 잊게 할 만큼 강력하고 유쾌한 것이다.

벅은 시종일관 말하는 것부터가 횡설수설인데다가,

허풍쟁이 같으면서도 진짜인 것도 같은 알쏭달쏭 캐릭터이다.

하찮은 호랑이 한 마리가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공룡 루디에게

잡아먹혔다가 목젖을 건드려 탈출에 성공하였다는 말은

그야말로 허풍의 대표적 레파토리 아니던가?

게다가 그냥 탈출도 아니고, 루디의 날카로운 이빨까지 부러뜨려서

그것을 무기로 삼아 지금까지 칼을 갈아왔다는 얘기는,

그야말로 허경영이 공중부양을 한다는 얘기만큼이나 허무맹랑해 보인다.

, 이쯤되면 대충 벅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그림이 잡힌다.

초반에 허풍을 떨다가 막상 루디를 만나서는 거짓임이 드러나고 절절 매다가

주인공들에 의해 마음 바로 잡아먹는다는 전형적인 개과천선형 캐릭터 아니겠는가?

후후후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깨버리는 캐릭터가 바로 벅이다.

벅의 횡설수설한 말이나 거짓말 같은 배경은 알고보니 모두 사실이었던 것.

공룡 세상에서 홀로 외롭게 살다보니 정신이 좀 나간 것일 뿐이지,

그의 말과 행동은 모두 사실인 정말 액기스 같은 캐릭터인 것이다.

마치 <캐러비안 해적>의 정신줄 놓은 듯한

캡틴 잭 스패로우 같은 존재와 같다고나 할까.

<하는 짓이 이따구이지만 그만큼 강력한 족적을 남기면서 이번 시리즈 최고의 히어로로 부상한 벅>

아무튼 벅은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쫄깃쫄깃한 캐릭터라는 결론.

특히 제일 마지막에 지하동굴 입구에서 보여주는 그의 사나이다운 기개와 열정은,

필자도 모르게 뭉클한 무엇인가를 선사하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필자는 그 장면 하나로 인해 벅의 팬이 되어버린 것.

(원래 필자가 정신줄 좀 놓았지만 액기스스러운 캐릭터를 좋아한다)

#6. 실질적인 주인공 스크랫의 인생 역전

뉴 페이스는 벅으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가 누구이던가?

비록 줄거리에는 포함되지 않는 감초 같은 캐릭터이지만,

아이스 에이지하면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가 바로 스크랫이다.

대사라고는 오직 ~~”밖에 없는 스크랫.

시리즈 내내 오로지 도토리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초특급 울트라 일편단심 마인드를 선사하시는 아름다운 열정의 사나이 스크랫.

오죽하면 스크랫 때문에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라는 2편의 오프닝 장면은

그만큼 스크랫의 비중이 알게모르게 크다는 것일 테다.

그런 스크랫에게도 3편에서는 엄청난 변화가 다가오는데,

바로 스크랫과 쌍벽을 이루는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

<시대와 종족을 초월하여 여성은 역시 무서운 존재라는 설정>

이번 오프닝에서도 어김없이 도토리에 한 목숨 걸어주시는

스캐랫에게 초절정 라이벌이 등장하니,

그가 바로 암컷 다람쥐인 스크래티이다.

스크래티의 미인계에 속아 도토리를 빼앗긴 스크랫은 이후

사사건건 스크래티와 도토리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여자와 도토리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스크랫의 처지가 너무너무 귀엽고 우스꽝스러운데,

그래도 마지막에는 그들 역시 뜨거운 사랑의 안식을 얻는다는데

나름의 감동이 있다고 하겠다.

#7. 4편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3편은 전체적으로 기존작과 다른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느낌이다.

이미 미국에서 개봉한 이후 나름의 흥행을 이어나가고는 있지만,

문제는 많은 비평가들이 전작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다는 등의 혹평을 가하고 있다는 것.

재미있게도 미국에서는 3편에 대한 평이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비평가들은 형편없다는 식이고, 오히려 관객들은 훨씬 재미있다는 식이다.

무엇이 맞을까? 그 답은 오로지 작품을 보는 우리들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벅 때문에 무게감이 확 줄어버린 시드. 게다가 자신을 엄마라고 하는데, 얘가 암컷이었단 말인가?>

<Wall-E> 이후 간만에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한 필자로서는

나름 간만에 배꼽이 근질근질했음을 느꼈더랬다.

특히 수소가스가 뿜어져나오는 계곡에서 펼쳐지는 초엽기 발광 시츄에이션은 꼭 보시길.

필자 간만에 뿜어더랬다. 유치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재미 하나만큼은 완빵!!

앞으로 아이스 에이지 4편이 또 제작될지는 모르겠지만,

4편도 더욱 색다른 재미와 캐릭터로 전작의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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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까 2009. 7. 7. 09:41

북두의권 (北斗の拳) 2부

필자가 만화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리뷰를 한 북두의권이

블로그 홈페이지 메인의 <이슈공감>으로 꼽히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이에 삘받아 전편에서 예고했던 북두의권 2부에 대해서

또 한번 적나라하게 찌끄려볼까 한다.

<이미 절대강자의 반열에 오른 켄시로. 하지만 홀애비라는 것>

#1. 2부에서도 계속되는 사나이의 전설

사실 북두의권은 원작자인 부론손이

1, 2, 3부 이런 식으로 끊어서 출간한 작품은 아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또 하나의 에피소드인 것처럼

작품이 연재가 되었기 때문에, 1부냐 2부냐를 나누는 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기준일 뿐이다.

필자는 단지 북두의권의 장대한 스토리의 흐름에서

커다란 분기가 발생하는 기점을 기준으로 해서 나누었을 뿐이다.

이 점 양해하고 스토리를 이해하시기를 바란다.

1부의 스토리는 북두신권의 정통 계승자인 켄시로가

연인 유리아를 잃고 이리저리 흥청망청 싸돌아다니면서

다양한 권법가들과 싸우면서 세기말 구세주로 거듭나면서

집안싸움의 교통정리까지 끝낸다는 독고다이 히어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무엇보다 여러 사연과 개성을 가진 사나이들이 보여주는

육체적 파괴의 미학과 우정의 쓰나미가 압권이라고 할 수 있었겠다.

2부는 1부 마지막에서 켄시로가 유리아와 함께

머나먼 이별여행을 떠나면서 세상이 다시 평화로워질 것 같은

여운을 남기는 장면이 나온 후, 전혀 다른 전개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 세상은 여전히 폭력이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이 말이다.

그렇다면 2부의 스토리부터 집중적으로 후비고 가보자.

<여전히 2부에서도 무표정을 고수하는 똥고집 켄시로>

#2. 스토리 - 켄시로의 족보 따지기 투쟁기

- 권왕은 죽었으나 세상은 아직 어둡고

세상을 주먹으로 지배하고자 했던 권왕이 켄시로에 의해 쓰러진 이후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는 듯싶었다.

하지만 인간이 하는 짓이 늘 그렇듯이 한 세대의 권력이 무너지면

다른 세대의 권력이 등장하는 법.

이른바 하늘의 핏줄을 이어받았다는 천제의 무리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고,

그들은 부와 권력을 등에 업고 민중들을 억압하고 착취하기를 일삼았다.

사실 천제는 하늘의 뜻에 따라 세상에 평원을 가져다 줄 존재였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돌아가는 꼴은 그 이전만 못한 실정.

그러다보니 여기 저기에서 지배계층에 저항하는 민중의 레지스탕스가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바다의 리하쿠가 이끄는 저항세력이었다.

천제가 지배하는 각 에어리어를 하나하나 게릴라 전술로 붕괴시키며

민중의 저항의 깃발을 높이 세우는 저항 세력의 핵심에는

바로 어릴 적 켄시로와 함께 세상의 구원을 이끌었던 린과 바트가 있었다.

그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켄시로의 의지를 이어받아

세상을 구원하고자 온 몸을 바쳐 저항운동을 펼치고 있었던 것.

사태가 이렇게 되고 보니, 중앙지역에서는 변방의 게릴라인 린과 바트에게

엄청난 액수의 현상금을 걸었고, 소위 주먹 하나로 밥 벌어먹고 산다는

현상금 사냥꾼 아인이 린과 바트를 다음 목표로 삼는다.

<1부에서 그리도 못난 얼굴이 2부에선 왜 미남이 되냐구!!! 초특급 사기캐릭 바트>

- 성장한 린과 바트, 그리고 켄시로의 컴백

한편 린과 바트가 이끄는 저항 세력은 중앙지역을 향해 게릴라를 계속하지만,

천제군도 노하우가 쌓였던 지라 각종 함정 등을 통해 저항 세력을 사지에 몰아넣게 된다.

제대로 된 권법 조차 배우지 못해 기껏 화살이나 촉촉 날리는 바트,

결국 사지에 몰려 골로 가나 싶었다.

보통 인간이 죽음에 몰리면 찾는 존재가 신이건만,

이들은 죽음에 몰리니 켄시로를 외치는 것이 아닌가.

린이 어렸을 적 처음 켄시로와 대면하여 그를 소리 높여 불렀더랬던 경험을 되살려

다시 한번 울려재끼자 이번에도 그 수법이 통했다는 것.

바로 켄시로가 혜성처럼 나타나 악당들을 북두신권으로

고스란히 공중분해 시켜주신 후 린과 바트를 구해준다.

이에 눈물을 흘리며 재회를 맞이하는 세 사람.

이를 지켜 본 리하쿠는 드디어 하늘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켄시로를 불러준 것이라고 믿는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저 멀리 외딴 두메산골에서

유리아와 알콩달콩 살았다는 켄시로.

결국 유리아는 생을 마감하였고, 홀애비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기어나온 듯한 켄시로.

대충 린과 바트로부터 상황을 접수한 켄시로는

과거와 달리 이제 함께 싸우러 가자고 한다.

여기에 감동 제대로 받아주시는 린과 바트.

이 때부터 린은 살짝 켄시로에게 이성으로 호감을 갖게 된다.

그만큼 린이 이제 여자로 보일 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신 있어졌다는 뜻.

- 오로지 주먹으로만 먹고 사는 사나이 아인

저항군과 함께 에어리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중앙지역으로 진격하는 켄시로.

이 때 마침 현상금 사냥꾼 아인이 나타나 켄시로에게 대든다.

하지만 아무리 강한 권투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켄시로는 권투를 싸움권법이라는 묘한 이름으로 부르며

아인을 애기다루듯 떡으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아인의 눈에서 사랑하는 자의 심정을 읽은 켄시로는 아인을 살려준다.

아인이 싸우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아스카라고 부르는

자신의 소중한 딸을 위해 싸웠던 것.

그 사실을 안 켄시로는 역시 사랑의 카운셀러 답게 가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에어리어 초토화.

<복싱 하나로 이토록 강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아인>

바트는 아인이 아군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하고, 아인을 꼬셔 저항군으로 만든다.

졸지에 현상범이 되어버린 아인. 어쩔 수 없이 바트와 협력하여 에어리어 공략에 나선다.

하지만 지평선 저편에서 황금 빛을 발하며 등장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제도의 젊은 장군 황금의 파르코이다.

파르코는 에어리어를 버리고 도망가는 못난 성주를 참살하고,

저항세력을 한 순간에 피범벅으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린과 바트는 파르코가 이끄는 천제군에게 포위당하고,

파르코는 저항군을 이끄는 지도자만 없애면 저항세력은 무너질 것을 예감하여

지도자 색출에 나선다. 사실 실질적인 지도자는 린이었지만,

어느새 린을 사모하게 된 바트는 린 대신 자신이 지도자라며 목숨을 걸고 나서게 된다.

하지만 파르코도 독심술 1급 기사 자격증 소지자답게,

바트의 진심을 읽어내고 린을 인질로 삼는다.

- 가슴아픈 사연을 지닌 사나이 파르코

한편 남두의 깃발 아래 천제에 대항하였던 남두쌍응권의 계승자 하안 형제는

자신을 잡아넣었던 아인에게 다시 구출되어 한 편이 되고,

자신들을 떡실신으로 만든 파르코에게 복수를 위해 아인과 함께 모종의 계략을 꾸민다.

불발탄으로 남아있던 폭탄을 들고 와서 린을 인질로 삼고 있던 파르코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

결국 실력으로 이길 수 없으니 자폭이라도 해서 같이 황천길로 가자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파르코는 눈썹 하나 꿈쩍도 안하고,

하안 형제 중 형 하즈는 되려 심각한 부상을 당한다.

결국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하즈는 자폭을 결심하고 폭탄에 헤딩하여 경종을 울린다.

결국 자폭에 의해 천제군은 전멸하고, 덕분에 린과 바트, 그리고 아인은 살아남는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파르코가 자신을 뒤덮은 병사들의 희생에 의해 살아나고,

왜 희생을 했는가에 대한 바트의 질문에 어느 죽어가는 병사는

장군님은 우리를 위해 수도 없이 눈물을 흘리셨다는 말을 남기며

파르코의 이미지에 +1점을 부여해준다.

한편 뒤늦게 린과 바트를 구하기 위해 나선 켄시로는

오는 도중에 제도의 또다른 명장 자광 소리아를 만난다.

자광 소리아는 원두황권의 일종인 원두유륜광참을 쓰는 막강한 실력자.

파르코에게 눈 하나를 잃었다지만 그 역시 뛰어난 실력의 소유자였던 것.

하지만 켄시로에게 역시 랑데부 홈런을 얻어맞고 숨을 거두며

파르코에게 역시 이미지 +1점을 부여하는 말을 남긴다..

<원두황권의 계승자 파르코. 이토록 상황판단 못하는 계승자라니 딱하다>

- 원두황권과 천제의 숙명적 관계

대체 원두황권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천제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일까.

알고봤더니 원두황권은 대대로 천제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했던 권법이었던 것.

북두신권도 사실 천제를 위한 권법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북두신권은 세상을 구원하는 법이었고,

원두황권은 단지 경호원에 불과했던 것.

어쨌든 이러한 사명 때문에 천제라면

자다가도 라면을 끓여먹는 원두황권의 계승자 파르코.

제도는 늘 밝은 빛으로 빛나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천제를 대신해 실질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쟈코가 어둠을 싫어해서

강제로 빛을 발하게 시키기 때문.

쟈코는 원래 파르코의 의붓 형제였으나, 권력을 잡기 위해 천제를 인질로 삼고

천제 대신 제도를 지배했던 것.

그러다보니 파르코는 쟈코가 미워도 천제의 행방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원두황권의 동문 쇼키가 쟈코를 죽이려고 들지만 파르코가 막아선다.

일부러 가사상태를 만들어 몰래 살려보내려 했던 파르코의 생각.

하지만 쟈코의 아들이 이를 눈치채고 쇼키를 창으로 찔러 죽인다.

그대로 꼬챙이에 꿰인 채 강물에 흘러간 시체는 켄시로에게 발견되고,

쇼키를 죽인 창이 쟈코의 아들 것임을 안 켄시로는

쇼키의 죽음에 남다른 복수심을 불태운다.

알고봤더니 쇼키는 켄시로와 유리아가 평온한

최후의 안식을 맞이할 장소를 제공해준 인물.

켄시로는 저항군과 함께 제도로 향하고,

제도 바로 직전에 위치한 에어리어에 도착하여 그곳을 지키고 있던

쟈코의 아들에게 분노를 담아 창을 원주인에게 돌려보낸다.

결국 그 길로 꼬챙이가 되어 생을 마감하는 쟈코의 장남.

켄시로는 이제 천제가 뭐든간에 닥치는대로 박살내주겠다고 다짐한다.

<2부에서 쓰잘데기없이 악한 인간 쟈코. 1부의 쟈기를 그대로 닮은 인간>

- 모든 문제의 원인은 파르코가?

한편 장남이 죽은 것을 알게 된 쟈코는 더 심각한 신경쇠약에 걸려

미치광이 직전에 이르게 되고, 이 모든 것이

과거 북두신권과의 인연에서 비롯되었음을 연상하며

파르코는 당시의 실수를 후회하게 된다.

과거에 권왕이 그 세력을 떨치고 있을 무렵 제도까지 진격하였으나,

파르코가 막아서며 그냥 조용히 이곳을 지나가줄 것을 요청한다.

권왕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파르코는 원두황권 최고의 사나이의

한쪽 다리를 대가로 주겠다고 하고 스스로 자른다.

이에 사나이의 강직한 진심을 이해한 라오우는 그대로 지나갈 것을 약속한다.

하지만 그때 몰래 숨어보고 있던 쟈코를 감지하고

그에게서 사심에 가득찬 눈을 보게 된 라오우는 파르코에게

후환이 될 것이니 반드시 죽이라고 명한다.

이에 파르코는 쟈코를 죽이려 하지만,

자신의 의붓형제였기 때문에 어머니가 눈물로 호소를 하게 되고

이 때문에 파르코는 쟈코를 죽이지 못했던 것.

어쨌든 자신의 죄값을 치르고,

자신의 숙명을 다 하기 위해 최후의 결전에 나설 각오를 세우는 파르코.

그에게 유일한 벗이 되어주는 연인 뮤는 파르코가 죽으면

자기도 죽겠다는 심정으로 자폭용 폭탄을 건네 받는다.

드디어 제도에 도착한 켄시로.

파르코는 한 때 북두신권도 능가했다는 원두황권의 계승자로서

켄시로와 숙명의 대결을 펼치게 된다.

마침내 두 사나이가 격돌하게 되고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지만,

이미 파르코의 한 쪽다리가 의족이었음을 알고 있던 켄시로는

또 그 특유의 상대인정용 자체핸디캡 시츄에이션을 펼치면서 신나게 얻어터진다.

그래도 결국 승리의 주역은 주인공 아니겠는가.

업치락 뒤치락 하면서 신나게 피터지고 싸우다가 결국 켄시로가 승리.

하지만 켄시로는 파르코를 죽이지 않고, 천제를 구해야하는 숙명이 남아있으니

그 숙명에 최선을 다하라고 한다.

- 밝혀지는 린의 과거

한편, 원두와 북두가 만나 싸우는 동안 하늘에는 묘한 기운이 감돌고,

두 개의 빛이 강하게 빛나는 것을 보게 되자 이는 천제가 하나가 아닌

둘임을 나타내는 징조임을 깨닫게 된다.

싸우는 틈을 타 린과 바트 그리고 아인은 천제를 구하기 위해 성 안으로 잠입하지만,

쟈코를 죽이기 직전 함정에 빠져 지하로 추락한 일행.

하지만 그 곳에서 또 한명의 갇혀있는 사람을 찾게 되는데,

그가 바로 쟈코가 숨겨놓은 천제였던 것.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본 순간

린은 너무나도 깜짝 놀라고 만다. 바로 린과 똑같이 생겼던 것.

알고봤더니 린과 천제 루이는 쌍둥이 자매였는데,

쟈코의 명령에 의해 동생인 린이 죽었어야 했으나,

인정많은 파르코가 몰래 린을 살려 어디론가 보냈던 것.

결국 따지고보니 린은 천제의 핏줄을 타고났던 것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제 천제도 찾았고 해서 어떻게든 탈출하려 하는데,

무너지는 돌벼락에 의해 깔려죽을 지경인 일행들.

하지만 아인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지만 대신 아인은 싱겁게 숨을 거두고 만다.

<유리아보다 더 예쁘고 귀엽고 혈통도 빠지지 않는 린>

파르코는 피떡이 된 상태에서 가까스로 쟈코를 만나게 되고,

천제를 무사히 구출했다는 소식을 들은 파르코는

드디어 쟈코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리며 복수의 끝을 맺었다.

하지만 쟈코의 차남이 린을 납치하여 어디론가 훌러덩 사라져버리고,

이제 좀 끝났는가 싶더니 또 이어지는 해프닝.

- 또 다른 시련의 등장, 수라의 나라

천제를 구해 준 켄시로에게 보답도 하고,

쟈코의 씨를 말리기 위한 자신의 복수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라도

린을 구하기 위해 홀로 쟈코의 차남의 뒤를 쫓아 떠난 파르코.

그는 쟈코의 아들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다른 나라로 갔음을 알고 역시 배를 타고 떠난다.

하지만 바다 건너 나라는 예부터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수라의 나라.

바로 북두신권을 비롯해 모든 권법이 창조된 고향이기도 한 곳이다.

켄시로는 이 또한 숙명이라며 그 역시 파르코의 뒤를 쫓아 바다를 건너게 된다.

쪽배를 타고 가다가 만나게 된 해적들.

해적들은 이게 왠 떡인가 하고 사냥감을 포획하지만,

오히려 켄시로에게 죽지나 않으면 다행.

이소룡 흉내낸답시고 어울리지도 않는 선그라스 끼며 수라의 나라로 가자는 켄시로에게

해적의 우두머리인 붉은 상어가 나타나 자신의 과거와 아들 얘기를 해 준다.

자신도 젊었을 적 수라의 나라로 해적질을 하러 갔다가

딱 한 명의 수라에 의해 부하들이 전멸당하고 자신도 한쪽 눈과 한쪽 팔,

다리를 잃게 되었다고 하며, 그 때 사고로 어린 아들 샤치를 떼놓고 왔다고 한다.

죽기 전에 아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붉은 상어에게

켄시로는 소원을 들어주겠노라고 전하며 수라의 나라에 발을 디딘다.

도착부터 피비린내로 맞이해주시는 쎈쓰 만점의 수라국.

이상한 흔적을 찾아 가보니 그 곳에는 완전 주물럭등심이 되어버린 파르코가 있었다.

호각이었던 파르코가 이렇게 떡실신이 된 이유에 대해 묻자 바로

단 한명의 수라에 의해 이렇게 되었다는 것.

바로 그 범인은 과거 붉은 상어에게 상처를 입힌 바로 그 놈이었던 것이다.

켄시로를 반가이 맞아주는 수라였지만,

파르코와 달리 회복력과 끈기 하나는 일등인 켄시로였던 것.

결국 그 수라는 분자단위까지 분해가 되어버리고,

파르코는 이런 놈은 아직 이름도 없다면서

이보다 더 뛰어난 놈들이 득실하니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둔다.

그 때 마침 비둘기를 통해 날아온 따뜻한 소식.

그것은 바로 파르코의 연인 뮤가 원두황권의 계승자를 잉태하였다는 밝고 희망찬 소식.

<정말 운좋게 북두류권을 배우게 된 샤치. 초반엔 무개념이지만 갈수록 개념을 찾는다>

- 북두신권의 짝퉁권법, 북두류권

한편 수라국의 마스코트 난쟁이에게 끌려 수라성으로 향한 린은

그 곳에서 수라들의 결투를 보게 된다.

모든 남성은 소년이 되면 수라가 되어 수련을 쌓아야 하며,

약한 자는 죽고 강한 자만 살아남아 수라격투대회에서 승리를 하게 되면

비로소 이름을 부여받게 된다는 것.

마침 모레시계로 2분안에 늘 상대를 제압하며 승리한 수라가

수라격투대회의 새로운 승자로 등장하고,

모래시계의 알프라는 이름을 하사받으며 부상으로 켄시로와 싸울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그리고 또 모래시계를 들고 가서 똥폼을 잡으며 켄시로에게 대들지만

이번엔 반대로 2분 내에 자신이 사망하게 된다.

한편 모래시계를 들고 있던 난쟁이를 향해 켄시로는

난쟁이가 더 강한 쪽 같다는 말을 던지며 무언가를 눈치챈 듯한 말을 남긴다.

그 난쟁이는 싸움 직후 바로 수라성으로 달려가

감옥에 갇혀 있던 린을 끌고 밖으로 나간다.

이를 수상히 여긴 수라가 난쟁이를 뒤쫓지만,

그 난쟁이는 알고보니 엄청난 포스를 풍기는 사나이가 일부러 변장하고 있었던 것.

그는 자신을 샤치라고 소개하며 수라를 단방에 분해시켜 버린다.

린은 그 장면을 보고 북두신권이라고 외치지만,

샤치는 이 권법이야말로 최강의 권법 북두류권이라고 얘기한다.

그 때 마침 뒤에서 나타난 상급 수라 군장 카이젤.

아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는 그는

수라국의 3대 나장이 구사할 수 있다는 북두류권을

듣보잡이 나타나서 쓴다는 것에 신기해 하면서 대결을 요청한다.

카이젤의 맹고류요금장에 고전을 하게 되지만,

자신의 갈비뼈 하나를 미끼로 내주면서 승기를 잡은 샤치.

결국 카이젤은 산화해버리고, 샤치는 야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을 외치면서

린을 켄시로를 끌어들이기 위한 도구로 삼고자 함을 얘기한다.

- 악마가 되어야만 했던 샤치

수라의 나라를 관광 중인 켄시로는 우연히

수라가 되기를 거부하고 도망치던 소년을 만나게 되고,

그를 구해줌으로써 소년의 누나인 레이아를 만나게 된다.

레이아는 수라의 원칙을 거부하고 소년들을 데려다가 사랑과 희망, 꿈 등을

교육시키는 희망의 천사였던 것.

그는 한 때 샤치의 연인이었으나, 북두류권을 익힌 후 악마가 되어버린

샤치를 버리고 되려 켄시로에게 샤치를 죽여달라고 요청한다.

역시 무뚝뚝하게 요청을 접수하는 켄시로.

<3대 나장 중 서열 3위인 한. 북두류권 계승자 중 한 명. 빠르기는 엄청 빠르다>

한편 샤치는 린을 인질로 삼고 그녀를 수라의 3대 나장 중 한명인 한에게 데리고 간다.

북두류권의 사부인 쥬케이로부터 4번째로 북두류권을 연마하게 된 샤치는

자신이 세상을 손에 넣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인 북두류권의 계승자인

3대 나장을 켄시로를 이용하여 죽이려는 속셈이다.

린이 있다면 켄시로는 분명 린을 쫒아오리라 생각했던 것.

아니나 다를까, 켄시로가 도착하고 한과 켄시로는

신권과 류권의 첫 대결을 펼치게 된다.

빠르기로는 <씁쓸한 인생>의 쌍둥이들보다 빠르다는 나장 한.

하지만 늘 그렇듯이 상대가 강하면 더 강해지는 켄시로의 버릇 때문에,

켄시로는 의외로 손쉽게 한을 무찌른다.

하지만 한은 죽기 직전 켄시로에게 어릴 적 그 꼬마가 이렇게 성장하였는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켄시로가 사실은 수라의 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이고

애기였을 때 라오우와 토키에 의해 바다를 건너갔다는 숨은 과거를 알려준다.

드디어 서서히 밝혀지는 켄시로의 충격적인 과거.

한편 나장 한을 쓰러진 모습을 지켜 본 난쟁이들은

비로소 자기들을 구원해 줄 약속의 구세주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켄시로를 라오우로 착각하고, 라오우가 왔음을 전국에 알린다.

레이아와 함께 숨어 지내던 북두류권의 선대 계승자인 쥬케이도 그 사실을 알고

라오우가 왔음에 안도하지만, 이내 레이아가 켄시로임을 알리자 쥬케이는 크게 동요한다.

켄시로는 절대로 구세주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쥬케이.

- 북두류권 계승자 카이오와 효우

나장 한의 시체를 접수한 서열 2위 나장 효우는,

자신의 동문이었던 한의 죽음을 위로한다.

이마에 X자의 흉터가 선명한 효우는 다른 나장과는 달리

선량하고 인정이 많은 나장으로 추앙받고 있었는데,

서열 1위 나장인 카이오의 누이동생 샤아카를 사랑하는 애정의 사나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카이오는 야심으로 가득찬 인물.

켄시로가 수라의 나라로 왔음을 알게 된 카이오는 이상하리만치

북두신권에 대해 증오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북두류권은 이미 마계에 들어선 최강의 수준.

여행 도중 켄시로는 카이오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고,

누가 원조인지를 따지며 한 바탕 싸워보지만,

카이오의 마권에 의해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켄시로는 떡실신이 된다.

포로로 잡힌 켄시로를 구출하기 위해 샤치가 나서고,

붉은 상어의 무리까지 가세하면서 일대 혼란이 인다.

아버지와 재회한 기쁨도 잠시,

붉은 상어는 카이오에게 일격을 날리며 최후를 맞이하고,

이를 틈타 샤치는 만신창이 켄시로를 데리고 도망치게 된다.

하지만 중간에 효우의 마을에서 효우에게 걸려 켄시로를 내주는 대신

자신의 눈 하나를 대가로 바친다. 그래서 무사통과.

이 때 켄시로를 힐끗 보게되는 효우는 켄시로가 낯익은 인물임을 느끼게 된다.

<3대 나장 중 서열 2위 효우. 북두류권 계승자이자 북두종가의 핏줄이자 켄시로의 친형.

팔자가 기구한 캐릭터이다>

이후 효우는 사야카를 만나러 카이오의 성에 가지만,

카이오는 사야카를 죽이고 이를 켄시로의 짓으로 꾸민다.

어린애도 안 속을 이런 사탕발림 속임수에 홀라당 넘어간 효우는

켄시로에 대한 분노로 인해 그도 마계에 들어서게 된다.

인상도 더럽게 변한 효우는 그 이후로 인정도 사랑도 자비도 없어진 악마로 돌변하게 되고,

그를 따르던 이들은 하나 둘 그를 떠나게 된다.

- 스스로의 힘으로 악마를 봉인하려 했던 쥬케이

효우가 마계에 들어섰음을 알게 된 사부 쥬케이는

마계야말로 스스로를 파멸로 이끄는 잔혹한 운명임을 설파하며

켄시로를 돕기 위해 효우의 봉인된 기억을 제거하러 간다.

알고봤더니 효우는 켄시로의 친형이었던 것.

두 형제는 북두종가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이며,

북두신권을 통해 세상을 구원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났던 것이다.

하지만 켄시로에 비해 잠재력이 약했던 효우는 뒤늦게 북두류권을 배우게 된 것이고,

그러한 북두류권을 영원히 잠재울 수 있는 주인공인 켄시로에게

필살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오직 효우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파헤쳐야했던 것.

하지만 효우가 오직 켄시로에게만 알려줘야한다는 목숨을 건 고집에

쥬케이는 일부러 효우의 기억을 봉인하게 된다.

어쨌든 뒤늦게 켄시로와 효우가 형제의 상봉을 이룰 수 있도록

기억을 해제하려고 온 쥬케이는 효우와 사제간의 대결을 펼치지만,

북두신권의 선대 계승자 류켄도 그러했듯이

쥬케이도 일격 직전에 지병으로 쓰러지고 만다.

그래도 자신을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효우의 기억을 되살리는 쥬케이.

하지만 이내 효우는 다시 마계로 들어서고,

과거 효우가 쥬케이에 의해 기억이 완벽하게 봉인되지 않았음을 간파한 카이오가

다시 효우의 기억을 봉인했던 것. 결국 쥬케이는 숨을 거두고,

효우는 마계의 기운으로 켄시로를 무찌를 것을 결심한다.

<3대 나장 중 서열 1위 카이오. 북두류권을 삐뚫게 배운 인물. 라오우의 친형이기도 하다>

- 피를 나눈 형제간의 피터지는 조우

북두신권의 뿌리가 깃들어 있다는 나성전에 도착한 효우는

그곳에서 북두신권 계승자를 위해 몸종으로 평생을 바쳐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난 흑야차를 만나고 그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하지만 역시 마투기에 의해 일격을 당하는 흑야차.

이내 켄시로가 나성전에 도착하고 효우와 켄시로는 그렇게 비극적인 재회를 맞게 된다.

둘은 피를 나눈 형제지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싸우게 되고,

아무리 형이라도 때려죽여야 한다는 켄시로의 고집 끝에 효우의 마권은 깨지고 만다.

순간 마인의 흉상이 일그러지는 효우.

이내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는가 싶더니 다시 켄시로에게 일격을 날린다.

하지만 순간 샤치가 뒤에서 효우의 가슴에 손구멍을 내고,

치명상을 입은 효우는 끝내 싸움을 끝내고 만다.

남의 싸움에 끼어들어 괜한 짓 했다는 부끄러움에 자결하려는 샤치를 효우가 막아서고,

기억을 되찾은 효우는 켄시로와 껴안으며 눈물의 재회를 하게 된다.

한편 린을 납치한 카이오는 자신이 라오우의 쌍둥이 형이었음을 밝히고,

라오우의 전설은 그가 만든 것임을 자랑한다.

그리고 북두종가에 밀려 태어날 때부터

북두신권 계승자들의 몸종 역할을 해야하는 자신의 숙명을 탈피하기 위해

북두류권으로 북두신권을 종말시키려는 카이오.

그 해결책으로 천제의 피를 이어받은 린을 통해

더럽혀진 자신의 핏줄을 깨끗이 정화해야 한다는 엉뚱한 논리를 내세운다.

결국 목적은 침대 위에서 뎅굴뎅굴(19) 이었던 것.

하지만 효우가 기억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게 된 카이오는

그대로 켄시로를 무찌르러 나선다.

- 카이오와 켄시로의숙명의 타이틀매치

한편 샤치는 켄시로보다 먼저 효우가 알려준 비급의 장소로 달려가고,

그곳에서 카이오를 만나게 된 샤치는

켄시로가 도착하기 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 신나게 얻어터진 샤치.

하지만 이유없이 서있던 묘한 여인상으로부터 귀신이 들린 샤치는

카이오를 공포로 몰아넣게 되고, 이에 겁이 질린 카이오는 린을 데리고 도망을 간다.

뒤늦게 도착한 켄시로는 샤치의 죽음을 지켜보고,

카이오는 그 곳에서 여인상 속에 숨겨져있던 비석을 통해

북두류권을 물리칠 비기를 전수받게 된다.

<켄시로의 몸종으로 살 운명을 타고 난 흑야차. 권법 잘 배워서 하는 짓은 고작 베이비시터>

마침내 카이오와 최후의 대결을 펼치게 된 켄시로.

카이오는 린에게 사환백을 찔러 가사상태로 만들고,

눈을 뜨면 처음으로 보는 아무 남자나 사랑하게 만드는 웃기지도 않는 짓을 한다.

그대로 말에 태워 아무데로나 떠나보내는 카이오.

하지만 린에 대한 걱정도 잠시. 켄시로는 카이오와 함께 숙명의 대결을 펼친다.

- 밝혀지는 북두종가의 족보

카이오는 싸움 도중 라오우와의 가슴아픈 인연을 설명하는데,

라오우가 수라의 나라로 왔을 때 맞짱 뜰 뻔 했으나,

교통정리가 안 되어서 나중에 오겠다는 라오우에게 작별인사를 했다는 것.

그 이후 동생에 대한 애정을 버리기 위해 스스로 슬픔을 고통으로 승화시켰다는 카이오.

하지만 켄시로도 고통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일침을 가한다.

왜 그리도 카이오가 북두종가의 피를 미워하는가 했더니,

어렸을 적 카이오의 어머니가 화재사고 시

켄시로와 효우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렸기 때문.

그놈의 북두종가가 뭐길래 이토록 노예같이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원한이 맺힌 카이오는 그날 이후로 슬픔을 고통으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나름 해결방안을 모색했던 것. 일종의 사디스트?

이에 켄시로는 싸움 도중 카이오에게

북두종가에 대한 역사 다큐 스토리를 얘기해준다.

비석을 통해 전수받은 비기는 다름아닌 북두종가에 대대려 내려오는 슬픈 과거.

이야기인 즉슨, 북두문중을 수호할 강력한 인물로 한 명을 선택하고자 하였는데,

두 자매가 동시에 사내아이를 낳아 문중의 원로들을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던 것.

류오우와 슈켄은 둘 다 북두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나,

오직 1명만이 선택될 수 있음에 대해 원로들은

늑대들에게 던져서 살아남는 아이로 정하자고 하였고,

이에 반발한 시한부 인생 동생이 언니의 아들인 류오우를 죽이려고 했던 것.

그래서 원로는 반칙패를 선언하고 류오우를 선정하려 했지만,

언니가 뜬금없이 자결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선택의 영광을 슈켄에게 돌린다.

이에 원로들은 하늘의 뜻이다 하여 슈켄을 북두문파의 주인공으로 선정하였고,

이후 슈켄은 북두신권을 창시하게 되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켄의 어머니는 류오우 또한 아들처럼 정성껏 길렀고,

후에 슈켄은 비록 정통 계승자의 자리에서 밀려난 류오우의 후예라 할지라도

같은 북두종가로서 감싸안아줘야 한다는 슬픈 이야기.

<이젠 마인이 어쩌고 환영이 어쩌고 하는 초특급 판타스틱 어드벤처러스한 개념이 등장>

싸움 도중 눈물을 흘리며 이 이야기를

죄다 또박또박 설명하는 켄시로의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카이오는 닥치라며 북두종가의 피를 증오한다는 개념 하나로 켄시로와 싸운다.

치사빤스 수법을 다 쓰면서 어떻게든 이겨보려는 카이오.

하지만 2천년 역사 동안 이미 모든 극의가 완성되었다는 북두신권에게 있어

다른 권법은 이미 무용지물. 결국 카이오도 통한의 원펀치에 나가떨어지고,

뒤늦게 린을 구출하여 달려온 바트와

만신창이의 효우가 나타나 그들의 마지막을 지켜보게 된다.

- 족보정리 후 사라지는 켄시로

효우는 자신이 무능력하여 어렸을 적 설움을 당해야 했던 카이오에게 용서를 빌고,

카이오는 그런 효우를 나무라며 효우와 함께

스스로 용암재를 덮어쓰고 최후를 맞이한다.

바로 카이오의 어머니가 잠든 묘지 바로 옆에서.

드디어 북두종가 원조 논쟁까지 정리를 끝낸 켄시로는

이제 린과 바트까지 정리를 해 준다.

켄시로를 남몰래 흠모하던 린은 사환백 때문에 아직 눈을 뜰 수 없었고,

켄시로는 바트에게 린을 행복하게 해주라는 말을 건넨다.

결국 켄시로는 또 혼자만의 여정을 떠나고,

새로운 커플이 된 린과 바트는 자식이 없는 홀애비 켄시로를 걱정하며

북두신권 다음 계승자에 대한 궁금증을 선사한다.

#3.북두신권과 남두육성권만으로는 모자라다

휴우, 필자가 2부의 스토리를 정말 적나라하게 찌끄려보았다.

원래 2부는 1부보다 훨씬 짧은 분량이지만,

1부처럼 짜잘한 에피소드가 없다보니 굵직한 내용만 놓고 보면

2부도 나름 방대한 분량이 되겠다.

게다가 1부 리뷰 때 삘 받아서 2부 리뷰에 너무 힘을 준 듯싶기도 하다.

아무튼 끝까지 정독을 한 독자라면 당신은 에리뜨!!!

1부는 주로 주인공의 성장과 북두신권 계승자로서의 숙명을 중심으로 하면서

여러 짜잘한 에피소드들까지 수두룩하게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2부는 위의 스토리와 같이 딱 2개의 커다란 줄기를 가지고 진행이 된다.

먼저 건실하게 성장한 린과 바트가 중심이 되어 다시 흉흉해진 세상에

구원의 빛줄기를 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과,

그 뒤를 이어 북두신권의 뿌리를 파헤치는 다큐멘터리식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이미 북두신권에 버금가는 남두육성권이 죄다 등장하고 나니

(결국 6인 중 1인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2부에서는 그에 버금가는 다른 권법이 필요했기에,

이에 등장하는 권법이 바로 원두황권.

처음에는 무슨 원두커피인가 싶었는데,

투기를 이용해 세포를 죄다 말라 죽인다는 말도 안 되는 기술을 원류로 하고 있다.

, 닿지 않아도 죽일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원리인데,

그래서 한때 북두신권도 능가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일까?

아무튼 나름 원두황권의 계승자 파르코도 특유의 카리스마와 정의를 보여주는

슬픈 운명의 사나이로 등장하여 많은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남두육성권의 레이나 슈우 보다는 살짝 약한 듯.

파르코는 어찌 보면 조금 답답한 인물로 묘사되는데,

오직 새끼 사랑밖에 모르는 어머니의 개념 없는 눈물 때문에

자신의 의형제이자 최고의 악당이 되어버리는

쟈코를 그냥 살려둔 것은 정말 무능의 베스트 케이스.

결국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단 말인가?

천제를 수호하는게 평생의 숙명이라면서 어머니의 눈물로 인해

그 숙명에 스스로 오명을 남길 수밖에 없었던 파르코는

이미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뭐 결국에는 나중에 자기 스스로 그 오명을 씻어야 한다고 발버둥치지만,

오명을 씻기도 전에 물 건너가서

하찮은 수라에게 떡실신이 되는 것은 무슨 시츄에이션인지.

<눈물없이는 볼 수 없다는 이산가족 상봉의 현장>

원두황권이 쫑나자 이번에는 북두류권이라는 초특급 억지성 사기 권법이 등장한다.

북두신권과 뿌리를 함께 하지만 그 사악한 면모 때문에 내쳐져야 했다는 어둠의 권법.

그래서 계승자들은 모두 사악한 마음을 품어 마계에 들어가

마투기를 띄게 된다는 황당무계한 권법.

투기까지는 좋은데 마투기라는 괴상한 개념까지 등장하여

권법 구사시 주변의 공간을 일그러뜨려 중심을 잡을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은

그나마 지금까지 나름 충실히 지켜오던 물리학 법칙을 완전 개무시하는 처사렸다.

북두류권에 대해 좀 더 다듬어 보면,

어차피 태생부터 북두종가의 종파인 북두신권에 밀려

일종의 야매 식으로 만들어진 권법인지라,

대대로 종파의 시중을 들도록 만들어진 보조 권법으로 보인다.

그래서 북두류권을 계승할 운명을 타고났던 카이오나 라오우, 토키는

결국 북두신권의 계승자가 될 켄시로나 효우를 위해 몸종으로 살아야 할 운명이었던 것.

이는 라오우와 토키가 쥬케이의 명령에 의해

켄시로를 데리고 류켄에게 갔던 것으로 납득이 된다.

카이오도 마찬가지로 쥬케이에게 실컷 얻어터지면서

귀가 닳도록 들은 얘기가 바로 효우의 몸종이라는 것이었다.

, 그런데 여기에서 슬슬 꼬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4. 1부와 2부 사이에 꼬여버린 설정

1부에서 켄시로가 어떻게 해서

북두신권에 입문하게 되었는지 전혀 배경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라오우와 토키가 북두신권에 입문하게 된 것은

아버지가 자기들을 버리고 류켄에게 양자로 맡겼다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 때 류켄은 라오우와 토키 둘 중 하나만을 거두어들이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원래 둘은 북두신권을 배워서는 안 되는 운명 아닌가?

그 둘이 어린 켄시로를 류켄에게 건내주는 것이 맞는 설정인데,

그렇지 않았으니 이는 살짝 괴리가 있는 부분.

, 그리고 라오우가 켄시로를 미워하게 되는 것은

전적으로 북두신권의 전승자가 켄시로로 정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2부의 설정대로라면 북두종가의 피를 이어받은 켄시로가

당연히 북두신권의 계승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효우 아니면 켄시로 둘 중의 하나일텐데,

효우가 약간 비실하다보니 켄시로를 믿어보기로 하고 류켄에게 보낸 것으로 보여지는데,

어쨌든 싹수 좀 보이고 잘 컸으면 자동으로

북두신권의 계승자가 되는 것은 정해져 있었던 것.

여기에서 나름 류켄의 핑계를 대 보자면,

아마도 켄시로가 어렸기 때문에 그런 켄시로를 보좌하기 위해

라오우와 토키에게 북두신권을 맛배기로나마 가르쳐주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쥬케이가 카오우에게 북두류권을 가르쳐 준 것도

효우를 지키라는 뜻이었을 텐데,

효우에게까지 북두류권을 가르쳐 준 것은 어차피 켄시로가

북두신권을 터득하게 되면 1자 전승에 의해 켄시로만이

북두신권을 구사할 수 있으므로 효우는 배울 자격조차 없어지기 때문에,

그에 구애받지 않는 북두류권이라도 가르쳐서

동생 못지 않은 능력을 심어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나장 한과 샤치가 북두류권을 배운 것은 다소 의외이다.

한이 켄시로의 과거를 알고 있다는 것은

그도 북두종파와 어떠한 인연이 있지 않은가 하고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딱히 드러나는 게 없다보니 그저 엑스트라라는 느낌이 든다.

샤치는 더더욱 북두류권을 배울 이유가 없는데,

단지 지나가다가 우연히 마주쳤다는 이유로

북두류권을 전수해줬다는 것은 쥬케이의 노망이 아닐까?

어차피 배우면 사악한 기운에 휩싸여 악마가 되는 북두류권인데 왜 가르쳐준 것인지.

자기가 젊었을 적에 그토록 마투기 때문에 손해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또 가르쳐주는 심보는 무엇이란 말인가.

#5. 북두신권의 기원은 결코 끝나지 않을 듯

그나저나 켄시로의 진짜 아버지는 누구일까?

그것도 상당히 궁금하다.

1부에서는 나름 잘 배우기만 하면 북두신권 전승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부에서는 결국 북두종가의 피를 타고 나야

북두신권 계승자가 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고로 켄시로는 분명 북두종파의 누군가의 혈통이라는 소리이다.

그런데 북두신권은 대대로 1자 전승이다.

따라서 보통은 북두신권 계승자의 아들이 그 다음의 계승자가 될 수 있다는 소리이다.

어쩌면 형제 중에 북두신권을 배웠다면

그 형제의 자손 중 누군가가 될 수도 있겠다.

이 논리에 따르면 결국 류켄은 켄시로의 아버지 또는

큰아버지나 작은 아버지가 된다는 결론.

1부에서는 류켄을 마치 양아버지처럼 켄시로가 부르는데,

과연 그 둘의 혈연적 관계가 궁금해진다.

(이 혈연관계에 대한 비밀은 <창천의권>에서 밝혀진다!!)

<카이오와 라오우 역시 이산가족 상봉을 했지만, 그 둘은 피로써 이별을 맹세할 정도였다>

카이오도 결국 북두종가의 피를 타고났다는 것이 판명되기 때문에,

라오우나 토키도 결국 북두종파의 자격으로

북두신권을 계승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음이 입증된다.

그렇다면 라오우와 토키는 켄시로와 먼 친척뻘이 된다는 소리이다.

그런데 누구는 주인이고 누구는 몸종이 되어야 한다니.

이렇게 보면 라오우와 토키는 노예신분을 벗어날 수 있었던 정말 땡잡은 캐릭터들.

그나저나 켄시로와 같은 논리라면 카이오, 라오우, 그리고 토키는

혹시 쥬케이의 아들 아니면 친족간이 아닐까? 아 복잡해라.

암튼 이 노예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존재가 바로 흑야차인데,

선대 최강의 권법가라고 인정받으면서 북두종파의 몸종으로

선택받았다는 운명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 친구도

북두종가의 사람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한다.

하지만 만약 흑야차가 북두신권을 계승하려고 했다라면

계승자에 오르지 못한 친구들은 전부 권법이 봉인되거나

사지가 불구가 되거나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흑야차는 북두류권? 그것도 아닌데

아무튼 무언가 확실히 복잡하다.

, 어쨌든 이런 저런 캐릭터들간의 꼬이고 꼬인 혈연 지연 관계를 다 무시하고

어쨌든 따져보면 북두신권과 북두류권은 하나이고,

그것은 대대로 북두종가에 의해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재 중인 북두의권의 프리퀄격인 <창천의권>을 보면

북두신권의 뿌리에 또 다른 이론이 등장한다.

바로 삼국시대에 위, , 오를 세운 유비, 조조, 손권에 의해

각각 북두신권이 달리 전승되어 왔다는 것.

북두유가권, 북두조가권, 그리고 북두손가권이 그것이라는데,

이미 북두신권은 일자전승이 아니었던가?

결국 선대에서부터 파행이 거듭되었다는 의미같은데,

그렇다면 북두신권도 족보를 들춰보면 파뿌리같이

사방으로 지저분하게 뻗쳐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6. 평범했던 캐릭터들의 막장 전개

린이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이미 1부 리뷰 때

막장 캐릭터로 거듭난다고 예고했었다.

스토리를 보면 알겠지만, 린이 알고보니 천제의 핏줄이었다는 것.

이런 어거지 설정이 다 있나.

아무튼 켄시로와 인연이 있는 여자들은 죄다 뭐 하나는 굵직하게 가지고 있는 존재라니.

천제라 하면 아마도 왕족의 혈통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중국은 더 이상 왕족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후예를 찾을 수 없다고 했을 때,

왕족이 해당되는 곳은 일본 밖에 남지를 않는다.

마침 천제가 있는 곳도 일본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잠깐, 그런데 북두신권은 천제를 수호하였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중국의 황제를 수호했다는 의미일텐데

왜 갑자기 일본으로 건너가서 엉뚱한 애를 천제라고 하는 것일까?

이러한 부분에서 일찌감치 현실적인 역사적 배경과는 거리를 둔 북두의권이다.

하지만 <창천의권> 2차대전의 일본 침략 시절의 일본과 중국을 배경으로

나름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여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또한 괴리가 크다.

북두신권의 계승자인 류켄이 어쩌다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왜 북두신권을 계승한 카스미 켄시로가 일본 사람이어야 하는걸까?

언제부터 북두신권은 중국에서 수출되어 일본으로 갔던 것일까?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응? 얼굴이 말대가리가 된 켄시로. 작화수준이 끝으로 갈수록 괴상해진다>

2부 스토리는 1부 보다 뭔가 더 비현실적으로 괴리되어 있고

어거지성 요소도 많다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탄탄한 스토리와 굵직한 캐릭터들 덕에 여전히 인기가 높아

게임으로도 정식 출시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3부는 아예 회자되지도 못하는 비운의 스토리로 남고 말았으니,

이를 봐도 3부는 확실히 재미가 없고 신신하지도 못하였던 듯싶다.

2부 끝에서 홀애비 인생을 고집하는 켄시로를 향해

계승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라는 시퀀스로부터 3부가 시작되는데,

3부는 바로 켄시로의 뒤를 이어 북두신권을 계승할 주인공을 성장시킨다는

청소년 성장 드라마가 주요 내용이다.

3부 리뷰는 나중에 기회되면 따로 정리하겠지만,

그다지 임팩트가 크지 않으므로 큰 기대는 안 해도 좋을 것 같다.

#7. 형보다 못한 아우 -역시 1부가 낫다

마지막으로 2부에 대한 감성적인 요소를 평해 보자면,

1부에서 그토록 강렬하게 몰려 왔던 사나이들의 우정과 육체미적 애환이

2부에서는 다소 약한 느낌이다.

켄시로는 이미 절대강자의 반열에 들어섰기 때문에

더 이상 성장통을 겪으면서 계승자로 거듭나는 짜릿한 맛이 없고,

파르코, 효우, 카이오의 3대 메인 조연 캐릭터도

1부에서의 레이, 라오우, 토키만큼 임팩트가 크지는 않다.

레이와 라오우의 죽음에서 필자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더랬지만,

카이오와 파르코의 죽음에서는 그냥 또 죽는구나 하는 무미건조한 느낌만이 들었다.

역시 웬만해서는 1부보다 잘난 2부는 없는가보다.

그나저나 1부에 대한 리메이크 애니메이션이 많이 나오는 요즈음인데,

2부에 대해서도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리메이크될 지 한번 기대해 볼만 하겠다.

하지만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